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자전거여행 가는 서울시연맹 최인섭 이사

글ㆍ월간산 신준범 기자 이 사진ㆍ이신영 기자 이

입력 : 2017.03.31 10:52

“선한 일탈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희망 주고 싶어요”

최인섭(54·서울시청산악회)씨는 2015년 1월 문득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바로잡으려 해도 정신은 계속 나태해지고 몸과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았다. 갱년기였다. 술로 버티던 그를 구해 준 건, 쿠바였다. 우연히 쿠바 자전거 여행기를 읽고 푹 빠진 것이다.

시중의 쿠바 관련 책을 모두 섭렵한 그는 한 달의 일정으로 쿠바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 1985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해 오면서 30일의 장기 휴가를 낸 건 처음이었다. 그는 “내일보다 오늘이 더 중요하다”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것으로 알려진 쿠바 사람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쿠바 시골 곳곳을 누볐어요. 시골에 가면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어요. 그 사람들 삶의 태도를 보면서 정신적인 위로를 얻었지요. 그렇게 쿠바에 빠져들면서 갱년기 증상이 사라졌어요. 쿠바가 제 치료약이었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쿠바 자전거 여행기를 담은 책 <미지의 땅을 두 바퀴로 달리다>를 자비로 펴내고, 새로운 여행을 준비했다. 쿠바에서 남미 전체로 관심이 옮겨간 그는 관련 서적을 10권 넘게 독파하며 남미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매료되었다.

최장 1년까지 휴직 가능한 서울시의 자기개발 휴직을 이용해 1년 동안 남미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고, 3월 10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무급휴직이기에 그동안 모은 돈을 쏟아 부었고, 교사인 아내의 허락도 구했다. 치안 문제로 멕시코와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 9개 나라를 둘러볼 계획이다.


	[피플] 남미 자전거여행 가는 서울시연맹 최인섭 이사
“주변에선 너무 무모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응원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치안이 불안해서 걱정되는 면도 있지만, 빨리 가서 부딪혀보자는 설렘이 더 커요.”

적은 비용으로 나선 여정이기에 야영·취사 장비 등 자전거를 제외한 페니어(자전거 가방) 무게만 35kg이라 체력적으로도 만만찮은 도전이다. 그는 산행과 등반으로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극복한다는 각오다. 등산이 취미였던 그는 1991년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을 수료하며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서울시청산악회에서 활발한 등반을 했다.

노량진클라이밍센터에서 1997년부터 2014년까지 20여 년간 운동했을 정도로 꾸준히 등반을 해왔다. 2012년에는 엘브루스(5,642m) 원정에 나서 악천후로 등정엔 실패했으나 5,200m지점까지 진출했다. 2007년 2급 등산강사 자격증을 땄으며, 그가 코치 역할을 했던 서울시청산악회가 대통령기등산대회에서 3연패를 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서울시연맹 이사로 발탁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최인섭 이사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제 또래는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며 “선한 일탈을 통해 우리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는 1년 동안 향피리 연습을 했는데, 아리랑 같은 전통곡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또 현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수십만 원어치 준비해 배낭이 더 무거워졌다. 최인섭씨의 선한 일탈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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