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세 개 넘나들며 해변과 산길 달려봐!

글·김기환 차장 ghkim@chosun.com 이 사진·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이

입력 : 2015.08.26 10:02

다리로 연결된 신도, 시도, 모도의 속살을 들춰보다

영종도는 이제 섬이라 불리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인천대교와 같은 초대형 다리와 신도시가 건설되며 가장 핫한 개발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바다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영종도 주변에는 아직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호룡곡산과 하나개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무의도이고, 최근 장봉도가 새로운 섬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데에 이어 신도·시도·모도가 자전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시도 남쪽 끝 느진구지해변에서 점프하며 몸을 풀고 있는 취재팀. 바로 앞에 작은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장봉도 가는 길에 들르게 되는 신도는 산길이 짧아 본격적인 산행지로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 잠깐이면 들어갈 수 있는 쉬운 접근성 때문에 섬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게다가 신도(信島)는 시도(矢島), 모도(茅島)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손쉽게 왕래가 가능하다. 따로 떨어져 있지만 의좋은 형제처럼 매우 가까운 섬이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1 신도 가는 배에서 만난 갈매기들. 열정적인 날갯짓으로 여행객을 환영했다.

이 섬들의 지명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신도는 주민들의 인심이 좋아서 서로 믿고 살아간다는 의미를 지녔고, 시도는 옛날 강화도 마니산 궁도 연습장에서 활을 쏠 때 이 섬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도는 어부가 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는데 고기와 풀이 섞여 나왔다 해서 띠 모(茅)를 섬 이름으로 썼다고 한다. 환경이나 설화보다는 섬사람들 이야기가 섬 이름 속에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신도로 가려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이곳은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이용해 접근이 쉬워 여름이면 많은 이들로 붐빈다. 특히 차량을 배에 싣고 섬에 들어가려면 2~3시간 정도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바다를 건너 신도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하다. 삼목선착장과 신도선착장은 직선거리로 2km 남짓한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이 좁은 바다도 풍랑이 심하면 배가 결항되곤 한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2 모도 끝의 배미꾸미해변의 조각공원. 3 신도와 시도를 잇는 다리가 바라보이는 해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자전거 여행에 안성맞춤인 섬
신도와 그 옆의 시도와 모도를 돌아보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자가용 차량은 편리하긴 하지만 배에 싣기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섬의 규모가 작아 갈 곳이 한정적이다. 신도선착장에서 시도를 거쳐 모도 끝의 배미꾸미 해변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약 6km에 불과하다.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섬 구석구석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좋은 자전거가 안성맞춤이다.

가장 손쉬운 것은 선착장 부근의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 섬에 놓인 도로의 경사가 완만해 큰 어려움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사실 세 섬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당일 라이딩으로도 충분히 신도, 시도, 모도의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속도를 내서 달리다 보면 섬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구석구석 섬의 속살을 구경하기 위해 짐을 싣고 천천히 유람하는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다.

“자전거 싣고 가려면 천 원을 더 내야 한대요.”

“요즘 시내버스 요금도 올랐는데, 바다 건너는 데 이 정도면 싼 거 아닌가요.”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위) 모도 남쪽 체험어장 부근의 바위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는 취재팀. (아래) 신도 구봉정 옆에서 본 영종도 일대의 조망.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는 물론 멀리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까지 시야에 든다.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뱃삯이 생각 외로 저렴한 것에 눈길이 갔다. 뭍으로 드나드는 섬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보니 국가의 지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행객들도 큰 비용들이지 않고 섬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에서 가깝고 교통비도 적게 드니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 하겠다.

배를 타고 신도를 향해 나아가는 짧은 시간도 무료할 틈이 없었다. 뱃전을 메운 갈매기들이 펼치는 격렬한 환영의 군무를 구경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난간에 매달려 갈매기 유혹용 새우과자를 투척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국제공항 바로 옆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했다.

객실에 잠깐 앉았다가 일어서니 신도선착장이 코앞에 다가왔다. 서둘러 뱃머리에 세워 둔 자전거를 추슬러 하선 준비를 했다. 신도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과 차들이 배에서 쏟아져 나왔다. 차가 선착장을 빠져나가고 도로가 한적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길을 따라 자전거를 몰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며 섬에서 하룻밤을 머물 계획이다 보니 짐이 많아졌다. 야영장비에 식량과 물까지 넉넉하게 싣다 보니 트레일러가 묵직했다. 페달을 돌리며 앞으로 나아가니 뒤에 매달린 짐이 뒤뚱거리며 자전거를 좌우로 흔들었다. 평소와 다른 주행감에 적응하며 한적한 찻길을 따라 전진했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길은 양쪽으로 갈렸다. 시도로 가려면 왼쪽 언덕을 넘어야 했다. 초반부터 진을 뺄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신도의 오르막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숨이 조금 가빠질 것 같으니 언덕이 끝났고 이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왼쪽으로 펼쳐진 넓은 바다와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를 길벗삼아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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