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바이크 일본 다이센 자전거투어’동행기
- ▲ 남쪽에서 바라본 다이센. 5월말인데도 암릉을 이룬 정상부 협곡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 ▲ 사카이미나토(境港)에 도착한 후 출발을 앞두고 단체 기념사진
주최·주관 : 오디바이크
진행 : 박기만(돈키호테)
장소 : 일본 돗토리현 다이센(大山)
일시 : 2014년 5월 15~18일(3박4일)
코스 : (1일차) 사카이미나토-미호만 해안도로 - 히노강 - 홍구다이센전망주차장 - 숲의나라(모리노구니) - 다이센자연역사관 - 마스미즈고겐 - 미쓰쿠에 - 큐카무라호텔(60km)
(2일차) 큐카무라호텔-지조고개-베쓰미아-기지-센죠산-하기와라-히토이키사카고개 -아카마쓰-요나고-히노강-미호만 해안도로-사카이미나토(85km)
총 라이딩거리 : 145km
오디바이크가 고객과 함께 달리는 사은행사로 ‘오디바이크 일본 다이센 투어’를 진행했다. 오디바이크 제품을 구입 후, 기간 내에 정품 등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당첨된 20명의 고객과 일본 돗토리현(鳥取縣)에 있는 다이센(大山, 1729m) 자전거 투어를 다녀오는 행사였다.
지난 5월 15일, 오디바이크 최영규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과 당첨자 20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모였다. 우리가 타고 갈 DBS크루즈훼리는 동해를 중심으로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동해(한국)-사카이미나토(일본)를 정기 운항하는 이스턴드림 호로 총톤수 1만3000톤의 카페리선이다.
오후 6시에 동해항을 출발한 DBS크루즈훼리는 다음날 오전 9시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境港)에 도착했다. 세월호의 여파 때문인지 탑승객이 많지 않아 입국수속은 빨리 마쳤다.
미호만의 잔잔한 동해 바닷길
- ▲ 1 미호만(美保灣)을 따라 장대한 해안길이 뻗어난다. 오른쪽 멀리 다이센이 살짝 보인다 2 미호만 해안도로 옆은 소나무 숲이다. 숲 속으로 난 싱글트랙을 달리며
사카이미나토는 돗토리현 북서단에 위치한 항구로 활처림 휘어진 유미가하마(弓ヶ浜) 반도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미호만(美保灣)을 따라 넓은 백사장과 길게 늘어선 소나무숲으로 유명하다. 사카이미나토 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길이 800m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미즈키 시게루’라는 인기 만화가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조성한 청동으로 만든 ‘요괴거리’로 유명하다
- ▲ 1 요도에초 나카마(淀江町 中間) 지역의 마을길. 정갈하고 단정한 일본의 마을길은 언제나 부럽다 2 모리노구니(森の國) 캠핑장.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3 다이센을 한바퀴 도는 환상도로 출발점인 다이센자연역사관 직전 4 다이센자연역사관에서 환상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 때 초반에 해당하는 서남쪽의 오야먀칸죠도로
항구를 조금 벗어나면 동해와 접해있는 탁 트인 미호만을 따라 달리는 해안선 코스로 출발부터 기분이 상쾌하다. 동해의 푸른바다를 조망하며 새하얀 백사장과 소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모두들 환호성을 질러댄다.
해안선을 따라 저 멀리 바라 보이는 다이센(大山), 동해에서부터 서서히 솟아오른 모습은 마치 한라산을 닮았다. 웅장하고 장쾌하게 우뚝 솟아오른 영험한 산세를 바라보니, 모두들 가슴이 고동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호수 같이 잔잔한 미호만의 청정 바다는 이방인을 반기는 듯 평온하다. 내 기억속의 동해는 항상 거친 파도와 검푸름으로 상징되는데, 이렇게 호수처럼 파도 하나 없는 고요한 동해를 마주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이센 쪽으로 끝없이 길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곧게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달려 보고, 미호만으로 흐르는 몇 개의 하천을 돌아 나가면 요도에초 나카마(淀江町 中間) 지역이다. 이곳까지는 평지로만 약 25㎞ 거리다. 요도에초 나카마에서부터는 은근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앞으로 남은 35㎞는 표고차 1000m까지 올라야 하는 심적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카마 마을 철길에서부터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는 길은 좁지만 한적하다. 일본 특유의 단아한 집들과 아기자기한 정원, 그리고 잘 조화된 자연경관은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다.
숲터널 길 따라 해발 930m의 숙소까지 업힐
- ▲ 다이센 정상부에서 흘러내리는 니노사와. 두 번째 골짜기라는 뜻으로 흘러내리는 토사를 막기 위해 띄엄띄엄 석축을 쌓아놓았다
모리노구니 캠핑장에서 다이센 방향의 24번 현도는 울창한 삼림지역으로 마치 한라산 숲길을 연상케 한다. 간간이 숲 사이로 다이센 정상부의 암릉이 흰 속살을 드러낼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 ▲ 1 해발 930m에 자리한 큐카무라(休暇村)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2 호텔을 지나 1000m 고개를 넘으면 측백나무와 삼나무가 도열한 다운힐이 15㎞나 이어진다
다이센은 쓰루가미봉(1729m)을 최고봉으로 8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산으로 옛날에는 신성한 산으로 숭배되어 산악불교의 수행장으로 번성했다고 한다. 북쪽과 남쪽 사면은 험악한 단애절벽을 이루고, 정상부 계곡에는 5월 중순임에도 아직 잔설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답고 웅장한 다이센은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이며, 일본 내에서도 오르고 싶은 3대 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 ▲ 1 산정의 암벽이 배를 닮았다는 센죠산(船上山) 허리를 지나고 있다 2‘한숨고개’라 불리는 히토이키사카(一息坂, 525m)를 넘으면 사카이미나토 항까지는 오직 내리막길과 평지 해안도로가 기다린다
다이센자연역사관에서 다이센 남쪽 둘레길을 따라 숙소인 큐카무라호텔까지는 약 20㎞로 해발 600~1000m의 고갯길을 연속으로 업·다운 해야 한다. 다양한 수종의 원시림 숲길은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긴 숲터널을 이룬 곳이 많아 계절 따라 신록과 단풍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그려진다.
마스미즈고원(?水高原)에서 미쓰쿠에(御机)로 가는 길에는 다이센 정상부에서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린 새 개의 계곡이 있다. 각각의 명칭은 이치노사와(一の?), 니노사와(二の?), 산노사와(三の?)이다. 산사태가 얼마나 심한지 돌로 쌓은 계단식 축대가 상류쪽으로 겹겹이 쌓여 있다. ‘니노사와’와 ‘산노사와’가 있는 곳이 오늘 코스 중 가장 높은 해발 970m 지점이다.
다이센 환상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국의 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울창한 침엽수가 뻗어나간 지역이 있는가 하면, 너도밤나무 숲이 포근하게 감싼 곳도 있어 산을 찬찬히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다.
환상도로 최하단부인 해발 610m에 위치한 미쓰쿠에(御机)에서 북동쪽으로 6㎞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숙박지인 큐카무라(休暇村) 호텔이다.
히노군 고후초(日野郡 江府町)의 해발 930m에 위치한 큐카무라호텔은 다이센 남동쪽 기슭의 원시림에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넓은 잔디밭과 가라스가센(烏ヶ山)이 인상적으로 바라보이는, 시야가 탁 트인 위치에 자리한 곳이다.
온천욕을 마치고 모두가 함께한 만찬. 오디바이크 최영규 대표가 별도로 준비해 준 술과 와규로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고 깊은 밤을 보낸다.
1000m 고개 넘으면 길이 15㎞ 다운힐
- ▲ 산을 다 내려온 히에즈쵸 농로를 지나며. 다이센이 저 멀리 물러나 있다
오늘은 호텔에서 다이센 북쪽의 둘레길을 돌아서 출발지인 사카이미나토까지 85㎞를 가야 한다. 대체로 내리막이지만, 오르막 구간도 만만치 않게 많다.
큐카무라호텔을 출발해 약 1㎞의 오르막을 오르면, 이번 코스 중 가장 높은 해발 1000m의 고개다. 여기서 해발 250m의 산본스기(三本杉) 갈림길까지는 표고차 750m, 길이 15㎞의 내리막이다.
곧게 쭉 뻗은 울창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숲길을 지나고, 초록으로 무성한 활엽수림의 숲길도 달리며, 때로는 탁 트인 전망대에 서서 산 아래를 굽어보는 여유로운 라이딩은 전날과 달리 싱그럽고 묘한 쾌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둡고 고요한 숲터널에서는 다이센의 영험한 정령들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다. 힘들어도 누구 하나 소리를 내는 사람도, 과하게 속도를 내는 사람도 없이, 대열 속에서 유유자적 다이센의 정령들과 교감을 나눈다.
- ▲ 올 때와는 다르게 동해의 파도가 거칠다. 파도의 포말이 4~5m까지 치솟고 있다
계속된 업다운 끝에 도착한 곳은 일명 ‘한숨고개’라 불리는 ‘히토이키사카(一息坂)’라는 고개다. 해발 525m의 ‘한숨고개’에서 사카이미나토 항까지는 오직 내리막길과 평지만이 있을 뿐이다.
아카마쓰(赤松) 마을의 농로와 숲길을 지나면 ‘적송지(赤松池)’라는 작은 호수가 나온다. 일본말로 ‘아카마츠이케’라 부르고 풀이하면 ‘붉은소나무 연못’이 되겠다.
요나고시 히에즈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뷔페식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히노강을 건너 어제 왔던 미호만을 달린다. 날씨는 청명한데 미호만에는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멀리서 온 이방인을 쉽게 보내기 싫어서일까? 방파제에 부딪친 대형 파도는 수 미터나 튀어 올랐다가 자욱한 물안개를 만든다.
- ▲ ‘요괴의 거리’로 불리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이곳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게게게노 키타로’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청동으로 제작해 길가에 선보이고 있다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는 1922년 사카이미나토에서 출생한 만화가로 22살의 젊은 나이에 라바울 뉴기니아 전선에서 폭격으로 왼팔을 잃고 평생 팔 하나로 만화를 그렸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미즈키 시게루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조성한 거리다.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모금을 통해 자신의 만화 ‘게게게노 키타로’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청동으로 제작해 JR사카이미나토역부터 혼마치 아케이드까지 약 800m에 이르는 거리를 장식했다. 그 수만 해도 100여개에 달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상점마다 만화 속 요괴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상품과 음식들이 가득해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향을 사랑하는 미즈키 시게루의 노력은 평범한 길을 관광객의 웃음으로 넘쳐나게 했다. 일본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만화 속 주인공들은 일본인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만화를 모르는 외국인들 역시 전래동화를 보는 듯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 투어문의 : 박기만(돈키호테, 010-5341-4110) http://cafe.naver.com/gbqls
> 관광정보
돗토리현 : http://tottori.or.kr
다이센 : http://www.daisen.gr.jp
큐카무라호텔 : http://www.qkamura.or.jp/kr/daisen
DBS크루즈페리 : www.dbsferry.com
글·사진 이윤기(본지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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