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4위 고봉 우중산행, 힘겨운 하산길

바이크조선

입력 : 2020.09.09 12:00

양평 용문산 (1157m)
100대 명산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⑪

양평 용문산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양평읍 뒤편 저지대에서 솟아 위용이 대단하고 수많은 지봉과 깊은 골짜기, 용문사를 비롯한 고찰이 산재한다. 산의 북쪽편은 설매재를 넘어 정상부의 군부대로 이어지는 도로를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주능선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을 넘어 남쪽의 용문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원래 험한데다 비에 젖어 지난한 여정이었다.


	주능선에서 용문사 방면으로 아찔한 바위지대를 내려서며
주능선에서 용문사 방면으로 아찔한 바위지대를 내려서며
이번의 목적지는 경기도 제4위 고봉인 용문산(1157m)이다. 양평 북동쪽 8km, 서울 동쪽 42km 지점에 위치하며, 경기도에서 용문산보다 더 높은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은 서울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지대에 자리해서 수도권 근교 산으로는 용문산이 가장 높다.

산체가 웅대하여 용문산을 주봉으로 백운봉(940m), 도일봉(864m), 중원산(800m) 등 지봉들이 연봉을 이루고 있다.

용문산 북서 일대는 고도 700∼1100m에 약 4㎢의 고위평탄면이 있으나 정상부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출입이 금지된다. 남쪽 계곡에는 용문사(龍門寺)·상원사(上院寺)·윤필사(潤筆寺)·사나사(舍那寺) 등 고찰이 산재해 산의 연원을 더욱 깊게 해준다. 특히 용문사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는 신라말기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어려 있고, 수령 1100년 높이 42m로 국내최대의 나무로 꼽힌다.

	비구름 속의 하산길
비구름 속의 하산길

	용문산 정상에서 주릉따라 남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장군봉(1065m)
용문산 정상에서 주릉따라 남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장군봉(1065m)
용문산 정상이 목표

지난번 유명산 라이딩을 함께 했던 일행은 다음에는 마주보이는 용문산 정상까지 가보자고 약속을 했었다. 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클럽(JCB MTB) 회장님을 포함한 세 명이 다시 양평을 찾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옥천면사무소에 주차 후 설매재를 넘어 잠시 다운하다가 우측으로 용문산 군부대방향 시멘트길을 올랐다.

출입통제구간까지 오르는 동안 비가 내려 습도는 높았지만 날씨는 덥지 않아 그나마 오르기 편했다. 정상부에는 군부대가 있어 정상까지는 부대를 우회해야 오를 수 있다. 멜바와 끌바를 거듭하며 장군바위에 도착했다가 다시 정상을 향해 끌바와 멜바를 계속한다.

이따금씩 등산객을 만나면 자전거를 가지고 등산로를 다녀 미안했다. 어떤 분들은 오히려 힘내라고 응원에 ‘엄지척’까지 보내줘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오를 수 있었다. 한참을 오른 끝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으면 서울은 물론 인천 아라뱃길까지 보인다는데 지난번 유명산도 그렇고 이번 용문산도 비를 만나 정상은 온통 짙은 구름 속이다. 장쾌한 조망은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인증샷 후 용문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구름 속의 용문산 정상. 용문사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구름 속의 용문산 정상. 용문사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드디어 용문사 도착.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다.
드디어 용문사 도착.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다.

	1100년을 변함 없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놀라운 생명력과 위용
1100년을 변함 없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놀라운 생명력과 위용
악전고투의 하산길

‘경기도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기암괴석이 많아 경치는 매우 좋지만 비가 내리는 상태에서 클릿 신발로 멜바와 끌바를 하려니 위험한 구간이 많아 조심해야만 했다.

1시간여 내려오니 상원사와 용문사 갈림길이다. 여기서 용문사로 방향을 틀어 내려왔다. 용문사 하면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은행나무가 떠오르는데, 이 은행나무 때문에 용문사도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보통은 자동차를 타고 접근해 걸어서 절에 오르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산에서 자전거로 내려와 경내로 진입하니 느낌이 색다르다.

대웅전 앞에서 합장하고 무탈하게 내려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는 심산유곡에서 흐르는 용문사 약수를 실컷 마셔 마른 목을 축였다. 1100년을 살고도 줄기와 가지는 여전히 굳센 기세로 하늘로 뻗어 있고 푸른 잎이 가득한 은행나무 앞에서도 인증샷을 남긴다.

이제부터 출발지인 옥천면사무소로 돌아가는 길은 20여km의 도로 라이딩이다. 용문사를 나와 절 아래 관광단지를 거쳐 6번 국도를 타고 쾌속으로 질주해 용문산을 남쪽으로 거의 반바퀴를 돌았다.

오늘 일행과 함께 하면서 멜바 끌바를 너무 많이 시켜 참으로 미안했다. 바로 옆에 11년 전인 제10회 280랠리 양평대회가 열린 소리산과 산음자연휴양림의 임도가 즐비해서 더욱 그런 마음이었다. 함께해준 회장님, 삼박골님에게 거듭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용문사 권역 등산안내도
용문사 권역 등산안내도
글·사진 이선희(한울타리 자전거여행 클럽)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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