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산수유, 벚꽃, 사과꽃 흐드러지는 섬진강 봄길 400리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4.13 09:52

봄이면 섬진강변에는 봄의 전령인 매화를 시작으로 노랗고 작은 꽃망울의 산수유와 흐드러지는 벚꽃이 서로 시샘하듯이 피어나 저절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노랫말이 흥얼거려진다. 그 꽃의 향연을 만끽하는 1박2일의 여행길, 봄날의 섬진강은 가장 멋지고 그립다.

초봄의 초록 위에 피어난 벚꽃이 아름답다.
초봄의 초록 위에 피어난 벚꽃이 아름답다.

Summary

거리 : 154㎞   난이도 :

<주요경로>
1일차 : 광양 옥곡역 ~ 매화마을 ~ 평사리 ~ 화개장터 ~ 구례 ~ 가정마을(76㎞). 4시간 30분 소요
2일차 : 가정마을 ~ 곡성 ~ 남원 ~ 순창 ~ 임실(76㎞). 6시간 소요

광양 옥곡역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를 떠나보낸 나그네 발길은 내리는 비에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어디 마른 몸으로 빗속으로 선뜻 나서기가 쉬운가 말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섬진강변의 벚꽃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기대로 가득해 있어 자전거 바퀴를 굴렸다.

자전거길은 때로 물을 건넌다.
자전거길은 때로 물을 건넌다.
옥곡에서 동쪽으로 8㎞ 정도 가면 섬진강이 남해의 푸른 바다를 드디어 만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섬진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참이다. 하구에서부터 벚꽃은 이미 활짝 피어 있다. 비는 내리지만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은 화사하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 그런지 일견 가부키 화장을 한 여인네의 모습 같기도 한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1 섬진강 자전거길 곳곳에 종주인증센터가 있다. 2 곡성군 가정마을의 한옥민박에서 하루를 묵었다.
1 섬진강 자전거길 곳곳에 종주인증센터가 있다. 2 곡성군 가정마을의 한옥민박에서 하루를 묵었다.

사군자 중 으뜸인 매화의 고장 ‘광양매화마을’

광양매화마을에 이르면 산자락에서 강변에 이르기까지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매화는 다른 꽃들이 깨어나기 전에 피어나 단연 관심을 끈다. 눈이 오는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 하여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1 평사리 인근부터 구례까지 30여㎞나 이어지는 벚꽃 길 2 섬진강변에서 만난 동백꽃. 꽃송이 째 후두둑 떨어진 동백꽃은 청마 유치환의 詩 ‘동백꽃’ 중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라는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1 평사리 인근부터 구례까지 30여㎞나 이어지는 벚꽃 길 2 섬진강변에서 만난 동백꽃. 꽃송이 째 후두둑 떨어진 동백꽃은 청마 유치환의 詩 ‘동백꽃’ 중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라는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매화는 섬진강변 곳곳에 피어 있지만, 도사리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꽃구경하기에 으뜸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아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며 5만여 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마치 순백의 눈을 뒤집어쓴 것 같다. 꽃동산이라 해도 좋을 만큼 풍경이 빼어나 〈취화선〉 등 영화의 촬영 장소로도 등장했다.
섬진강 자전거길. 다행히도 섬진강은 자전거도로 외에는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어 아름다운 강변마을의 모습을 보존했다.
섬진강 자전거길. 다행히도 섬진강은 자전거도로 외에는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어 아름다운 강변마을의 모습을 보존했다.
매화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섬진강 건너편으로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건너다보인다. 평사리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자 드라마의 촬영지로 언덕 위에 지어진 최참판댁 누마루에서 평사리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그만이다. 평사리 들판 한가운데에는 부부소나무로 불리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있어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모은다.
1 강변 둔덕에 자리한 사과밭에도 꽃이 한창이다. 2 평사리 들판의 부부소나무
1 강변 둔덕에 자리한 사과밭에도 꽃이 한창이다. 2 평사리 들판의 부부소나무
이즈음 섬진강은 이리저리 널따란 모래톱이 인상적이다. 섬진강은 재첩으로도 유명한데, 그 재첩이 바로 이 모래에 산다. 섬진강은 준설이나 보 건설 위주의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고 자전거도로만 조성한 것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배알도 해수욕장
배알도 해수욕장

영호남 화합의 상징 ‘화개장터’

화개장터에 이르면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치장한 남도대교를 먼저 만나게 된다. 화개장터는 강 건너 하동 쪽에 있어서 남도대교를 건너가면 된다.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로 너무나 유명해진 장터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달리 설명이 필요 없겠다. 이제는 유명세 덕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말이면 교통체증이 발생해 더 이상 ‘시골장터’가 아니다. 약초나 일부 특산물을 제외하면 특별한 지방색이나 특색이 없어 그냥 방문했다는 발도장만 찍고 지나치게 된다.

화개장터 앞의 남도대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화려하게 단장된 남도대교는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한다.
화개장터 앞의 남도대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화려하게 단장된 남도대교는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한다.
앞서 지나온 평사리 부근부터 벚꽃 길은 화개장터를 거쳐 구례를 지날 때까지도 계속된다. 주말에는 차량이 많아 자전거 타기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지만, 화개장터 부근만 지나면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쌍계 사십리 벚꽃 길’로 알려진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약 5㎞의 벚꽃터널 또한 장관이다.
자전거 게스트하우스 ‘두가헌’(061-362-3430)에서는 섬진강 풍경이 창밖에 가득하다.
자전거 게스트하우스 ‘두가헌’(061-362-3430)에서는 섬진강 풍경이 창밖에 가득하다.

三大三美의 고장 구례

구례는 예로부터 ‘三大三美’의 고장이라 했다.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三大는 지리산, 섬진강, 구례들판, 三美는 수려한 경관, 넘치는 소출, 넉넉한 인심을 말한다. 지리산을 두발로 오르지는 않지만 산 아래서 감상하고, 섬진강과 구례들판을 가로 지르면서 경관과 인심을 느낄 수 있으니 자전거여행이야말로 구례의 ‘三大三美’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광양에서 출발해 매화마을, 평사리 들판, 화개장터, 구례를 지나 76㎞를 달려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가정마을에 도착했다. 곡성군 청소년야영장을 지나 가정마을로 올라가면 마을에서 공동운영하는 한옥민박이 있다(061-363-1637). 내리는 비에 초라한 몰골의 자전거 여행객을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다행히도 다음날은 비가 개었다. 개인날씨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아직 구름이 낮게 깔린 섬진강은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곡성 기차마을을 지나 남원과 순창의 들판을 지나면 임실에 이른다.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에는 섬진강이 낳은 시인 김용택의 생가가 있다. 그는 섬진강에서 나고 자라면서 섬진강의 품을 누구보다도 가슴속 깊이 느꼈다.

섬진강 <김용택>

자전거길은 때로 물을 건넌다
자전거길은 때로 물을 건넌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밤 같은 토끼풀꽃,
숯불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중략>

투어 가이드

섬진강 자전거길은 광양 배알도 해수욕장에서 임실 섬진강댐까지 총 154㎞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대중교통(기차, 버스)을 이용하면 좋다. 다만, 광양이나 임실은 버스터미널이나 역에서 자전거도로까지의 거리가 있는 편이고 차량이 많은 도로도 있어 자전거로 접근이 쉽지 않다. 그나마 남원에서는 강변 자전거도로를 통해 섬진강까지 접근이 쉬운 편이다. 이 글은 2014년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라이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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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산수유, 벚꽃, 사과꽃 흐드러지는 섬진강 봄길 400리

글·사진 엄기석(www.bike-explorer.kr)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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