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에 배터리 관리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부족했던 내용이 많아 아쉬웠는데 이번 호에서 좀 더 정리된 정보로 배터리를 다루고자 한다. 단순하게 배터리 수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습관과 배터리 수명을 늘려주는 습관으로 구분해본다. 배터리는 전기자전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지만 아쉽게도 소모품이다. 수명이 다 하면 바꿔줘야 하는 부품이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거의 대부분 리튬계열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번호에서는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리튬계열뿐만 아니라 다른 배터리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리튬이온 전지는 완전 충전과 완전 방전을 기준으로 600~800번 사용할 수 있으므로 1회 이용거리를 50㎞로 잡았을 때 이론적으로 3~4만㎞를 주행할 수 있다. 매일 출퇴근을 한다고 해도 2~3년은 큰 성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충·방전 횟수가 800번이 넘고 4만㎞를 넘게 달렸더라도 배터리가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 제품 대비 체감할 정도로 주행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한다면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주행거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더 오래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예상치 못하게 빨리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기자전거의 주행가능 거리

완전히 충전한 후에 전기 힘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모델별로 제각각이다. 제조사가 주장하는 주행가능 거리가 있으나 소비자는 생각보다 배터리 힘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은 데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동차 연비처럼 공인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라이더의 체중과 도로 경사, 노면 상태, 온도, 풍향, 풍속, 타이어 공기압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주행가능 거리다.

특히 근력이 좋은 라이더들이 실망하는 일이 많다. 필자도 로드바이크를 자주 애용할 때는 한 번에 왕복 100㎞ 이상을 주행하곤 했다. 자신의 체력만으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라이더에게 30~60㎞ 정도밖에 달리지 못하는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땀 흘리지 않고 쾌적하게 이동하고자 하는 사람, 무거운 짐을 싣고 이동하고자 하는 사람, 매일 반복적으로 같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람, 자전거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전기자전거의 이동성은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최대 주행거리를 테스트하지 말자

전기자전거를 처음 구입하면 내 전기자전거의 최대 주행거리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완전히 충전을 한 뒤 전기 힘으로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방전이 될 때까지 끝까지 달려보는 사용자들이 많다. 이렇게 완충 후 방전이 될 때까지 달리면서 최대 주행거리를 자주 체크하는 행동은 배터리를 손상시킨다. 배터리 수명을 짧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2차 전지라고 부르는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수백 번 반복할 수 있는 장치다. 충전이라는 과정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고 방전을 통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안에 화학물질이 들어있어서 가역반응(reversible reaction, 可逆反應)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반응을 가혹하게 하면 화학물질의 가변적 속성이 사라지면서 둔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대 주행거리를 알아보겠다고 방전이 될 때까지 라이딩 하는 것은 배터리 수명을 짧게 하는 지름길이다. 물론 불가피하게 방전이 될 때까지 타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배터리를 끝까지 사용하지 말고 충전 기회가 생기면 바로 충전을 하자.

2010년 7월 엑스트라에너지(ExtraEnergy)의 간행물에 따르면 독일의 한 TV 뉴스 프로그램의 편집자가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후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테스트한 후에 주행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에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충전하지 않고 방전될 때까지 타면서 배터리의 내구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끔 하는 내용이다. 이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비자가 현명하게 제품을 사용하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배터리 사용법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아직도 많이 통용되고 있다.

배터리는 자주 충전하자

전기자전거를 라이딩한 후에는 배터리를 충전하자. 짧은 거리든 먼 거리든 달리고 난 후에 충전하는 습관을 들이면 배터리를 남들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전거로 출근했다면 배터리를 사무실에서 충전하는 것이다. 콘센트만 보이면 충전의 기회로 삼아 충전을 하는 것이 좋다. 필자처럼 배터리를 분리하지 못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은 충전 케이블을 함께 들고 다니면서 USB 포트만 보이면 충전을 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런 행동과 비슷하다.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220볼트 콘센트만 보이면 충전하기 위해 충전기를 가지고 다닐 것인가, 아니면 충전기를 하나 더 구입해서 출근하는 사무실에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선택하면 된다.

1990년대 휴대용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하던 니켈카드뮴(NiCd) 전지에는 ‘메모리효과(Memory Effect)’가 있어서 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자주 충전을 하면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다 싶으면 한 번씩 일부러 방전을 하곤 했다. 지금은 니켈카드뮴전지가 일반적인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그 자리를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메모리 효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배터리는 자주 충전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쓰지 않을 때는 충전해서 보관한다

출장이나 여행, 한겨울 등을 만나 한동안 전기자전거를 타지 않을 때는 배터리만 분리해서 완전히 충전한 후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충전을 해야 하는데, 수개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배터리가 아예 깨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관 중에도 방전이 일어나는데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방전이 되면 충전기를 연결해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배터리가 죽었다(Battery Died)’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배터리에는 ‘잠자기(Sleep)’ 기능이 있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최대한 천천히 방전되면서 깨어날 정도의 전기는 가지고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배터리는 겨울과 여름을 싫어한다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배터리의 성능이 떨어지고 한번 충전에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짧아진다. 한여름도 마찬가지다.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 모두 배터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므로 충전도 실내에서 하고 보관도 실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번거롭더라도 전기자전거를 야외에 세워 놓을 때는 배터리를 분리해서 실내로 가지고 들어가는 습관을 갖자.

주차장 같은 실외에 220볼트 콘센트가 있더라도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라면 밖에서 충전을 하지 말고 실내에서 충전해야 한다. 추운 곳에서 충전하면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한여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이나 덥고 습한 곳도 배터리에게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므로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곳에서 보관하고 충전하면 된다.

약간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요즘같이 추운 날에 전기자전거를 탈 때는 수건이나 헌옷 등으로 배터리 부분을 덮어서 고정하면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배터리도 보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014 유로바이크에서 세계적인 스타디자이너인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은 배터리를 부드러운 털로 따뜻하게 덮는 콘셉트의 전기자전거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로틀 기능은 편리하지만 배터리에겐 좋지 않다

스로틀 기능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전기자전거가 구동되는 편리한 기능이다. 페달을 밟아서 모터에 신호를 주는 방식에 비해 간편하고 힘이 안 들며 온전히 모터만 구동시키기 때문에 전기스쿠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과 모터의 힘이 합쳐져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에는 맞지 않지만, 편리한 스로틀 기능의 매력에 빠져있는 라이더들도 많다. 최근 서울에서 전기자전거 전문숍을 운영하는 분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특히 우리나라 라이더들에게 스로틀의 인기는 매우 높다고 한다.

인기 있는 기능이지만, 스로틀 기능은 배터리가 저장하고 있는 전기를 급격하게 소모한다. 방전이 되면서 화학적 변화도 당연히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배터리의 수명은 짧아진다. 전기자전거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오래 타고 싶다면 라이더의 근력과 모터의 힘이 자연스럽게 합쳐져서 움직일 수 있도록 크랭크를 돌려주면 좋다. 편리함을 누리고자 전기자전거를 선택했다면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스로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스로틀 또한 소비자의 선택이므로 타인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스로틀 기능만 사용하려고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면 크랭크를 함께 돌려주는 경우보다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점은 미리 고려하자.

전기자전거 배터리와 휴대용 전자기기 배터리는 비슷하다

가장 먼저 권장하는 사항은 전기자전거 구입 시 동봉된 제품설명서에 나오는 배터리 관리법을 읽고 설명서를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가 복잡하다면 휴대폰  배터리를 관리하듯이 하면 된다. 휴대폰 제조사가 권장하는 배터리 관리법이 있으므로 그것을 따르면 된다. 각 제조사의 웹사이트는 자세하고 쉽게 그 관리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노트북 배터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콘센트와 충전기가 있는 상황이라면 자주 충전해서 배터리 사용기간을 늘일 수 있다. 배터리는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항상 미리 충전해 두면 좋다. 필자도 5년 전에 노트북 배터리를 완전 충전시키고 완전 방전될 때까지는 충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모델을 구입한 회사동료보다 배터리는 오래가지 않았으며 나중에야 잘못된 사용 습관이었을 깨달았다.

마치며

지금까지 배터리의 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간단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점을 한두 가지만 기억하면 배터리 성능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배터리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해주는 장치이므로 자동차로 보면 연료이기도 하고 엔진이기도 하다. 편안한고 즐거운 전기자전거 라이딩의 시작은 배터리에서 나오므로, 잘 관리해서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전기자전거 경험을 하길 바란다.

글 주상권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석사
. 현 (주)명지 자전거사업부 차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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