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자전거 시장… 국내 브랜드는 왜 이럴까

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이

입력 : 2017.11.08 21:59

[자전거 1000만명 즐기는데… 국내 양대업체는 부진의 늪]

삼천리자전거, 매출 하락 고전
알톤스포츠는 2015년부터 적자

고급 자전거 수요 늘어나는데 국내업체 기술 수준 높지 않아
해외업체 브랜드 파워에 밀려

국내 자전거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우리 자전거 업계는 오히려 움츠러들고 있다. 국내 업체가 증가하는 고급 자전거 수요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보유 기술의 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4대강을 따라 전국에 자전거길이 생기고 자전거 인구도 늘었지만, 정작 과실은 고가 제품을 파는 해외 업체가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전거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자전거용품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자전거 업체들 실적 부진

국내 자전거 업계의 양대 산맥은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상반기 매출 742억6200만원, 영업이익 53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45% 줄었다.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영업이익(57억9200만원)도 2015년(149억65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삼천리자전거·알톤 스포츠의 매출액
알톤스포츠의 상황은 더 나쁘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적자 행진이다. 올 상반기엔 매출 266억1700만원, 영업손실 30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 줄고, 손실 규모는 152%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조만간 3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자전거 업계에선 3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자전거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버텨왔지만,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 해외 대형 업체의 브랜드 파워를 이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보다 브랜드 파워나 품질 떨어져

국내 자전거 시장은 생활용 자전거 시장과 고급 레저용 자전거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업계에선 최근 자전거 시장 규모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싼 자전거가 많이 팔린 게 아니라, 수는 적지만 가격이 비싼 고급 자전거가 많이 팔리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급 자전거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좁다.

삼천리자전거가 관계사인 참좋은레져를 통해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첼로를, 알톤스포츠가 인피자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지만 외국 브랜드인 스페셜라이즈드, 자이언트, 트렉 등에는 브랜드 파워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해외 고급 자전거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싼 카본 섬유 재질의 고급 자전거도 출시했지만, 해외 대형 업체들도 카본 자전거 가격을 내리면서 경쟁 우위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양궁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윈앤윈위아위스란 고급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어 자전거 부문에서만 2015년 26억원, 2016년 34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대형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생산 업체인 대만 자이언트의 경우 연 매출이 2조2000억원이다.

◇한때 대표 경공업, 이젠 국내 공장도 없어

자전거 산업은 한때 한국의 대표적인 경공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중국산 저가 제품이 들어오고,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며 국내 자전거 관련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남은 업체도 자동차 부품으로 업종을 바꾸거나 생산 기반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다. 지금은 중국에서 OEM(주문자 제작 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수입하거나, 반(半)조립 상태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도 자전거 산업 육성에는 관심이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자전거길을 주도했던 안전행정부 자전거정책과는 박근혜 정부 때 팀으로 축소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임급 직원 한 명이 다른 업무와 함께 자전거 업무를 맡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전거와 관련한 업무는 행안부, 산업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나뉘어 있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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