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개구쟁이들이 모였다, TEAM 피오스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1.19 14:56

‘타기’ 위한 라이딩이 아닌 ‘가지고 놀기’ 위한 라이딩을 즐기는 팀 피오스. 그들이 떴다하면 장난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메아리가 돼 산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다

산악 개구쟁이들이 모였다, TEAM 피오스

본지 창간호부터 객원기자 겸 자문 미캐닉을 맡고 있는 곽성진 씨가 운영하는 팀 피오스를 만나봤다. “응, 김기자~”하며 늘 장난끼 넘치는 인사말을 건네고 대화하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가 이끌어 가고 있는 동호회라 그런지 팀 분위기는 ‘희희낙락’ 웃음과 농담으로 넘쳐났다. 몸만 큰 아이들 같은 느낌이랄까?

◎동호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06년 11월 1일 피오스 바이시클워크샵을 창업하면서 동호회를 만들었다. 산악자전거를 같이 타는 모임으로 시작해 수원의 라이딩 문화 정착에 힘썼다. 초기에는 XC 라이딩과 야간XC 라이딩을 위주로 했고 최근에는 올마운틴 스타일의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큰 행사나 연휴 등이 없으면 보통 일주일에 2번 정도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수요일에는 산악자전거의 기본 기술을 배우고 동호회원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시간으로, 근교 공원에서 평지 라이딩 스킬 연습을 주로 한다. 매주 토요일은 북수원 근처 산으로 라이딩을 간다. 가끔은 파주 명산 일대로 원정 라이딩도 간다. 올 3월에 개장하는 고창MTB파크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출발지는 피오스 바이시클워크샵
출발지는 피오스 바이시클워크샵

우리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번 일탈을 꿈꾸는 제 각각의 라이더들이지만 산을 사랑하고 즐기며 다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실제로 산에서 MTB를 타는 이는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산악라이더는 분명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 같은 동호회 회원들이 산악에서 즐겁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이 좋은 본보기가 돼 산악 라이더들이 꾸준히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팀원 소개를 하자면?

“동호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회원은 900명 정도 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40~50명 정도다. 매주 모임에 이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다. 먼저 내 소개부터 할까. 자전거생활 객원기자여서 독자분들은 꽤 익숙하실 것 같다. 이름은 곽성진이고 피오스 바이시클워크샵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 오늘 라이딩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개하자면 제이(26, 미국인, 영어강사), 이상경(39, 자영업), 마이크(34, 캐나다인, 영어강사, 제로바이크 대표), 이헌재(34, 안전감시원), 한동균(40, 그래픽디자이너 영상 편집감독), 안성용(35), 이안(37, 미국인, 대학 영어교수), 강경의(37)이다.

언덕은 돌파? No, 우린 ‘끌바’
언덕은 돌파? No, 우린 ‘끌바’
언덕은 돌파? No, 우린 ‘끌바’
언덕은 돌파? No, 우린 ‘끌바’

◎팀원들 중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먼저 빅드롭의 선구자 강경의 씨를 소개하고 싶다. 온라인상에서 ‘리우’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10여년 넘게 빅점프와 빅드롭, 트레일 빌딩 등 하드코어 라이더의 표본으로 몸에 있는 뼈 중 안 부러진 곳이 없을 정도란다(웃음). 프리라이딩, 그래비티 라이딩 세계의 거물이다. 프리라이딩 스킬이나 요령 등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또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마이클 에베를레로 전문 미캐닉으로 일할 때부터 연을 이어 오고 있는 미국 친구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고 한국 산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 제로바이크의 자전거 프레임 디자이너이자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국내 남한산성 코스 등 수 많은 라이딩 코스를 개발했고 프리라이딩과 셔틀라이딩을 정착시킨 필씨(Filthy) 동호회의 초기 멤버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다. 어떠한 계기로 합류하게 됐는지

“5년 전 알고 지내던 외국친구들과 미국인 친구의 권유로 페이스북을 시작하면서 동호회 라이딩 사진이나 친목 사진을 꾸준히 올렸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많다.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딩 스타일이 외국인들과 꽤 잘 맞는가보다. 같이 즐기고 희희덕대는 자유로움이 좋아 찾아오는 것 같다.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도 꽤 있다. 그 중 여군 한명이 가끔 라이딩에 참여하는데 BMX 실력이 정말 수준급이다.”

Hey, Look at me!!
Hey, Look at me!!

◎팀 훈련하거나 같이 라이딩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흑인 라이더와 친구가 된 것이 가장 특이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혹시 M-TV에서 흑인으로 구성된 락밴드를 본 적 있는가? 에미넴을 제외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백인 래퍼는? 이처럼 산악자전거나 로드바이크를 타는 흑인은 극히 드물다. 언젠가 오산비행장에서 일하는 미군이 자전거 정비로 매장을 방문했다. 이 미군의 이름은 패트릭으로 흑인이었다. 산악자전거와 흑인이 주는 이질감에 처음엔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패트릭과 친해지고 같이 장난도 치면서 라이딩 하니 한국인보다 더 정이 많은 친구다. 이제는 우리 동호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없어서는 안 될 친구다.”

◎ 올마운틴을 즐기려면 상당한 라이딩 테크닉이 필요한데 교육은 따로 하는가?

“사람마다 (테크닉에서) 편차가 있다. 그래서 입문자를 배려하는 라이딩을 하고 있다. 라이딩 입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닌 동호회도 있겠지만 내가 봐온 주변 동호회는 라이딩 본연의 느낌보다 여러 사람이 같이 모여 자전거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한 즐거움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물론 이런 부가적인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우리 동호회는 자전거를 타면서 즐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자전거를 즐겁게 타기 위해서는 기본인 라이딩 스킬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에 모여 라이딩 스킬을 연습한다. 교육을 하기 전 식사부터 하는데, 교육이 끝나고 식사를 하면 자연스레 술잔이 오고갈 수 있고 다음날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이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동호회원 중 강사역할을 하는 이헌재 씨는 10여년 간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각종 대회 입상과 다양한 라이딩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산악 개구쟁이들이 모였다, TEAM 피오스

◎동호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특징이 있다면?

“서로간의 배려와 안전을 강조한다. 로드바이크도 물론 위험하지만 우리 동호회가 즐기는 그래비티 장르도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다. 배려와 안전은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덕목이며 이를 바탕으로 즐거운 라이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일주일에 한번 만나 소위 ‘뽕 뽑는’ 힘들고 거친 라이딩보다 잔잔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통해 자주 만나서 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래비티 장르하면 스릴 넘치고 아찔한 점프 같은 이미지가 강해 동호회에 대해 지레 겁먹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평지에서도 라이딩하고 산에 올라가서도 자신의 실력에 맞는 라이딩을 권장하고 있다. 또 우리 동호회는 외국인 라이더들이 많아 외국 라이딩 문화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외국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흔히 접하고 라이딩 스킬이 좋아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설렁설렁’ 즐기면서 타는 그들만의 문화가 동호회에 많이 퍼져 있다. 참,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동호회 활동을 하면 영어 실력이 점점 늘 수 있는 큰 장점도 있다(웃음). 아무래도 그래비티 장르로 주로 타다보니 전체적인 연령이 젊은 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나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MTB를 많이 타지만 외국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MTB와 트라이얼, BMX 등을 즐기고 나이가 들면 로드바이크를 즐기는 것 같다.”

◎ 팀이 추구하는 라이딩은? 팀의 목표가 있다면

“무리하게 언덕을 오르지 않는다. 힘든 업힐이 있으면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상까지 오른다. 산악자전거의 묘미는 다운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까지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오르고 정상에서부터는 각자의 수준에 맞게 라이딩한다. 고통스럽게 업힐을 오르면 물론 신체는 건강해지겠지만 굳이 그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라이딩 해야 하나 생각한다. 아,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즐기는 장르는 XC 같이 가벼운 자전거를 타고 빠른 레이싱 스타일로 산을 정복하기보다 흐름대로 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라이딩 스타일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다.”

회원들의 멋진 라이딩 모습
회원들의 멋진 라이딩 모습

◎오랫동안 산악자전거를 타왔고, 지금은 생업이기도 한데, 즐거운 자전거 생활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20여 년간 산악자전거를 취미로, 업으로 살아오면서 과연 즐거운 자전거 타기가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라이더들이 즐거운 자전거 생활을 원해 큰 비용을 치르고 자전거를 구입한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의 자전거는 즐겁고 자유롭게 자전거 타는 것을 방해하더라. 고가의 산악자전거는 레이싱에 초점을 맞추고 경량과 속도, 업힐 쪽에 치우쳐 있다. 레이싱 스타일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한계를 깨는 엘리트 스포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동호회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달리고 심한 업힐은 소위 ‘끌바’로 동료와 이야기하며 쉬엄쉬엄 주위 경치도 감상한다. 정상에서는 다운힐의 스릴과 묘미를 즐기는 것이 우리만의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라이딩 후 동호회원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또한 즐거움의 하나다.

누가 그러더라. 바쁜 현대 한국인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면서 여가생활 또한 스트레스로 다스린다고. 즐겁자고 시작한 동호회를 굳이 이렇게까지 (힘들게) 타야하는가(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기자는 어릴 때부터 조립식 블록인 레고를 정말 좋아했다. 레고를 가지고 성을 만들고 배를 만들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팀 피오스 회원들을 만나니 기자의 레고가 이들에겐 자전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기보다는 ‘가지고 노는’ 자전거 ‘키덜트’들의 웃음기 가득한 모습에서 라이딩의 즐거움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 한국과 깊은 사랑에 빠진 제이
제이 스피델 (27, 영어강사)

산악 개구쟁이들이 모였다, TEAM 피오스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16살 때부터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자전거 경력은 10년이 넘는다. 그간 미국에서 타온 코스와는 달리 한국 산악지형은 다채로운 것 같다. 미국의 산악 코스는 굉장히 길고 크다. 한국의 산악지형은 미국에 비해 작고 짧지만 작은 코스 안에 모든 지형이 다 포함돼 있는 선물상자 같은 느낌을 준다. 업·다운의 반복이 심해 산악스킬을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와서 한국 산의 매력에 푹 빠졌고 더불어 한국 여성과의 사랑에 빠져 지난해 말 결혼까지 했다. 올 3월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멋진 추억을 안겨준 한국에 반드시 다시 돌아와 피오스 팀원들과 즐거운 라이딩을 계속 즐기고 싶다.”

○ 뉴질랜드의 자연과도 견줄 만한 곳이 바로 한국
이안 웰스(37, 영어교수)

산악 개구쟁이들이 모였다, TEAM 피오스

“유년시절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으니 벌써 3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탔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자전거만 해도 고향에 있는 것도 한국에서 구매한 것들은 합하면 족히 20대 정도 된다.

미국과 뉴질랜드 이중국적이라 두 나라에서 모두 라이딩을 즐겼는데 한국지형도 이에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형뿐 아니라 좋은 자전거를 싸게 살 수 있는 인터넷 중고장터가 정말 마음에 든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자전거도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정말 싸게 구입했다. 1500달러 정도에 이런 멋진 프레임과 드라이브 트레인을 얻었으니 역시 IT강국이라 할 만하다.”

팀 피오스 홈페이지 & SNS
http://cafe.naver.com/pios
http://www.facebook.com/PiosBicycleWorkshop 

글·사진 김종우 기자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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