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자전거로 '두 바퀴의 꿈' 함께 나누다

광주광역시=홍준기 기자 이

입력 : 2014.10.23 00:37

2007년 노벨물리학상 그륀베르크… 광주과학기술원에 자전거 5대 기부

그륀베르크 교수가 지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자전거의 효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륀베르크 교수가 지스트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자전거의 효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공계 수재가 모인 광주광역시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캠퍼스에 '그륀베르크 노벨 자전거'라는 이름의 자전거 5대가 생겼다. 컴퓨터 저장장치의 성능 개선과 소형화를 이끈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출신 페터 그륀베르크(75) 교수의 이름을 딴 것이다.

2011년 지스트에 와 지금은 '노벨 그륀베르크 자성나노소재연구센터'를 이끄는 그륀베르크 교수는 자전거 예찬론자다.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면 정신이 맑아지고 체력 관리도 되니 공부와 연구에 좋다"며 학생과 연구원들에게 자전거를 권한다.

그는 '두 바퀴의 꿈' 얘기를 듣고 선뜻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두 바퀴의 꿈'은 지난달 지스트가 시작한 자전거 기부 캠페인이다. 캠퍼스 전체가 평지인 지스트에선 많은 학생이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무상 대여해온 학교 측이 더 많은 학생이 자전거를 타도록 기부 캠페인을 시작한 것. 노(老)석학은 "(자전거 기부는)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나의 작은 애정"이라고 했다.

그륀베르크 교수는 늘 밝고 열정적이지만 실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느냐"고 묻자 가볍게 올라타 날렵하게 페달을 밟았다. "높고 깨끗한 하늘과 단풍을 즐기려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게 최고죠." 그는 하루 20분씩 기타 연습을 하고, 수업 시간엔 기타 연주를 들려준 뒤 '음파(音波)'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등산도 좋아하는 그는 "아름다운 산이 많은 한국은 나를 위한 나라"라고 했다.

그륀베르크 교수는 실험 장비를 직접 디자인하고, 실험도 함께 한다. 그는 "나의 이런 적극적 태도가 학생과 동료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기 바란다"며 "한국 학생은 유럽 학생보다 조금 소극적인데, 그런 태도를 바꿔가는 것도 나 같은 교수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노벨상 수상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삼성 같은 기업이 있는 것도 노벨상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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