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따라 12㎞… 그 길엔 '엽기적인 그녀'가 있다

양산=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이

입력 : 2017.11.06 01:38

[떠나요, 자전거길로] [10] 경남 양산에서 1박 2일

영화 '엽기적인 그녀'찍은 오봉산, 소설 '수라도' 배경 된 용화사… 코스 주변 문화의 향기 가득
대부분 평지… 온 가족 부담 없어… 강 위 나무 덱 2㎞ 구간이 백미
황산공원엔 캠핑존 111면 있어… 자전거 탄 뒤 텐트에서 하룻밤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물금읍 낙동강변 황산문화체육공원. 이곳에 마련된 캠핑장에는 텐트 수십 개가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에는 자전거 캐리어를 설치한 자동차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공원 자전거길에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늦가을 햇살 아래 자전거를 타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산에서 온 김정훈(43)씨는 "1박 2일로 자전거 캠핑을 왔는데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맑은 공기와 시원한 강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숙박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에서 가족 나들이에 나선 일행이 가을 속으로 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에서 가족 나들이에 나선 일행이 가을 속으로 달리고 있다. 유모차용 트레일러를 연결해 아기를 태운 아빠는“잘 따라오라”며 앞서간다. 딸도 뒤처질세라 페달을 밟고 있다. /김종호 기자
경남 양산의 '황산문화체육공원~가야진사' 자전거길이 도시민들을 위한 힐링 자전거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의 풍광을 바라보며 달리는 아름다운 자전거 코스일 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들과 접근성도 뛰어나고, 캠핑장, 골프장 등 각종 레포츠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민을 위한 힐링 자전거 코스

이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양산 황산문화체육공원은 양산은 물론이고 인근 도시 시민에게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차량으로 부산이나 김해에서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울산과 창원에서도 1시간 정도면 올 수 있다. 멀리 대구서도 1시간 30분 안팎이면 닿는다. 인근에 있는 대표적인 도시 인구는 양산 33만명을 비롯, 부산 350만명, 울산 118만명, 창원 105만명, 김해 53만명이다. 대구를 빼더라도 700만명에 가깝다. 자동차가 아니면 기차를 타고 경부선 원동역으로 와서 이 자전거길을 이용할 수도 있고, 부산과 김해 등지에서는 도시철도를 타도 된다.


	경남 양산 자전거길
양성준 양산시 자전거 담당은 "접근성 때문에 주변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전거길이 낙동강 위를 달리는 구간을 포함해 평지 구간이어서 평소 운동량이 적은 도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황산문화체육공원에서 가야진사까지 거리는 12.2㎞. 왕복에 쉬엄쉬엄 가도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2014년 20만명 수준이던 방문객 수가 1년 만에 40만명에 육박하는 등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자전거길에는 낙동강 위에 나무 덱으로 만들어진 '베랑(벼랑의 지역방언)길'이 2㎞가량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마치 강물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느낌을 주는 것이 자전거길의 백미(白眉)다.

회사원 이현우(35)씨는 "아스팔트가 아닌 길에서 자전거를 타니 발끝에서 전해 오는 느낌부터 도심을 완전히 벗어나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캠핑장과 각종 레포츠 시설 인프라

이 자전거길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베이스 캠프'로 활용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는 것이다. 황산문화체육공원에는 오토 캠핑존 36면, 일반 캠핑존 75면이 있다. 이곳에 '자전거 베이스 캠프'로 숙박 시설을 마련하고, 왕복 자전거 길을 수시로 즐기면 된다.

지난해 7월 개장한 이 캠핑장에는 1년 만에 5만여 명이 다녀갔다. 캠핑이 아니더라도 주차장을 '베이스 캠프'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320면이던 주차장이 올해는 대폭 확충돼 모두 1000면으로 늘어났다. 특히 양산시는 도시철도역(호포, 물금, 원동)에 공공 자전거를 비치해 양산을 찾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저렴한 요금(3시간 기준 2000원)으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에는 나머지 역 4곳에도 자전거를 비치해 지역의 도시철도역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김진홍 양산시 공보관은 "공공 자전거를 이용해 낙동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전거 길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전거 길 시작점인 황산문화체육공원 인근에는 양산시에서 운영하는 파크골프장(36홀)과 강민호 야구장,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등이 있어 자전거를 타다가 다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도 감상


	경남 양산의 오봉산 임경대에서 촬영한 영화‘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
경남 양산의 오봉산 임경대에서 촬영한 영화‘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원동역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곳은 해마다 봄이면 매화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매년 봄 이곳에서 '원동 매화 축제'가 열린다. 이 시기 흩날리는 매화꽃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건 '환상적 체험' 그 자체다. 또 기찻길이 바로 옆에 있어 달려오는 기차와 함께 나란히 달리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또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배경이 된 오봉산을 볼 수 있는데 이곳 '임경대'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의 모습은 한반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신라시대 가야국을 정벌하기 위한 나루터 가야진이 있었던 곳에 세워진 사찰인 가야진사, 양산물문화관 등이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물문화관 바로 옆에는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용화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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