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바이크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반란

바이크조선

입력 : 2021.08.20 10:00

1991년 등장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혁신적인 성능으로 배터리의 새 시대를 열었다. 크기는 작아지고 성능은 좋아지는 추세가 지난 30년 간 이어져 왔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필자는 장담했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e바이크용 배터리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과연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e바이크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반란
리튬이온 배터리는 성능은 매년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는 필자의 예측이 거짓말이 되었다.

100년 넘는 자동차의 역사에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설마 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예견된 종말이 코앞에 다가왔다. 조만간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원흉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타야 하는 험난한 시절이 예상된다. 지금도 서울에서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장착 안 된 구형 디젤차는 운행할 수 없다. 운행 시 벌금을 물리고, 폐차지원금으로 폐차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의 머지않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

	e바이크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반란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

신차가 나오면 단종까지 10년 정도 생산한다고 보면 2035년부터 서울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등록할 수 없기에 2025년 정도면 내연기관 신차 출시가 급속히 둔화하고 그 빈자리를 다양한 전기차가 채우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예고된 상황에 자동차 업계는 생존을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 이미 유럽은 80여 개 도시에 친환경차만 통행이 가능한 ‘제로에미션 존’을 설치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먼 훗날 언젠가는 내연기관의 종말을 고하는 날이 올 것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와있다.

	유로바이크에 선보인 다양한 e바이크
유로바이크에 선보인 다양한 e바이크
내연기관보다 앞섰던 최초의 전기차

최근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수요로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2021년 중국에서는 600만 원대 4인승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했고 점점 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차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발명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834년 최초의 전기차가 먼저 나왔고 30년이나 지난 1864년에야 내연기관 자동차가 발명되었다. 1881년 프랑스 박람회에서 3륜 전기차가 소개된 시점을 전기차 상용화 시기로 본다. 1900년 미국 뉴욕의 등록 차량 절반이 전기차였다. 이처럼 전기차는 이미 오래전 우리 곁에 와 있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때문에 잠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납 배터리에서 효율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등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뿐이다.

혹자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전기차도 지구 환경보호(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기차도 결국은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환경파괴 요소가 발생하고, 석탄 화력발전소가 주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나라에서 사용될 경우 전기차를 운행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내연기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는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미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하며 핀란드에서 전기차를 사용하는, 전문가들이 만든 최악의 조건에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시뮬레이션해도 내연기관(가솔린엔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납 배터리를 사용한 초창기 e바이크. 사진은 24V 4Ah 100Wh 급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체우면 8배 용량을 담을 수 있다.
납 배터리를 사용한 초창기 e바이크. 사진은 24V 4Ah 100Wh 급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체우면 8배 용량을 담을 수 있다.
혁신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 전부터이고 충전해서 사용하는 2차 납축전지는 1859년에 개발되었다. 1991년 소니에 의해 상용화된 리튬이온 전지는 전압이 3배 높고 1,000회 충·방전이 가능한 혁신적인 기능을 달성했다. 소니가 최초로 상용화시킨 18650(지름 18㎜ 길이 65㎜)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갖추고 규격화된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에 대량 공급되는 안정화된 규격 배터리를 사용하면 배터리 회사가 아닌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 선택의 주도권을 잡고 안정된 수급으로 배터리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 테슬라는 시작부터 한 대에 7,000개가 넘게 들어가는 18650 배터리를 선택했고, 2017년 테슬라3 모델에는 새로운 규격의 21700, 46800 모델을 예고하기도 했다. 배터리 크기의 변화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 자체의 에너지 밀도는 차이가 없지만, 안정성을 높이고 팩으로 만들었을 때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납 배터리를 사용한 오래전 유럽의 e바이크
납 배터리를 사용한 오래전 유럽의 e바이크
품귀현상을 빚는 e바이크용 배터리

그런데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이 그보다 100배는 더 친환경적인 e바이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매년 성능은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가던 e바이크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원가 상승과 공급 부족이라는 엄청난 폭탄을 안겨준 것이다.

초창기 납 배터리 시절부터 e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필자는 고가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매년 용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내려가는 예측 가능한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추가 배터리는 꼭 필요한 시점에 마련하는 것이 이익이라 지금 바로 필요하지 않다면 구매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2021년 국내 리튬이온 배터리는 공급 대란이 벌어졌다. 필자가 10년 전부터 예측했던, 배터리 가격은 용량대비 점점 내려갈 거라는 이야기가 틀린 말이 되었다. 국내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해외로 수출된 국산 배터리를 웃돈을 주고 역수입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e바이크용 배터리 가격이 예상을 뒤엎고 올라가고 있어 필자의 말을 듣고 구매를 미뤘던 소비자들이 겨울에 미리 배터리를 미리 사두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필자를 원망하고 있다.

	18650(위)과 21700 배터리 사이즈 비교
18650(위)과 21700 배터리 사이즈 비교
2021년 국내 e바이크 배터리 공급사태의 원인을 알아본다.

❶ ‌e바이크와 PM 제조 물량의 종주국이 된 중국의 고급브랜드들도 저가의 중국 셀을 사용하지 않고 셀의 균질도와 안정성,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삼성, 엘지, 파나소닉, 무라타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있다. 대량 주문하는 메이저급 회사들에 우선 공급을 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품귀현상이 벌어진다. 아직 배터리 시장은 공급자가 우선인 특이한 구조다.

❷ ‌전기자동차 수요폭발로 한정된 리튬이온 재료를 싹쓸이하고 있다. 소형전지 활물질 구입이 원활하지 않다. e바이크용으로 사용되는 18650 라인이 남아도 재료가 한정적이어서 생산을 늘리기 힘들다. 2021년 7월 기준 삼성SDI는 국내 18650 셀 공급 가격을 14%나 올리고 후반기 추가 인상도 예고했는데 오른 가격에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❸ ‌e바이크와 같은 배터리(18650, 21700)를 사용하는 개인이동장치(PM)와 모바일기기의 수요급증으로 배터리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e바이크용 배터리 내부구조
e바이크용 배터리 내부구조

	e바이크 배터리는 프레임 앞삼각 속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e바이크 배터리는 프레임 앞삼각 속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e바이크용 18650 소형 배터리보다는 한 대당 사용량이 100배가 넘는 전기자동차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생산·공급라인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 e바이크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18650, 21700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는 늘고 있는데 메이저급 배터리회사는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오히려 18650, 21700 배터리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수출한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를 엄청난 웃돈을 주고 역수입해오거나, 그동안 품질 문제로 외면해왔던 중국산 배터리 중에서 그나마 품질이 안정화된 제품을 차선으로 선택하는 상황이 국내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e바이크의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다
e바이크의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다
획기적인 성능의 배터리는 언제쯤?

올해는 혁신적으로 전압과 용량을 늘린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된 지 30년이 된다. 1991년 소니에서 선보인 18650 원통 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이 되었고 20년이 지난 2010년대에 와서야 파나소닉에서 21700이라는 새로운 규격을 내놓았다.

21700은 기존 제품보다 지름 3㎜, 길이 5㎜ 늘어난 제품으로, 늘어난 무게나 체적만큼 용량이 늘어난 것이지 획기적인 제품은 아니다. 셀이 커지면서 좀 더 안정적이고,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나 자동차 등 큰 제품에 유리하지만 소형제품이나 디자인 측면에서는 셀의 부피가 큰 것은 반갑지 않다. 오랜 기간 자리를 잡은 18650 사이즈의 생산자동화 시스템에서 큰 변화 없이 제조 가능한 최대 사이즈가 21700으로, 대량 자동화생산의 한계 사이즈라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은 주머니에 들어갈 스마트폰 크기의 배터리로 100km 정도 주행이 가능한,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배터리의 등장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고 예측되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화 제품인 전고체 배터리 정도뿐, 리튬이온 배터리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어 버릴 새로운 배터리의 등장은 아직 예측불허다.

현재는 이 정도가 최선

2021년 기준 18650 사이즈에 3,500mA, 21700 사이즈는 5,000mA의 고용량 배터리가 주류가 되었다. 용량을 더는 늘리기 어려운 기술적인 한계에 온 것 같다. 니켈의 함량을 늘려 용량을 높이면 셀의 수명과 방전 특성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용량과 순간적인 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는 없다. 방전 특성인 순간적인 힘을 우선할 것인지, 전체 용량을 우선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중간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적당한 용량이 18650 사이즈는 3,000mA 내외이고 용량 특성을 우선시해서 동일 사이즈에 담을 수 있는 최대용량은 3,500mA 수준이다. 이마저도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회사들만 생산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용량이 이 수치를 넘게 표시된 제품이라면 셀의 실제 용량이 아니라 개발하고 싶은 프로토타입이거나 실제 용량이 아니라 제품명이라고 우기는 예도 있었다.

용량 우선으로 설계한 배터리는 과부하 상태에서 전압 하락이 심하다. 전압 회복도 느리고 과부하에서는 실제 용량저하 현상이 생기며 수명도 짧아진다. 대신 부하를 최대한 줄여서 사용하면 표시된 용량을 제대로 쓸 수 있다.

13.8kg 납 배터리 시절을 모르는 초보 e바이크 라이더들은 3kg도 무겁게만 느껴지는 배터리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다. 스마트폰 크기의 작고 가벼운 사이즈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고, 긴 수명과 강력한 힘에 가격까지 저렴한 혁신적인 배터리를 원한다. 꿈의 배터리가 빨리 나오기를 바라지만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꿈의 배터리는 수년 내 나오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2021년 기준으로 지구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장치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국내 공급 대란의 원인은 한정적인 자원으로 급격히 늘어난 수요 때문에 겪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e바이크 라이더들은 혁신적인 배터리의 등장을 기대하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서 안전하게 경제적으로 오래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여러가지 eMTB 프레임
여러가지 eMTB 프레임
리튬이온 배터리를 고장 없이 오래 쓰는 방법

오래전부터 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다뤄야 하는 ‘박대리님’이라고 불렀다. 배터리의 평균수명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수명은 사용법에 따라 편차가 많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수명은 3년 내외 1,000회 충·방전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배터리 수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잘 알고 믿을만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수명은 상상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배터리 용량의 100%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은 과식하는 것처럼 배터리 건강에도 좋지 않다. 조금 모자라게 충전해서 사용하면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다. 용량이 큰 배터리로 셀당 부하를 줄여주면 셀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용량이 작은 배터리는 적극적인 페달링으로 셀당 부하를 줄여줘야 오래 쓸 수 있어 마치 생명체를 다루듯이 사용하면 된다.

● 배터리 용량은, 다다익선 vs 과유불급?
초보들은 배터리 용량을 ‘다다익선’이라고 무조건 큰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무작정 배터리 용량만 늘리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 연료통의 용량은 연비운전을 할 경우 서울-부산을 왕복(약 800km)할 정도에 맞추지 무조건 연료통을 키우지 않는다. e바이크 배터리 용량도 편하게 30km, 열심히 페달링하면 100km 정도 달릴 수 있는 용량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가벼운 미니벨로는 50km 내외의 거리를 기본으로 배터리 용량을 선택한다. 미니벨로로 100km 이상의 장거리는 권장하지 않는다. 자전거 장르에 따라서 배터리 용량도 달라지는 것이다. 지나치게 배터리 욕심을 부리면 무게가 늘어나 페달링이 힘들어지는 자토바이가 된다. 가볍게 시작해서 필요에 따라 추가 배터리로 용량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용도와 거리에 따라 배터리 용량은 가변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 온도에 민감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영하 10도에서 e바이크를 타면 여름철보다 주행거리가 반토막 나기도 한다. 겨울철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련기다. 충·방전과 사용 시 용량에 온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 충전기와 배터리는 함께 관리해야 한다.
배터리 고장을 의심하는 경우 반드시 충전기를 같이 진단해야 한다. 배터리 고장의 상당 부분이 충전기 문제이거나 단자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배터리 고장을 의심하기 전에 충전기가 정상인지 먼저 체크한다.

★ 필자의 리튬이온 배터리 멘토 - 배트릭스 이영복님 자문

	e바이크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반란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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