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이 밤의 끝을 잡거나, 혹은 새벽을 열거나

바이크조선

입력 : 2016.10.13 15:34 | 수정 : 2016.10.13 15:36

삶의 활력소, 자전거를 타는 이유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일상은 다양하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잔업을 처리하느라 야근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는 날도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당신의 평일 밤은 어떠한가?


	자전거로 이 밤의 끝을 잡거나, 혹은 새벽을 열거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쳇바퀴 같은 삶. 주중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도 칼퇴(칼 같이 퇴근) 이후의 여유 있는 시간을 꿈꿔 보지만, 현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야근과 회식의 연속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졌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아침 출근 시간. 지각할 새라 헐레벌떡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취미를 가지기 이전의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갔다. 그나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등의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땅히 스트레스 돌파구가 없었던 와중,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 것은 자전거였다.


	나의 사이클 메이트와 함께
나의 사이클 메이트와 함께

“자전거를 왜 타나요? 뭐가 재미있나요?” 질문에 할 수 있는 답변은 많지만, 직장인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스트레스 해소’이다.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처럼, 자전거를 취미로 가진 직장인들은 퇴근 후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힘껏 밟는 페달링으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풀 수 있다. 업힐, 평지, 다운힐의 다양한 코스들이 주는 짜릿함과 재미. 땀 흘린 만큼 더 멀리, 더 강하게, 더 오래 탈 수 있는 실력도 덤으로 따라온다.

직장인들의 평일 ‘야라’ 명코스, 남산과 북악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함께 타는 야라 고정 멤버들에게 단체 카톡방에 글을 남긴다. “8시, 반미니, 남북” 시간이 가능한 다른 직장인 친구들과 가볍게 평일 야라를 즐긴다. 혼자 외롭게 달리는 라이딩은 어떻게 타더라도 심심하고 재미없다. 야간의 짧은 도심 라이딩은 솔로잉보다 그룹라이딩이 더 안전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달리는 코스, 반미니(반포 한강공원 미니스톱)에서 남산 정상을 찍고 북악으로 향하는 과정은 반드시 서울 시내를 거쳐야 하는데, 어둠이 낮게 깔리는 시간에는 퇴근하는 많은 차들로 인해 더욱 복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서울 자덕인의 성지, 반미니(반포미니스톱)에서의 평일 저녁 모습
서울 자덕인의 성지, 반미니(반포미니스톱)에서의 평일 저녁 모습

반미니에서부터 남북을 돌고 다시 돌아오면 20㎞ 남짓한 거리. 훈련이 더 필요하거나 라이딩 마일리지를 늘리고 싶은 친구들은 남산과 북악을 다회전 한다. 남산 북악 1회전 라이딩 후 출발지로 돌아오는 기준이면 2시간 이내에 라이딩이 끝나는데, 반미니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고 각자의 삶과 자전거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러다보니 자전거인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반미니는 새벽이 되어도 많은 이들로 인해 그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한창 자전거 타는 게 즐거웠던 입문 당시에는, 늦게까지 야라를 하고 출근한 다음날에 잠이 부족해서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을 덮고 자야한들, 그 재미를 무엇이 막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전거에 푹 빠졌었다. 굳이 힘들게 훈련하는 라이딩이 아니어도, 친구들과 함께 모여 가볍게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한 후 침대에 눕는 기분이란. 뭔가 하루를 꽉 차게 보냈다는 뿌듯함으로 기쁘게 잠들던 시절이었다.


	한강에서 남북 야라 출발전
한강에서 남북 야라 출발전

야라가 힘들 직장인은 오라(오전 라이딩)를!

올해 여름은 특히나 더웠다. 폭염이 쏟아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 8월에는 태양을 피해서 열기가 사그라지는 밤이 훨씬 타기 좋았다. 야라가 좋은 계절은 가을도 마찬가지. 그러나 일이 바빠지면서 야라 할 시간이 확보되기 힘들 때도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야근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굳이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라를 선호하는 지인들이 꾸준히 늘어나 덩달아 주 1, 2회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기상령’을 넘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포근한 이불 속을 박차고 일어나게 한 계기는, 일이 바빠져 야라가 힘들어졌지만 ‘이대로 시즌 중에 올라온 몸을 다시 쳐지게 할 수 없다’라는 결심이었다.

지난겨울에 오랫동안 운동을 쉬다가, 올해 처음 안장에 올라 라이딩을 했을 때의 참담한 심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몸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보니, 그룹라이딩으로 즐겁게 타고 싶다면 지금의 실력을 최소한 유지해야만 한다.


	남산초입에서 탑스피드 평일 팀라이딩
남산초입에서 탑스피드 평일 팀라이딩

오라는 야라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한강 자전거길과 공도에는 사람과 차가 거의 없었고, 새벽의 찬 기운으로 좀 더 시원하게 달릴 수 있기에 굉장히 쾌적했다. 기상한지 오래되지 않아 몸이 굉장히 무거웠지만, 일출이 하늘 위로 하얗게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달리고 있자면 새벽을 깨우는 하루를 상쾌하게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아직 오라가 적응되지 않아 여전히 일어나기 힘들고 오후엔 사무실에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열심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기도 하다.


	새벽을 가르는 평일 오전 라이딩
새벽을 가르는 평일 오전 라이딩

직장인들 중에 자전거를 타는데 있어서 시간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 오전 출근 전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짧은 시간의 라이딩 혹은 자출(자전거로 하는 출근)을 권하고 싶다. 사이클이란 아주 정직한 운동이여서, 일주일 이상을 쉬면 그 다음 라이딩 때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고 사이클이 점점 재미없어질 수도 있다. 일부 직장인들에게는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 되서 힘들어’라는 말은 핑계가 아니라 진실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 라이더들에게 활력을 더해주는 사이클이란 취미생활을 꾸준히 즐기고 싶다면, 사이클에 최적화된 몸이 계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주기적인 라이딩은 필수이다. 우리 직장인들은 챙겨야 할 게 너무나 많지만, 시간을 쪼개며 조금 더 부지런히 운동하다보면 분명 시즌오프 전까지 가벼운 몸으로 자전거를 더 즐겁게 탈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내 생활 속에서 주 2~3회의 야라 및 주말 양일 팀 라이딩 출석할 때의 시간과 거리를 따져보면, 주 10시간 이상 거리는 200㎞ 정도 자전거를 타는 것 같다. 일주일에 몇 ㎞, 몇 시간을 타느냐의 단순 계산은 실력향상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한 목적의 라이딩이라면, 단 한번을 타더라도 목표 있게 타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다고 항상 훈련만을 위한 강도 높은 라이딩으로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반미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반포대교의 노을과 분수
반미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반포대교의 노을과 분수

직장인들은 업무로 인한 피로감으로 인해 몸의 소리를 기울이고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엘리트 선수가 아니기에 직장인은 매일 매일 일정 거리와 라이딩 횟수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단호히 얘기하고 싶다. 숫자에 갇히기 시작하면 자전거에 쉽게 싫증을 내고 슬럼프가 빨리 올 수 있다.

최소연(경영컨설턴트, 팀 엘파마 탑스피드 소속)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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