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5.26 11:07

전기자전거 업체의 대향연

올해도 어김없이 타이베이 사이클쇼가 열렸다. 올해 타이베이는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서 그간의 방문 기억을 통틀어 가장 더웠지만 하늘은 가장 맑았다. 4일 일정으로 둘러본 타이베이 사이클쇼에 등장한 전기자전거를 살펴 본다

전기자전거로 물든 대만 자전거쇼

전시회의 공식명칭은 타이베이 사이클쇼(Taipei Cycle Show)다. 편의상 여기서는  대만 자전거쇼로 부른다. 대만은 자전거 제조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쇼에 나온다. 그 중에 전기자전거 부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예전보다 많아졌으며, 기존 부품 회사들도 전기자전거용 부품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다.

슈발베 타이어는 전기자전거용 타이어 라인업을 내놓은 지 오래고, 알에스티(RST)와 에스알선투어(SR Suntour) 같은 포크 전문회사도 30~50㎜ 트래블의 전기자전거 전용 쇽(Shock)을 내놓고 있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브레이크 전문회사 텍트로(Tektro)는 전기자전거용으로 고급스러운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갈아탔다.

대만의 전기자전거 시장은 연간 약 5만 대 규모로 우리나라의 2만 대보다 훨씬 크지만 내수용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는 시장이 작아 자전거쇼에 나오는 전기자전거와 부품의 타겟은 유럽과 북미시장이다.

바이온엑스를 장착한 오야마의 팻바이크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오야마는 팻바이크에 바이온엑스 D-500을 장착한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팻바이크와 전동시스템의 결합은 이번 자전거쇼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바이온엑스 D-500은 500와트의 힘을 뿜어내는 바이온엑스의 신제품으로 고성능 전기자전거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www.oyama.com.tw)

BH의 전기자전거 이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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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BH는 다운튜브에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에보(EVO)라는 이름의 27.5인치 산악자전거다. 여기서 이모션(Emotion)은 이지모션(Easy Motion)의 줄임말로 BH의 전기자전거 라인업의 명칭이다 (www.bhbikes.com)

머스태쉬 전기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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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머스태쉬는 보쉬 시스템을 장착한 시티바이크를 내놓았다. 런디(Lundi)라고 부르는 이 전기자전거는 강렬한 컬러와 단순한 조형미로 도심형 자전거의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은 약 390만원이다 (www.moustachebikes.com)

시마노 전동시스템의 도약

보쉬 전동시스템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6개월 전의 유로바이크와 비교해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시마노의 전동시스템인 스텝스(Steps)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완성자전거 브랜드들도 시마노 스텝스를 단 모델을 많이 내놓았고, 프레임 회사들도 시마노 스텝스 장착이 가능한 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크랭크 모터를 프레임에 장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인 알루미늄 캐스팅 부품도 자주 보였다. 시마노가 자전거 제조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시마노가 같은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어 부품의 수급과 기술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더 원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장점에 기울었을 것이다. 시마노 스텝스는 전동식 내장 변속기인 알피네 Di2와의 조합으로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며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 같은 벨트 드라이브와의 궁합도 잘 맞는다.

시마노 스텝스는 고성능 산악자전거에 장착되는 보쉬의 500와트 버전이나 시속 45㎞를 낼 수 있는 스피드 페델렉(Speed Pedelec) 버전은 없지만 시마노의 차기 모델로 기대해볼 수 있다. 이번 대만쇼에서 시마노 스텝스는 주로 도심형 자전거, 하드테일 MTB, 팻바이크, 카고 바이크 등에 장착되어 보쉬와 큰 충돌은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은 전 세계 자전거 공급자 역할을 해왔고 수요처인 유럽을 타겟으로 시마노를 장착한 완성자전거를 선보이고 있으므로 유럽시장을 놓고 시마노와 보쉬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마노 전동시스템을 장착한 메리다의 완성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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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는 시마노 전동시스템을 장착한 전기자전거 에스프레소(Espresso)를 내놓았다.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전동시스템을 탑재한 것인데, 이번 대만쇼에서는 이처럼 시마노를 채택한 완성자전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진의 모델은 유럽전용 모델로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시판하고 있다 (www.merida-bikes.com/nl_nl)

바팡 맥스 드라이브의 등장

1년에 100만개의 모터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바팡이 맥스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첫인상은 외관 디자인부터 중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느낌을 준다.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를 테스트 트랙에서 직접 체험해본 느낌은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지속적으로 밀어주는 넉넉한 토크감으로 인해 오르막을 오를 때도 경쾌함을 잃지 않았다. 현재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보쉬나 시마노와 비교해도 성능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서 보쉬나 시마노 대비 얼마나 낮은 가격으로 완성자전거 업체에 공급되는지 알 수 없으나 그간 바팡의 행보로 보아 기존 업체가 긴장할만한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운튜브 형태의 배터리 디자인은 다소 큰 느낌을 주었는데 일반적으로 40개 정도의 셀을 넣은 것에 비해 48개의 18650셀을 넣느라 부피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보다 먼 거리를 가야하는 사용자에게 48개의 셀은 충분한 주행거리를 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다는 바팡 관계자의 소개를 통해 조만간 많은 완성자전거 업체들이 바팡 맥스 드라이브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번 8월 말에 열리는 유로바이크에만 가도 바팡 맥스 드라이브를 장착한 완성자전거가 눈에 띄게 늘어나 있을 것이다. 디비제로(db-zero) 전기자전거로 유명한 대만의 디케이 시티(DK City)가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를 선보였다. 이름은 스카이라인이다.

디케이시티의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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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디케이시티는 러닝머신과 헬스자전거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9년에 디비제로라는 전기자전거를 발표해서 큰 주목을 끌었던 디케이시티가 이번에는 바팡을 채택한 전기자전거 스카이라인을 내놓았다. 배터리는 다운튜브에 있다. (www.dkcity.com)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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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팡이 개발한 전동시스템인 맥스 드라이브(Max Drive)가 양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기존의  중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맥스 드라이브를 통해서 고급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바팡의 노력이 엿보이는 제품이다. 리어렉 타입의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60개의 18650셀을 넣어서 43V 450Wh의 용량으로 넉넉한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고성능 셀을 장착할 경우 용량은 690Wh까지 늘어난다. (www.szbaf.com)

다양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에 대응하는 프레임

유럽시장 기준으로 전기자전거 구동 시스템에서 미드 드라이브의 인기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미드 드라이브의 특징이라면 각 회사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게끔 프레임 디자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허브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이번 대만쇼에서는 프레임 제조회사들이 다양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에 맞는 프레임을 선보였다. 보쉬, 시마노, 야마하, 트랜즈 엑스, MPF드라이브, 그린 트랜스, 컨티넨탈, 브로제 등은 고객이 전동시스템을 정하면 그에 맞게 프레임을 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프레임 제조에 있어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는 키네시스(Kinesis)나 아스트로(Astro)도 각각의 전동시스템에 대응하는 프레임 샘플을 전시했다. 미드 드라이브에 있어서 보쉬와 시마노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시스템들도 사라지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페어리의 이플로우는 고성능 TDCM 모터를 장착한 모델과 함께 컨티넨탈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한 모델 또한 내놓았다.

컨티넨탈 시스템을 탑재한 이플로우 전기자전거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대만 페어리(Fairly)의 전기자전거 이플로우(Eflow)는 이번쇼에서 컨티넨탈의 전동시스템을 탑재했다. 컨티넨탈은 내부에 벨트 방식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해 보다 조용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이플로우는 전기자전거 분야의 스타 디자이너인 노베르트 할러(Norbert Haller)가 디자인했다. (eflow-europe.de)

시마노 전동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한 카본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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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제조사들은 종류가 많아지는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프레임을 내놓았다. 사진은 대만의 아스트로 엔지니어링이 내놓은 카본 프레임으로 시마노 스텝스를 장착하기 위한 프레임이다 (www.astroeng.com.tw)

눈길을 끄는 다양한 전기자전거들

나무 패널로 만들어서 유명한 샌드위치 바이크도 전기자전거 버전을 내놓았다. 나무 패널 사이에 배터리를 숨기고 앞바퀴에 모터를 장착해서 첫인상은 일반 샌드위치 바이크와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이탈리아의 네오엑스(Neox)는 독자개발한 전동시스템을 프레임 안에 내장한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프레임의 전삼각과 후삼각에 해당하는 부분을 볼트로 연결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가격은 500만원대로 높은 편이며 제품에 개발자들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특징인 다이렉트 허브 드라이브 시스템의 완성자전거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프로테니엄의 애프터파이브(After5)는 카본 프레임으로 명쾌한 프레임 디자인과 경량화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일반자전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전기자전거라고 말하기 전에는 일반자전거로 착각할 정도로 전동시스템이 자전거에 잘 녹아 들어있다. 유럽에서 시속 45㎞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로 번호판을 장착해야 한다.

지난 호에 소개했던 베스비(Besv)를 시승했다. 예상대로 전동시스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느낌에 있어서는 그 동안 경험해보았던 전기자전거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터페이스도 단순하게 만들어서 특별한 설명 없이 바로 탈 수 있도록 직관성을 갖추었다. 단점이라면 높은 가격과 프레임이 한가지 사이즈 밖에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베스비의 플래그십인 LX1은 부드러운 움직임과 안정적인 조향이 돋보였고, PS1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도심이동수단의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듯했다.

휠러(Wheeler)는 도심형 자전거 모델에 올인원 타입 전동 휠인 제후스(Zehus)를 달았다. 앨리(Alley)라 부르는 이 모델을 만든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변속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 구조적으로 오르막길 성능이 떨어지지만 도심 이동시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깔끔한 디자인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전기자전거임을 드러내지 않는 단순함이 매력이다.

자동차회사 포드는 접이식 자전거회사 다혼과 손잡고 도심형 이동수단 모드미(MoDe:Me)를 내놓았다. 이 전기자전거는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자동차회사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접이식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싣거나 대중교통에 갖고 탈 수 있다. 모드미를 자세히 보면 단순히 전시를 위한 프로토타입에 끝나지 않고 양산을 염두에 둔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나 공식적으로 출시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기자전거가 삶의 반경을 넓혀준 경우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하고 시시한 자전거 타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도움과 기쁨을 준다.

이탈리아의 전기자전거 네오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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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엑스는 자체 개발한 전동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배터리는 다운튜브에 위치하고 있으며 후륜을 지지하는 스테이는 편축 디자인이다. 프레임의 전삼각 부분과 전동시스템이 만나는 부분은 볼트로 체결한 구조다. 가격은 약 550만원이다 (www.myneox.it, 사진: 김창원)

샌드위치 바이크 전기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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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샌드위치 바이크도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배터리는 다운튜브 나무 패널 사이에 감추고 있으며 전륜에 모터를 장착했다. 이 전기자전거는 2015년 타이베이 사이클 디앤아이 어워즈(Taipei Cycle d&i awards) 금상을 수상했다(www.sandwichbikes.com, 사진: 유명우)

프로테니엄의 애프터파이브 전기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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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니엄이 카본 프레임으로 제작한 전기자전거 애프터파이브(After5)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속 45㎞로 달릴 수 있는 이 모델은 유럽에서 번호판을 장착해야 달릴 수 있다. HMI는 스템과 일체형으로 장착되어 있으며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난 방지 효과도 있다. (www.protanium.com, 사진: 유명우)

전자제품 회사가 만든 베스비 전기자전거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대만의 다폰전자가 만든 베스비는 뛰어난 마감품질과 부드러운 주행감을 자랑한다.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어서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사진은 LX1이라는 모델로 가격은 500만 원대다. (www.besv.com)

휠러가 만든 전기자전거 앨리(Alley)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휠러는 이탈리아의 제후스를 단 자전거를 선보였다. 단정한 느낌의 자전거 뒷바퀴에 장착된 크롬도금 허브가 바로 제후스다. 제후스 안에는 배터리, 모터, 컨트롤러가 내장되어 바퀴 자체로 전기자전거의 기능을 한다. 원래 자전거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기자전거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사진: 김창원)

포드와 다혼이 만든 전기자전거 모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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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와 다혼은 접이식 전기자전거 모드미를 내놓았다. 접어서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 콘셉트로 제작한 프로토타입인데 양산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다.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에 대한 거대 자동차회사의 고민이 담겨있다. (media.ford.com, 2015년 3월 2일자)

마치며

대만 자전거쇼는 유로바이크나 인터바이크와 달리 제조자 중심이어서 완성자전거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나만의 브랜드를 가진 자전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설레게 하는 자리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초면에 무시하는 제조업자들도 더러 만나게 되지만, 새로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적은 수량이라도 챙겨주는 업체들도 많다. 자전거라는 관심사를 갖고 같은 업종에 종사한다는 공통분모는 아직까지 해외업체와의 협업 없이 자전거를 완성할 수 없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특히 전동시스템과 나머지 부품의 조합이 관건인 전기자전거 분야가 더욱 그렇다.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쇼의 전기자전거들

주상권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석사
· 현 ㈜명지 자전거사업부 차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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