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전거 vs 전기자전거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바이크조선

입력 : 2018.07.26 09:37

상대를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를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전기자전거도 이제 자전거로 편입되어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 라이더 사이에는 오해와 갈등이 남아 있다. 전기든 아니든 자전거는 이미 한 가족이다. 입장을 바꿔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일반자전거 vs 전기자전거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3년째 ‘예스맨의 e-바이크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다. 일반 라이더를 위한 전기자전거 가이드로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필자가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다소 전기자전거 라이더 시각에 편향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입장을 바꿔서 상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갈등의 시작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 라이더의 갈등이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필자가 처음 전기자전거를 알게 된 후부터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편입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은 파란만장 했다.

전기자전거가 법의 테두리 속에 들어오는데 가장 힘든 장벽은 반대 여론이었다. 전기자전거법을 만들어서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은 소수의 제조, 판매사와 전기자전거를 사용하는 얼리어댑터 마니아층이었고, 다수는 자전거도로를 독점적으로 누리던 기존의 일반 라이더였다.

10년 전 국내에 중국산 전기자전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일본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상용화되어 생활 속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한 장르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본에서 전기자전거가 자연스럽게 자전거에 편입된 이유는 페달링을 도와주는 비율까지 규정한 까다로운 법규에 맞춰 모터와 페달링의 이질감을 최소화한 첨단 기술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까다로운 법규는 다양한 전기자전거의 개발을 막는 계기가 되었고 가장 먼저 상용화시킨 일본 전기자전거는 일본 내수용 제품으로 만족하고 해외에서는 찬밥 신세가 되기도 했다.

	업힐에서 전기자전거와 로드. 미니벨로가 로드를 밀어주는 모습.
업힐에서 전기자전거와 로드. 미니벨로가 로드를 밀어주는 모습.
그러나 최대한 적극적인 페달링 보조로 자연스러운 라이딩이 가능한 일본 전기자전거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일본에서는 일반자전거 라이더의 위화감 없이 쉽게 전기자전거를 받아들였고, 거부감 없이 자전거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무법천지로 방치해온 전기자전거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있지만, 실제로 법 이전에 일반 라이더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자전거 제품들도 있었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을 정해서 법 테두리 속에서 제품이 나와야 했는데, 무법천지이니 다양한 고성능 전기자전거들이 먼저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반 라이더는 전기자전거는 곧 오토바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반발을 불러오게 되었다.

	일본의 전기자전거는 페달링이 매우 자연스러워 이질감 없이 자전거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의 전기자전거는 페달링이 매우 자연스러워 이질감 없이 자전거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은 치밀한 법을 먼저 만들어서 전기자전거를 최대한 기존 자전거에 근접하게 제작하도록 해 시작부터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편입시킨 경우다. 반면 제한 없이 대충 다 받아들이고, 공해를 줄이는데 적극적인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고 전기자전거 세계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 된 중국, 나름대로 정확한 법을 만들어 적당히 조율하면서 개발하고 최첨단 전기자전거의 선진국이 된 EU도 있다. 우리나라는 효율, 미래 교통수단, 환경문제, 에너지 효율성 등 전기자전거의 가능성 따위는 뒤로하고 그냥 무법천지로 방치해왔다.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가 함께한 대마도 투어.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가 함께한 대마도 투어.
자전거는 운동수단이기 전에 운송수단이다

자전거는 태생이 운송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0~80년대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개인 이동수단으로 활용했다. 필자도 중·고교 시절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70년대에는 자전거의 교통수송분담률이 상당히 높았다. 국내 자전거 산업도 대단히 발전했고 다양한 국산 자전거와 부품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80년대 들어서 자동차 붐으로 도로는 보행자나 자전거의 불편을 감수하고 자동차위주로 개편되었다. 자전거는 자동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취급받아 도로를 달리기 겁나는 상황이 되었다. 국내 자전거 부품공장들은 자동차 부품공장으로 업종을 전환했고 자전거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자전거나 보행자보다는 자동차 통행이 우선인 후진국형 정책이 시행되었다. 자전거는 도로를 당당히 달릴 수 있는 운송수단인데, 운동기구인 자전거가 도로에 나와서 내차 갈 길을 막는다고 난폭운전으로 라이더를 위협했다. 자전거는 인도나 강변 자전거도로에서 운동용으로나 타는 것이고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아직도 많다.

	대마도의 엄청난 업힐. 다들 힘든데 나만 편하니 표정관리가 중요하다.
대마도의 엄청난 업힐. 다들 힘든데 나만 편하니 표정관리가 중요하다.

	대마도 원정 자전거들.
대마도 원정 자전거들.

	유럽에서는 홈리스 방랑자도 전기자전거를 탄다.
유럽에서는 홈리스 방랑자도 전기자전거를 탄다.

	독일의 일상적인 출근시간.
독일의 일상적인 출근시간.
멋진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놨지만 자전거로 운동하는 전용도로가 되어버렸다. 자전거도로는 교통수송과 레저,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전거는 이동수단인 동시에 즐거운 운동기구의 역할도 하는 것이지 헬스자전거처럼 단순 운동기구가 아니다. 운송수단으로 사용할 때 지구상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이동수단인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의 유용성은 더 빛나게 된다.

상대를 위한 배려….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라이더/전기자전거 라이더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일반자전거 라이더 입장에서
전기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 (→ 식으로 생각을 바꿔보자)


다리도 멀쩡한데 웬 오토바이를 타는 걸까?
→ 체력이나 관절이 안 좋으면 전기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도 있겠다. 나도 힘들면 전기자전거를 탈 수도 있기에 무조건 거부보다는 어디까지 자연스러운 페달링이 되는지 알아나 보자.

저게 운동이 되나? 운동하려면 자기 힘으로 타야지?
→ 저것도 오래 타면 운동이 좀 되긴 하겠다. 자기 힘으로 안 되면 과학의 힘을 빌려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땀 흘려서 운동하는 나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통행해서는 안 된다.
→ 반칙하면 눈치껏 타야지 다른 사람 약 올리면서 타면 안 되잖아? 법 테두리에 들어가는 전기자전거는 이제 받아들여주자….

그렇게 편하게 다니려면 오토바이 타고 차도로 다녀라!
→ 25km 속도로 도로로 내몰리면 위험하긴 하겠다. 어쩌누, 살살 같이 타자. 출근해서 바로 일해야하는 경우도 있기에 땀 흘리고 가는 것보다는 좀 편하게 갈 수도 있겠다.

전기자전거는 무겁고 빨라서 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사고 시 가벼운 내 자전거가 더 위험하다.
→ 자전거 중량과 속도를 법으로 제한한 전기자전거라면 참아주자! 전기자전거도 점점 경량화되고 있다. 실제로 사고의 충격량은 전기자전거든 일반자전거든 빠른 속도의 문제가 더 크다.

내 자전거가 얼마짜린데 저런 저가 자전거가 감히 나를 추월해?
→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고급 자전거 대비, 아주 조금 투자한 전기자전거는 무겁기는 하지만 가볍게 잘 나간다. 투자대비 효율이 나보다 좋은가 보다. 뭔가 급한 일이 있어 나를 추월하나 보다. 나는 여유 있게 내 갈길 천천히 가면 되고….

전기 라이더 입장에서
전기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


내 돈 주고 내가 전기자전거 타는데 웬 참견?
→ 아무리 내 돈 주고 샀더라도 위화감 조성은 좋지 않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자전거도로에서는 법에 정한 스펙으로 안전하게 타야 한다. 일본의 전기자전거가 자연스럽게 자전거의 범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상대를 위한 배려가 한몫했다.

전기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자출족은 출근해서 바로 일해야 하는데 땀 안 흘리고 출근하면 좋다.
→ 출근이 아무리 급해도 오토바이 속도로 자전거길을 달리면 안 된다. 그렇게 맘대로 달리려면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맞다. 자전거도로의 안전속도는 20km이고 전기자전거의 동력차단 속도는 25km이지만 과속하라고 허가된 것은 아니다.

무릎관절이 나빠서 자전거를 더 탈 수 없는 상황인데 전기자전거는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 내 무릎 속사정을 상대가 알지 못하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불편하더라도 전기의 도움을 받아서 페달링을 살살 해보면 재활운동 효과가 상당히 좋다. 페달은 발 받침대가 아니라 크랭크를 돌리라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90 넘어서도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준 전기자전거
→ 버프에 고글까지 착용하면 9학년이 5학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법이 정한 스펙의 전기자전거로 페달을 밟아서 안전하게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체력이 안되면 과학의 힘을 빌려서라도 모자란 부분을 채워라.

전기자전거는 속도가 빨라서 위험하다는데? 로드바이크는 20km로 제한한 자전거도로에서 40km 이상도 달리는 데 안전한가?
→ 고가의 로드바이크는 가속이 쉽고 오히려 전기자전거보다 더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전기자전거나 일반자전거나 고속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무겁고 덩치가 큰 전기자전거가 더 위험해 보일 수 있다. 일반자전거나 전기자전거나 규정속도로 안전하게 타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사고 시에 충격량은 무게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에 속도가 더 중요한 위험요소가 된다. 엄청난 비용으로 자전거 무게를 줄이느니 그 비용으로 전기자전거에 투자하면 가성비가 높다.

	일반 라이더가 이런 표정을 짓지 않게 해야 한다.
일반 라이더가 이런 표정을 짓지 않게 해야 한다.

	아직은 드문 리컴번트 라이더.
아직은 드문 리컴번트 라이더.
서로의 주장을 살펴보면 둘 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설득력이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면 각자 한발씩 물러나 생각해보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반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도 필요에 따라 모터와 배터리를 달아 더 멀리 편하게 출퇴근이나 여행 시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이제는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언젠가 나도 힘이 떨어지면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 라이더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도로에서는 일반 라이더와 위화감 없이 당당히 페달을 밟아서 모터의 힘과 인력을 조화시켜 법이 정한 범위(25km/PAS 모드/최대중량 30kg 이하)에서 라이딩 해야 한다. 모터 힘을 과시해서 고속으로 질주하며 일반 라이더를 위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전기자전거는 스쿠터가 아니라 자전거의 한 종류이다.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자전거도로의 모든 라이더는 한 가족

간혹 전기자전거 카페에서 엄청난 스펙의 전기자전거가 아닌, 전기 스쿠터 급을 문의하는 초보자의 글이 올라오면 대부분의 회원은 같은 답을 내놓는다. 지금 원하는 스펙이라면 엔진 스쿠터를 사라고 권한다. 그런데 질문자의 답이 더 무섭다.

“스쿠터는 자전거도로 못 들어가잖아요?”

이처럼 엄청난 스쿠터 스펙으로 자전거도로를 타겠다는 회원이 나오면 모두가 나서서 말리는 분위기다. 스쿠터급 스펙으로 과속으로 자전거도로를 휘젓고 다니면 모두에게 흉기가 될 수 있기에 전기자전거 사용자 입장에서도 말려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방황하던 전기자전거 법도 올해 3월 22일부터 시행 중이다. 더 이상 색안경 끼고 보지 말고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선택한 전기자전거와 자전거도로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라이딩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무법상태로 오랜 기간을 지내왔고 자전거 자체가 대중교통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운동기구로 인식되어 모터와 배터리가 달린 전기자전거는 유난히 거부감과 위화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한발씩 물러나 처지를 바꿔서 상대를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가 빨리 자리잡기 바란다.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면 상대를 배려하는 관점의 변화가 생긴다. 자전거도로에서 라이딩 하는 모든 라이더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전기자전거를 타시고, 바쁜 직장인 내 동생이 전기자전거로 자출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당장 나는 필요하지 않아도 내 가족 내 친구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이기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럽 어린이들은 전기자전거에 친숙하다.
유럽 어린이들은 전기자전거에 친숙하다.
Tip

자전거도로에서 앞만 보고 속도 내서 달리지 말고 마주 오는 라이더에게 인사하며 다녀보자. 필자가 타고 다니는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자전거)는 사용자가 많지 않아서 자전거도로에서 만나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다.

어느날은 미니벨로를 타고 출근 중에 리컴번트 라이더를 만나 반갑게 손을 흔들었는데 무반응이었다. 아…, 내 자전거가 미벨이었다.

유럽의 라이더도 마주 오는 자전거에 서로 인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꼭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내 가족처럼 인사하며 즐겁게 라이딩 할 수 있는 것이 자전거의 매력이다.

우리나라 운전자와 라이더는 일본이나 유럽, 중국 라이더에 비해 너무 조급하고 상대를 위한 배려가 없다.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라이더의 평속이 가장 높을 것 같다. 내 가족 내 친구들 만나듯 인사하고 배려하면서 라이딩 하면 자전거도로에서 즐거운 일만 가득할 것이다.


	일반자전거 vs 전기자전거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전기자전거분과 회장)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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