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000만 시대… 人道 무단주차 몸살

이태동 기자 이

입력 : 2016.11.19 01:06

학원가 등 아무데나 세워

-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서울 자전거 대수 222만대, 주차공간은 겨우 14만대… 거치대 설치할 곳도 마땅찮아
정부, 자동차처럼 번호판 추진

18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 이면도로. 폭 2m짜리 인도(人道)에 자전거 10여대가 어지럽게 세워져 있었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피해 일렬로 걸어가다 마주 오는 한 청년과 어깨를 부딪히자 얼굴을 찌푸렸다. 걸으면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데 정신이 팔려 주차된 자전거 뒷바퀴에 부딪히는 학생도 있었다.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의 한 출구 근처 인도에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다.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의 한 출구 근처 인도에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다. 바로 앞에 강북구가 설치한‘자전거 주차 금지’경고 표지가 무색하다. /고운호 객원기자
자전거가 1000만대를 넘어 주요한 교통·레저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용 주차 공간 같은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전거는 법적으로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아무 데나 세워선 안 된다. 자전거 거치대·보호소 등 정해진 구역이나 사유지에 주차해야 한다. 그러나 주차 공간 부족 때문에 자전거를 아무 곳에 세우는 무단 주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녹슬고 먼지투성이인 낡은 자전거들이 인도에 방치돼 보행을 방해하는 흉물이 되기도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대수는 지난해 약 1022만대로 조사됐다. 5년 전보다 약 400만대 늘어났다. 올해는 12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로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거나 학원들이 몰린 지역이 불법 주차된 자전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양지은(32)씨는 "유모차를 끌고 인도로 나가면 불쑥 튀어나온 자전거 바퀴나 손잡이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산책을 다녀오면 기분이 상쾌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머리만 아프다"고 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무단 주차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대학생 황성우(24)씨는 "이면도로에 자전거를 세워두면 자물쇠를 잘라서 훔쳐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하는 수 없이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대로변에 세워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전용 주차 공간도 태부족이다. 서울시에서 주차 가능한 자전거 대수는 전체 보유량(222만대)의 10%도 안 되는 14만여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버려진 자전거가 주차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조형철(29)씨는 "회사 근처의 거치대는 먼지 쌓인 폐자전거가 여러 대 묶여 있어 쓸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서울시가 작년에 회수한 폐자전거는 1만5300여대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래 방치된 자전거는 회수할 수 있지만, 무단 주차된 자전거는 '방치됐다'는 증명이 안 돼 회수할 수도 없다"며 "자전거 불법 주차에 범칙금 2만원을 부과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유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거의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마다 '자전거를 세우지 말라'는 표지판을 세우거나 플래카드·경고장을 붙이고 있지만 자전거 무단 주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자체에서 당장 자전거 거치대를 늘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 문제는 둘째 치고 거치대를 만들 땅이 부족하다.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려면 보행자용 공간(폭 2m)을 포함해 3.5m 폭을 갖춘 인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이미 거치대가 설치돼 있는 주요 대로(大路)변을 제외하고 이 정도 폭을 갖춘 인도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거리에 버려지거나 무단 주차된 자전거를 관리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가 자율 시행하는 등록번호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처럼 자전거도 등록번호를 달아서 소유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기주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전거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불법 주차 자전거는 소액(少額)이라도 과태료를 확실히 매겨 단속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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