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구 늘수록 교통 사고는 줄더라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이

입력 : 2009.05.14 21:35

자전거 인구 늘수록 교통 사고는 줄더라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보호하는 자전거 타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산 사람도 막상 도로에 나가면 질주하는 자동차에 질려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도로에 자전거가 많아지면 자전거가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나 이로 인한 부상, 사망 건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줄리 해트필드(Hatfield)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유럽 14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68개 도시, 호주를 대상으로 자전거와 자동차 충돌 사고 건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자전거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면 자전거 한 대가 자동차와 충돌하는 빈도가 3분의 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인구 늘수록 교통 사고는 줄더라
사고 감소는 속도제한이나 자전거 전용 도로와 같은 인프라 개선과는 무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 운전 인식이다. 공동 연구자인 호주 시드니대의 크리스 리젤(Rissel) 교수는 "자전거 인구가 늘어날수록 자동차 운전자가 도로의 자전거를 더 조심하기 때문"이라며 "자전거 인구가 늘면 자동차 운전자 역시 자전거를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자전거에 대해 우호적이고 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더 조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해트필드 교수는 "자전거 인구가 늘어 사고 건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전거 인구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통 당국이 자전거 이용의 안전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그보다는 자전거가 환경과 건강에 좋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게 낫다는 것. 무엇이든 혼자서는 무섭고 외롭지만 함께하면 강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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