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사자평과 간월재, 한번에 오르다

바이크조선

입력 : 2017.05.26 15:29

1000m 고지, 편안하게 올라 신나게 다운힐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의 강력 모터를 단 메리다 원트웬티를 타고 다시 산을 오른다. 첫 무대는 영남알프스의 상징인 사자평과 간월재. 한번 충전으로 해발 900~1000m에 달하는 고지대에 편안히 올라 느긋한 마음으로 풍경을 즐겼다. 메리다 원트웬티는 27.5인치 휠의 돌파력과 2.35인치 타이어의 접지력 그리고 넉넉한 서스펜션 트래블로 산악 질주의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한번 충전으로 누적고도 1200m, 거친 임도 38㎞를 주파해냈다


	사자평 샘물상회 뒤편의 주능선 길에서. 억새밭 한가운데 정확히 해발 1000m 지점이다
사자평 샘물상회 뒤편의 주능선 길에서. 억새밭 한가운데 정확히 해발 1000m 지점이다

‘너무 미안한데! 이렇게 편하게 올라도 된단 말인가!’

해발 690m, 영남알프스 배내고개 정상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초반 업힐은 경사가 엄청나고 지그재그가 연속되는 악몽의 구간이다. 몇 번을 힘들게 오른 기억이 있는 이 업힐을 나는 지금 편안하게 오르고 있다. 페달을 돌리고는 있지만 모터가 80% 이상을 도와주니 힘은 거의 들지 않는다. 힙겹게 걸어 오르는 등산객들이 “대단합니다!”하고 응원을 해주는데, “이거 전기자전거예요”라고 실토할 수도 없고… 씩 미소로 응답하고 하늘 속으로 치닫는다.

업힐과 다운힐 모두 극한의 쾌감으로

사자평의 수문장격인 능동산(983m)을 돌아 천황산(1189m)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옆에 붙어서면 그제야 길은 경사를 누그러뜨리지만 비포장에 자갈이 깔린 노면이 접지력을 갉아 먹는다. 하지만 27.5인치의 대형 휠세트에 2.35인치의 광폭 타이어는 한순간도 접지력을 잃은 적이 없다.


	간월재 데크 탐방로 주위로 억새밭이 노랗고, 신불산(1159m)은 구름에 가려 얼굴을 숨겼다
간월재 데크 탐방로 주위로 억새밭이 노랗고, 신불산(1159m)은 구름에 가려 얼굴을 숨겼다

19kg에 달하는 육중한 몸체는 오히려 자갈길이나 다운힐에서 묵직한 무게중심으로 안정감을 더해준다. 듬직하고 안정적인 원트웬티의 핸들링은 실로 일품이다. 앞뒤 트래블이 120㎜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서스펜션은 라이딩 쾌감을 더해준다. 이 모든 즐거움은 강력 모터와 배터리가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비가 오락가락 하는 이 높은 산중에서도 불안감은 제로, 편안한 탈속감이 전신을 감쌀 뿐이다.

어느새 사자평을 알리는 기둥이 저쪽으로 보인다. 산 속에 홀로 자리한 작은 매점인 샘물상회를 거쳐 이제는 폐허가 된 목장지대에 도착했다. 천황산과 재약산(1108m) 정상에는 구름이 오락가락 하고 광활한 억새밭은 무인지경이다.

고작 30분만에 나는 거칠어진 호흡도, 뭉친 근육도 없이 영남알프스 최고의 비경인 사자평 한 가운데 선 것이다. 일반 자전거였다면 2시간은 걸렸을 길을.


	샘물상회에서 목장 터로 가는 거친 돌길. 뒤편으로 재약산(1108m, 왼쪽)과 천황산(1189m)이 나란하다
샘물상회에서 목장 터로 가는 거친 돌길. 뒤편으로 재약산(1108m, 왼쪽)과 천황산(1189m)이 나란하다

E-MTB의 놀라운 즐거움, 가능성

사실 산악라이딩은 개인적으로 오랜만이다. 10년 이상 산악라이딩을 즐겼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이 부치면서 로드와 미니벨로를 주로 타왔다. 그러다 제대로 된 전기자전거가 등장하면서  나는 바로 산악라이딩을 떠올렸다. E-MTB라면 업힐에서는 힘을 아끼고 다운힐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으며, 장거리도 가능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한 것은 임도 코스다. 일반 MTB로 임도를 가면 심한 업다운에 싱글트랙 같은 스릴도 없어 지루하고 힘만 든다. 하지만 E-MTB는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느긋한 마음과 호흡으로 풍경과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더해준다. 싱글트랙 라이딩도 가능하지만 E-MTB의 특성상 테크니컬한 코스에서는 정교한 트릭을 구사하기 힘들어 다소 불편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코너는 임도를 위주로 전국의 산악을 주파할 것이다.


	버려진 건물만 남은 목장 터. 한때는 소를 방목하고 사람이 상주했다. 주변은 온통 억새밭으로 사자평의 중심이다
버려진 건물만 남은 목장 터. 한때는 소를 방목하고 사람이 상주했다. 주변은 온통 억새밭으로 사자평의 중심이다

E-MTB의 장점을 정리해보자

▶ 업힐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오히려 업힐이 기다려진다.
▶ 지루하고 힘겨워서 포기했던 장거리 임도 코스를 달릴 수 있다.
▶ 전기장치가 더해지면서 자전거는 무거워지지만 다운힐에서는 보다 안정적이다.
▶ 집에 방치한 지 오래된 MTB가 있다면 전기키트를 달아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을까. 늘어난 무게를 단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E-MTB에서는 그렇지 않다. 무게가 늘어나면 체력 소모가 커진다고 걱정하지만 E-MTB는 모터가 페달링을 도와주기 때문에 힘이 들지 않는다. 모터와 배터리는 하부에 장치되어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다운힐과 험로에서는 접지력과 컨트롤에 유리하다.


	구름이 발 아래로 보이는 간월재 오름길에서 내려다본 배내골 방면. 구름 사이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고개길이 실낱같다
구름이 발 아래로 보이는 간월재 오름길에서 내려다본 배내골 방면. 구름 사이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고개길이 실낱같다

다만 장시간 업힐을 하거나 어시스트 강도를 높이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진다. 코스 길이와 상태에 따라 어시스트 강도와 반환점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도중에 배터리가 방전될까 정히 불안하면 예비 배터리를 추가로 휴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메리다 원트웬티 +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

원트웬티는 앞뒤 트래블 120㎜에 27.5인치 휠세트를 단 트레일 바이크다. 트래블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고 페달링 효율도 좋은 플로트링크 서스펜션과 든든한 스루액슬은 과격한 올마운틴 라이딩에도 손색이 없다. 180㎜ 로터의 디스크브레이크는 육중한 무게를 순간적으로 멈춰줄 정도로 탁월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26인치 MTB만 타다가 27.5인치는 처음인데 돌파력과 안정감이 확실히 달랐다. 사자평 샘물상회에서 폐 목장까지는 매우 거친 돌길이지만 그냥 자전거를 믿고 돌파하면 그만이었다. 2.35인치의 광폭타이어는 일반 MTB라면 무게와 접지력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원트웬티에서는 믿음직한 신발이 되어준다. 트레일 바이크가 이렇게 진화했는가 새삼 놀랐다.

원트웬티와 궁합을 맞춘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는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꿔주는 키트다.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로 구성되며 페달링을 돕는 PAS 외에 스로틀 방식도 지원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스로틀 방식은 전기자전거로 인정되지 않아 스로틀 레버는 제거했다.


	거친 싱글트랙을 지나야 볼 수 있는 파래소폭포. 깊은 산속에서 만나 아름답다기보다 왠지 섬뜩한 분위기다. 낙차는 15m로 낮지만 그 아래 소는 깊이 모를 심연이다
거친 싱글트랙을 지나야 볼 수 있는 파래소폭포. 깊은 산속에서 만나 아름답다기보다 왠지 섬뜩한 분위기다. 낙차는 15m로 낮지만 그 아래 소는 깊이 모를 심연이다

산악용은 보통 350와트 또는 500와트 출력의 모터를 사용하는데 원트웬티에는 500와트 모터를 달았다. 컨트롤러 모니터에는 속도, 주행거리, 주행시간, 배터리 전압, 순간모터출력, 어시스트 강도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으로 36V 15A 용량이다. 이를 와트시로 환산하면 36×15=540와트시(Wh)가 된다. 모니터에 순간모터출력이 와트로 표시되어 주행가능 시간을 대략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시스트 강도를 끝까지 올려 500와트 풀파워로 달리면 배터리 용량이 540와트시이므로 1시간 정도면 방전된다. 실제로 달려 보면 평지에서는 2단 어시스트에 100와트 정도로도 충분해서 5시간을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속 25km라면 5시간을 달릴 경우 125km를 갈 수 있다는 뜻인데, 물론 이론과 실제는 조금 다르다. 배터리는 충전 횟수에 따라 성능이 조금씩 저하되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달려 보니 업힐이 많은 산악구간은 45km 내외, 평지 위주의 코스는 80km 정도가 적정 주행거리였다. 

배터리를 보면 완충시 42V, 방전시 27V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데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배터리 전압을 보면서 둘의 중간인 35V가 되면 반이 남았으니 원점회귀 코스라면 이 시점에서 돌아서야 한다는 뜻이 된다.


	간월재(900m) 정상의 돌탑
간월재(900m) 정상의 돌탑

간월재까지 다녀오고도 배터리 남아

배내고개로 내려오는 다운힐은 더욱 흥미진진했다. 묵직하게 가라앉는 무게중심과 움켜쥐듯 단단한 접지력, 노면 충격을 채 느낄 틈을 주지 않는 서스펜션, 손가락 하나로도 극한의 제동력을 보여주는 브레이크까지, 나는 사자평 다운힐 한번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고 산악라이딩의 재미에 다시금 완전히 빠져 버렸다. 헤어졌던 옛 연인과의 재회. 두 번째는 더욱 짜릿하고 열정적인가. 다만 자전거는 좋아졌는데 사람은 나이 들었으니 이 불균형을 어쩌랴. 그나마 E-MTB이니 50대에도 즐겨볼 만한 것 아닌가.

사자평을 내려오고도 배터리는 70% 정도가 남았다. 비슷한 거리의 간월재도 문제없겠다는 자신감으로 내쳐 간월재를 오른다. 간월재는 영남알프스의 고봉인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83m) 사이에 있는 고개다. 높이는 900m이지만 영남알프스 자체가 저지대에서 솟아올라 실제 눈으로 보는 비고와 고도감은 대단하다.

배내고개에서 배내골 방면으로 1.5km 내려와 왼쪽 갈림길로 들어서면 간월산 서쪽을 감아 도는 임도가 시작된다. 경사는 사자평 업힐보다 완만하지만 오른쪽 산 아래로 펼쳐지는 고도감이 아찔하다. 비가 조금씩 흩뿌리는 중에도 등산객이 보인다. 별로 힘도 안들이고 시속 15km 정도로 쑥쑥 올라가자 등산객들은 “멋지다!”고 환호를 보낸다. 일부 단체 등산객 중에는 “우리도 이렇게 힘들게 걷지 말고 저런 것 좀 타보자”고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간월재로 돌아드는 마지막 모퉁이. 4월 초인데도 신불산 정상부에는 잔설이 남았다
간월재로 돌아드는 마지막 모퉁이. 4월 초인데도 신불산 정상부에는 잔설이 남았다

30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한 간월재는 짙은 구름 속이다. 신불산 쪽은 아예 보이지 않고 간월산 남면만 잠깐씩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구름이 걷힐까 한동안을 기다렸지만 비가 거세질 기미여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방면으로 하산했다. 깊은 산속에는 등산객 단 둘만 보았을 뿐 깊은 적막속이다.

휴양림 직전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배내골로 넘어가야 출발지인 배내고개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휴양림~백련암 사이의 싱글트랙을 거쳐 가기로 했다. 도중에 있는 파래소폭포가 꼭 보고 싶어서였는데 길 사정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계단이 많아 자전거를 들어 옮기느라 고역을 치렀다. 하지만 깊은 숲속에서 갑자기 만난 파래소폭포는 섬뜩한 장관이었다. 마침 찾아온 부부 등산객은 나를 보고 “이런 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느냐”며 깜짝 놀라면서 간식을 쥐어준다.

싱글트랙을 벗어나자 비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세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우의를 꺼내 입고 잠시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낯선 산 속에서 비를 만났고 앞으로 고개길을 한참 더 올라야 하는데도 마음은 느긋했다. 배터리는 아직 남아 있고 빗속에서도 전기장치는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었으니.


	영남알프스 사자평과 간월재 코스
영남알프스 사자평과 간월재 코스

글·사진 김병훈(자전거생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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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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