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봄’ 두 바퀴로 느끼는 천년 신라의 숨결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3.24 17:53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걸려 있는 글귀다.

봄. 봄. 봄… 꽃 핀 봄산이 있고, 누군가의 가슴은 울렁인다.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제법 봄 날씨에 가까워졌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일의 시작을 계획한다. 그중 봄날의 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구경이다. 봄이 예쁜 도시 경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과 유채꽃길 사이를 달려보자.

아련한 수학여행지의 추억


	(왼쪽부터) 경주의 봄은 벚꽃과 함께 한다 / 신라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황룡사지. 수학여행 코스에 속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경주의 봄은 벚꽃과 함께 한다 / 신라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황룡사지. 수학여행 코스에 속하기도 한다

봄 경주는 수학여행 말고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찾는다.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경주 시내만 해도 봐야 할 것이 가득이고, 이어지는 담벼락 위로 벚꽃이 또 한 가득이다. 자전거만 한대 있다면 하루 꼬박 투자해 김유신 장군묘부터 대릉원․첨성대․월성 등이 있는 시내를 관통해 보문호까지 돌아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하룻밤에 돌아보는 천년 신라다. 물론 제대로 보려면 택도 없는 소리다. 하지만 경주의 봄 풍경을 즐기는 여행이라면 큰 무리는 없으리라.

경주 여행계획은 정말 잘 짜야 한다. 천년 신라의 시간만큼 넓고 또 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경주를 크게 4가지 코스로 나누어 소개하려 한다. 김유신 장군묘~경주 시내~보문호를 연결한 경주 시내 코스, 포석정과 나정을 포함한 남산 코스,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토함산 코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무대왕릉~감포를 잇는 대왕암 코스다. 하나의 기점씩 선택해서 여행해도 좋지만 기왕 경주까지 왔다면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2박 이상의 일정이라면 경주 시내에서 남산, 남산에서 토함산, 그리고 토함산에서 대왕암으로 동선을 짤 수 있다. 반대도 괜찮다. 자, 그럼 지금부터 천년 신라의 도읍 경주로 출발!

1. 자전거 한대로 돌아보는 경주 시내 코스


	(왼쪽부터) 신라의 문화유적이 모여있는 경주 시내는 도보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왼쪽부터) 신라의 문화유적이 모여있는 경주 시내는 도보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봄바람 가르며 꽃비 흩날리는 경주 시내의 고분 사이를 달리다보면 이 길이 신라로 연결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경주 시내는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도 좋다. 다만 가끔 2인용(연인용이라고 해두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는데 잠깐 재미삼아라면 괜찮지만 경주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1인용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대릉원 앞이나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자전거 대여소에서 1시간에 3000원이면 빌릴 수 있다.


	(왼쪽부터) 자전거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많다 / 신라 최초로 왕위에 오른 진골, 태종무열왕릉 / 김유신 장군묘는 통일신라 이후 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특히 능을 감싼 비석에 새긴 십이지신상은 당시 의복형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왼쪽부터) 자전거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많다 / 신라 최초로 왕위에 오른 진골, 태종무열왕릉 / 김유신 장군묘는 통일신라 이후 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특히 능을 감싼 비석에 새긴 십이지신상은 당시 의복형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경주 시내 코스는 무열왕릉~김유신 장군묘~대릉원~첨성대~반월성~국립경주박물관~안압지~황룡사지~분황사~보문호를 연결한 것으로 잡았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도보 여행을 선택했다면 김유신 장군묘와 무열왕릉, 그리고 보문호는 제외하거나 부분적으로 차량을 이용해도 좋다.

자, 무열왕릉부터 시작이다. 왕위에 오른 최초의 진골이자 김유신과 힘을 합쳐 통일신라의 기틀을 마련한 김춘추(재위 654~661)가 잠들어 있는 곳. 능 주변에 호석이 박혀 있다. 무열왕릉보다 먼저 만나는 무열왕릉비는 당시의 비석들처럼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거북모양 받침돌을 하고 있다. 비신 위 머릿돌에 용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태종무열왕릉비에 이런 양식이 최초로 나타났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무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왕과 왕비의 무덤인 ‘능’. 무열왕릉, 괘릉 등이 여기에 속하죠. 그리고 왕이나 왕비인 듯 하나 무덤의 주인이 정확하게 누군지 모를 때에는 ‘총’을 붙여요. 천마총, 황남대총 등이 있죠. 그 외는 ‘김유신 장군묘’ 처럼 ‘묘’를 붙입니다.”


	(왼쪽부터) 김춘추가 잠든 무열왕릉에 자리한 태종무열왕릉비 / 대릉원 내에 자리한 천마총. 경주를 찾는 이들이 빼지 않고 찾는다
(왼쪽부터) 김춘추가 잠든 무열왕릉에 자리한 태종무열왕릉비 / 대릉원 내에 자리한 천마총. 경주를 찾는 이들이 빼지 않고 찾는다

	(왼쪽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임해전지로 가는 길에 자리한 연꽃단지. 아쉽게 연꽃은 없다 / 20여 기가 넘는 고분이 들어선 대릉원 풍경
(왼쪽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임해전지로 가는 길에 자리한 연꽃단지. 아쉽게 연꽃은 없다 / 20여 기가 넘는 고분이 들어선 대릉원 풍경

신라왕들의 능이 모여 있는 대릉원에서 천마총을 둘러본다. 경주의 여러 왕릉을 대표하는 대릉원은 ‘미추왕릉 대릉에 장사 지냈다’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경주 고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역시 천마총. 자작나무에 그려진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 왕릉인 듯 하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증명할 수 없어 ‘총’, 더해서 천마총이라 한다. 천마총 입구에서 만난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가 그려진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나는 나무에요. 시베리아에서나 자라는 거죠. 신라땅에서는 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자작나무에 천마가 그려진 천마도가 나왔습니다. 과연 신라인의 영역은 어디까지 였을까요.”


	(왼쪽부터)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인 계림 / 신라의 과학기술과 문명을 보여주는 첨성대 / 신라의 옛 궁궐터였다는 월성
(왼쪽부터)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인 계림 / 신라의 과학기술과 문명을 보여주는 첨성대 / 신라의 옛 궁궐터였다는 월성

대릉원 정문으로 나와 길을 건너면 첨성대․계림․월성․석빙고 등을 계속해서 구경할 수 있다. 천문관측 장비인 첨성대(국보 제31호)는 신라의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여준다. 첨성대를 뒤에 두고 직진하면 신라의 옛 성터였다는 월성으로 이어진다. 월성에 닿기 전 오른편으로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인 계림과 닿는다. 계림에 들어서 걸어가니 거의 끝자락 즈음 내물왕릉이 보인다. 바로 뒤가 경주향교. 때마침 전통혼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지곤지 바른 새색시와 사모관대 차림의 새신랑이 보인다. 21세기에도 새색시는 여전히 수줍다.


	(왼쪽부터) 신라를 대표하는 절집이었던 황룡사지. 당간지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경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보문단지. 석양 무렵의 보문호 풍경
(왼쪽부터) 신라를 대표하는 절집이었던 황룡사지. 당간지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경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보문단지. 석양 무렵의 보문호 풍경

신라를 대표하는 절이었다는 황룡사지를 지나 보문호로 향하는 길. 넓다 못해 황량한 황룡사에 덩그러니 놓인 당간지주가 발길을 붙잡는다. 645년 선덕여왕 시절 완공한 9층 목탑은 1238년, 몽골군 침입 당시 모두 불타버렸다. 노란 유채꽃이라도 가득했다면 덜 허전했으련만. 마침 당간지주 근처를 지나는 이에게 물으니 "일주일만 있으면 유채꽃이 필 것"이라 한다. 꽃비와 유채꽃의 조우를 상상하며 어느덧 보문단지에 닿는다. 해가 스며드는 보문호에는 오리배를 타는 연인들이 가득이다. 낮에는 자전거, 밤에는 오리배라. 이제 날이 저물면 안압지나 대릉원으로 밤 마실을 갈 차례다. 경주의 밤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색색으로 무장한 조명이 안압지를 밝힌다. 낮과는 다른 표정으로 경주의 봄밤이 흘러가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2. 신라의 처음과 끝을 품은 남산 코스

신라의 옛 이름은 서라벌이었다. 혹은 지금의 경주 지역을 서라벌이라고도 했다. 서라벌 남쪽에 자리한 산이라고 해서 남산이라 이름 붙은 경주 남산은 ‘노천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담겨있다. 경주시내에서 남쪽으로 향하다 만나는 나정과 포석정이 그 시작이다.


	(왼쪽부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이 발견되었다는 나정 / 신라의 마지막 왕,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포석정
(왼쪽부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이 발견되었다는 나정 / 신라의 마지막 왕,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포석정

나정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이 발견되었다는 곳이고, 포석정은 경애왕(재위기간 924~927)이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전설을 품은 곳이다. 신라의 시작과 끝이 모두 남산 자락에 있다. 전문가들이 “경주를 제대로 보려면 남산을 빼놓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 것. 어떤 시인은 남산을 두고 ‘신라인의 마음을 싣고 흘러가는 한 척의 배’라고도 표현하지 않았던가.

‘경주남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남산에는 왕릉 13기, 산성지 4개소, 절터 147개소, 불상 118체,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72점의 문화유적이 남아있다. 해발 500m가 채 되지 않은 산에 왜 이렇게 많은 불교 유적들이 남겨진 걸까.


	(왼쪽부터) 상선암 위에 위치한 마애석가여래좌상. 문화유적으로 가득찬 서라벌의 진산 남산 <사진, 한국관광공사 DB >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
(왼쪽부터) 상선암 위에 위치한 마애석가여래좌상. 문화유적으로 가득찬 서라벌의 진산 남산 <사진, 한국관광공사 DB >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 <사진, 한국관광공사 DB

신라의 왕족과 귀족들이 불국사․천황사․황룡사 등 거창한 절을 찾을 때 민초들은 남산으로 향했을 것이다. 고민과 염원을 담아 불상을 만들기도 하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으리라. 때문인지 남산에서 만나는 불상들은 잘 생겼다기보다는 정겹다. 신라 전성기에는 남산 자락에 800개가 넘는 절이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남산 그 자체가 거대한 사찰은 아니었을까. 경주 남산에 돌부처와 석탑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남산의 화강암은 질좋은 석재이기 때문이다. 토함산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의 석재 역시 남산의 돌을 가져다 썼다.

경주 남산의 불상과 석탑을 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또 이렇게 유적이 넘쳐나는 경주 남산에서 우선순위로 봐야 할 유적은 무엇일까.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문화해설사들은 미륵골의 보리사 석조여래좌상과 탑골의 마애조상군, 부처골의 감실 석조여래좌상, 용장사지 삼층석탑 등을 손에 꼽는다. 지난 2007년 열암골에서 발견된 무게 70t의 대형 마애불은 여전히 일반인이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3.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토함산 코스

석굴암과 불국사가 아련한 추억에 새겨진 건 아마 수학여행 때문이리라. 단체로 몰려와 줄을 서서 찾았던 석굴암과 불국사에서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수많은 유적 중에서도 경주를 찾는 이들이 절대 빼놓지 않는 곳으로 꼽히는 석굴암과 불국사는 문화와 기술이 최고에 달했던 신라의 절정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왼쪽부터) 불국사 전경 / 유리벽에 보호되고 있는 석굴암 본존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왼쪽부터) 불국사 전경 / 유리벽에 보호되고 있는 석굴암 본존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이런 석굴암과 불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들이 안겨 있는 토함산(745m)이 먼저다. 남산, 단석산과 함께 천년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경주의 3대 성산으로 꼽히는 토함산. 이 토함산 정상 가까이에 자리한 석굴암 석굴은 불교세계의 이상과 과학기술, 그리고 조각 솜씨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됐다.

습도조절 장치 때문에 지금은 유리창 밖에서만 본존불을 바라볼 수 있다. 반사 때문에 유리창 가까이 가야 부처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매끄러운 곡선이며 부드러운 표정이며, 감히 잘 생겼다 표현해도 괜찮을까.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절로 인다. 유리창이 없다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텐데. “원래 석굴암은 굴 안에 습기가 차지 않았는데 일제강점기 보수공사 때 시멘트를 사용해 제습기능이 사라졌다”는 설명에 속이 상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 광복 후 보수공사 뒤에도 습기가 맺혀 불상이 상할 위기에 처하자 입구를 유리창으로 막고 제습기와 송풍기를 설치했단다. 유리창안에서 후손들을 바라보는 석굴암 본존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왼쪽부터)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숨겨진 황금돼지는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 불국사 석가탑의 본명은 불국사 삼층석탑 / 불국사의 봄 풍경
(왼쪽부터)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숨겨진 황금돼지는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 불국사 석가탑의 본명은 불국사 삼층석탑 / 불국사의 봄 풍경

흙길을 따라 다시 석굴암 입구로 나온다. 이제 불국사로 향할 차례다. 가족단위 관광객 뿐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들도 제법 많다. 토함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경주 불국사는 과거․현재․미래의 부처가 사는 불국정토를 드러낸 불법의 궁전이다.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어머니를 위해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김대성은 창건이 아니라 중창을 했다. 불국사는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를 공인한 신라 528년, 법흥왕의 어머니 영제부인과 왕비의 발원으로 창건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불국사에는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대웅전 앞뜰 동서쪽에 다보탑과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이 마주보고 서 있다. 모두 제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동쪽이 다보탑 서쪽이 석가탑으로 높이(10.4m)는 같으나, 다보탑은 특수형 탑을 석가탑은 일반형 석탑을 대표한다. '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할 때 과거의 부처인 다보여래가 그 옆에서 옳다고 증명한다'는 법화경의 내용을 탑으로 구현해 두 탑을 함께 세웠다. 다보탑 중간 계단에 쓸쓸히 자리한 돌사자상을 두고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왼쪽부터) 불국사 다보탑. 돌사자상이 한마리 남아있다 /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은 같은 크기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불국사 다보탑. 돌사자상이 한마리 남아있다 /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은 같은 크기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다보탑과 석가탑을 해체해서 그 안에서 나온 보물을 모두 가져갔어요. 다보탑의 돌사자상도 동서남북에 하나씩 있었는데 지금 남은 건 깨지고 망가진 돌사자 하나뿐입니다. 해체 후에는 콜타르를 발라 탑을 수리했습니다. 계속적으로 탑 공사가 진행되는 건 이끼나 풍화작용도 있지만 콜타르로 인한 부식도 큰 이유입니다. 석가탑은 2014년 여름쯤 수리를 마칠 예정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개별적으로 여행팀을 꾸려 문화해설사와 동행하는 이들이 많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지니 재미가 있다. 관음전, 비로전, 나한전을 지나 돌계단을 내려서니 극락전이다. 극락전이라. 이 극락전 현판 뒤에 코가 길쭉한 멧돼지 같은 황금색 돼지가 숨어 있다. 몇해 전 한 관람객이 우연히 발견했단다. 임진왜란 때 훼손됐다가 조선 영조 때인 1750년에 중건했으니 250여 년 만에 황금돼지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셈이다. 이 황금돼지는 경제적인 부를 안겨준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불국사를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주 시내로 넘어가기 전 신라 제38대 원성왕(재위 785~798)이 잠들어 있는 괘릉에도 들러보자. 불국사에서 7번 국도 방향으로 내려서면 된다. 능의 이름 ‘괘’는 ‘걸다’라는 뜻이다. 원래 이곳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그게 명당이었단다. 그래서 수면에 돌을 길게 걸어놓고 거기에 유해를 걸어 안장했다고 ‘괘릉’이 되었다. 또 괘릉은 후기 신라의 능묘제도가 가장 잘 반영된 왕릉으로 꼽힌다. 봉분의 밑 둘레엔 십이지신상을 새긴 호석이 감싸고 있다. 김유신 장군묘와 닮았다.


	(왼쪽부터) 문무대왕이 용이 되어 드나들었다는 감은사지의 삼층석탑 /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이 잠든 곳. 치성을 드리는 이들이 있다
(왼쪽부터) 문무대왕이 용이 되어 드나들었다는 감은사지의 삼층석탑 /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이 잠든 곳. 치성을 드리는 이들이 있다

4. 호국정신이 스민 문무대왕릉 코스

경주 시내에서 감포 가는 길에서 양북 온천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먼저 감포바다를 볼 계획이라면 왼쪽으로 가면 된다. 우회전 후 929번 지방도를 따라 문무대왕릉으로 향하다보면 먼저 감은사지 삼층석탑에 닿는다. 크기만 커졌을 뿐 불국사 석가탑과 닮았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다에 잠든 문무왕이 드나들었다는 금당터와 감은사지 삼층석탑만이 자리를 지킨다.

문무대왕, 그는 누구인가.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재위 661-681)은 진골 출신으로 처음 왕위에 오른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맏아들이다. 김유신 장군과 함께 5만의 나당연합군을 이끌어 백제를 멸망시켰다. 아버지 태종무열왕이 고구려를 평정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왕위를 물려받은 후,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을 이룬다. 통일신라의 시작이다. 문무대왕의 유언이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내가 죽으면 나의 시체를 불교의 법식으로 화장하여라.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리라. …(중략)… 변방의 성들과 방위 요새 및 주군의 과세는 일에 긴요한 것이 아니거든 모두 헤아려 폐지하라.’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릉은 오랜시간 수중릉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정밀 검토 결과 뼈를 묻은 곳이 아니라 뼈를 뿌린 산골처(散骨處)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중릉이든 산골처든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소망은 변함없으리라. 삼국을 통일한 것은 고구려․백제․신라 중 가장 작고 약해보이던 신라였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수도권
서울→경부고속도로→경주IC < 4시간 소요 >
영남권 부산→경부고속도로→경주IC < 1시간 소요 >
호남권 광주→호남고속도로→고서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금호분기점→경부고속도로→경주IC < 3시간30분 소요 >
충청권 대전→경부고속도로→경주IC < 2시간30분 소요 >

* 대중교통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1688-4700)에서 매일 23회(06:05~23:55) 운행. 4시간30분 소요, 요금 1만9500원. 우등 2만9000원.

부산→경주
동부시외버스터미널(051-508-9312)에서 매일 10분 간격(05:30~22:30) 운행, 50분 소요, 요금 4500원. 심야 5000원

고속버스터미널(1577-9956)에서 매일 15회(08:30, 09:30, 10:30, 11:30, 12:30, 13:30, 14:30, 15:30, 16:30, 17:30, 18:30, 19:30, 20:30, 22:30, 23:30)운행. 50분 소요, 요금 4500원. 심야우등 4900원.

광주→경주
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에서 매일 2회(09:45, 16:5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2만4500원.

대구→경주
북부시외버스터미널(1666-1851)에서 매일 8회(07:30, 09:30, 11:30, 13:30, 15:30, 17:30, 19:30, 21:0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5200원.

2.맛집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은 바로 황남빵과 찰보리빵 아닐까. 경주빵이라고도 부르는 팥이 가득한 황남빵은 1939년 경주최씨 최영화 옹이 황남동에서 처음 만들었지만 지금은 경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3대째 대를 이어온 대릉원 후문에 자리한 황남빵(054-749-7000)을 많이 찾는다. 20개에 1만6000원. 경주 시내에는 대릉원 주변에 밥집들이 몰려 있다. 그중 이풍녀구로쌈밥(054-749-0600), 천마총 옆에 자리한 경주 원조콩국(054-743-9643)이 유명하다. 쌈밥 1인 1만원, 콩국 4~5000원, 콩국수 6000원, 콩탕 8000원. 불국사 초입에는 산채비빔밥, 된장찌개, 버섯전골 등 산자락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을 하는 곳이 한 가득이다.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남산과 닿는 포석정 근처에도 밥집이 있다. 여유가 있다면 하루쯤 감포항에도 들러보자. 항구 주변에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횟집이 밀집해 있다.

3.숙소

경주의 숙박시설은 경주 시내와 불국사, 감포항 주변에 몰려있다. 대중교통으로 경주를 찾았다면 경주 시내에 숙소를 정하는 편이 좋다. 경주역 주변에 차향기 가득한 집(054-748-6754) 등을 비롯해 민박과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불국사 아래 자리한 집단 시설지구에는 불국사유스호스텔(054-745-4500), 포시즌 유스호스텔(054-743-2202) 등이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토함산자연휴양림(054-772-1254)도 깔끔하니 괜찮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보문단지 근처에는 콘도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이 있다. 일성경주보문콘도(054-744-1199), 신라의 달밤(054-777-0643) 등이 있다. 벚꽃 시즌 주말이나 가을 시즌에는 반드시 미리 예약해 두어야 한다.

글·사진 출처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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