자전거 타니 튼튼! 월요병이 사라졌어요

입력 : 2013.05.28 09:00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산 바이크 버스'

매일 아침 출근길이 즐겁다는 직장인들이 있다. 10여 명이 함께 모여 자전거를 타고 일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이다. 이들은 바쁜 회사생활에 쫓겨 운동과 취미생활을 포기했던 중년 남성들이었지만 자전거 출퇴근 이후 건강과 친구를 얻었다. 덤으로 기름값도 아끼고 계절마다 바뀌는 산·들·강을 매일 아침 두 눈 가득 담는 호사도 누리고 있다. 월요병이 없는 직장인들, 일산 바이크 버스의 출근길을 따라가봤다.

안양천 둔치 자전거전용도로에 잠시 멈춰 선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
안양천 둔치 자전거전용도로에 잠시 멈춰 선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 왼쪽부터 박현준, 김병현, 김의성, 김성래, 봉진식씨.
■일산~서울, 아침마다 떠나는 짧은 여행

지난 23일 오전 7시 한강과 안양천 합류 지점, 합수교 근처 자전거전용도로에 자전거 10여 대가 줄지어 달리고 있다. 단단한 몸에 짝 달라붙은 바이크룩, 날렵한 고글과 헬멧은 누가 봐도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난다. 자전거를 타고 곡선으로 구부러진 도로를 줄지어 오는 모습이 마치 열대어떼처럼 유연하고 재빠르다. 잠시 멈춰 땀을 닦으며 고글을 벗는 중년의 남성들은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이다. 합수교 아래는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을 비롯해 김포, 인천 등 각 지역에서 출발한 자전거 출근 모임들이 합류하는 일종의 정류장이다.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은 이곳에서 다른 동호회 회원들과 만나 잠시 숨을 돌리며 친분을 쌓는다.

일산 바이크 버스는 매일 오전 6시 10분에 일산호수공원 제2주차장 입구에서 만나 함께 출발한다. 회원들은 서울로 접어들면서 각자 회사 방향으로 흩어진다. 일산 바이크 버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성래(43)씨의 최종 도착지는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인근의 회사다. 지난해부터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으로 활동 중인 박현준(46)씨는 "왕복 60km나 되는 출근길을 자전거로 다니겠다고 결심하기까지 몇 번의 망설임이 있었다"면서 "회원들과 함께 자전거로 출근하며 길을 잘 익힐 수 있었고, 안전을 우려했던 가족들도 이제 안심한다"고 말한다.

일산 바이크 버스 회원들은 잠깐 쉬는 동안 그들의 애마인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값싸고 질 좋은 쫄쫄이 바지부터 닳아버린 부품을 어떻게 교체할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비법 등 할 얘기는 무궁무진하다. 아내들이 정성스레 싸준 간식을 같이 나눠 먹기도 한다. 그러나 즐거운 수다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직장에 일하러 가는 길이기 때문. 회원 봉진식(34)씨는 "회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사내 샤워시설을 이용해 씻고 양복으로 갈아입는다"면서 "양복은 한번에 일주일치를 미리 가져다둔다"며 노하우를 공개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 봄, 함께 해요~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산 바이크 버스가 만들어진 것은 2010년 2월이다. 처음에는 김성래씨 혼자 자전거로 일산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게 참 좋았다고. 그러던 어느 날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부러워진 그는 알음알음 하나둘 회원을 모집해 지금의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 3년간 일산 바이크 버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20명을 넘는다. 자전거로 출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에 따라 참석 회원들은 들쭉날쭉하다. 요즘 봄을 맞아 한동안 참석이 뜸했던 회원들이 슬슬 다시 나오고 있다.

회원들은 일산 바이크 버스 모임의 장점으로 '속도 향상'을 꼽는다. 체력 문제로 속도를 내기 힘들다 해도 회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앞 사람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붙는다는 것. 이웃과 함께 아침을 상쾌하게 맞을 수 있다는 것도 이 모임의 장점이다. 회원들이 다들 사이가 좋아 주말에도 모여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여행을 즐기는 '연합 라이딩'을 떠나기도 한다. 일산 바이크 버스는 일산호수공원에 모여 서울까지 자전거로 출근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일산 바이크 버스 블로그(srkim1031.blog.me)로 문의.


글=서지혜 리포터
사진=염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