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의 두려움 떨친 活劇(활극)… 우리 가슴에 統一의 씨앗 심다

장석주 시인

입력 : 2014.11.18 05:49

[詩人 장석주 '뉴라시아대장정에 부침']

1만5000㎞의 웅혼한 모험… 실로 가슴 벅찬 보람이자 통일의 염원이 만든 기적
위대한 길의 개척자들, 통일의 시간 단축시키고 민족의 존엄성은 드높여

장석주 시인 사진
장석주 시인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이 석 달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독일 통일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門)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서울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유럽에서 극동을 잇는 누적 이동 거리 1만5000㎞를 자전거로 달려 이뤄낸 실로 가슴 벅찬 보람이다. 분단 이후 한반도 남쪽에 한정된 우리 공간적 삶을 유라시아 대륙으로 넓히는 사업이요, 통일 염원에 힘을 보태는 웅혼한 모험이다. 그래서 자전거 원정대가 이룬 성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길을 가는 자만이 제 운명을 창조한다. 한 맺히고 뼛속에 응어리진 분단의 고통은 우리 선택이 아니었다. 분단은 타율로 강요된 운명이었을 뿐. 반세기를 슬픔과 한을 품고 허송세월했다는 돌아봄은 뼈아프다. 반세기란 도대체 얼마나 아득한 시간인가! 우리는 손님도 방관자도 아니니, 이제 그 우여곡절과 뒤틀린 운명을 스스로 가지런히 펴고 바꿀 때가 되었다. 조국의 허리를 옥죄는 분단의 족쇄를 깨고 나가는 이 혁신의 첩경은 곧 한반도의 통일이다. 통일은 군소 국가로 전락해 비좁은 영토에서 비비적거리며 한없이 쩨쩨해진 우리 삶의 폐활량을 키우는 일이고, 그동안 소진되어 최소치에 이른 위대한 민족 건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일로, 민족 으뜸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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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원코리아 뉴라시아 원정대원은 96일간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시베리아의 살을 에는 바람과 높은 언덕 등 난관이 반복될수록 대원들은 더욱 똘똘 뭉쳐 하나가 됐고, 마침내 1만5000㎞의 대장정을 완주했다. 지난달 19일 라이딩을 마친 자전거 평화 원정대원들이 몽골 고비사막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원정대의 여정에 바이칼호수와 알혼섬이 포함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바이칼호는 우리 선조가 한반도까지 긴 이동을 할 때 그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박영석·최병화 등 대원들이 바이칼호의 얼음장 같은 물로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읽을 때 내 가슴은 벅차고 눈시울은 더워졌다. 이들이 차가운 호수로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것은 그곳이 민족의 신성한 장소라는 실감에 감동이 더해진 까닭이리라. 자전거 원정대가 땀을 뿌리며 달려온 이 여로(旅路)는 '실크로드'와도 겹친다. 이 길은 실크로드가 일군 영화를 오늘에 되살리는 무역로로 살아나고, 유럽과 극동을 이으며 물자와 사람이 오가게 될 것이다. 그때 이 길은 유럽과 동아시아를 하나로 아우르는 거대 경제권역으로 웅비하는 기폭제가 될 게 분명하다.

자전거 대장정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일으킨 기적이다! 베를린에서 시작해 바르샤바·상트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이르쿠츠크·울란바토르·베이징을 잇는 대장정은 끝났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은 원정대 건각들이여, 위대한 개척자이자 길의 모험가들인 그대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가? 우랄산맥을 넘고 끝없는 평원을 가로지른 그대들의 두려움을 떨친 활극(活劇)으로 얻을 것은 남북한 통일과 공동 번영의 열쇠요, 잃을 것은 국토 분단과 민족 분열로 겪은 소모적 경쟁의 난잡함이다. 그대들은 통일 한국의 기초를 닦고, 우리 가슴마다 통일 염원이라는 작은 씨앗을 심었다. 그로 인해 민족의 존엄성은 드높이고, 통일의 시간은 단축했다. 다시금 통일은 우리 세대에 이루어야 할 당위이며 기적이다! 이 기적의 불씨를 지피고 키운 뉴라시아 자전거 대장정의 주인공들에게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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