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먼저 오는 곳, 제주도로 가리라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2.16 09:38

해안도로 일주 & 곶자왈과 오름지대 방랑

또 제주도야? 그렇다. 다시 제주도다. 제주도 말고는 없어서이기도 하고, 제주도만한 데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숨 죽였던 한을 2월만 되어도 그나마 풀 수 있는 곳은 한반도를 통틀어 제주도뿐이다. 조금 성급한 면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 가눌 수 없어 다시 제주도를 꿈꾼다

제주도를 수없이 다녀왔건만 여전히 제주도가 그립다. 영원히 못다 이룰 사랑처럼 제주도는 나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에게 (심지어는 외국인에게도) 꿈이고 동경이고 환상이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 제주도에 눌러 살지는 않을 것이다. 주말부부 같은 애틋함을 위해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 섬을 간간이 찾아와서 언제나 감격스런 해후를 만끽할 것이다.

제주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모슬포~송악산~산방산 해안도로다. 송악산 중턱에서 바라본 한라산 원경은 실로 일품이다. 왼쪽부터 산방산(395m), 한라산(1950m), 한라산 앞쪽의 군산(335m)과 월라봉(201m, 절벽 모양), 형제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모슬포~송악산~산방산 해안도로다. 송악산 중턱에서 바라본 한라산 원경은 실로 일품이다. 왼쪽부터 산방산(395m), 한라산(1950m), 한라산 앞쪽의 군산(335m)과 월라봉(201m, 절벽 모양), 형제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지난 20여 년 간 자동차로, 걸어서, 자전거로 제주도 구석구석을 수없이 돌아보았고, 길목과 언덕 하나하나가 정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다시 제주도행을 궁리하고, 귀찮은 운반과정을 마다 않고 자전거를 챙겨가며, 자전거 여행을 부추기는 책 <제주 자전거여행>을 5년 전에 이미 낸 데 이어 다음 달에 다시 <자전거 타고 제주여행> 책을 펴낸다. 왜 제주도를 자·전·거로 지금 다·시 가야 할까.

꼭 한번은 자전거로 일주해야 할 곳

국토가 좁다지만 오밀조밀하고 역사가 깊은 이 땅은 가볼 곳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목적지로 곧장 직진하면 이동 과정의 체험은 생략되고 만다. 자전거는 이동 과정마저 여행의 온전한 일부로 격상시켜 준다. 제주도는 아무리 많이 갔어도 자전거로 가보지 않았다면 진면목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내를 갓 벗어난 용두암~이호테우해변 사이의 해안도로 쉼터. 작년 여름 용감하게 제주일주에 나선 두 아가씨는 과연 완주를 해냈을까
제주시내를 갓 벗어난 용두암~이호테우해변 사이의 해안도로 쉼터. 작년 여름 용감하게 제주일주에 나선 두 아가씨는 과연 완주를 해냈을까

느리지만 많이 본다

자전거는 풍경과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너무 빠르면 주마간산이 되고, 너무 느리면 지루해진다. 시속 20km의 자전거가 빚어내는 세상과의 접점은 가장 넓고 깊으며, 허탈감과 따분함은 파고 들 틈이 없다.

애월읍 하귀리의 해안도로는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길로 변신한다. 꽃과 바다, 길 어디에 눈을 둬야 하나
애월읍 하귀리의 해안도로는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길로 변신한다. 꽃과 바다, 길 어디에 눈을 둬야 하나

초보자도 무리가 없다

해안도로 코스는 대체로 평지이고 숙식장소가 많으며, 길 찾기도 쉬워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제주시내 탑동해안도로에 있는 해녀상은 제주도 전체 해녀상 중 가장 분위기 있다
제주시내 탑동해안도로에 있는 해녀상은 제주도 전체 해녀상 중 가장 분위기 있다

중산간지대는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다

여기서는 해안도로와 우도, 한라산 동서의 중산간지대 코스 각 한 곳씩만 소개한다(별책부록 지도 참조). 하지만 해발 200~600m의 중산간지대는 황야와 오름, 목장, 초원이 어우러진 국내 유일의 ‘외계적’ 풍경의 보고다. 숲길, 목장길, 농로, 임도, 마을길 등등을 이으면 수많은 자전거 코스를 만들 수 있다. 해안도로를 완주하고 나면 다음에는 중산간지대로 눈을 돌려보자. 딱히 정해진 코스나 목표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방랑하는 것이 실은 가장 즐겁고 흥미롭다.

우도 쇠머리오름 분화구 내에 형성된 너른 잔디밭 뒤로 성산 일출봉이 우뚝하다
우도 쇠머리오름 분화구 내에 형성된 너른 잔디밭 뒤로 성산 일출봉이 우뚝하다

자전거를 가져갈 것인가, 빌릴 것인가

평소 타는 내 자전거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완전히 분해포장을 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 대신 배를 이용할 경우 분해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서 운반할 수 있지만 목포, 해남, 완도, 장흥, 고흥, 부산 등지로 가야 한다. 2~3시간 걸리는 쾌속선은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별책부록 지도에 배 운항정보 수록)

제주도에서도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협재해수욕장
제주도에서도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협재해수욕장

제주 현지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는데, 제주시내에 대여소는 많지만 자전거 상태가 좋지 않아 장거리는 다소 무리다. 새 봄을 여는 제주도 자전거여행이라…. 실제로는 못 간다고 해도 무슨 상관일까. 아직 황량한 이 겨울 속에서 꿈꾸고 설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반갑지 않은가.

별책부록 지도 해설

해안도로 일주 코스

해안도로 일주 코스는 제주시내의 용두암(용연)을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13구간으로 구분했다. 이동거리를 포함해 총거리는 약 240㎞이다. 용두암은 제주공항과 제주항에서 가깝고 해안도로와 이어져 있어 출발지로 잡기 좋다. 용연은 용두암 바로 옆에 있는 깊은 골짜기다.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야 바다 쪽으로 붙어가서 해안 풍경을 보기 좋다. 코스는 해안도로와 1132번 일주도로를 오가는 형식이다.

2박3일을 잡을 경우, 첫 밤은 모슬포 또는 중문 부근, 둘째 밤은 성산 일출봉으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 우도까지 다녀오려면 3박4일은 잡아야 한다. 추천 숙식 업소는 지도 참조.

섭지코지 뒤편에 나 있는 환상적인 산책로. 동화 속 풍경처럼 비현실감마저 든다
섭지코지 뒤편에 나 있는 환상적인 산책로. 동화 속 풍경처럼 비현실감마저 든다

우도 코스

우도를 다 보았다면 제주도를 얼추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우도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도봉(쇠머리오름)은 한라산이요, 돌담을 두른 밭은 중산간지대 모습이고, 틈틈이 백사장을 숨긴 거친 용암해변은 본도 해안도로에서 숱하게 보았던 익숙한 경관이다. 우도행 배는 성산포 항에서 3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천진항(또는 하우목동항)→돌칸이해변→쇠머리오름→우도등대→검멀레해변→비양도→하고수동해변→서빈백사→내륙 일주(우도파출소 직전에서 좌회전)→서천진동→서광리사무소→주흥동→우도박물관→하고수동해변→조일리사무소→아랫동네→윗동네→천진항→천진항(또는 하우목동항). 25km, 3시간 소요

성읍민속마을 북쪽의 오름지대 코스. 뒤쪽의 영주산을 벗어나면 억새만이 가득한 황야가 펼쳐진다
성읍민속마을 북쪽의 오름지대 코스. 뒤쪽의 영주산을 벗어나면 억새만이 가득한 황야가 펼쳐진다

중산간 곶자왈 코스

제주도 중산간지대만의 풍경이라면 오름과 황야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별한 경관이 있으니, 바로 ‘곶자왈’이다. 가시덤불과 자연림이 빽빽하게 밀생하는 숲인 곶자왈은 제주도 여러 곳에 분포하지만 한라산 서남부, 한경면과 대정읍 일대에 가장 넓게 펼쳐져 있다. 밀림 속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 제주도의 원시 생태와 만나는 특별한 여정이다. 흙길이 많지만 길이 평탄해서 초보자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길을 잃으면 난감하므로, 길찾기에 특히 주의한다.

오설록 티뮤지엄 앞 사거리→제주영어교육도시 방면(800m)→곶자왈(올레길 14-1코스 겹침) 진입→세번째 삼거리에서 올레길 버리고 우회전→청수리 비닐하우스 단지 통과(청수곶자왈 안내소)→청수리평화동 버스정류장 앞에서 연명로 진입(우회전)→명이동마을회관 옆 ‘명이5길’로 진입→350m 가서 ‘주가흘길’로 우회전→곶자왈 진입→문도지오름까지 직진(올레길 14-1 코스 표지기 따라감)→강정동산(직진)→150m 가서 올레길 따라 좌회전→950m 가서 좌회전 후 계속 직진→명이동 마을회관→오설록 티뮤지엄. 18㎞. 3시간 소요.

곶자왈 숲 위로 솟아난 문도지오름에서 방목중인 말을 희롱하는 이윤기 이사
곶자왈 숲 위로 솟아난 문도지오름에서 방목중인 말을 희롱하는 이윤기 이사

중산간 오름 코스

제주도, 곧 한라산은 기생화산인 오름을 368개나 거느린 오름 왕국이다. 위치에 따라 해발고도는 각양각색이지만 실제 산체의 높이는 100~200m 정도여서 조금 큰 언덕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도 최고의 오름지대는 한라산 동쪽의 중산간지대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수많은 오름들이 황야에 산재하고, 그 사이로 다른 혹성을 거니는 것만 같은 매혹의 길이 흩어져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오름지대와 황야, 목장을 돌아오는,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코스다.

성읍민속마을→알프스승마장 입구(영주산 방면 좌회전)→영주산 우회길(비포장)→황야 진입(억새밭길. 계속 직진. 오른쪽 채석장 방면으로 들어서지 않도록 주의)→영주산 초입에서 4km 가면 시멘트길 삼거리(우회전)→표선공설묘지 앞→도로 삼거리(시멘트길로 좌회전)→금백조로 합류(수산2리 삼거리. 좌회전)→4.3㎞ 직진(송당 방면 1136번 도로 삼거리. 우회전)→400m 가면 아부오름 앞→아부오름 답사 후 금백조로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 1.2km 직진(백약이오름 입구)→백약이오름 방면 시멘트길로 우회전→600m 간 사거리에서 내리막으로 우회전→넓은목장길 시작→삼나무 가로수길→넓은목장 마을(계속 직진해서 통과)→성읍저수지(공사중) 옆길→성읍민속마을 북단. 21㎞, 2시간30분 소요.

글·사진 김병훈(자전거생활 발행인)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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