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높고 깊은데 덜 알려진 고봉

바이크조선

입력 : 2021.07.07 10:00

영월 백덕산(1350m)
100대 명산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⑳

수도권에서 접근할 때 치악산(1288m)이 강원도 산악지대의 수문장이라면 그 뒤에 솟은 백덕산(1350m)은 본격적인 고산이다. 남쪽으로는 깊고 긴 골짜기가 패여 있지만 북사면은 경사가 급한 대신 지형이 단순한 편이고 낙엽송 숲이 장관이다. 순환임도가 잘 나 있어 해발 900~1000m선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는 멜바 끌바를 해야 하나 툭 불거진 암봉을 이룬 서밋에 서면 놀라운 파노라마가 보답해 준다.

	돌출한 암봉이라 장쾌한 파노라마 조망이 펼쳐지는 백덕산 정상
돌출한 암봉이라 장쾌한 파노라마 조망이 펼쳐지는 백덕산 정상
수도권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강원도의 고산준령은 원주 치악산(1288m)을 수문장으로 본격화된다. 치악산 동쪽에는 높이가 1350m나 되는 백덕산이 솟아 있지만 치악산과 강원내륙의 1500m급 고봉 사이에서 어중간한 존재감을 준다. 치악산을 지나면 평지의 고도가 400m를 넘는 고원지대여서 비고가 높지 않은 것도 백덕산이 높이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다.

백덕산 정상과 남부지역은 영월에 속하나 동쪽은 평창군, 북서쪽은 횡성군에 속해 3개 군에 걸쳐 있을 정도로 산줄기가 넓게 퍼져있다.

	울창한 소나무·낙엽송 명풍숲을 거쳐 문재(815m)로 올라서는 임도는 터널이 뚫리기 전 옛날의 42번 국도였다.
울창한 소나무·낙엽송 명풍숲을 거쳐 문재(815m)로 올라서는 임도는 터널이 뚫리기 전 옛날의 42번 국도였다.

	임도에서 비네소골 등산로로 접어들면 주능선까지는 꼬박 끌바 멜바를 해야 한다.
임도에서 비네소골 등산로로 접어들면 주능선까지는 꼬박 끌바 멜바를 해야 한다.
북사면은 평이, 남사면은 첩첩산중

산이 어떤 방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인간적인 기준일 뿐 원래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인간적 측면에서 산의 방향성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백덕산은 단연 남향이다. 북사면은 거의 일직선의 단조로운 사면을 이루고 깊은 골짜기도 없는 반면 남쪽으로는 중첩된 능선이 아득히 뻗어나고 그 사이에는 깊고 긴 골짜기가 수없이 패어 있다. 이런 지리적 특징을 살려 동양적 은둔지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릉도원’의 이름을 따와 ‘무릉도원면’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사자산을 별개의 산으로 치지만 기실 백덕산에 딸린 하나의 봉우리이고, 사자산 아래에 자리 잡은 법흥사는 오대산 상원사처럼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심산유곡의 경관이 특별하다. 법흥리 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와 담(潭)이 수없이 이어지고 주목 군락이 포함된 원시림이 울창하다.

	정상 500m 전의 1280봉 이정표
정상 500m 전의 1280봉 이정표

	정상에서 일행과 함께
정상에서 일행과 함께
횡성 낙엽송 명풍숲으로 입산

일행은 백덕산 북사면인 횡성 서초휴양소 주차장에서 출발해 안흥~평창 간 옛길을 따라 횡성 소나무·낙엽송 명품숲으로 향했다. 명품숲은 7~8월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시원하고 소나무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어 라이딩 외에 등산이나 트레킹 코스로 강추한다. 들머리가 해발 500m 정도되지만 백덕산이 워낙 높아 앞으로도 비고 850m를 더 올라야 한다.

낙엽송 울창한 명풍숲을 거쳐 횡성-평창의 경계를 이루는 문재(815m)에 도착한다. 고갯마루는 복잡한 5거리를 이룬다. 몇 년 전만 해도 사거리였는데 둔내 윌리힐리파크 성목재에서~문재까지 동계올림픽 관련 철탑공사로 인해 임도가 추가로 생겨나 5거리가 되었다.

일행은 하일계곡 방향 임도로 들어서서 백덕산 정상 북사면을 가로지른다. 며칠 전 비가 와서 하늘은 무척 파랗고 공기는 쾌적하다. 녹음은 이미 짙어졌고 계곡물 소리며 새 소리가 일행을 반기듯 맘껏 우지진다.

	정상 가는 길에 있는 일명 ‘서울대 나무’. 서울대 교문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정상 가는 길에 있는 일명 ‘서울대 나무’. 서울대 교문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네소골 통해 정상으로 직등

문재에서 임도를 따라 5km쯤 가면 방림면 운교리 비네소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만난다. 이 코스는 정상까지 가장 근거리다. 이 지점은 해발 900m 정도로 훌쩍 올라오긴 했지만 정상까지는 아직 먼 길이다. 가장 짧은 직등 코스인 만큼 경사가 심하고 바위 구간이 많아 멜바와 끌바로 올라야 했다. 진행이 힘든 대신 고도는 빨리 높아져 2km 정도 가서 주능선에 올라섰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또 돌진, ‘서울대나무’를 지나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정상부는 돌출한 암봉이어서 멜바로 오르자 환상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동안 다녀왔던 청옥산, 남병산, 매봉산, 민둥산, 망경대산이 지척으로 보이고, 서남쪽으론 금수산, 월악산, 소백산과 백두대간이, 서쪽으로는 치악산이, 북쪽은 태기산 등 모든 산들이 선명하다.

	창공 깊숙이 머리를 내민 정상은 좁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창공 깊숙이 머리를 내민 정상은 좁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북동쪽 먹골 방면으로 하산

정상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고 주변 경관을 감상한 다음 먹골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싱글 구간이라 끌바를 해야 할 곳도 있지만 싱글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90%정도는 타고 올 수 있다.

싱글을 잠시 내려오면 백덕산 북사면을 일주하는 임도와 합류되고, 여기서 이정표 안내에 따라 먹골이나 문재, 하일계곡으로 라이딩 할 수 있다. 일행은 먹골마을로 계속 내려가 42번 국도에 올라선다.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운교리에서 문재로 올라서는 옛길인 칡사리길을 거쳐 앞서 지나온 문재와 명품숲길을 거쳐 출발지인 서초휴양소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주행거리는 약 30km지만 끌바와 멜바 구간이 많아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오늘도 함께한 삼박골님, 산으실님, 용두산 엠티비 회장 빨강머리님께 멜바를 많이 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안전하고 무탈하게 라이딩 마친 것도 감사하다.

	이렇게 높고 깊은데 덜 알려진 고봉
글·사진 이선희 (한울타리 자전거여행 클럽)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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