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자전거가 1㎞ 달릴 때마다, 1000원씩 희망이 쌓였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이

입력 : 2013.06.25 03:04 | 수정 : 2013.06.25 14:43

나눔 위해 미국 횡단한 양금용 前 전경련 국제경영원 팀장
가난한 청소년 700명… 일류 요리사로 키워낸 베트남 사회적기업 '코토'
한국지부 설립 응원 위해 6000㎞ 달리고 기부하는 '세요리따' 캠페인 벌여
횡단기 담은 책도 출간해 수익금 전액 기부하기로

13년차 직장인이 사표를 쓰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LA에서 뉴욕까지 자전거 한 대로 6000㎞를 횡단했다. 1㎞당 1000원씩 적립, 기부하는 '세요리따(세계를 요리로 따뜻하게)' 캠페인을 벌였다. 일류 요리사를 꿈꾸는 가난한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 4월 15일부터 60일 동안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한 양금용(37·사진) 전(前) 전경련 국제경영원 팀장의 이야기다.

나눔 위해 미국 횡단한 양금용 前전경련 국제경영원 팀장

"오는 10월, 한국에 '코토 인 서울(KOTO in Seoul, 이하 S코토)'이 세워진다는 소식〈2013년 3월 12일자 더나은미래 E2면〉을 들었어요. 코토(KOT O)는 13년 동안 베트남의 가난한 청소년 700명을 일류 요리사로 성장시킨 직업교육 전문 사회적기업이에요. 코토 한국 지부 설립을 알리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양 팀장은 2004년부터 약 10년간 전경련 국제경영원 CEO포럼팀에서 일했다. 국내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교육, 세미나, 학술대회, 네트워크 모임 등 지식 공유 플랫폼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다. S코토를 설립하는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 오진권 (주)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대표도 CEO포럼을 통해 만났다. 'S코토의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오 대표의 비전에 공감한 양 팀장이 '세요리따' 캠페인을 기획한 것.

CEO포럼에서 양 팀장과 인연을 이어온 CEO들도 마음을 모았다. 송경애 SM C&C(에스엠 컬처앤콘텐츠) 사장, 김창호 코오롱 대표,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오진권 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대표, 이판정 넷피아 대표 등 CEO 5명은 현금 기부는 물론 항공권, 체류비, 의류 협찬 등으로 '세요리따' 캠페인을 응원했다.

자전거 대륙 횡단은 양 팀장이 자전거로 어머니 식당 음식 배달을 하던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이었다. 중·고등학교를 자전거로 통학했고, 대학교 때는 4박 5일 동안 서울에서 통영까지 자전거 횡단을 한 적도 있다. 22살 때는 미국 맨해튼에서 '바이크메신저(자전거 퀵 서비스)'로 6개월간 일했고, 2004년부터는 눈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절약되는 교통비는 해외 빈곤 아동들에게 기부했다. 볼리비아·에티오피아·멕시코·케냐 등 양 팀장이 현재 후원하고 있는 빈곤 아동은 무려 7명에 달한다.

60일간 진행된 미국 자전거 대륙 횡단길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LA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 앞바퀴 나사가 빠져, 테이프로 고정한 채 코리아타운까지 밤새 달려야 했다.

구글 지도에 의존해 모하비 사막을 건널 때는 되돌아가고픈 충동을 수십 번 참아내야 했다. 회오리바람을 만나 죽을 뻔한 고비도 있었고, 도중에 바퀴살이 부러져 애를 먹기도 했다.

어려운 만큼 반가운 만남도 많았다. 미국 대륙을 벌써 세 번째 자전거로 횡단하는 네덜란드 60세 노인은 실시간 여정 도우미가 돼줬고, 걸어서 대륙을 횡단하던 젊은 청년은 여관 쿠폰북을 건네주기도 했다. 양 팀장은 "60일 여정을 담은 '세요리따' 스토리를 책으로 만드는 중"이라면서 "책의 수익금 전액을 코토 한국 지부에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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