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두 바퀴"… 자전거 튜닝 열풍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이

입력 : 2011.07.02 03:05 | 수정 : 2011.07.02 19:24

안장 바꾸고 타이어 교체 성능 개선·겉모양 꾸미기 대나무 자전거도 등장
중고 자전거 구입한 뒤 프레임 빼고 모두 바꾸기도 일종의 창작 활동인 셈

변속이 안되는 싱글 미니벨로(왼쪽)를 중고품으로 사서 픽시 자전거로 튜닝한 모습. 얼핏 보기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지만, 뒷바퀴 브레이크를 떼어내고 속도 전달장치와 타이어를
바꿨으며 프레임과 핸들, 페달을 새로 도색해 자전거 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전거로 변신했다.
/이창용씨 제공
변속이 안되는 싱글 미니벨로(왼쪽)를 중고품으로 사서 픽시 자전거로 튜닝한 모습. 얼핏 보기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지만, 뒷바퀴 브레이크를 떼어내고 속도 전달장치와 타이어를 바꿨으며 프레임과 핸들, 페달을 새로 도색해 자전거 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전거로 변신했다. /이창용씨 제공
생활용품을 구입한 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거나 부품을 바꿔 성능을 개선시키는 튜닝(tuning) 열풍이 불고 있다. 원래 튜닝은 악기의 음을 조율한다는 뜻이지만 이럴 땐 개인의 기호에 따르는 '맞춤화(customizing)'의 의미이다.

국내에서 튜닝이 활성화된 분야는 자동차·자전거·휴대폰·컴퓨터 등이지만, 자동차 튜닝은 외장을 꾸미는 '드레스 업 튜닝'에 그치고 있다. 엔진이나 전기장치를 바꾸는 '퍼포먼스 튜닝'은 불법이거나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튜닝시장 선발주자로 작년 6월 출범한 현대모비스 브랜드 '튜익스' 역시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페달 교환 같은 외장 튜닝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자전거 튜닝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을 포함한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어 1000만명에 육박하면서 '나만의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겉모양뿐 아니라 성능 개선에도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어 튜닝 시장은 확장 일로다.

자전거 튜닝은 크게 ▲마니아 튜닝 ▲라이딩 튜닝 ▲실용 튜닝으로 나뉜다. 마니아 튜닝은 자전거 도색을 새로 한다든가 온갖 조명을 달아 예쁘게 꾸미는 것을 뜻한다.

라이딩 튜닝은 안장이나 페달, 핸들을 바꿔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고 성능을 개선하는 튜닝이다. 실용 튜닝은 주로 자출족이 안전한 운행 또는 눈·비 같은 날씨에도 무리 없이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하는 튜닝이다. 현재 인터넷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회원 수만 41만명, 튜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전거 튜닝' 회원은 5만명에 이른다.

자전거를 구입하면 우선 벨과 전조등, 후미등을 다는 것이 첫 번째 튜닝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바꾸는 것이 안장. 특히 남자들은 평범한 안장 대신 가운데가 길게 뚫려 있는 안장을 선호한다. 이 안장은 전립선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전립선 안장'이라고 불린다. 그다음은 타이어를 자신의 용도에 맞게 바꾸는 경우가 많다. 프레임은 산악자전거이지만 타이어는 폭이 좁은 사이클용으로 바꾼 자전거를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자전거 핸들 앞이나 안장 뒤, 짐받이 위에 올릴 가방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

튜닝 마니아들의 자전거 변신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중고 자전거를 구입한 뒤 프레임만 빼고 모두 바꿔, 결국 자전거 값이 중고 구입가의 2~3배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창용(24)씨는 평범한 중고 자전거를 사서 브레이크 장치가 따로 없는 픽시(fixie) 자전거로 개조했다. 이씨는 "인터넷 쇼핑몰과 철물점에서 공구와 부품을 구해 1주일에 걸쳐 튜닝했다"며 "부품을 바꾸고 도색을 하면서 나만의 자전거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량을 가볍게 하기 위해 자전거 프레임을 대나무로 만들어 교체한 사람도 있다.

인터넷 카페 '자전거 튜닝'의 대표인 닉네임 노력맨(45)은 28만원짜리 자전거를 출퇴근 용도에 맞게 꾸준히 튜닝하며 타고 있다. 2004년부터 안양~구로디지털단지 구간을 출퇴근해 온 그는 "전혀 자전거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가 의외로 훌륭한 튜닝 부품이 될 때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 튜닝은 창작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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