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대중교통 인프라… 자전거族 된 공무원들

최종석 기자 comm@chosun.com 이

입력 : 2017.03.12 22:21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기획재정부 자전거 주차장의 모습.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기획재정부 자전거 주차장의 모습.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세종=최종석 기자
정부세종청사 경제 부처의 공무원 A씨는 지난주 출퇴근용으로 중고 자전거 한 대를 장만했다. 교통 체증 때문에 자가용으로 10분 정도 걸리던 출근길이 30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가족들 원성도 컸다. 그는 "가족들이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라 죄인인 내가 자가용을 양보하고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에는 A씨처럼 자전거 출퇴근족이 유달리 많다. 정부청사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에 이주한 공무원 4명 중 1명꼴로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복장을 갖춘 공무원 1000여명이 몰려 출입구 근처 자전거 주차장은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덕분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전거 이용 빈도(한 달 평균 1회 이상 이용률) 조사에서 세종시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2위(45%)에 올랐다. 연구원은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 평평한 지형에 공무원 출퇴근 수요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A씨처럼 교통난이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세종시는 당초 대중교통 도시로 계획됐지만 대중교통 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하다. 지하철 격인 BRT 정류장은 일부 동네만 지나고 그마저도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정류장에서 걸어서 20분 거리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전제로 만든 도로는 좁고 자가용이 몰리며 인구 25만 도시에 아침마다 교통난이 벌어진다.

그래서 공무원들 사이에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 과천청사 시절과 달리 정부 부처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점도 자전거족이 많은 이유다. 세종청사는 넓은 땅에 큰 용(龍) 모양으로 건물을 지어 다른 부처로 가려면 걸어서 20분은 잡아야 한다. 업무 협의하러 가다가 숨이 다 찰 지경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차를 갖고 가기엔 주차난에 차를 빼기도, 다시 대기도 어렵다. 대중교통 도시의 청사엔 주차장도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주로 중고 자전거를 선호한다. 혹시 잃어버려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 달에 5000원인 세종시 공공 자전거를 이용하는 공무원도 많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