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전기자전거 '팬텀EX' 타보니…"아이언맨 슈트를 입었나? 다리에 힘이 솟는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 이

입력 : 2017.04.16 13:40

“와…. 근력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 경사 심한 오르막길을 쉬지도 않고 그토록 편안하게 올라오세요?”

15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가는 길. 각도(角度)가 30도쯤 돼 보이는 경사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평소라면 경사로 10m~20m 전부터 전속력으로 속도를 내며 돌진하다 최대한 탄력을 받아 경사로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서서히 속도가 줄면서 경사로 중간쯤부터는 엉덩이를 들고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 고개를 넘을 수 있다.


	삼천리자전거에서 출시한 전기자전거 ‘팬텀EX’의 모습 /박성우 기자
삼천리자전거에서 출시한 전기자전거 ‘팬텀EX’의 모습 /박성우 기자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탄력받을 일도, 엉덩이를 들 필요도 없이 페달을 밟자 자전거가 ‘슝슝~’ 치고 나갔다. 오르막길에서 힘든 기색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페달을 밟자, 경사로 정상에 도착해있던 한 라이더(Rider·자전거 타는 사람)는 감탄하며, 근력을 칭찬했다. 사실 여기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날 탄 자전거는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탑재돼 동력(動力)을 지원하는 전기자전거였다. 삼천리자전거에서 출시한 전기자전거 ‘팬텀 EX’를 타봤다.

◆ 팬텀EX, 오르막도 ‘씽씽’…“힘쎈 누군가 페달을 밟아주는 느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자전거는 신세계였다. 겉으로 보면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지만, 탔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팬텀 EX을 타는 것은 두 명이 페달을 밟는 오리보트나 커플자전거를 타는 느낌과 비슷했다. 힘센 누군가(?) 페달을 함께 밟아주는 느낌이었다.

또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것처럼 페달을 밟았을 때 쭉쭉 치고 나가는 반응이 남달랐다. 팬텀EX를 함께 타본 지인은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것처럼 힘이 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팬텀EX에 장착된 제어판(왼쪽)과 디스플레이(오른쪽). 플러스(+)를 누를 수록 전기동력의 힘이 강해진다. /박성우 기자
팬텀EX에 장착된 제어판(왼쪽)과 디스플레이(오른쪽). 플러스(+)를 누를 수록 전기동력의 힘이 강해진다. /박성우 기자
전기자전거의 구동방식은 파스(Pas)와 쓰로틀(Throttle)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파스는 페달 어시스트 시스템(Pedal Assist System) 또는 파워 어시스트 시스템(Power Assist System)이라고 부르며 페달을 돌리면 동력이 더해지고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쓰로틀 방식은 스쿠터처럼 핸들 그립이나 가속 패들을 조작해 페달링과 상관없이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팬텀 EX는 파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팬텀EX는 세계적인 전기자전거 부품업체 ‘바팡(Bafang)’의 드라이브 시스템을 사용했다. 드라이브 시스템은 모터와 페달 기어 등 구동을 위한 부품이 묶인 패키지를 말한다. 현재 바팡은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바팡의 드라이브 시스템은 센터(가운데), 리어(뒤), 프런트(앞)은 물론 킥보드와 바퀴가 3개 달린 트라이사이클에도 사용되고 있다.


	팬텀EX를 타고 골목을 달리고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팬텀EX를 타고 골목을 달리고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팬텀 EX의 손잡이 왼쪽에는 전기자전거의 동력성능을 설정할 수 있는 제어판이 있고, 가운데에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현재 속도와 누적거리,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손잡이에는 기어변속 버튼이 있다.

전기자전거 제어판에는 ‘플러스(+)’, ‘마이너스(-)’ 표시의 버튼이 있다. +를 누를 경우 전기동력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를 누를수록 숫자가 1~5까지 높아진다. 1은 저속 및 평지 주행 시 사용한다. 5는 고속 및 경사로 주행 시 설정한다. 숫자가 클 수록 전기모터의 힘이 강해지는 셈이다. 사실 팬텀 EX는 8단 변속기를 장착해 전기의 힘이 아니더라도 편안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팬텀EX에 탑재된 바팡 드라이브 시스템와 기어의 모습 /박성우 기자
팬텀EX에 탑재된 바팡 드라이브 시스템와 기어의 모습 /박성우 기자
또 팬텀EX는 도보지원기능도 제공한다. 자전거에서 하차해 끌고 가야 할때 마이너스 버튼을 2초 이상 길게 누르면 시속 4.5km 수준의 속도로 모터가 작동해 편하게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4km다. 속도가 시속 24km를 넘어가게 되면 전기동력은 끊기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팬텀EX는 출퇴근용 자전거로 안성맞춤이다. 전기동력으로 큰 힘없이 주행을 할 수 있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오르막길 오른다고 아침 출근길부터 힘을 뺀다면 정작 회사에 와서 녹초가 될 수 있다. 운동되고 기동성(機動性) 좋은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편안함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전기자전거가 안성맞춤이다. 다만 가격은 약 220만~230만원으로 다소 부담스럽다.


	삼천리, 전기자전거 '팬텀EX' 타보니…"아이언맨 슈트를 입었나? 다리에 힘이 솟는다"
◆ 팬텀EX, 삼성SDI 리튬배터리 탑재…”배터리 성능이 곧 제품경쟁력”

전기자전거에서 구동계 만큼 중요한 것은 배터리다. 팬텀EX에는 삼성SDI의 36V 9.3Ah 리튬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자전거 중간 프레임에 장착돼 배터리는 열쇠로 잠금을 풀고 탈착을 할 수 있다. 손잡이만 잡아 당기면 쉽게 배터리가 분리된다. 아주 가볍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한 손으로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자전거와 함께 제공해주는 220볼트(V) 어댑터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면 된다. 충전시간은 약 5~6시간이다. 1회 충전시 최대 90km 주행이 가능하다.


	팬텀EX에 장착된 삼성SDI 배터리 /박성우
팬텀EX에 장착된 삼성SDI 배터리 /박성우
시장조사기관인 B3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전기자전거 시장에 리튬이온 배터리 5700만셀을 공급해 세계시장 점유율 26.6%로 1위에 올랐다. 2015년 4500만셀에 비해 28% 공급량이 늘었다. 셀은 전체 배터리를 구성하는 내부 소형배터리의 개수를 뜻한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주목 받는 이유는 고용량, 긴수명, 컴팩트한 디자인 등의 장점 때문이다. 삼성SDI의 전기자전거 배터리는 지름 18mm, 높이 65mm의 고용량 18650 원통형으로, 배터리 수십개를 연결해 전기자전거용 팩을 만든다. 고용량 배터리인 만큼 적은 수로 기존 용량과 같은 배터리팩 설계가 가능해 가볍고 슬림한 디자인 개발이 가능하다.


	삼성SDI의 18650 원통형 배터리의 모습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18650 원통형 배터리의 모습 /삼성SDI 제공
또 삼성SDI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는 납축 배터리와 비교해 부피는 절반 수준으로 컴팩트해졌지만 수명은 오히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배터리 교환에 대한 걱정 없이 전기자전거를 더 오래 탈 수 있다.

전기자전거 분야는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전 세계 전기자전거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5년 1억6800만셀에서 지난해 2억1400만셀로 27.4% 증가했다. B3는 올해 2억5200만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텀EX 배터리 탈착하는 모습. /박성우 기자
팬텀EX 배터리 탈착하는 모습. /박성우 기자
그동안 전기자전거는 법률상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취급돼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 주행 시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또는 운전면허가 필수였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됐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법의 세부기준이 마련되는 내년 3월에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국내에서도 전기자전거를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법률이 시행되면 전기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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