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동수단? 세바퀴 전기자전거!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이

입력 : 2015.11.12 16:09

도심 정체 해소할 혁신적 교통수단
MIT 미디어랩서 개발한 발명품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으로 도심 외곽서도 부르면 달려와
"이젠 주차공간 고민할 필요 없어"

도시는 갈수록 복잡해진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은 21세기에 전 세계 인구 성장의 90%가 대도시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이 모이고 차가 늘어나면 오염도 심해진다. 환경프로그램은 대도시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의 교통 흐름은 원활하게 하면서 대기오염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미래 기술 연구기관으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라이언 친 연구원은 최근 첨단기술 강연회 '엠테크(EmTech)'에서 '세발자전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드론(무인기)이 하늘을 날고 무인차가 도로를 달리는 판국에 무슨 동화 같은 얘기일까.


	세발 전기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상상도. 사람이 내리면 자전거가 알아서 다음 이용자를 찾아갈 수 있다.
세발 전기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상상도. 사람이 내리면 자전거가 알아서 다음 이용자를 찾아갈 수 있다. / MIT 제공
이용자 찾아 이동하는 전기자전거

친 박사가 소개한 세발 전기자전거는 안장 쪽에 바퀴가 하나 있고 앞쪽에 바퀴가 두 개인 형태다.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갈 수도 있고 언덕길을 만나면 250와트 전기모터의 힘으로 시속 20㎞로 달릴 수 있다. 언뜻 보면 거리에 흔한 전기자전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오늘날 도시에 유행하는 세 가지 트렌드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자율성과 공유, 그리고 전기화이다.

자율성은 무인 자동차처럼 자전거가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퀴가 세 개여서 사람이 없어도 넘어지지 않는다. 광학 센서와 레이더로 자전거 도로의 차선과 장애물을 감지한다. 내비게이션(길 안내) 시스템에 목적지를 전송하면 알아서 찾아갈 수 있다. 덕분에 사람이 타지 않을 때는 택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때는 짐이 떨어지지 않게 가리개로 덮으면 된다.

자율 주행 기능은 공유 트렌드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지금도 많은 도시 정부가 공용(共用) 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공용 자전거의 수요와 공급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곳에서는 자전거가 남아돌고 다른 곳에서는 거치대가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들은 온종일 트럭을 몰고 자전거를 수거해 부족한 거치대로 옮기는 일을 반복한다.

세발 전기자전거는 공용 자전거의 수요·공급을 스스로 맞춘다.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이 스마트폰 앱(app·응용프로그램)으로 요청하면 자전거 도로를 끊임없이 달리는 세발 전기자전거 중 가장 가까운 자전거가 알아서 찾아온다.


	MIT는 도시의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원래 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시티카’를 개발했다. 시티카는 스페인 기업들이 상용화에 나서 2012년 1월 시연회(위)까지 가졌지만 나중에 조작으로 밝혀졌다. 후속작인 세발 전기자전거는 사람이 타지 않고 짐만 옮기는 자율 택배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아래).
MIT는 도시의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원래 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시티카’를 개발했다. 시티카는 스페인 기업들이 상용화에 나서 2012년 1월 시연회(위)까지 가졌지만 나중에 조작으로 밝혀졌다. 후속작인 세발 전기자전거는 사람이 타지 않고 짐만 옮기는 자율 택배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아래).
시티카 실패 딛고 자전거로 전환

MIT 미디어랩이 도심을 달릴 초소형 수송수단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켄트 라슨 박사가 이끄는 MIT 연구집단 '도시 과학 이니셔티브'는 앞서 공용 자전거와 같은 개념의 초소형 공용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바로 2인용 전기차 '시티카(CityCar)'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크기였다. 2인용으로 워낙 작은 데다 사람이 내리면 더 접을 수 있다. 덕분에 일반 승용차 3대가 가로로 주차한 공간에 시티카는 10대를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40%가 주차 공간을 찾아헤메는 자동차에서 나온다는 점을 비춰볼 때 시티카는 도시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을 줄일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티카는 스캔들로 얼룩졌다. 스페인 기업들이 시티카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정부와 유럽연합 등에서 8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마침내 2012년 1월 유럽위원회(EC)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시형'이란 뜻의 '히리코(hiriko)' 전기차의 시연회가 열렸다. 그런데 3년 뒤 히리코 개발의 주역들이 모두 공금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는 문을 닫았다. 시연회에 선보인 히리코도 사실 강력접착제와 찍찍이(벨크로)로 엉성하게 붙인 가짜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래픽] 공유형 세발전기자전거(PEV) 개요
MIT 측은 "히리코 상용화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미 히리코는 폐물이 된 기술"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슨 박사는 "당시엔 주차 공간을 줄이는 것이 과제였는데 이제는 아예 주차가 필요없게 됐다"고 말했다. 바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율 주행 전기자전거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세발 전기자전거는 시티카와 달리 제 길을 똑바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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