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들은 동계훈련을 어떻게 할까

바이크조선

입력 : 2021.02.01 10:00

두기의 사이클링연구소(31)

겨울은 휴식기이자 동시에 준비기이다. 해외의 프로선수들은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프로선수들의 동계훈련 방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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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은 쉽게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기온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집합시설내의 운동은 제한되어 있어 집안에 머무르다 보니 개인 실내운동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프로선수들은 시즌 대비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번 내용을 준비했다. 전문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훈련방법을 체득해 체력관리를 중심으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만 겨울철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방법을 변용하거나 치료를 통해 시즌을 준비한다.

이번 내용은 해외 프로선수들에게 제안되거나 실제 사용되는 훈련 방침 등을 종합한 것이다. 교과서로 따지면 여기저기서 중복되는 내용 중에 일관성 있는 것만 정리한 것으로, 중복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확하고 입증된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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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프로선수의 길

프로선수는 어릴 때부터 지역 클럽 선수로 활동하다가 세미컨티넨탈 팀을 거쳐서 프로팀에 오기까지 무수한 상처가 있다는 그들의 몸을 통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노력 없이는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클럽과 그룹, 팀 등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된 유럽의 경우 매주 크고 작은 시합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높여 나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아마추어든 프로선수든 간에 훈련의 원리와 방법은 동일하다.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얼마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내며, 그 고비를 넘겨낼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례를 들어 유럽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겸업하며 주말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 주중에는 근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훈련하며, 훈련강도는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지킨다. 자전거 레이서로는 생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컨티넨탈 급이 되어도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지만 운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만족감에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실력이 저조하면 퇴출되고 그러면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프로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 열정은 우리가 생각 하는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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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에 대한 지침이나 매뉴얼,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체육관련 전공자들과 현장에서 지휘하는 코치들이 함께 작성한다. 전공자들은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하고 코치는 팀원들에게 맞게 다듬어주는 형태다. 이미 많은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훈련 지침에 익숙해 있고 혹시 더 좋은 방법이 논문으로 나왔는지 관심을 갖는다. 그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언제든 적극 수용해 개선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번 내용은 영국 SKY팀원들에게 주어진 훈련 지침과 선수들의 경험이 부분적으로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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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재충전의 기회

시즌이 끝난 동계에는 시합에 매진하느라 놓친 치과 치료나 연인과의 데이트, 부모님이나 가족·친지 방문,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 등의 여유 시간을 갖는다. 단, 그 시간이 2주를 넘지 않아야 한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운동보다는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고향을 찾아가 동네 한 바퀴 돌듯 가볍게 라이딩을 해본다. 천천히 라이딩 하며 추위에 적응해가는 시간을 갖는다.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식단 조절에 신경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위생에 신경 쓴다. 가족과 함께 대형 매장에서 내년에 입을 의류, 속옷, 양말, 신발을 골라 본다. 마음가짐도 새로워질 것이다.

전지훈련이 결정되면 현지의 지역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물건을 준비한다. 운동 목표를 달성할 동기부여가 될 만한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시청하고, 지난 시즌 프로경기의 하이라이트나 새로 입단할 선수의 시합 영상을 미리 봐서 어떻게 함께 훈련하면 좋을지 생각해 둔다.

치료도 훈련의 한 과정이다. 오른쪽으로 잘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 무릎에 상처가 많은 한 선수는 이 부분의 치료를 받고 트레이너와의 상담으로 왜 그쪽으로 잘 넘어지는지를 파악했다. 펠로톤 내에서 갑작스런 사고 발생 시 브레이크를 잡는 방법, 습관적인 회피태도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세를 교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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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트레이닝

영국 국립사이클연맹에서는 다양한 겨울철(비시즌) 크로스 트레이닝을 권고하고 있다. 하체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종목의 특성상 상체 훈련을 보완해야 밸런스가 맞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추천하는 훈련은 다음과 같다.

그룹 스피닝

강사의 활기차고 우렁찬 구령에 맞춰 쉴 틈 없이 페달링하는 실내 스피닝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강사가 준비한 음악 비트와 구호에 맞추어 속도의 완급이 조절되며 자신의 운동량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심박계와 물, 수건을 준비한다. 혼자보다는 팀원이 함께 하거나 반대 성(性)의 강사를 찾아가면 자신이 얼마나 액티브한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요가

동적인 운동을 하는 사이클링에서 정적인 요가는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요가 수업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쪽의 육체적 수업과 내면을 강조하는 영적인 수업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육체의 움직임은 다른 이들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필라테스

요가와 더불어 사이클리스트에게 추천되는 필라테스는 무용수들을 위한 훈련과 재활을 위해 생겨났다. 반복되는 페달링으로 인한 경직, 부상치료를 위한 재활 등을 위해 추천된다. 다양한 기구를 이용하지만 처음이라면 가장 무난한 매트 위에서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수업부터 시작해본다.

복싱

좀 생소할 수 있지만 쉽게 말해 복싱장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이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주로 하체에 집중된 운동을 하는 사이클리스트는 하체의 견고함과 함께 상체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을 필요로 한다. 이런 운동은 갑자기 해서는 안 되고 서서히 강도를 올려가며 해야 한다.

서킷 트레이닝

웨이트 트레이닝의 하나이나 역동적인 순차 운동으로 지루하거나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좀 힘든 운동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신체의 부위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반복 또 반복 하면서 전체적인 자극을 주는데 심박수는 상당히 높게 유지된다. 정확한 자세로 부상이 없도록 안전한 동선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서 정식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으며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군사훈련 캠프

우리로 치면 해병대 훈련 체험을 말한다. 외국선수들이 이런 것을 훈련의 하나로 삼는다는데 필자도 깜짝 놀랐다. 춥고 습한 진흙밭에서 체력을 고강도로 소모하게 되는데 모두 팀웍으로 움직이는게 특징이다. 다음 시즌 함께 할 팀원들이 함께 전우애(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댄스 클래스

(예를 들면 줌바 댄스) 사이클링 클럽의 크리스마스파티에 가보면 프로사이클리스트는 댄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줌바 댄스나 스포츠 댄스의 경우 높은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리듬과 함께 역동적인 신체의 움직임이 포인트다. 재능이 있어서 빨리 배운다면 부모님께 감사하라.

케틀벨

포환처럼 생긴 이 쇳덩어리는 러시아에서 유래된 운동인데 스내치와 저크 같은 역동적이고 폭발적인 움직임을 자주 사용하며, 무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결합시켜 놓은 듯하다. 강사에게 초보자라고 밝히고 무게 가중치를 선택받아 정확한 자세를 학습하면서 운동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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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훈련 목적

훈련 스케줄을 잡아 놓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라이딩은 하지 말아야 한다. 보통 ‘정크 마일(Junk Mile)’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간 때우기 식의 라이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본 훈련과 고강도 훈련 사이에 균형 있는 시간을 배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한 훈련 목적을 둬야 한다. 지난 시즌에 포인트를 얼마나 획득했고 무슨 대회에서 어떤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다음 시즌 그 시합에서는 어느 정도 되길 바라는지 목표를 뚜렷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 부상이 많았다면 그 부상이 어떤 종류인지를 파악하고 잘못된 것은 스태프와 코치진에게 상담해서 개선할 부분을 찾아 동계훈련 목표에 넣어야 한다.

스태프나 코치는 이번 동계훈련의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런 훈련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좋은 것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 개개인의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준다.

동계훈련 기간을 100분율로 보았을 때 초반 30%대는 회복과 치료, 휴식을 병행하고, 그 이후 30~50%대는 낮은 강도로 오랜 시간 주행하는 기본 지구력 다지기, 50%대 이후는 본격적인 고강도 훈련에 집중한다. 동계훈련의 마지막과 시즌 첫 대회 사이는 테이퍼링 전략으로 진행한다. 테이퍼링이란 고강도 훈련의 정점을 찍고 나서 서서히 훈련 시간을 줄이고 강도는 유지하는 기간을 말한다. 회복 시간을 더 많이 갖는 이 과정에서 신체는 더욱 강화되고 체력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게 된다. 즉, 다음 주가 시합인데 고강도 체력강화 훈련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본 시합 2주 전부터는 최고강도의 정점에 올라 있어야 하고, 이 정점을 유지하면서 훈련시간은 줄이고 휴식시간을 늘려주는 과정이 바로 테이퍼링이다.

프로선수들은 사실 1년 내내 최고 정점의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는 회복 시간도 중요하다. 체력이 높아진 선수들은 하루만 쉬어도 그 회복 속도가 놀라울 정도이니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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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벌 훈련과 친해지기

주간 훈련 프로그램에 의해 계획된 인터벌 훈련을 조합한다. 야외에서 훈련하는 경우라면 평지위주의 코스에서 인터벌 훈련을 구간별로 정해야 한다. 언덕 코스라면 언덕 초반에는 천천히 오르다가 점점 피치를 끌어올려 언덕 정상에서는 최고 순간을 맞이한다(유럽의 언덕은 보통 10km 이상 되니 우리와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간별 훈련을 코치와 상의하면서 부족한 점과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을 점검한다. 항상 모든 것이 만족될 수 없으니 욕심보다는 과정을 차근차근 지켜보며 한 단계씩 높여간다.

로드바이크 주행이 어렵다면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나 산악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길이 미끄러워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못 가서는 안 된다. 그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인도어 트레이닝 시스템에서 FTP(1시간 동안 최대치로 견딜 수 있는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진행한다.

주기적 FTP 관리를 통해 임계점을 높여야 한다. 이는 훈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전문적인 수단이다. 모든 장비와 센서, 프로그램들은 준비되어 있으니 도전해야 한다. 여기도 회복의 주기는 매우 중요하므로 코치의 지시에 따라 적정 휴식을 취해야 한다.

겨울철 사이클로크로스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대회에 참가해본다. 무리한 진행보다는 안전하게 완주한다는 개념으로 참가해 부상이 없도록 충돌은 최대한 피한다. 진흙길 주행은 바이크 컨트롤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프로선수들의 훈련 지침 일부를 살펴보았다. 프로선수들의 엄청난 파워를 따라 할 것이 아니라(따라할 수도 없지만) 그들의 규칙적인 훈련 스케줄과 정신적 극복을 위한 동기부여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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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득희(사이클링 연구소장) 0507-1307-0797 www.doogys.co.kr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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