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꾸리고 신나게 달리자!

글·김기환 차장 ghkim@chosun.com 사진·양수열 기자 yeul04@chosun.com 이

입력 : 2015.10.16 09:54

미니멀 캠핑 채비로 떠나는 북한강 자전거길 투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자전거에 캠핑 장비를 싣고 떠나는 장거리 투어가 제격인 시기다.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건조한 공기와 서늘한 그늘은 더위를 잊게 해준다. 느긋하게 길을 달리다 텐트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랜턴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날벌레와 귀찮은 모기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역시 가을은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시즌이다.


	옛 강촌역 옆의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
옛 강촌역 옆의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

이번 달에는 북한강 자전거길을 타기로 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춘천까지 이어지는 약 70km 라이딩 코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길도 좋고 이정표도 확실해 마음 편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갈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췄다.

자전거 캠핑을 하려면 많은 장비를 휴대하고 이동해야 한다. 음식과 취사장비, 야영장비까지 모두 갖추면 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자전거 캠핑을 하려면 대부분 짐받이에 매다는 패니어 가방이나 트레일러에 짐을 싣고 간다. 하지만 가방이 커지만 아무래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강촌과 백양리역 사이의 북한강변에 넓은 억새밭이 조성되어 있다.
강촌과 백양리역 사이의 북한강변에 넓은 억새밭이 조성되어 있다.

우선 자전거부터 접이식(폴딩) 미니벨로로 바꿨다. 서울 지하철은 물론 경춘선 전철은 주말이나 휴일에만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다. 하지만 폴딩 자전거는 접어서 휴대하면 평일에도 탑승이 가능하다. 전철을 타고 이동할 때 짐이 많으면 불편하다. 한 번에 자전거와 가방을 들고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짐을 줄이려면 미니멀캠핑 외에는 답이 없다. 혼자 다닐 때는 쉘터나 해먹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두세 명이 팀이라면 텐트를 분리해서 가지고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음식은 인스턴트 제품을 비상식으로 준비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자전거길 주변에 음식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입하면서 이동하면 작은 배낭 하나로도 투어가 가능하다.

강촌~대성리 자전거길
강과 산에 가득한 가을빛을 즐기다

북한강 자전거길의 들머리는 두물머리에서 가까운 운길산역이나 춘천이다. 어느 곳이나 전철이 닿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전 구간 종주보다는 미니멀 캠핑과 함께하는 가벼운 라이딩을 즐기는 쪽으로 취재를 기획했다. 그러다보니 자전거길 접근이 쉬운 강촌역에서 출발해 대성리역으로 이어지는 40km 구간을 선택하게 됐다.


	북한강을 끼고 이어지는 데크길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북한강을 끼고 이어지는 데크길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적당한 간격으로 고목이 자라고 있는 대성리 유원지.
적당한 간격으로 고목이 자라고 있는 대성리 유원지.

“자전거 가지고 전철 타기 쉽게 짐을 최소로 줄여야 하니, 꼭 필요한 장비만 챙겨서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출발 전부터 전쟁이었다. 평소와 달리 가방이 작아지다 보니 뭘 빼야 할지 고민이었다. 옷의 수를 줄이고 침낭도 작은 것으로 바꿨다. 랜턴도 자전거용 하나만 준비했다. 그렇게 하나씩 장비를 빼고 나니 확실히 짐이 작아졌다. 소형 쉘터와 해먹으로 텐트를 대신할 생각을 하니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몸으로 버티는 것이 짐 줄이기의 지름길이었다.


	패니어 가방을 매단 미니벨로. 역사에 춘천 가는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다.
패니어 가방을 매단 미니벨로. 역사에 춘천 가는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강촌역으로 이동했다. 열차 한쪽 구석에 고이 접어서 모셔온 미니벨로를 강촌역 앞에서 펼쳤다. 가방과 배낭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헬멧을 쓰니 라이딩 준비가 끝났다. 짐이 적다 보니 확실히 간편했다. 캠핑 생활의 편안함을 어느 정도 포기했더니 몸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강촌역에서 북한강 자전거길까지는 찻길을 이용해야 한다. 지나다니는 차량과 사람이 많은 구간이다. 특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몰려다니는 사륜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했다. 천천히 도로를 타고 강촌교 직전의 삼거리까지 이동한 다음 강변으로 내려섰다. 본격적인 자전거길이 시작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넓게 펼쳐진 북한강을 보며 바퀴를 굴리며 하류를 향해 진행했다. 지금은 레일바이크 정류장으로 이용되는 옛 강촌역을 지나니 광활한 강변에 억새가 가득했다. 이제 막 이삭이 핀 하얀 억새가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억새밭 사이 산책로를 이리저리 달리다가 빠져나와 백양리역으로 향했다.


	상천으로 내려서기 직전 통과해야하는 긴 터널.
상천으로 내려서기 직전 통과해야하는 긴 터널.

백양리역은 자전거길 바로 옆에 위치해 손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날씨가 나빠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탈출하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라이딩을 시작해 힘이 넘치기에 미련 없이 통과했다. 자전거 도로는 강을 따라 굽이치며 완만한 내리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역시 강줄기 종주는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것이 손쉬웠다.

가평 시내로 접어들어 자라섬 옆의 식당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몇 해 사이 북한강 자전거길 주변에는 편의점과 식당,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덕분에 힘들게 음식을 싸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카드 한 장이면 편리하게 숙식 해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가평 자라섬에는 넓고 편리한 캠핑장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장소다. 하지만 이곳은 오토캠핑에 최적화된 시설이라 규모가 너무 컸다. 정식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호젓한 강편의 잔디밭이나 작은 숲이 오히려 미니멀 캠핑에 적합하다. 청평이나 대성리 인근에 그런 장소들이 많은 편이다.


	청평유원지의 잔디밭에서 그늘막을 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청평유원지의 잔디밭에서 그늘막을 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농가 사이로 난 넓은 포장길이 호젓하다.
농가 사이로 난 넓은 포장길이 호젓하다.

가평역 직후의 긴 오르막 끝의 터널을 통과하니 상천까지 긴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나게 속도를 내며 달리다 보니 우뚝 솟은 호명산이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청평유원지 옆의 둑을 달려 다리를 건너니 청평댐이 정면으로 보이는 넓은 둔치에 도착했다. 경치가 아름다운 장소였다. 이곳에 그늘막을 치고 호명산과 뾰루봉으로 둘러싸인 멋진 강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청평에서 대성리까지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가까운 거리였다. 여유를 부리며 강을 따르다 보니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대성리 강변이 우리를 반겼다. 느긋하게 북한강 여행을 즐기는 사이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잠자리를 정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멋진 가을날의 자전거 투어는 대성리 강변에서 즐기는 미니멀 캠핑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길게 늘어진 자전거 그림자가 늦은 오후 시간을 알리고 있다.
길게 늘어진 자전거 그림자가 늦은 오후 시간을 알리고 있다.

informatiom

북한강 자전거길은 중앙선 전철 운길산역과 경춘선 대성리역부터 강촌역 사이 대부분의 정거장 부근을 지나간다. 김유정역과 춘천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유원지 부근에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몰려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 운길산역-북한강 자전거길 시작점(양수철교)-대성리-청평-가평-백양리역-강촌-의암호-중도관광지-신매대교 약 70km


	북한강 자전거길 개념도

Minimal Camping with Bike 

Style 1

자전거 투어용 텐트로 편안하게

접이식 미니벨로(소형 자전거)와 미니멀 캠핑은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지만 역시 텐트는 큼지막한 것이 편하기 마련이다. 덩치가 큰 텐트를 이용할 때는 3명이 한 조가 되어 사용하는 것이 무게에 대한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 플라이와 폴, 본체를 각각 나누어 가지고 다니다가 야영장소에서 조립해 사용한다. 가능하면 텐트 속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넓은 전실이 있는 제품이 자전거 투어용으로 좋다.

영원아웃도어 타키(TAKHI)의 소형 패밀리텐트 ‘팬텀’은 자전거 캠핑에 적합한 모델이다. 전실은 자전거 석 대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제공하며, 이너텐트에서는 성인 2명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세 명일 경우 한 명은 전실을 이용해 취침한다. 이너텐트 없이 쉘터처럼 사용할 경우 공간을 훨씬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 www.youngonestore.co.kr


	1 타키의 자전거 캠핑용 텐트 펜텀. 2 이너텐트는 성인 2명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전실에 자전거를 보관하면 분실을 예방할 수 있다.
1 타키의 자전거 캠핑용 텐트 펜텀. 2 이너텐트는 성인 2명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전실에 자전거를 보관하면 분실을 예방할 수 있다.

Style 2

가벼운 쉘터로 자유로운 활동 공간

쉘터를 이용하면 짐의 무게와 수납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다. 초경량 타프의 경우 텐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가벼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쉘터는 이용자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완전히 막기 힘들다. 때문에 찬바람이 심하게 부는 한겨울이나 해충이 많은 여름철에는 적합지 않다. 봄가을에 이슬이나 비바람을 막아 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미스테리월 카이트 원(kite one)쉘터는 원뿔형 인디언텐트 티피(Tepee)를 반으로 자른 듯한 형태로 널찍한 공간과 뛰어난 개방감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쪽 면이 완전히 열려 있어 취침 시 아무래도 안락함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방된 면의 상단을 버클로 조여 닫힌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두 개의 쉘터를 사용하면 티피 텐트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폴이 없으면 나무에 매달아 사용도 가능하다. 홈페이지 www.mysterywall.com


	1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쉘터. 2 두 장의 쉘터를 이용해 티피를 만들면 훨씬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1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쉘터. 2 두 장의 쉘터를 이용해 티피를 만들면 훨씬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Style 3

초경량 해먹으로 별장처럼 호젓하게

홀로 자전거 투어를 즐기는 이들은 해먹(Hammock)을 사용하면 별장처럼 호젓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해먹은 폴이 필요 없고 가벼워 텐트에 비해 수납의 부담이 덜하다. 물론 나무나 기둥이 있어야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 습도가 높거나 바닥이 평탄하지 않은 경우 텐트보다 훨씬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해먹 위에 타프를 치고 하단부를 보온재로 둘러싸면 가을 추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국산 해먹 브랜드인 루엣비든의 ‘클라우드9’ 모델은 무게가 200g에 불과하다. 고강도 30D 립스톱 나일론 원단을 사용해 튼튼하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700kg을 견딜 수 있는 3mm 다이니마 코드를 고정줄로 사용해 경량화를 추구한 제품이다. 플라이와 언더퀼트(하부 보온용), 버그넷 등을 함께 사용해야 최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홈페이지 www.luettbiden.com


	1 해먹은 호젓하고 개인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2 버그넷과 플라이 등을 함께 설치하면 좀더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다
1 해먹은 호젓하고 개인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2 버그넷과 플라이 등을 함께 설치하면 좀더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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