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만들기
두만강종주를 생각한다면 지원차량의 확보 비용과 코스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자전거여행은 북·중 국경의 긴장이 있어 부분적으로는 가능하겠으나 전 코스 종주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중간의 검문소들이 산재해 있어 통행을 제한하고 돌아가라고 명할 경우, 우회로도 제대로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차량으로 돌아보길 원한다면 차량을 렌트해서 현지 조선족 가이드를 대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속초를 출발하여 배편으로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입국해 훈춘·도문을 거쳐 백두산을 다녀오는 4박5일 코스는 두만강 맛만 보여준다. 최근에는 장춘으로 입국해서 차량으로 백두산 서파코스를 택하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연변의 음식
인삼, 대추, 밤을 넣고 지은 밥 속에서 토종닭 영계가 푹 익어 간장을 뿌려가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동북지방의 쌀이 좋아서인지 기름기가 자르르 흐른다. 삼계탕과 전혀 다른 맛이다.
대개의 생태탕은 고춧가루를 넣어서 얼큰하게 끓이나, 명태 알이 고스란히 익어 은근한 맛을 내는 맑은 탕은 이곳이 연해주의 바다와도 가까운 걸 느끼게 한다.
두만강에서 나는 물고기 돌종개(종개의 함경북도 방언)로 만든 매운탕이다. 크기는 피라미 정도 되나 몸의 무늬가 짙다. 흔히 먹는 매운탕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은근한 맛이 별미다.
숙박
장쩌민의 휘호가 박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역사 깊은 4성급호텔이다. 연길 부르하통강변에 의지해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장백산 란찡리조트(LANDSCAPE) 0433-505-2222
자리잡은 고급 리조트다. 특히 취룡천양생회관의 노천 온천은 다양한 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숲속의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교통편
인천공항-연길 1일 3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북한상공을 통과하면 1시간 거리이나, 서해로 요동반도 대련상공을
거슬러 올t라가므로 2시간 소요
시차 : 한국보다 1시간 느림
여행객이 많은 시즌에는 비행기표 구하기가 쉽지 않아 미리 서둘러야 한다.
여행자 눈에 비친 연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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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문휴게소
연길에서 훈춘으로 가는 도중에 있으며, 만든 지 이제 채 2년이 안되었다. 중국 측이 요청하여 한국의 고속도로휴게소협회가 운영을 맡아 하는 몇 곳 중의 하나다. 도무지 쉬어가는 차를 보기가 어려우니 벅적거리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생각하면 생뚱맞기까지 하다. 손님이 와서 해달라는 음식을 조리해 팔고는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남북통일이 되거나, 나진선봉으로 차량통행이 늘어야 장사가 좀 되려나 싶다. 복도에 걸린 소녀시대의 도열에 그래도 한류가 여기까지도 와 있구나 하는 감회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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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길신화서점
외국을 여행하면 그 나라의 최신지도를 사온다는 김병훈 대표의 말은 내게 큰 공감을 주었다. 연길시내의 신화서점은 4층으로 된 대형책방이다. 다양한 지도가 테마별로 나와 있고, 중국의 각 성(省)단위 여행서들이 드넓은 중국임을 실감케 한다. 2층은 조선족들을 위해 한글 책이 가득한 전용층이다. 민족의 고토를 융성케 한 발해의 옛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기록한 책들이 넘쳐난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이주한 간도 땅의 후예들이 지키려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경외심과 감탄이 절로 인다. 연길로 여행가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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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버스와 트럭 사이에 낀 오토바이,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운 광경이다 2 가벼운 접촉사고 후 서로 가려다 엉켜 1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었다. 교통순경이 와서야 풀렸다
연변의 지방도로와 교통사고
중국의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구부러진 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오는 차량에는 할 말을 잊는다.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서파(西坡)로 가는 S208번 도로는 시원하게 뻗은 만큼 곡각지점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약간 구부러진 곳인데도 중앙선은 점선 처리되어 있으니 긴장의 연속, 방어운전은 필수다. 하루 동안 이도백하에서 연길까지 오는 중에 4번의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버스와 트럭 사이에 절묘(?)하게 낀 오토바이 등 주로 차량과 오토바이 사고다. 밤중에 주행한 안도현 명월에서 연길 사이의 국도 G302는 예고없이 4각으로 절개한 아스팔트 노면과 갈매기 표지판 하나 없는 곡각지점이 무서울 정도였다. 변방의 도로사정, 그 민낯을 본 것이 그나마 소득이라고나 할까.
백두산에 오르는 네 가지 방법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4개 코스가 있으나 최고봉인 장군봉(2750m) 쪽으로 오르는 북한의 동파(東坡) 코스를 제외하면 3개다. 북파(北坡)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장백산폭포가 있고 가장 먼저 개발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천지 사진도 대개 북파에서 촬영한 것이다. 서파코스는 장백산공항에서 가깝다. 가깝다고는 해도 자가용을 두고 산문에서 셔틀버스로 이용해야 하는 구간만 37㎞에 이르니 백두산이 크기는 크다. 남파(南坡)는 거기서도 180㎞ 정도를 가야 한다. 만강을 경유하여 장백현(혜산진 건너)으로 가다가 압록강변을 거슬러 오르는 먼 코스다. 백두산을 제대로 올랐다고 자부하려면 적어도 세 코스는 다 올라야 하지 않을까.
두만강 철조망 앞에서
우리 땅 북녘에 서러운 안부를 묻네
하늘하고 내통한 구글 지도로 우리 땅 가늠하고
남의 나라 땅 밟고 서서, 우리 땅 물끄러미 보고
남의 나라 산길 덜컹덜컹 달리다 그냥 멈춰 서네
무서워, 허기져 우리 땅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눈 들어 다시 보니 남의 나라 땅도 우리 땅 간도, 만주였네
철조망에 걸린 변경(邊境)이 서러운 세월, 눈물자리일세
제 이름을 훑어낸 자리에 흐르는 도문강(圖們江),
두만강(豆滿江)은 만날 수 없네
누가 둘러 댄 창씨개명인가
산천이 다 자연법 따라 흐르는데
사람만 금도 아닌 금을 긋고 눈을 흘기고 있다니
고마웠네, 고마워
죽지 못해 건넌 두만강 너머에 함경도가 살아 있어서
송화강 그 언저리에 충청도, 경상도도
숨죽이고 살아 있어 줘서
조선민족의 ‘민’ 자를 빼앗긴 소수민족 ‘조선족’으로라도
부모도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 ‘가갸거겨’도 잊지 않고
변경의 가시철망 깔고 앉은 고고한 고원
터억 막아섰다 익은 몸 냄새 맡고 물러서는 너는 우리 땅
요 너머 마천령산맥,
거기 너머 개마고원 삼수갑산으로
조선사람 하던 대로 춤추며 노래하며 같이 가보세. 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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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만강 (약600km) 훈춘 방천풍경구 ~ 장백산 풍경구(북파입구)
풍경에 건네는 말(28) by 조용연
*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며 흐르는 두만강만 해도 천이백리길이다. 중국 땅을 밟고 동해 두만강 하구 녹둔도 옛터에서 백두산 원시림 사이를 달려본 고단함보다 밀려드는 이 목마름은 한민족이 느끼는 우리 한(恨)의 공통적 증세일 것이다. 자전거로는 아직 갈 수 없는 긴장의 변경이다. 나라가 변변치 못하면 내 땅을 앗겨도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다. 그래서 부국강병은 우리 삶의 파수를 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다. 안타깝다. 서럽다. 그래도 소망한다. 한반도의 통일을, 휘날리는 태극의 광휘를 백두산 꼭대기 흰 눈 위에서 맞고 싶다.
강둑길 동행
박윤순(57)
우림건설 부사장을 거쳐 독립하여 YM건설이라는 회사의 대표이다.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도 여러 해 운영하고 있다.
KBS의 국악프로그램 PD까지 한 이력이 독특하다. 사업을 하면서도 세상 밖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박범신, 조용헌 같은 문인들과도 교분하며 안나푸르나를 다녀올 정도로 여백이 있다. “오늘이 참 소중하지요. 언제 두만강을 온전히 종주를 해 보겠어요? 자동차이긴 하지만….” 중국의 도문휴게소도 자의반타의반으로 맡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느긋하다. 남북통일이 되어 차들이 많이 오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김병훈(48)
독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다. 자전거생활을 창간하여 십 수 년을 버텨온 끈질긴 사람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좋아하는 자전거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자전거의 철학자’다.
지도 위에서 꿈꾸는 세상을 너무 좋아해 나와는 피가 통한다. 개마고원에서 70㎞의 논스톱 다운힐을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그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잃어버린 연해주와 60년대에 정지된 북녘 산하를 응시하는, 그의 우수에 젖은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김 대표와 두만강 여행에 동행한 이유다.
임민철(37)
광운대를 나와 길림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도문휴게소를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표다.
더부룩한 머리에 싱긋 웃는 그의 표정이 중국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철저히 현지 사람이 되어야지요. 그래야 작은 일이라도 중국 땅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고속도로에서 손을 들면 버스가 설 정도니까 아직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여전히 차량통행이 뜸해서 적자를 면치 못해 본사에는 미안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혼이라 고독을 견뎌야 하지만 여느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달리 깨끗하게 관리하는 있어 자신감이 엿보인다.
글·사진 조용연(여행작가, 前 울산지방경찰청장)
·1954년 경북 문경 출생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졸업
·경기 여주경찰서장, 서울 동부경찰서장(현 광진경찰서)
·경찰청 기획과장, 주중국대사관 참사관(북경)
·서울청 교통지도부장,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충남지방경찰청장, 울산지방경찰청장
·현 에스원 감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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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두만강’ 시리즈 보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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