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의 지중해를 두 바퀴로 씽씽! '시마나미 사이클링'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손윤민 기자 son2027@chosun.com 이

입력 : 2013.11.29 13:53

일본 3대 급류(急流) 조망할 수 있어

국내 인천대교를 이렇게 달릴 수 있을까? 달리는 내내 크고 작은 섬이 펼쳐진 해협의 풍광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곳은 사이클링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시마나미해도(しまなみ海道)이다.

시마나미해도는 일본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현(愛媛県) 이마바리시(今治市)와 히로시마현(広島県) 오노미치시(尾道市) 구간을 잇는 약 74Km의 도로다. 이 도로는 크고 작은 9개 섬들을 10개의 다리로 연결하고 있다. 원래 이 해도는 본 목적이 사이클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각 섬의 시민들이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도보 등으로 해협을 건너는 생활도로였다. 2년 전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 대만의 자전거 회사인 GIANT와의 인연으로 사이클링 명소로 거듭났다.

■ 일본 3대 급류(急流)를 가로지르는 세계 최초의 3연식 현수교

오시마 섬 기로산 전망대를 오르는 도로 왼편으로 시마나미해도와 쿠루시마 해협 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오시마 섬 기로산 전망대를 오르는 도로 왼편으로 시마나미해도와 쿠루시마 해협 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본격적인 시마나미해도의 사이클링을 위해 렌탈샵을 찾았다. 쿠루시마 해협 도로 각 지역에 배치되어있는 렌탈샵에서 빌려 다른 곳에 반납해도 된다. 이마바리 시에서 자전거를 렌탈 후 쿠루시마 해협대교로 페달을 밟았다. 쿠루시마 해협대교는 세계 최초의 3연속 현수교'(三連つり橋)로 이마바리시와 오시마 섬을 960m, 1,515m, 1,570m 세 개의 현수교로 연이어 놓았다.

빙글빙글 해협대교로 오르는 길을 따라 달리자 어느새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풍광이 펼쳐진다. 바람은 땀을 식힐 정도로 적당한 미풍(微風)에 햇살은 파도에 부서졌다. 대교를 건너는 내내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사이클링 관광객이 인사를 건넨다. 무엇보다 젊은 연령층에서부터 고령자들까지 다양한 관광객이 사이클을 즐기는 것에 놀랐다. 대교를 건너다보니 구간별 통행료를 내야 한단다. 누구 하나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그냥 지나치는 이가 없다.
(사진 왼쪽) 총 길이 약 4.1km의 쿠루시마 해협 대교에서 사이클링을 즐기고 있는 모습 (오른쪽 위) 오시마 섬의 기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마나미해도의 모습 (오른쪽 아래)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인 쿠루시마 해협 급류
(사진 왼쪽) 총 길이 약 4.1km의 쿠루시마 해협 대교에서 사이클링을 즐기고 있는 모습 (오른쪽 위) 오시마 섬의 기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마나미해도의 모습 (오른쪽 아래)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인 쿠루시마 해협 급류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쿠루시마 해협 대교를 빠져나가 오시마 섬에 들렀다. 이 섬에서는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인 쿠루시마 해협 급류를 조망할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다. 약 15명 정도를 실을 수 있는 이 배는 쿠루시마 해협을 누비며 약 1시간가량 급류를 조망한다. 급류가 만들어낸 소용돌이가 거세게 휘감아 친다. 금세라도 배를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이 스릴만점이다.

해협이 노을에 금빛으로 물들 때쯤 기로산 전망대에 올랐다. 이 전망대는 오시마 남단에 위치한 기로산(해발 307M) 정상에 있는 전망대이다. 여기서 구루미사해협대교나 구루시마 해협의 조류,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일본 최고봉인 '이시즈치야마'도 조망할 수 있다.

■ 해협 속에 감춰진 일본인의 삶을 엿보다
히로시마의 이쿠치섬(生口島) 사이클링 도로에는 따뜻한 기후 때문에 팜트리가 심어져 있다. 시마나미해도의 사이클링 도로에는 파란색 선이 칠해져 있다
히로시마의 이쿠치섬(生口島) 사이클링 도로에는 따뜻한 기후 때문에 팜트리가 심어져 있다. 시마나미해도의 사이클링 도로에는 파란색 선이 칠해져 있다
에히메현에서의 사이클링은 해협을 배경으로 달렸다면 히로시마 일본의 소소한 마을 풍경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히로시마의 이쿠치섬(生口島)의 사이클링은 선셋비치에서 시작됐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해수욕을 위해 모여드는 이곳은 해 질 녘의 석양이 멋져 그 이름이 붙었다. 길이는 800m로서 중부와 시코쿠지방 제일의 해변 스포츠 공원이기도 하다. 또한, 섬 주변의 바다나 해변 등에 17개의 미술작품을 설치한 '시마고토 미술관'이 사이클링 동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따뜻한 기온 때문인지 약 10m 간격으로 사이클 도로 옆에 심어진 팜트리가 마치 하와이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5년 전부터 사이클링 도로를 만들기 시작한 이곳은 곳곳에 한국어로도 표기돼 있어 사이클링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사키시모지마 섬에 들어서면 이내 어촌 유타카(豊町) 마을이 나타난다. 이 마을에서 200m 정도 지나면 중요건축물 보존지구인 미다라이(御手洗町) 마을이 나온다. 꼬불꼬불 꺾어지는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마을 주요 건축물에는 이곳 마을 찾아준 외부인을 환영하는 꽃꽂이가 눈에 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오사키시모지마 섬은 일본 특유의 소소한 마을 풍경을 사이클로 돌아볼 수 있다. 미다라이 마을은 일본 애니메이션 '모모의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오사키시모지마 섬은 일본 특유의 소소한 마을 풍경을 사이클로 돌아볼 수 있다. 미다라이 마을은 일본 애니메이션 '모모의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미다라이 마을은 옛것과 새것이 혼재된 마을이다. 5대째 15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시계 전문점이나 카페 그리고 과거에는 가부키 극장이었던 곳이 현재까지도 공연하고 있다. 호젓한 섬마을에서 일본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사이클링을 즐기며 다양한 디저트도 즐길 수 있다. 바다 옆에 자리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돌체는 나이를 불문하고 이곳에서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름난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다. 히로시마의 명물인 감귤을 이용한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떡 안에 감귤을 넣어 만든 그야말로 생과일 떡이다. "감귤을 어떻게 하면 싱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데서 출발한 주인장의 생각으로 개발됐다. 인노섬를 지나는 사이클링 투어객들이 꼭 한번 들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1주일에 한 번 히로시마 시내에서 판매하는데 금방 동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난 10월 20일 시마나미해도에서 열린 '사마나미 사이클링 대회'
지난 10월 20일 시마나미해도에서 열린 '사마나미 사이클링 대회'
에히메와 히로시마는 시마나미해도의 사이클링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20일 '시마나이 사이클링 대회를 개최했다. 총 약 3,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일본인 외에도 대만, 인도네시아, 호주, 한국, 홍콩에서 65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코스는 총 3가지로 상급자용인 110km 코스(오미시마코스), 중급자용인 60km 코스, 가족용 코스인 40km 코스(오시마코스)이다. 이 사이클링 대회는 시간을 기록하는 대회가 아닌, 다 같이 달리는 것에 중점을 둔 대회라는 점에서 다른 사이클 대회와 차별화시켰다. 내년에도 역시 10월에 개최될 이 대회는 약 1만명 규모의 대회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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