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4박5일로 속속들이 보는 대마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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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시사토에서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가 있는 5㎞의 해안도로에는 약 1만 그루의 수국(아지사이)이 심어져 있어 일명 ‘수국로드’라고도 불린다
적어도 4박5일은 잡아야 대마도를 속속들이 그리고 여유 있게 돌아 볼 수 있다. 5일 간 하루 70~80㎞를 달리게 되는데, 고개가 많아 체력적으로 꽤 힘들다. 볼거리도 많아서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시간적, 체력적으로 여유를 갖지 않으면 대마도는 본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4박5일 일정의 대마도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지난호에서 말했듯이 대마도 자전거투어는 2박3일로는 정말 빠듯하고 전체를 다 둘러보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좀 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메인도로라 할 수 있는 382번과 39번, 24번 도로를 기준으로 외곽 일주코스를 소개한다.
대마도는 규슈의 나가사키현에 속한 섬으로 섬 전체가 쓰시마 시에 속한다. 시 아래에는 우리나라의 읍에 해당하는 6개의 정(町=쵸 또는 마치)이 있는데, 위로부터 가미쓰시마쵸(上對馬町), 가미아가타쵸(上縣町), 미네마치(三根町), 도요타마쵸(豊玉町), 미쓰시마쵸(美津島町), 이즈하라쵸(嚴原町)가 있고, 이즈하라에 쓰시마 시청이 있다
첫째날
히타카츠-슈시-킨-히토에-오시카-시타카-사카-야리카와-가야-구수보-게치-이즈하라(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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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히타카츠에서 39번 도로를 달려가면 나오는 ‘슈시의 단풍길.’ 초입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원시림이고, 이어 슈시천을 만나면서 화려한 단풍길이 시작된다 2 이즈하라에 있는 ‘조선역관사의 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청주 산마루 회원들
첫날의 라이딩은 북쪽 히타카츠항에서 39번과 382번 현도를 달려 이즈하라항까지 약 78㎞ 구간이다. 히타카츠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면 항구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데, 내가 자주 찾는 곳은 항구에서 약 400m 떨어져 있는 카이칸식당(かいかん食堂)이다.
식사를 마치면 본격적인 라이딩을 하기에 앞서 식수와 행동식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자판기가 잘 설치되어 있어 음료는 걱정 안 해도 괜찮지만, 목마르다고 수시로 자판기에 돈을 넣는 것도 큰 부담이다. 미리 식당에서 물을 충분히 보충하거나, 그래도 부족하면 마을 민가에서 수돗물을 담으면 된다.
식당에서 약 1㎞ 못 미친 삼거리에서 슈시(丹志)와 킨(琴)으로 가는 왼쪽 39번 도로로 진입한다. 39번 도로는 총길이 47.5㎞로 382번 도로를 만날 때까지 계속 달리면 된다. 메인도로라 할 수 있는 382번 도로보다 차량통행이 적은 39번 도로는 슈시의 단풍길(もみじ街道)과 킨의 은행나무가 관광명소라 할 수 있다.
슈시의 단풍길은 처음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어 슈시천과 나란히 난 계곡길은 단풍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하다. 계곡의 무수한 단풍나무 위로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간간이 간벌을 해서 피톤치드의 짙은 향을 느낄 수 있다.
슈시강을 따라 약 7㎞에 이르는 길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해서 피톤치드의 효과를 느끼며 라이딩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1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어 나가사키현에서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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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타카츠에서 39번 도로를 거쳐 382번 도로를 만나 코후나코시에서 이즈하라로 가는 김포 산타모 회원들
39번 도로가 끝나는 ‘야리카와’ 삼거리에 ‘쇼와 셀 주유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대마도 메인도로인 382번 도로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왼쪽 이즈하라 방면으로 진입한다.
야리카와 삼거리에서 게치(鷄知)로 가는 중간에 있는 만제키바시(萬關橋)는 명물이다. 만제키바시를 중심으로 상대마도와 하대마도로 구분된다. 1900년 일본해군이 함대의 통로로서 인공적으로 판 해협에 다리를 세웠는데 둘로 나뉘어진 쓰시마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만조시의 조류는 여러 겹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게치를 지나 쓰시마 최대의 번화가인 이즈하라에 도착하면 저녁 즈음이다. 이곳 번화가를 중심으로 많은 역사·문화 유적들이 산재해 있는데, 2박 하는 동안 틈틈이 둘러보면 되겠다.
둘쨋날
이즈하라-게치-미카타-아레-코모다-시이네-고쓰키-쓰쓰-아자모-구와-구타-이즈하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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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조선말 대마도 도주의 아들과 결혼해 비참한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의 결혼봉축비 2 백제의 승려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슈젠지(修善寺). 항일운동을 하다 붙잡혀 대마도로 압송되어 목숨을 잃은 면암 최익현의 순국비와 초상화가 있는 곳이다
이즈하라 곳곳에서는 일본무사의 가옥과 주위 돌담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무가의 저택’을 볼 수 있다. 이즈하라 좁은 골목에는 일반주택의 담장으로 보기는 곤란할 정도로 유난히 두꺼운 검은 돌담이 남아있는데 화재를 막기 위한 ‘방화벽’이다. 조선통신사가 일본 본토 방문을 위해 대마도를 경유할 때마다 숙소로 사용하던 세잔지(西山寺)는 최근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치만구신사를 둘러보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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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4번 도로에 있는 시이네 돌지붕(이시야네). 대마도에서 산출되는 널빤지 모양의 돌을 지붕에 얹고 있다 2 대마도 최남단에 있는 쓰쓰자키 공원
게치에서 미카다 방향으로 가다보면 아소만의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아소만은 진주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로 각광받는다.
아레와 코모다를 지나 시이네에 이르면 돌지붕으로 유명한 ‘이시야네(石屋根)’ 집들을 몇 채 볼 수 있다. 겨울 강풍이 심한 시이네 지역을 중심으로 불과 몇 호 밖에 남지 않은 이 돌지붕은 대마도에서 산출되는 널빤지 모양의 돌을 지붕에 얹은 옛 건물이다. 곡물과 의류, 가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쓰쓰에 들어서는 언덕길 삼거리에서 ‘비죠즈카(미녀총)’ 방향으로 우측으로 진입하면 대마도 최남단의 쓰쓰자키로 가는 길이다. 쓰쓰자키는 쓰시마 최남단에 위치한 곶으로, 대한해협에서 쓰시마해협으로 돌아 들어오는 곳에 돌출되어 있다. 거친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과 암초들 그리고 바다 저편의 새 하얀 등대가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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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만제키바시(萬關橋). 1900년 일본 해군이 함대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판 해협에 다리를 세운 것이다 2 만제키바시 인근에 있는 만제키전망대에 오르면 아소만과 만제키바시가 잘 조망된다
우치야마 고개를 내려오면 구타(久田)이다. 이즈하라 항의 남쪽 구타(久田) 포구에는 에도시대 쓰시마 번주의 선착장인 ‘오후나에’가 남아 있다. 이곳은 항해에서 돌아온 배를 격납하거나 수리한 곳으로 내부에 4곳의 돌출 제방과 5곳의 도크(dock)가 있다. 1663년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의 돌담은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만조 시에는 많은 양의 바닷물로 채워져 대형 선박도 출입할 수 있었고, 반대로 간조 시에는 물이 빠져 화물의 선적 등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정문, 창고, 번주의 휴식처 등도 남아 있어 당시의 웅대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구타에서 이즈하라항은 지척이다. 이즈하라항에 도착하면 볼거리가 아직도 많다. 역사 유적을 관람하거나 시내 쇼핑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되겠다.
세쨋날
이즈하라-게치-니이-우무기-사호-시타노우라-오쓰나-타-미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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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만제키전망대에서 바라 본 아소만 2 대마도를 360도 파노라마로 굽어 볼 수 있는 에보시타케전망대
만제키바시를 건너면 도로 건너편으로 만제키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쓰시마의 두 섬을 잇는 만제키다리와 리아스식해안의 아소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로, 주차장에서 전망대 건물까지 몇 개의 계단만 오르면 두 가지의 멋진 전망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니이(仁位)의 남쪽 한적한 바닷가에는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가 있다. 천신인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와 해신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모신 해궁으로 이들에 얽힌 용궁 전설이 전해온다. 본전 정면의 다섯 개 도리이(鳥居) 중 바다 위에 서 있는 두 개의 도리이는 만조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잔잔한 아소만과 어우러져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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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와타즈미신사 앞에는 5개의 도리이가 있는데, 2개는 아소만의 물속에 항상 잠겨 있다 2 오우미 마을의 해변가 절벽. 절벽 위로 다랭이밭이 펼쳐져 있다
아소만은 육지의 침강에 의해 생성된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대한해협 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복잡다단한 굴곡미는 쓰시마 자연경관의 백미이며, 수많은 무인도와 잔잔한 수면에 비친 섬들의 모습은 일본 최고로 일컬어질 정도의 절경이다. 바닷물은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바닥까지 보인다. 에보시타케전망대와 가미자카전망대(上見坂公園) 두 곳만이 아소만의 무수한 만곡을 천천히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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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일본의 아름다운 해안 100선’에 선정된 미우다해변 2 시타루에서 니시사토로 가는 임도. 숨은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넷째날
미네-카리오-기사카-오우미-야나기-우나쓰라-구바라-시시미-니타-이누가우라-미소-고시타카-이나-시타루-니시사토-사스나-가와치-오우라-히타카츠(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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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우미노사토’로 잘 알려진 오우미 마을은 다랭이밭으로 유명하다
카이진신사는 쓰시마 제일의 신사로 바다의 수호신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주신으로 모신다. 큰 도리이를 지나 높은 돌계단을 오르면 거목으로 울창한 자연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사에는 통일신라 초기,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걸친 청자 10여점이 남아 있으며, 동검과 거울, 토기 등도 다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카이진신사에서 사슴목장 방향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면 바닷가 쪽으로 대한해협이 잘 조망되는 기사카전망대가 나온다. 청명한 날에는 남해, 통영, 거제 일원의 섬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대한해협의 거친 파도를 배경으로 한 오우미 마을의 계단식 논밭이 절경을 이룬다.
오우미에서 야나기, 우나쓰라, 구바라, 시시미를 거쳐 니타로 가는 길은 조용한 어촌마을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어촌마을을 잇는 산길은 편백과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풍광이 아름답다.
니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이누가우라 방향의 해안길을 달리면 시타루로 가는 길이다. 시타루에서 니시사토 구간의 산길은 차량통행이 거의 없고,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인 비경의 숲길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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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대마도 최북단에 세워진 한국전망대. 팔각정 옆에는 ‘조선국역관사수난비’가 세워져 있다 2 아지로의 연흔. 얕은 바다의 잔물결 흔적이 화석화 된 것으로 이런 지형을 연흔(漣痕)이라 한다
‘아지사이 로드’의 고갯길 정상부에 위치한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는 대한해협의 장쾌한 바다와 부산시내의 건물까지 확실히 볼 수 있다. 전망대 주변으로 수국이 만발해 바다와 꽃을 동시에 보면서 산책하기에 좋다.
센뵤마키야마의 끝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모래 해변인 이쿠치하마(井口浜) 해변은 경치가 아름다우며, 수심이 얕아 바다수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센뵤마키야마 정상에 있는 두 대의 풍력발전기가 멋들어진 배경을 이룬다.
382번 도로를 만나 사스나로 가는 급커브 내리막길은 자전거 사고가 많은 구간으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와치와 오우라를 지나면 히타카츠항으로 가는 길이다. 히타카츠항 인근에는 호텔과 민숙, 펜션이 이즈하라보다는 적지만 10곳 정도는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엔 오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날
히타카츠항-오우라-와니우라-토요-이즈미-미우다해변-도노사키-니시도마리-히타카츠항(24㎞)
마지막 날 코스는 한국전망대와 토요포대를 돌아 미우대해변으로 이어지는 182번 도로 구간으로 거리는 24㎞ 정도의 짧은 구간이다.
전망대 건축물은 한국의 건축양식으로 1997년 세워졌다. 서울 파고다 공원에 있는 정자를 모델로 한 팔각정으로, 전망대로 진입하는 도로 입구에 세워진 문은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모델로 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한국 학자에게 자문을 구해 한국산 재료 구입 및 전문가 초빙 등 철저히 한국풍을 고집했다고 한다.
팔각정 옆에는 ‘조선국역관사수난비’가 세워져 있는데, 1703년 부산항을 출항한 108명의 역관사(통역관) 일행이 탄 배가 와니우라 앞바다에서 전원 사망하는 비참한 해난사고가 발생한 것을 추모하고 있다. 1991년 한일건립위원회가 이국의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역관사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조난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비를 세웠다.
한국전망대에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토요포대(豊砲臺跡). 제1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군비확장을 추진하면서 대한해협을 봉쇄할 목적으로 이 지역에 토요포대를 축조했다. 1929년 5월에 착공해 1933년 3월까지 5년에 걸쳐 지었다고 한다. 이 공사에는 조선인들도 동원되었다고 한다. 지하포대라 꽤나 어려운 공사였을 텐데, 희생자는 없었는지 지나간 통한의 역사가 미워진다.
‘일본의 해안, 100선’에 선정된 미우다해변은 쓰시마에서는 보기 드문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해변으로, 얕은 바다는 한여름 물놀이에 적격이다. 에메랄드그린의 바다는 남국의 정취조차 느끼게 하며, 비수기에는 이 멋진 해변을 혼자서 누릴 수도 있다. 샤워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며, 근처에 캠프장과 펜션, 온천도 있다.
히타카츠항에서 남쪽으로 자전거로 10분 정도 가면 아지로 지역이다. 이곳에 해변을 따라 길이 약 200m, 높이 15m의 장대한 규모의 울퉁불퉁한 바위가 있다. 얕은 바다의 잔물결의 흔적이 화석화된 것으로 이를 연흔이라 한다.
이렇게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40분 히타카츠항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는 오션플라워호에 오르면 대마도 투어는 마무리된다.
대아고속해운 : http://intlkr.daea.com
대마도 부산사무소 : www.tsushima-busan.or.kr
쓰시마시 : www.tsushima-net.org.k.ij.hp.transer.com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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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마도(對馬島) 자전거여행’ 시리즈 보기 (2/2)
- ㆍ일본 대마도(對馬島) 자전거여행-1
- ㆍ일본 대마도(對馬島) 자전거여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