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업체가 세계 최대 자전거 브랜드된 비결은? 자이언트 이야기

조선비즈 문화부 keys@chosunbiz.com

입력 : 2017.10.30 06:00


	OEM 업체가 세계 최대 자전거 브랜드된 비결은? 자이언트 이야기
자전거 타는 CEO
킹리우(류진뱌오)∙여우쯔옌 지음, 오승윤 옮김|오씨이오(oceo)|240쪽|1만3500원

“온리 원(Only One)이 없으면 넘버 원(Number One)도 없다. 자이언트는 먼저 ‘하나뿐인’ 장점을 많이 만들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최고’가 되었다.”

자이언트는 전 세계 자전거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제조업체다. 세계 최초로 탄소(카본)섬유로 만든 자전거를 대량생산했으며, 여성 전용 자전거 브랜드 ‘리브’를 론칭했다. 또 공용 자전거 사업에 유일하게 뛰어들어 세계 제일의 공용자전거 대여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150개국, 1만5000여 매장에서 연간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 ‘자전거업계의 도요타’로 불린다.

자전거 OEM으로 시작한 회사가 40년 만에 세계 자전거 시장의 리더가 되기까지, 이런 초고속 성장과 대조적으로 킹 리우 자이언트 회장의 삶은 늘 한 박자씩 늦었다. 그는 40세 가까운 나이에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고, 50세에 이르러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60세 무렵 자이언트라는 이름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공용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것은 80세가 가까운 나이였다.

킹 리우 회장도 자이언트 이전엔 돈 되는 일을 좇아 2~3년 주기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던 흔한 사업가였다. 19살부터 목재공장과 나사공장에서 일했고, 30대엔 장어 양식업을 시작했지만 태풍으로 하루아침에 33억 원의 피해를 남겼다. 이후 우울증에 빠져 좌절하던 무렵 지인의 권유로 미국 자전거 업체 OEM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정 없이 뛰어든 자전거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품질 불량으로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수습하던 리우 회장은 이윤만을 좋던 ‘사업가’에서 회사를 위해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자’의 자세로 돌아섰다. 그는 협력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통 규격으로 생산해 달라고 부탁했고, 마침내 자전거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었다.

이어 OEM 사업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타이완 내수시장부터 시작한 자이언트는 5년 만에 유럽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으로 진출해 타이완의 자전거 업체로서는 최초로 글로벌 지사와 마케팅 채널을 둔 기업으로 거듭났다.

자이언트는 자전거 여행사를 설립하고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실물 제품만이 아닌, 자전거에서 비롯되는 풍요로운 삶과 문화를 수출할 수 있었다. 이는 마치 이케아가 가구만이 아니라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

리우 회장은 일흔셋의 나이에 자전거 일주에 도전해 15일간 총 917km의 거리를 완주했다. 그가 세계 최대 자전거 회사의 창업자로서, 자전거 문화를 전파하는 자전거 대부로서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이유는 자신의 여정에 진심 어린 성찰을 지속하고 의지를 관철해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킹 리우 회장은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청년들에게 늘 인생도 자전거와 마찬가지라고 조언한다. 자전거를 탈 때 한 발 내디뎌야 앞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듯이, 인생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뛰어넘고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기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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