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튤립의 섬으로 출발!"

글·김기환 기자 이 사진·염동우 기자 이

입력 : 2013.06.13 13:03

임자도 자전거 여행과 바닷가 캠핑의 즐거움

전국에서 가장 긴 백사장 ‘삼십리해변’
토굴에서 빠져나와 농로를 타고 대광해수욕장 북단의 해변으로 나섰다. 솔숲의 모래 길을 지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삼십리해변’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간조 때는 폭 300m, 길이 12km의 광대한 백사장이 형성되는 바닷가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아득한 해안선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1 대광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전국에서 가장 길다. 12km에 달하는 해변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모래밭은 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하다. 자전거로도 긴 해변을 따라 라이딩이 가능하다. 하지만 곧바로 정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고운 모래가 체인과 구동 부위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트레일러까지 끌고 모래밭을 달리는 것은 무리였다.

바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간선도로를 따라 면소재지로 이동했다. 이번 목적지는 대광해수욕장 남단의 튤립축제가 열리는 공원으로 잡았다.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라 번잡하긴 해도 편의시설이 가까워 최적의 야영지였다. 주변에 매점과 모텔 등도 밀집해 있다. 튤립축제가 끝나고 공원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었다.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2 임자도 진리 북쪽의 염전지대. 뜨거운 햇볕을 받은 바닷물이 천일염으로 변한다. 3 도로 옆에도 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튤립축제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하루 전에 꽃을 모두 잘랐습니다”라며 “내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알뿌리를 캐내어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했다.

화려한 색상으로 물들었던 드넓은 꽃밭이 푸른 초원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길 주변에는 아직도 꽃봉오리를 매단 작은 튤립 밭이 보였다. 바로 옆의 유채꽃밭의 샛노란 색상도 마음을 들뜨게 했다. 역시 꽃을 보니 봄이 실감 났다. 튤립축제장에서 아름다운 꽃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4 젓갈을 숙성시키기 위해 만든 토굴. 5 해변의 한적한 숲 속에서 꽃봉오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튤립을 만났다.

고갯마루에 펼쳐진 눈부신 바다 풍광
다음날은 임자도 남서쪽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투어링 계획을 짰다. 이 지역은 섬 북동쪽과 달리 산지가 발달해 있다. 임자도 최고봉인 대둔산(大屯山·320m)을 비롯해 불갑산(拂甲山·224m), 삼각산(132m), 벙산(138.9m) 등이 긴 산줄기를 이루고 솟구쳤다. 해변을 따라 작고 소박한 은동해수욕장, 용난굴해수욕장 같은 절경도 숨어 있다. 산기슭을 타고 돌아 나가는 임도에서 보는 다도해 조망이 일품인 곳이다.

대광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벙산 서쪽을 돌아가는 임도를 타려 했지만 초입을 찾지 못했다. 마을 이름이 표기된 작은 이정표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웠다. 계속 큰길을 따라 고개를 넘다 보니 불갑산 남쪽의 삼두리에 도착했다. 길은 마을 방조제에서 끊어졌다. 다시 고개를 넘어 대둔산 북쪽의 부동저수지 쪽으로 돌아가야 했다.

부동마을의 대파밭에서 일하는 할머니에게 ‘은동 해변’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저수지 위에 갈림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봄볕에 얼굴이 새까맣게 탄 노인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우리를 돌아봤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
“저기 산을 넘어가야 하는디, 그 짐 매달고 되겠소? 걷기도 힘들 정도로 험하니 조심하쇼.”

부동저수지 옆의 가파른 포장도로를 타고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거친 임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바닥에 주먹만 한 돌이 깔려 있는 완벽한 비포장길이었다. 스마트폰의 지도와 GPS로 몇 번을 확인했지만, 이 산을 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1 트레일러를 연결한 자전거를 타고 대광해수욕장 뒤편의 솔밭을 지나고 있다.

초반부의 급경사는 자전거를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콘크리트길이 나타나 자전거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어를 저단으로 놓고 부지런히 페달을 돌렸다. 지루한 비탈길에서 30분 정도 비지땀을 흘리고 나니 고갯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대둔산과 삼각산 사이의 부동제는 멋진 바다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였다. 사옥도와 증도에 부속된 많은 섬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발아래로 펼쳐진 용난굴 해변과 드넓은 농지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조망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2 전장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의 잔디밭.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장소다.

부동제에서 은동해변까지 산허리를 타고 임도가 이어져 있었다. 트레일러와 자전거를 점검하고 차례대로 출발했다. 잠시만 방심해도 산길 옆의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구간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안전속도를 유지하며 내리막을 즐겼다. 대둔산 자락을 감고 도는 구불구불한 산길은 환상적이었다. 길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은동해변은 생략하고 중간의 갈림길에서 이흑암리를 거쳐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흑암리 도로 주변의 농지는 온통 대파밭이었다. 주민들이 심고 있는 모종은 아직 성글고 가녀린 잔디처럼 보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초원보다 푸른 파밭이 세상을 뒤덮게 될 것이다. 자전거로 엄청난 규모의 파밭 사이를 달리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한 곳. 바로 ‘천사의 섬’ 임자도다.

[임자도 자전거 여행 가이드]

임자도 르포 '자전거 섬 투어링&캠핑 1'

찻길과 임도, 해안도로가 절묘하게 섞여
진리선착장에서 최북단의 전장포 가는 길은 평범하다. 하지만 염전과 논밭을 지나며 신안 섬 특유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전장포 포구에서 어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고, 새우젓을 숙성시켰던 토굴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올 때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오면 된다.

산악자전거라면 대광해수욕장 북단 해변에서 백사장을 따라 남단의 튤립축제공원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해수와 모래로 자전거가 손상될 수 있으니 권하지 않는다. 튤립축제공원에서는 하우리교회를 거쳐 조무산 서쪽을 돌아 나가는 임도를 통해 목섬 근처에서 해안길과 합류한다. 이정표가 그렇게 자세하지 않아 길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삼두리를 지나면 부동저수지를 거쳐 임자도 최고봉인 대둔산 주능선을 넘는 부동재로 오른다. 임도의 상태가 좋지 않지만 못 오를 정도는 아니다. 부동재에서 내려가면 길 끝에 은동해변이 숨어 있다. 여기서 이흑암리를 경유해 진리로 돌아 나오면 된다.

임자도 자전거 투어 코스는 짐이 없다면 하루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늦게까지 배가 다니므로 섬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장비를 싣고 다니며 섬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야영지로는 대광해수욕장 근처가 가장 좋고, 은동해변, 용난굴해변도 무난하다.

진리선착장~전장포~대광해수욕장~삼두리~부동재~은동해수욕장~진리~진리선착장  코스는 약 45km 거리.

우봉 조희룡 유배지 우봉 조희룡(1789∼1866년)은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룬 문인화의 대가다. 조선후기 매화도와 묵란도에서 고유의 화풍을 확립한 화가로, 1847년 벽오시사를 결성해 문인화단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1851년 논쟁에 휘말려 임자도로 유배되어 이흑암리에서 3년간 머물렀다. 그는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집필과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이흑암리에 조희룡기념비를 건립하고 기념공원을 조성했다.

용난굴 높이 5m, 폭 2m 규모의 자연동굴로 용이 나왔다는 전설을 지닌 임자도의 명소다. 이흑암리 육암마을 남쪽 약 1.7km의 해안에 위치하며,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과 동굴이 조화롭게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어머리해변 끝에 보이는 바다로 통하는 큰 동굴이 바로 용난굴이다. 

교통
임자농협의 철부선은 신안군 지도면 감정리 점암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서울에서 찾아갈 경우, 지도나 무안, 광주에서 점암행 버스로 갈아타고 이동한다.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센트럴시티)에서 무안 경유 지도행 고속버스 07:30(우등), 16:20(일반) 출발. 4시간 10분 소요.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062-360-8114)에서 점암행 버스 1~2시간 간격(06:45~18:55) 출발. 2시간 30분 소요.
무안시외버스터미널(061-453-2518)에서 점암행 버스 약 30분 간격(06:45~20:00) 출발. 1시간 소요.
지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점암행 버스 약 1시간 간격(07:30~19:00) 출발. 15분 소요.
지도 점암선착장에서 임자도 진리선착장을 다니는 철부선은  07:00~13:00· 14:30~18:30 1시간 간격, 이후 20:00, 22:00 출발. 20분 소요. 왕복 3,200원, 승용차 2만 원(뱃삯과 도선료는 임자도 매표소에서 받음). 문의 진리(농협)매표소 061-275-7303.
임자도→점암 06:30~12:30·14:00~18:00 1시간 간격, 이후 19:30, 20:30, 21:30 출발.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국도와 무안광주고속국도를 이용해 무안공항 나들목으로 내려선다. 24번국도로 갈아타고 현경, 해제, 지도를 거쳐 점암선착장까지 간다. 나들목에서 점암선착장까지 약 40km 거리로 50분 정도 걸린다.

숙식(지역번호 061)
대광해수욕장 부근에는 숙박업소가 많이 있다. 해송모텔(262-0100), 유랜드모텔 (261-5454), 광주민박(262-6493), 방주민박(262-0400), 은혜민박(261-6494).
임자도 민어는 신안에서 최고로 꼽는다. 6월 말에서 8월 사이 많이 난다. 임자도의 횟집에서 민어회 맛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잡힌 민어는 대부분 지도읍의 송도 어판장으로 직행한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전장포에 젓갈 시장이 선다.

대광해수욕장 관광단지에 털보네식당(262-0010), 편안한횟집(275-2828), 뉴모드파크회센터(262-1228) 등 식당이 많다. 면소재지에는 우가식당(275-0799), 이조숯불갈비(275-4854) 등 여러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있다. 백반 7,000원, 매운탕 4만 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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