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로 본 2014 유로바이크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0.21 13:42 | 수정 : 2014.10.31 13:23

유럽은 전기자전거 전성시대

2014년 유로바이크 쇼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호에는 2014년 유로바이크를 통해 전기자전거에 대한 유럽의 동향뿐만 아니라 박람회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함께 담아보고자 한다. 전세계 자전거업계 종사자들이 4일 동안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니 그 동안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높은 하늘, 사람냄새, 음식, 시끌벅적한 소음 등 전시장의 오감을 한정된 지면에 모두 담기에는 부족하지만 분위기만큼은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b>유로바이크 전시장</b> 올해 유로바이크도 많은 인파로 인해 복잡했지만, 한층 흥겨웠다
유로바이크 전시장 올해 유로바이크도 많은 인파로 인해 복잡했지만, 한층 흥겨웠다

2013년 유로바이크에 참석해 전기자전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을 올해는 볼 수 없었다. 또 작년에 유로바이크에서 가장 멋있고 인상적이었던 스페셜라이즈드 부스 역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독일 총리와 스페셜라이즈드 없이도 분위기는 활기찼다. 쇼장은 ‘언제 스페셜라이즈드가 유로바이크에 참가했었나’ 싶을 정도였다.

스캇은 유로바이크 3일째 되던 날 저녁에 전시장에서 가까운 보덴제 호수에서 배를 통째로 빌려 딜러들을 대상으로 선상파티를 열었다. 해가 저물 무렵 흥겨운 선상파티는 자신들만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브랜드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컸을 것이다.


작년 못지않은 풍성한 잔치  

<b>유로바이크 패션쇼</b> 하루 세번 패션쇼가 열렸다. 참관으로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즐거운 시간이다
유로바이크 패션쇼 하루 세번 패션쇼가 열렸다. 참관으로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즐거운 시간이다

자전거 업계에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갑·을·병으로 내려가는 하청구조가 있지만, 수직적이기보다는 대등한 입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서류상으로는 완성차 업체가 갑, 부품업체가 을이지만 부품업체의 규모가 큰 경우가 많아서 사정을 해야 겨우 조립일정 안에 부품을 공급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유로바이크에 모인 자전거 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검정색 티와 청바지 차림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많은 부스에서 아침부터 커피 대신 생맥주를 마시면서 상담을 한다. 상담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 잡담을 나누는 듯하다. 사실상 디테일한 실무는 쇼가 끝난 후에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번 쇼에서는 오전부터 맥주에 취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500cc 생맥주잔을 들고 전시부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전시장 안에서 애완견을 자주 목격했는데, 작은 애견이 아니라 중·대형견을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개들은 인파에 질렸는지 주인이 아는 사람을 만나 담소를 나눌 때면 피곤한 기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쉬곤 했다. 이렇게 덩치 큰 개들은 전시장에서 서로 마주쳐도 짖거나 서로를 위협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개들이 대부분 두 가지 품종 이상 섞인 잡종이었다는 점이다. 생맥주와 커다란 개들은 전시기간 내내 자전거와 함께 했다. 


가이드북, 쇼데일리, 스마트폰 앱을 나침반으로  

<b>스캇의 선상파티</b> 스캇은 유로바이크 3일째 되던 날 전시장 인근 보덴제 호수에서 자신들만의 선상파티를 열었다<b>(왼쪽)</b> <br> <b>전시장 바닥에 주저앉은 대형견</b> 전시장에는 많은 개들이 주인을 따라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로 중형견 이상의 큰 개들인데 모두 온순해서 무섭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b>(오른쪽)</b>
스캇의 선상파티 스캇은 유로바이크 3일째 되던 날 전시장 인근 보덴제 호수에서 자신들만의 선상파티를 열었다(왼쪽)
전시장 바닥에 주저앉은 대형견 전시장에는 많은 개들이 주인을 따라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로 중형견 이상의 큰 개들인데 모두 온순해서 무섭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오른쪽)
<b>유로바이크 스마트폰 앱</b> 유로바이크를 즐기기 위해서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가이드로 삼는 것이 좋다. 넓은 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길을 찾아나갈 수 있다<b>(왼쪽)</b> <br> <b>매일 발행되는 유로바이크 쇼데일리</b> 전시장 입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쇼데일리는 유럽전기자전거 시장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쇼데일리를 받으러 유로바이크에 온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b>(오른쪽)</b>
유로바이크 스마트폰 앱 유로바이크를 즐기기 위해서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가이드로 삼는 것이 좋다. 넓은 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길을 찾아나갈 수 있다(왼쪽)
매일 발행되는 유로바이크 쇼데일리 전시장 입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쇼데일리는 유럽전기자전거 시장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쇼데일리를 받으러 유로바이크에 온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오른쪽)

넓은 전시장의 수많은 자전거 속에서 먼저 내가 집중적으로 보고자하는 주제를 정하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고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그래서 미리 방문할 부스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전시장에서 나눠주는 가이드북이나 스마트폰 앱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데이터 로밍이나 선불 유심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해간다면 유로바이크 앱을 통해 찾아가고자 하는 부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로바이크 앱은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용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유럽시장의 트렌드와 신제품 동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쇼데일리(Show Daily)를 추천한다. 쇼데일리는 전시기간 동안 매일 발행되는 무료 신문인데 입구에서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쇼데일리에 실린 기사를 보고 해당 부스만 찾아다녀도 최신의 이슈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드넓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쇼데일리가 제공하는 기사를 주의 깊게 보자. 쇼데일리는 매년 타이베이 자전거쇼에서도 발행되며, 요 베켄도프(Jo Beckendorff)라는 유능한 독일인 편집자가 자전거 시장과 산업을 꿰뚫는 혜안으로 전시기간 내내 밤새워 만든다.


17번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식사하고 오기  

<b>프리드리히샤펜 시내</b> 버스로 15~20분이면 도착하는 프리드리히샤펜 시내에는 많은 이탈리아 식당과 터키 식당이 있어 식도락의 세계로 안내한다. 안내판에는 8월 30일에 일반인들도 유로바이크에 입장할 수 있다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알리고 있다. 원래 유로바이크는 자전거 업계종사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
프리드리히샤펜 시내 버스로 15~20분이면 도착하는 프리드리히샤펜 시내에는 많은 이탈리아 식당과 터키 식당이 있어 식도락의 세계로 안내한다. 안내판에는 8월 30일에 일반인들도 유로바이크에 입장할 수 있다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알리고 있다. 원래 유로바이크는 자전거 업계종사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

전시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식사를 하려는 참관객들로 큰 혼잡을 빚는다. 식사를 한번 하려면 긴 줄에 서서 몇 십 분씩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요, 메뉴를 고르고자 해도 어떤 맛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두려움에 떨게 된다. 막상 주문하려면 음식을 서빙하는 아주머니와 영어가 잘 통하지 않기도 한다. 값비싼 음료와 식사, 번잡한 분위기를 피해 전시장 서쪽 문으로 나와 17번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5~20분이면 프리드리히샤펜의 시내에 도착하며, 항구(Harbour Station)에서 내리면 된다. 시내 광장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터키 음식점이 즐비한데 전시장 음식보다 저렴하고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잘 맞으며 양도 많다. 무엇보다 시내의 한가로운 풍경과 함께 노천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 비즈니스맨보다는 잠시 여행객이 된 듯한 기분에 취한다. 

식사 후에는 조용한 보덴제 호숫가를 산책하면 자연스럽게 소화도 된다. 맑은 날에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맑고 거대한 호수 건너편으로 알프스가 보이기도 한다. 산책 후 내렸던 항구 정류장에서 17번 버스를 타면 중앙역을 지나 다시 전시장으로 오게 된다.


전기자전거 시승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b>스트로머의 신제품 ST2</b> 시속 45km의 속도를 내는 스트로머의 ST2는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한 전기자전거로 스위스의 자랑이다
스트로머의 신제품 ST2 시속 45km의 속도를 내는 스트로머의 ST2는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한 전기자전거로 스위스의 자랑이다
<b>전기자전거를 시승 중인 참관객들</b> 올해도 참관객들은 경쟁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시승했다. 한대라도 더 타보려는 사람들로 테스트 트랙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전기자전거를 시승 중인 참관객들 올해도 참관객들은 경쟁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시승했다. 한대라도 더 타보려는 사람들로 테스트 트랙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로바이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전기자전거의 시승을 꼽는다. 드넓은 박람회장에 전시된 수천가지 자전거를 모두 사진으로 찍고 눈에 담아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전기자전거를 탔던 그 느낌만큼은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시판되지 않는 자전거를 종류별로 시승해볼 수 있고 특히 보쉬, 시마노, 바이오넥스 등 각 회사별 전동시스템의 장단점을 현장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여권을 지참하고 간단한 등록절차만 거치면 몸이 허락하는 한 원하는 회사의 전기자전거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다.

큐브 등의 풀서스펜션 전기자전거와 누빈치, Di2 알피네 등 전동식 변속기와 조합을 이룬 전기자전거, 시속 45㎞ 이상의 속도를 내는 스트로머 ST2, 3세대 바이오넥스를 장착한 휠러 등이 인상적인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보여주었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면서 프리드리히샤펜의 높은 하늘과 마주하면 긴 여행의 피로감은 말끔히 사라지고 저녁에 동료들과 기울이는 독일맥주의 맛도 깊어진다.

<b>카본 전기자전거 레아오스</b> 이탈리아의 풀카본 전기자전거인 레아오스. MPF 미드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다.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카본 전기자전거 레아오스 이탈리아의 풀카본 전기자전거인 레아오스. MPF 미드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다.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의 다양한 경쟁자들

전기모터가 크랭크에 위치해 페달링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그동안 우리는 센터 드라이브, 크랭크 드라이브, 미들 모터 드라이브, 미드 드라이브 등으로 불러왔다. 최근 유로바이크쇼와 유럽의 다양한 매체에서 그 용어가 미드 드라이브(Mid Drive)로 정리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여기서도 미드 드라이브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b>상담으로 분주한 히든파워 부스</b> 매년 자전거 쇼에서 한국 업체의 부스는 꼭 들르게 된다. 올해 찾아갔던 히든파워 부스에는 상담 중인 바이어들로 분주했다<b>(왼쪽)</b> <br> <b>제펠린 비행선</b> 메인 전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제펠린 홀로 이동하는 중에 비행선을 만났다. 시간이 잘 맞으면 이륙이나 착륙 장면을 구경할 수 있으며 금전적인 여유가 허락한다면 직접 타보는 것도 좋다. 멀리 알프스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b>(오른쪽)</b>
상담으로 분주한 히든파워 부스 매년 자전거 쇼에서 한국 업체의 부스는 꼭 들르게 된다. 올해 찾아갔던 히든파워 부스에는 상담 중인 바이어들로 분주했다(왼쪽)
제펠린 비행선 메인 전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제펠린 홀로 이동하는 중에 비행선을 만났다. 시간이 잘 맞으면 이륙이나 착륙 장면을 구경할 수 있으며 금전적인 여유가 허락한다면 직접 타보는 것도 좋다. 멀리 알프스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오른쪽)

유럽시장에서는 미드 드라이브의 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도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쇼에서 다양한 회사들이 내놓은 미드 드라이브를 볼 수 있었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보쉬와 시마노를 빼더라도 임펄스, 트랜즈엑스, 바팡, MPF 드라이브 등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이다. 특히  파스(PAS)로 유명한 일본의 야마하와 파나소닉이 늦은 감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점이 눈에 띄었다. 보쉬보다 먼저 미드 드라이브 시장을 열었던 두 회사는 원조임을 내세우며 유럽 정서에 맞게 튜닝 함으로써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b>알톤 부스</b> 알톤 부스에서 삼성전기와 공동개발한 전기자전거를 시승해볼 수 있었다. 보쉬나 시마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주행감을 주었다<b>(위)</b> <br> <b>삼성전기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b>   
삼성전기와 알톤이 함께 개발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프로토타입 모델이다. 양산 모델은 내년에 출시된다<b>(아래)</b>
알톤 부스 알톤 부스에서 삼성전기와 공동개발한 전기자전거를 시승해볼 수 있었다. 보쉬나 시마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주행감을 주었다(위)
삼성전기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삼성전기와 알톤이 함께 개발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프로토타입 모델이다. 양산 모델은 내년에 출시된다(아래)

한국기업이 미드 드라이브 시장에 진출한 것도 놀라운 점이다. 삼성전기와 알톤이 함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개발한 것. 미드 드라이브가 장착된 알톤 전기자전거도 나왔는데, 프로토타입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제펠린 홀의 테스트 트랙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커브, 오르막, 평지 등에서 고르게 밀어주는 주행감은 부드러웠다. 토크 센싱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출력이 순간순간 바뀌는 주행환경에 신속하게 잘 대응했다. 보쉬나 시마노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느낌이어서 내심 기뻤다. 향후 보쉬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해주기를 기대해본다. 해마다 알톤과 같은 한국기업의 부스를 꼭 돌아보게 되는데 히든파워, 전기자전거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삼성SDI와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인 만도 풋루스 부스에도 참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드 드라이브 시장을 놓고 싸울 시마노와 보쉬

<b>시마노 전기자전거 스텝스(STEPS)</b> 스텝스는 ‘Shimano Total Electric Power System’의 약자로 이번에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이미 유럽 브랜드 완성차에 장착해서 선보였다. Di2 알피네 전동식 변속기와 어울려 흠 잡을 데 없는 주행감을 제공한다
시마노 전기자전거 스텝스(STEPS) 스텝스는 ‘Shimano Total Electric Power System’의 약자로 이번에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이미 유럽 브랜드 완성차에 장착해서 선보였다. Di2 알피네 전동식 변속기와 어울려 흠 잡을 데 없는 주행감을 제공한다
<b>시마노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b> 보쉬가 선점한 미드 드라이브 시장에 야심차게 내놓은 시마노의 제품으로 향후 보쉬와의 경쟁이 흥미로워진다
시마노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보쉬가 선점한 미드 드라이브 시장에 야심차게 내놓은 시마노의 제품으로 향후 보쉬와의 경쟁이 흥미로워진다

보쉬에게 선수를 빼앗긴 시마노가 과연 어떤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시장을 장악해 갈지는 전기자전거 업계 종사자들에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필자는 전시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시마노 부스를 찾았다. 말로만 듣던 시마노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직접 보고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시마노 시스템은 지난 8월부터 완성자전거 업체에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이번 유로바이크에서는 몇몇 유럽 완성차 브랜드에 장착되어 전시되었다. 풀서스펜션 MTB 같은 스포츠용보다는 생활형 자전거에 많이 장착되었다. 북미와 아시아 시장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완성도와 깔끔한 패키지, 지면으로부터의 공간 확보, 케이블 처리, 소음 억제 등은 시마노다운 완벽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시마노는 영하 10도의 추운 지역과 영상 50도의 더운 지역에서도 성능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시마노 시스템을 장착한 독일 생활자전거 크라이들러(Kreidler)를 시승해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주행감은 시마노만의 차별점이었다. 게다가 전동식 Di2 알피네 내장변속기 조합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을 제공했다. 완벽한 느낌은 보쉬의 전동시스템 이상이었지만, 너무 완벽해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경쾌한 느낌은 보쉬가 우위였으나 흠 잡을 곳 없는 주행감은 시마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b>보쉬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b> 보쉬는 샘플 자전거를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로 꾸밀 정도로 스포츠 자전거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생활형 이동수단에서 스포츠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은 보쉬의 공이 크다. 주행 중 부족함이 없이 밀어주는 경쾌함은 보쉬 시스템의 큰 장점이다
보쉬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보쉬는 샘플 자전거를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로 꾸밀 정도로 스포츠 자전거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생활형 이동수단에서 스포츠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은 보쉬의 공이 크다. 주행 중 부족함이 없이 밀어주는 경쾌함은 보쉬 시스템의 큰 장점이다
<b>보쉬의 바이크컴퓨터</b> 커다란 화면의 보쉬 바이크 컴퓨터로 자전거 내비게이션과 헬스 케어 기능, 전용앱 설치, 스마트폰과의 통신 기능 등을 제공한다
보쉬의 바이크컴퓨터 커다란 화면의 보쉬 바이크 컴퓨터로 자전거 내비게이션과 헬스 케어 기능, 전용앱 설치, 스마트폰과의 통신 기능 등을 제공한다

작년에 이어 보쉬의 전동 시스템은 유로바이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자주 보이는 브랜드였다. 생활자전거뿐만 아니라 전문 스포츠 자전거에도 보쉬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달려있었다. 특히 풀서스펜션에 적용되는 추세는 MTB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기세였다. 보쉬와 풀서스펜션 자전거의 궁합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비싼 가격과 무게 때문에 풀서스펜션을 외면하고 하드테일로 가던 소비자들도 풀서스펜션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 악셀그룹(Accell Group) 산하의 하이바이크는 로드레이서에도 보쉬 전동시스템을 장착해서 판매하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허브 드라이브 방식

<b>전기자전거 로드레이서</b> 네덜란드의 하이바이크는 로드레이서에도 보쉬 전동시스템을 적용해서 출시하고 있다. 스포츠 레저용도의 자전거가 전기자전거로 진화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기자전거 로드레이서 네덜란드의 하이바이크는 로드레이서에도 보쉬 전동시스템을 적용해서 출시하고 있다. 스포츠 레저용도의 자전거가 전기자전거로 진화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b>3세대 바이오넥스</b> 넓고 얇아진 허브 모터 방식의 3세대 바이오넥스로 부드럽고 파워풀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풀서스펜션 등의 스포츠 자전거를 겨냥한 제품이다
3세대 바이오넥스 넓고 얇아진 허브 모터 방식의 3세대 바이오넥스로 부드럽고 파워풀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풀서스펜션 등의 스포츠 자전거를 겨냥한 제품이다
<b>접이식 전기자전거 클레버</b> 대만의 클레버는 허브 드라이브 방식의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클레버는 세계 3위의 스쿠터회사인 대만 킴코의 자회사다
접이식 전기자전거 클레버 대만의 클레버는 허브 드라이브 방식의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클레버는 세계 3위의 스쿠터회사인 대만 킴코의 자회사다

미드 드라이브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체 전기자전거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허브 드라이브 방식도 따라서 성장하고 있다. 보쉬가 등장하기 전 최고의 강자였던 바이오넥스도 3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출시는 작년에 했지만 이번에는 3세대 모델이 장착된 완성자전거를 꼼꼼하게 시승해볼 수 있었다. 허브 드라이브 방식 특유의 무소음과 가속 시 고급감은 일품이었다. 스트로머와 그레이스, 클레버 등 시속 45㎞ 이상의 스피드 페델렉(Speed Pedelec) 분야는 여전히 허브 드라이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TDCM, 네오드라이브, 트랜즈엑스, 바팡 등도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스램도 이매틱(E-matic)이라는 허브 드라이브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시스템 장착을 위해서 프레임을 특별히 제작해야 하는 미드 드라이브와 달리 일반 자전거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기자전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장점이 허브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을 자유롭게 구현하면서 전기자전거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허브 드라이브 방식을 선호한다.


자동차회사가 만든 전기자전거 등장

<b>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자전거 헬멧</b> 필립스탁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S+ARCK’에 들어가는 문자 ‘T’를 주제로 만든 자전거 헬멧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자전거 디자인 참여는 매력적인 동기부여가 된다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자전거 헬멧 필립스탁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S+ARCK’에 들어가는 문자 ‘T’를 주제로 만든 자전거 헬멧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자전거 디자인 참여는 매력적인 동기부여가 된다
<b>컨티넨탈 미드 드라이브</b> 자동차 부품업계의 거인 컨티넨탈이 만든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 내부에는 기어와 기어 간에 벨트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소음을 억제한다
컨티넨탈 미드 드라이브 자동차 부품업계의 거인 컨티넨탈이 만든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 내부에는 기어와 기어 간에 벨트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소음을 억제한다
<b>필립스탁의 전기자전거</b>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스탁과 프랑스의 자전거회사 머스태쉬가 같이 만든 전기자전거다. 혹한지역을 운행할 때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털로 따뜻하게 감쌌다
필립스탁의 전기자전거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스탁과 프랑스의 자전거회사 머스태쉬가 같이 만든 전기자전거다. 혹한지역을 운행할 때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털로 따뜻하게 감쌌다

전기자전거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회사의 시장진입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입한 자동차 회사는 보쉬, 푸조, 브로제, 컨티넨탈, 프릿츠마이어그룹 등이다. 푸조는 과거 모터쇼에서 컨셉트로만 표현했던 전기자전거를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그 외 보쉬 시스템을 장착한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브로제와 컨티넨탈은 공동으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발전시켰는데 무엇보다 벨트로 구동되기 때문에 소음을 혁신적으로 줄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브로제는 스포츠 목적의 자전거에 적용하는 방향을, 컨티넨탈은 생활형 자전거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출품했다.

프릿츠마이어그룹(Fritzmeier Group) 산하에는 M1 스포테크닉(M1 Sporttechnik)이란 자전거 회사가 있는데 이번 쇼에 시속 75㎞의 산악용 카본 전기자전거를 출품했다. 이 괴물 전기자전거의 이름은 M1 스핏칭(M1 Spitzing)이다. 프릿츠마이어그룹은 BMW i3 전기차에 들어가는 카본 복합재 부품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이 자동차 회사의 전기자전거 시장 진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b>브로제를 적용한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b> 브로제가 만든 미드 드라이브는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면서 기동성을 높인 점을 강조한다. 배터리는 다운튜브에 장착되어 있다
브로제를 적용한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 브로제가 만든 미드 드라이브는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면서 기동성을 높인 점을 강조한다. 배터리는 다운튜브에 장착되어 있다
<b>푸조 전기자전거</b> 130년 전 태생이 자전거회사였던 푸조는 이번에 다양한 전기자전거를 전시했다. 자전거회사였던 역사가 푸조의 자부심이다
푸조 전기자전거 130년 전 태생이 자전거회사였던 푸조는 이번에 다양한 전기자전거를 전시했다. 자전거회사였던 역사가 푸조의 자부심이다

마치며

유로바이크 오프닝 기자회견에서 보쉬 전기자전거 총괄책임자인 클라우스 플라이셔(Claus Fleischer)는 조만간 전기자전거가 전체 자전거시장의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완성자전거 브랜드가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갖춘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부러우면서도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전기자전거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 시장상황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같이 유로바이크를 참관한 신참 동료의 말로 이번 연재를 마친다. 전기자전거는 처음이라며 쭈뼛쭈뼛 몇 대의 전기자전거를 시승해 본 후 했던 말이다.

“차장님, 전기자전거를 한번 타보면 일반자전거는 심심해서 못 타겠는데요.”

전기자전거로 본 2014 유로바이크

주상권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석사
• 2008 ㈜스피자 디자인총괄 담당이사, 아비아브 브랜드 매니저
• 2008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 2009 지식경제부 과제 <카본복합재를 이용한 초경량 접이식 자전거 제작> 연구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과제 <스포츠과학 기반 고기능성 경기용 자전거 개발> 연구원
• 현 (주)명지 자전거사업부 차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0월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작권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바이크조선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Copyrights ⓒ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