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바이크조선

입력 : 2017.01.23 14:32

태항산대협곡 라이딩(완결) 도화곡 ~ 태항천로 ~ 태항평호 ~ 국제활공기지 코스

태항산대협곡의 대장정은 임려산 풍경구에서 절정을 맛본다. 풍경구는 임주시 석판암향을 기점으로 하며, 지명처럼 절벽도 집도 모두 석판으로 이뤄져 있다. 이미 수없이 보았건만 그 엄청난 절벽과 봉우리, 아찔한 괘벽공로, 오금이 저리는 전망대는 여전히 신선하고 놀랍다. 아무리 본들 태항산을 다 볼 수나 있을까. 여정의 마지막에서 완결감보다는 평생을 바쳐도 다 못 볼 것 같은 엄청난 위용과 방대함에 아득한 좌절감이 밀려온다.

	석판암향이 바라 보이는 절벽. 마을 뒤편 절벽 위로는 태항천로의 조양촌이 있다.
석판암향이 바라 보이는 절벽. 마을 뒤편 절벽 위로는 태항천로의 조양촌이 있다.

태행산대협곡은 하북성, 하남성, 산서성에 걸쳐있는, 남북길이 600km, 동서 250km에 이르는 산맥으로, 주맥에서 뻗어 나온 지맥들이 수백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태항산은 한 개의 산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산맥(대간)을 말한다.

태항산 투어의 마지막은 임려산(林慮山) 풍경구로 하남성 임주시 서쪽 10km에 위치한 임려산을 중심으로 한 국가급 풍경구이며 석판암향(石板岩乡)이 그 줌심이다. 이곳 산은 800~1700여m에 이르며, 석판암향에는 태항평호, 국제활공기지, 도화곡의 비룡협과 구련폭, 태항천로, 괘벽공로, 왕상암이 잘 알려져 있다.


	도대체 태항산은 얼마나 넓고 깊을까. 말문이 막히는 이런 장관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도대체 태항산은 얼마나 넓고 깊을까. 말문이 막히는 이런 장관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석판을 쌓은 듯한 절벽, 건물도 모두 석제

임려산 풍경구는 하남성과 산서성 사이에 있으며, 임주시 서북쪽 석판암향을 중심으로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임주시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석판암향은 해발 610m의 고지로 이곳을 기점으로 도화곡, 태항천로 왕상암, 태항평호, 선대산, 활공기지 등 다양한 코스가 전개된다. 석판암향 일대의 모든 건축물들은 망치로 내려치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낸다는 ‘저규석(猪叫石)’이라는 붉은 돌로 지어진 모습이 이채롭다. 보이는 곳마다 모두 돌기둥, 돌벽, 돌지붕, 돌계단, 돌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아마도 일대의 절벽 모두가 석판(石板)으로 겹겹이 층으로 쌓여 있어서 석판암향이 된 것 같다. 도화곡으로 가는 길 협곡 건너편 채석장에는 인부들이 열심히 저규석을 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화곡 입구에 있는 임주 태항산대협곡 기념비
도화곡 입구에 있는 임주 태항산대협곡 기념비

엄동설한에도 복숭아꽃이 핀다는 도화곡 석판암향에서 북쪽으로 1.8km 가면 넓은 주차장 내에 도화곡 매표소가 나타난다. 일반 관광객은 이곳에서 입장권을 끊고 셔틀을 타고 도화곡 비룡협까지 이동해서 관광을 시작하게 되지만, 자전거는 협곡을 따라 6km 가량 오르막을 올라야 도화동촌에 닿는다.

일반 관광객은 도화곡 매표소에서 셔틀 카트를 타고 비룡협 입구까지 올라가서 양쪽의 깎아 지른 절벽 사이의 잔도를 이용해 도화곡 협곡을 따라 걷는다. 협곡을 따라 황룡담, 이룡희주, 구련폭으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카트를 타고 해발 1200m의 태항천로를 따라 왕상암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도화곡 상류에는 구련폭과 암봉이 산수화를 빚어낸다.
도화곡 상류에는 구련폭과 암봉이 산수화를 빚어낸다.

매표소에서 깊은 협곡을 따라 상류에 있는 도화동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는 수많은 비경을 자랑한다. 도화곡은 한겨울에도 복숭아꽃이 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겨울에 피는 복숭아꽃, 한여름에도 계곡에 어는 얼음덩이, 그리고 내려치면 돼지 울음소리를 내는 저규석은 도화곡의 3대 명물이다.

도화곡 협곡 아래는 바위 옆구리에 설치된 철계단이 지그재그로 계곡을 따라 죽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다. 꼬불꼬불 흐르는 계곡물, 우뚝 솟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시원하게 쏟아내는 폭포수가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정말 아름다운 계곡이다.


	해발 1200m 내외의 절벽 상단을 달리는 태항천로
해발 1200m 내외의 절벽 상단을 달리는 태항천로

암벽에 설치된 잔도를 걷고, 때로는 고개를 쳐들 수 없는 곳과 배낭마저 통행에 지장을 주는 곳을 수시로 만나 머리를 숙이고 몸을 비틀며 더러는 앉은뱅이걸음까지 해야 하는 관광객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래도 자주 나타나는 작은 폭포와 못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황룡담, 비룡협, 구련폭 등은 거침없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폭포수를 쏟아낸다. 도화곡은 중국 내 ‘아름다운 협곡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태항산은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도화곡’이라는 지명은 ‘무릉도원’처럼 왠지 이상향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태항산은 산세가 험준해 옛날부터 전쟁을 피하거나 속세의 구속을 피해 은둔한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천하는 어지러워 수많은 나라가 흥망을 거듭했으나 자손을 낳고 길러도 세상과 단절되고, 아버지와 아들은 있지만 군주와 신하의 구별이 없는 이 깊은 산 속에서 지금이 어느 나라, 어떤 세상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은둔자에게 태항산이 곧 이상향이었지 않았을까?


	230m 수직절벽 위에 만든 유리바닥 전망대. 강심장이 아니면 지나기 어렵다.
230m 수직절벽 위에 만든 유리바닥 전망대. 강심장이 아니면 지나기 어렵다.

하늘길을 달리는 듯한 태항천로

구련폭 바로 위가 작고 평화로운 도화동촌이다. 이곳에서 태항천로 코스가 시작된다. 태항천로는 예전에 환산선이라 불렸는데 근래에 ‘태항천로’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태항천로는 도화동촌에서 출발해 고가대에 이르는 29km 구간으로 해발 1200m 내외의 절벽 상단을 달리는 코스다. 코스 아래로는 300m의 곧추선 직벽이 금방이라도 집어 삼킬 듯 입을 쩍 벌리고 있고, 위로도 한참을 바라봐야 할 정도로 웅장한 바위산이 위압감을 준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조작한 것처럼 환상적인 태항천로
컴퓨터그래픽으로 조작한 것처럼 환상적인 태항천로

깎아지른 바위절벽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고, 벽면에는 수목이 자라는 띠가 가로로 층을 이루고 있다. 바로 코앞에 펼쳐진 절벽길은 자전거로 달릴 때마다 아슬아슬하면서 경이로움이 가득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절벽 허리에 길을 내어 지은 절과 아래까지 레펠을 타고 내려가는 기이한 풍경의 왕상암은 달팽이 모양의 철제다리가 인상적이다. 건너편 활공기지는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고, 능선 한가운데 크게 U자 모양으로 홈이 파인 곳이 인상적이다.


	졀벽을 오르내리는 길은 극심한 지그재그를 그린다.
졀벽을 오르내리는 길은 극심한 지그재그를 그린다.

코스 중간 중간에는 전망대가 있어 대협곡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절벽 끝에서 공중으로 3m 가량 돌출해서 유리로 만든 잔도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볼 수 있다. 유리바닥에서 절벽 아래까지의 표고차가 230m라니 아무도 엄두를 못낸다. 난간에 서서 밑을 바라보면 오금이 저린다.

태항천로 곳곳에 있는 마을은 자색의 돌로 집을 지었는데 지붕까지 납작한 돌을 얹어 놓았다. 석판암향은 저규석 생산지로 모든 집들은 이 돌을 이용해 집을 짓는다. 산간오지 절벽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지금이야 잘 포장된 길이 개설되어 접근이 용이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내에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절벽을 꿰뚫는 길은 태항산의 상징풍경이다.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절벽을 꿰뚫는 길은 태항산의 상징풍경이다.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고가대에서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산서성 정저(井底) 마을이다. 정저는 산서성과 하남성의 경계를 이루며 옥빛 찬란한 아담한 호수가 아름다운 민속마을이다.

계곡 우측의 굽이치는 산길을 한참 오르면 절벽에 터널을 낸 ‘괘벽공로’ 길이 나타난다. 터널 중간 중간에 구멍을 내 자연채광이 되게 만든 창 아래를 내려다보면 소름이 확 끼칠 정도의 공포감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생각나게 한다.


	명소들이 모여 있는 태항평호 호반길
명소들이 모여 있는 태항평호 호반길

태항평호와 국제활공기지 코스

태항산대협곡의 명주로 불리는 태항평호는 석판암향 북쪽에 있으며, 약 30km의 순환코스는 호반의 아름다움과 하늘로 치솟을 듯한 암벽이 그 웅장함을 과시한다. 석판암향을 중심으로 도화곡과 태항천로, 왕상암과 선대산, 태항평호와 국제활공기지가 밀집되어 있고 인근에 통천협이 있다. 또한 인공 관개수로인 홍기거(红旗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홍기거는 태항산 산간지역에 놓인 수로로 1250개의 산봉우리를 깎아내고 골짜기와 하천 등을 가로질러 세계에서 가장 긴 산간지역의 관개수로라고 한다.


	까마득한 절벽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석판암향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까마득한 절벽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석판암향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석판암향에서 출발해 도화곡 방면의 하천을 따라 달리면 태항평호를 만나게 된다. 푸르름이 가득한 한 여름의시골길은 트레킹하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낙엽이 지는 가을 산도 멋지지만 여름 기암괴석의 푸르른 매력은 더 치명적이다. 태항평호 주변에 걸쳐 있는 웅장한 산세는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마지막 목적지 국제활공기지에서
마지막 목적지 국제활공기지에서

호반을 달리면서 만나는 마을과 사람들은 더없이 정겹고, 비경의 풍광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평호댐 위로는 많은 여행객들이 ‘태항옥척(太行屋脊)’이라는 명승지로 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이다.

태항평호 하단부에서 시작되는 태항옥척은 신비한 연못인 요지(瑤池)를 건너 수많은 돌계단과 암벽을 따라 올라야 하는 비경의 코스로 가파르고 험준하며, 산세가 깊고 장엄하다. 옥척은 붉은색의 절벽으로 이뤄진 봉우리가 연속되고 산세가 수려하며,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천혜의 자연을 품은 산이다. 그러나 자전거로 가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등산으로 올랐다 하산하는 것이 좋다. 정상부 8부 능선에 임도가 있어 도화곡으로 돌아나올 수도 있다.


	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이번이 4번째 방문인 임려산풍경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새 시설물과 도로 확장, 그리고 전망대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찾아 이정표 푯말에는 예나 지금이나 한자와 한글 설명이 표기되어 있지만, 뜻을 이해하기 난해한 건 여전하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협곡이자 세계 제일의 활공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평호댐을 건너 석판암향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좌측의 임주시로 가는 방면으로 진입하면 선대산 풍경구가 나오고 이어서 터널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 터널 우측의 임도가 국제활공기지로 가는 코스다.


	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이 코스는 터널 위 해발 1000m가 넘는 직벽을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한 도로를 끝없이 올라야 하는 고행길이지만 전혀 힘들 새가 없다. 그러나 낙석의 위험이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보면 어느새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부 능선길은 활공기지까지 구비길로 이어지고, 시시각각 나타나는 절경에 압도되어 감탄사 연발이다. 엄청난 장관에 페달링을 할 수가 없다. 협곡 사이로 장쾌하게 펼쳐진 능선과 하늘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의 위세는 실로 태항산대협곡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석판암 형태를 띠고 있는 절벽 위 능선은 대체로 평평하고 길 아래는 바로 수직절벽이다. 다만 짙은 연무에 시야가 가려 천하절경을 제대로 보지 못함에 애만 탈 뿐이다.

	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평생을 돌아다녀도 다 못 볼 것 같은

중국의 태항산은 그 규모가 워낙 거대하고 장쾌하며, 웅대한 영혼을 담고 있어 예부터 시인묵객들의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태항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임주의 태항산대협곡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협곡 중 하나로 꼽힌다. 협곡은 동서 폭이 1~3km, 남북길이가 약 45km에 달해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견주어 중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린다.


	평생을 가도 다 못 볼 너무나 방대하고 깊은 산

태항산대협곡은 너무나 거대하고 웅장해서 어느 누구도 감히 완주했다고 말할 수가 없는 곳이다. 숨겨진 비경이 워낙 많아 평생을 다 바쳐야 돌아볼 수나 있을까? 아마도 수도 없이 얽히고 설킨 아름다운 오지의 산길을 달리려면 평생 둘러보아도 부족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고 다채로우며 깊고 넓은 태항산은 언제나 라이더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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