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오르막, 짧고 굵은 '마니아 코스'

오수환·자전거매거진 '바퀴' 편집장

입력 : 2012.07.26 19:52

남한강-낙동강 잇는 새재 자전거길

남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새재 자전거길은 총 100㎞ 구간으로 국토 종주 자전거길 중 가장 짧지만 유일하게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는, '짧지만 굵은 코스'다. 비단길과도 같은 한강 자전거길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충주 탄금대를 기점으로 남한강 자전거길은 새재 자전거길로 바뀐다. 새재 자전거길은 남한강 자전거길과는 달리 대부분 국도와 지방도에 만들어져, 논밭과 마을길을 달리는 구간이 비교적 많아서 더욱 현실적이고 정감이 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해발 548m 이화령 정상에서 본 모습.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 / 행정안전부 제공
해발 548m 이화령 정상에서 본 모습.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 / 행정안전부 제공
남한강의 지류인 달천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달리면, 여덟 개의 기암괴석 봉우리와 그 사이로 흐르는 폭포가 인상적인 수주팔봉(水周八峰)을 지나고 바로 수안보온천에 도달한다. 수안보온천의 물탕공원에서 족욕을 하며 지친 몸을 달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수안보와 괴산을 잇는 소조령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오르막은 새재 자전거길의 하이라이트인 이화령을 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해발 548m의 이화령을 넘기 위해서는 5㎞에 달하는 구불구불 오르막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가장 힘든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화령은, 바로 그 이유로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은 코스이며 일반인들에겐 강한 인내가 필요한 코스이기도 하다. 1㎞마다 설치된 쉼터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보며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다.

이화령 정상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중간 지점. 하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올라간 이화령은 6㎞의 험준한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달려 내려가야만 끝난다. 급경사와 급커브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화령 내리막길은, 어쩌면 오르막길보다 더 힘든 구간이다.

이화령을 내려오자마자 바로 문경새재 도립공원 입구에 도달한다. 평탄하고 한가로운 과수원길을 따라 도립공원을 지나고, 문경온천에서 조령천을 따라 달리면 만나게 되는 고모산성과 그 아래 진남교반의 풍경은 경북팔경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진남역에서부터 불정역까지는 한때 석탄을 운반하던 가은선(加恩線) 폐선을 이용한 철로자전거와 함께 달린다. 영강(潁江)변 소야마을에 있는 소야솔밭은 구간 길이는 짧지만 강변길과 어울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다. 점촌 읍내의 무인역인 주평역을 지나 경북선 영강철교를 통과하면 영강은 비로소 낙동강과 합류하며 상주로 진입하게 된다. 새재 자전거길은 오직 자전거로만 볼 수 있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습지를 따라 상주 상풍교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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