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어떻게 전기자전거를 타는가?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3.04 09:54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의 흥미로운 연구

존 매카서는 포틀랜드주립대학 교통연구 및 교육센터(Transportation Research and Education Center)의 연구책임자로 지속가능한 교통수단과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존 매카서가 2014년 발표한 연구논문인 ‘북미에서의 전기자전거 : 온라인 설문결과(E-Bikes in the North America: Results from an online survey)’는 전기자전거 사용자에 대한 재미있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전기자전거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b>포틀랜드의 바이크 러쉬(Bike Rush)</b><br>하루 7500대의 자전거가 통행하는 포틀랜드 시의 호손 다리(Hawthorne Bridge)의 출근시간 풍경으로, 자전거가 다리 전체 통행량의<br> 20%를 차지한다.<br>출처. NACTO(National Association of City Transportation Officials)
포틀랜드의 바이크 러쉬(Bike Rush)
하루 7500대의 자전거가 통행하는 포틀랜드 시의 호손 다리(Hawthorne Bridge)의 출근시간 풍경으로, 자전거가 다리 전체 통행량의
20%를 차지한다.
출처. NACTO(National Association of City Transportation Officials)

필자는 아쉽게도 미국 오리건(Oregon) 주에 가본 적이 없다. 다만 이 연구를 접했을 때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대학의 연구라고 해서 떠올랐던 영화가 있는데 바로 알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다.

학창시절 보았던 영화로 초반에 명문사립 고등학교 학생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모두 고향으로 떠나는데, 미국 북서부 해안의 오리건 주가 고향인 주인공 찰리(크리스 오도넬 분)만 경제적 사정으로 고향으로 가지 못한다. 부잣집 도련님인 동급생 조지(필립 시모어 호프먼 분)는 찰리에게 왜 고향으로 가지 않느냐면서 오리건 주를 비웃는 말을 한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대한 기억

그래서 당시에 오리건 주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시골이라는 인상을 가진 적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었던 명문사립 고등학교가 위치한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버몬트)에서 오리건 주가 있는 북서부까지는 4500㎞가 넘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서로 매우 먼 곳이다.

오리건 주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며, 한반도보다 넓은 땅에 인구는 340만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만큼은 미국 내에서도 유명하다. 오리건 주 최대 도시는 인구 58만의 포틀랜드(Portland) 시인데 이곳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으로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 도시다. 자전거이용자 수와 이용인프라 측면에서 미국 내 다른 도시를 압도한다. 전기자전거도 법적으로 자전거 지위를 인정받아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b>미국 대도시별 자전거 교통분담률</b><br> 
자전거가 출퇴근에 이용되는 비율을 2012년에 조사한 것으로 포틀랜드가 6% 넘는 수치를 보여 다른 도시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포틀랜드 시는 이 6%를 2030년까지 25%로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br>출처.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미국 대도시별 자전거 교통분담률
자전거가 출퇴근에 이용되는 비율을 2012년에 조사한 것으로 포틀랜드가 6% 넘는 수치를 보여 다른 도시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포틀랜드 시는 이 6%를 2030년까지 25%로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출처.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지난 20년간 포틀랜드 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타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왔다. 작년에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라는 책에서 포틀랜드의 자전거 통근자 수가 2000년에 비해 2008년에는 8배로 늘어난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자전거로 유명한 곳에서 나온 전기자전거 연구여서 처음부터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포틀랜드주립대학 존 매카서의  전기자전거 사용자 연구

존 매카서는 2013년 3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을 통해 전기자전거 사용자 55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는 캐나다를 포함해 북미 전역에 걸쳐 있었다. 응답자 중 85%는 남성이었으며 71%가 45세 이상으로 중장년층 남성들이 전기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의 응답자는 백인이었고 71%는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30%의 사용자들은 관절염, 천식, 허리통증 등의 질환으로 인해 일반자전거를 타는데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스로틀 기능과 전동변환 키트 인기

버튼이나 핸들그립을 돌리는 형식의 스로틀을 이용한다는 사용자는 46%에 이르러 미국에서도 스로틀 방식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의 사용자는 스로틀과 페달어시스트 방식을 모두 사용하며, 13%의 라이더만이 페달어시스트 방식만을 지원하는 전기자전거 이용자로 드러났다. 이것은 100% 페달어시스트 방식만을 전기자전거로 인정하는 유럽과 다른 점이다. 유럽에서는 스로틀을 허용하지 않으며 페달어시스트 방식의 전기자전거만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다.


	<b>존 매카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연구</b><br>존 매카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제목은‘포틀랜드 도심에서 3곳의 카이저 퍼머넌트 북서부 고용센터의 전기자전거 이용 평가(Evaluation of Electric Bike Use at Three Kaiser Permanente NW Employment Centers in Portland Metro Region)’로 다소 긴 제목을 갖고 있다. 카이저 퍼머넌트는 종합병원, 전문의원, 약국, 보험 등을 아우르는 대형 통합 의료기관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80명에게 30대의 전기자전거를 주고 1년 반 동안 그 이용 패턴과 행태, 만족도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를 소개하는 웹페이지에는 전기자전거 관련 연구 자료와 발표자료, 포스터, 인포그래픽이 PDF 문서로 링크되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한 연구인‘북미에서의 전기자전거 : 온라인 설문결과’도 전문을 이곳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br>출처 : http://trec.pdx.edu/research/project/564
존 매카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연구
존 매카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제목은‘포틀랜드 도심에서 3곳의 카이저 퍼머넌트 북서부 고용센터의 전기자전거 이용 평가(Evaluation of Electric Bike Use at Three Kaiser Permanente NW Employment Centers in Portland Metro Region)’로 다소 긴 제목을 갖고 있다. 카이저 퍼머넌트는 종합병원, 전문의원, 약국, 보험 등을 아우르는 대형 통합 의료기관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80명에게 30대의 전기자전거를 주고 1년 반 동안 그 이용 패턴과 행태, 만족도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를 소개하는 웹페이지에는 전기자전거 관련 연구 자료와 발표자료, 포스터, 인포그래픽이 PDF 문서로 링크되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한 연구인‘북미에서의 전기자전거 : 온라인 설문결과’도 전문을 이곳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출처 : http://trec.pdx.edu/research/project/564

응답자의 52%는 기존의 일반자전거에 전기자전거 변환 키트를 장착해 전기자전거로 변신시켰고, 48%만이 완성 전기자전거를 구입해 라이딩한다고 답했다. 키트만 장착하는 경우와 전기자전거 자체를 구입하는 경우가 거의 반반으로 전기자전거 변환 키트 시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전기자전거

65%의 응답자가 혼자 살거나 2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주로 나이가 많은 층의 답변이었다. 반면에 72%는 이미 자동차를 한 대 또는 두 대나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전기자전거가 이동수단으로써 전적으로 자동차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말해준다. 연구 책임자인 존 매카서가 이 연구자료뿐만 아니라 여러 발표에서 중복 인용했던 인터뷰를 소개한다.

“저는 오르막길이 많은 동네에 살고 있어요. 일반자전거로는 도저히 출퇴근이 불가능했죠. 자전거로는 오르막길을 오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출퇴근을 가능하게 해주었죠.”

“저는 78세입니다.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이고 교외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려면 6.4km를 걸어가야 하구요. 즐겨 가는 쇼핑센터는 11km 넘게 떨어져있습니다. 저의 교회까지는 19km 거리죠.”

“저는 간질 증상이 있어서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해도 관절염이 심해서 탈 수가 없죠. 전기자전거는 일터로 가는 저의 유일한 이동수단입니다. 전기자전거 타기는 저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아주 피곤할 때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보다 더 빨리 일터에 도착합니다. 저는 야외에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도시를 구경하면서 자전거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지요.”

전기자전거가 삶의 반경을 넓혀준 경우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하고 시시한 자전거 타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도움과 기쁨을 준다.


	<b>‘우리는 왜 전기자전거를 타는가?’에 대한 정보디자인</b><br>포틀랜드주립대학 교통연구 및 교육센터에서 제작한 인포그래픽으로 존 매카서의 연구결과를 한 장의 포스터에 요약해 담고 있다.<P>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P>
‘우리는 왜 전기자전거를 타는가?’에 대한 정보디자인
포틀랜드주립대학 교통연구 및 교육센터에서 제작한 인포그래픽으로 존 매카서의 연구결과를 한 장의 포스터에 요약해 담고 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자전거 구입과 사용 동기

65%의 사람들이 자동차로 이동하는 특정구간을 전기자전거로 대체하기 위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답했다. 60%의 사람들이 오르막길이 있는 지역에 직장이나 집이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 구입 이유라고 밝혔다. 55%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때 힘이 덜 드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52%가 운동을 위한 목적으로 전동키트를 장착하거나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답함으로써 전기자전거 사용이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21%의 응답자는 의학적으로 자신이 일반자전거를 이용할 만한 능력이 부족해서 전기자전거를 구입하고 이용한다고 밝혔다. 일반자전거를 타는데 신체적 제약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59%는 건강을 위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반면 신체적 제약이 없다고 답한 사람 중에 6%만이 건강을 목적으로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답했다.

55세 이상의 응답자 중 33%는 ‘건강’을 구입과 이용의 목적으로 답한 반면 55세 미만의 응답자 중 13%만이 ‘건강’을 목적으로 답했다. 특히 전기자전거를 타는 목적과 동기 중 자신의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고 자전거 타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이러한 목적과 동기는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더 자주 이용하게 해준다

일반자전거를 일주일에 하루 이상 이용한 응답자는 55%에 그친 반면,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후에는 93% 이상이 일주일에 하루 이상 이용한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에는 매일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응답자도 포함된 것으로, 일반자전거에 비해 사용빈도가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전기자전거의 장점이라면 더 멀리 갈 수 있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힘을 덜 들이고 가속하며, 오르막길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응답결과에도 나타나는데 73%의 응답자가 일반자전거를 사용할 때와 달리 더 멀리 떨어진 목적지까지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b>북미에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는 지역</b><br>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미지역에서도 주 별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는 곳과 인정받지 못하는 곳으로 나뉜다. 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리건 주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br>출처 : 교통과 공동체 위한 국립연구소(NITC, National Institute for Transportation and Communities), 2014, ‘북미에서의 전기자전거 법규(Regulations of E-Bikes in North America)’, p. 22
북미에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는 지역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미지역에서도 주 별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는 곳과 인정받지 못하는 곳으로 나뉜다. 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리건 주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출처 : 교통과 공동체 위한 국립연구소(NITC, National Institute for Transportation and Communities), 2014, ‘북미에서의 전기자전거 법규(Regulations of E-Bikes in North America)’, p. 22

자전거를 타게 되면 땀을 흘리게 되고 목적지까지 이동한 다음에는 샤워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일반자전거로 이동한 후 67%의 사람들은 샤워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전기자전거를 탄 후에는 74%의 응답자가 샤워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때 '샤워'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인데, 샤워가 자전거 이용 시의 복장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샤워가 필요 없다면 평상복이나 정장을 입은 상태로 라이딩 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

일반자전거를 탈 때와 비교해 전기자전거를 탈 때는 52%의 여성이 새로운 경로로 라이딩 한다고 답했으나, 남성의 경우 42%에 그쳤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82%의 여성이 일반자전거로는 가지 않았던 목적지로 간다고 답했으나 같은 질문에 73%의 남성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함께 라이딩 할 때 자전거를 더 잘 타는 가족이나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답한 사용자는 여성의 경우 23%였으나 남성은 11%에 그쳤다. 이러한 답변을 볼 때 전기자전거가 상대적으로 근력이 부족한 여성에게 더 많은 동기부여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며

이번호에서 짧게 소개한 연구는 전기자전거의 이용에 대한 사용자의 동기와 사용성, 사용패턴에 대한 것으로 하나의 연구 포맷을 제공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에 대한 사용자 연구를 하려는 분들에게 참고자료로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기자전거 사용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전기자전거의 제조, 디자인, 법규의 개정 등에 집중되었던 관심이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용자에게도 똑같이 배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연구가 내린 결론은 ‘전기자전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하고, 더 자주 타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어떻게 전기자전거를 타는가?

주상권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석사
· 2008 ㈜스피자 디자인총괄 담당이사, 아비아브 브랜드 매니저
· 2008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 2009 지식경제부 과제 <카본복합재를 이용한 초경량 접이식 자전거 제작> 연구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과제 <스포츠과학기반 고기능성 경기용 자전거 개발> 연구원
· 현 (주)명지 자전거사업부 차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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