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5.22 09:45

신비로운 신사와 대자연의 조화 구마노고도(熊野古道)를 달리다

오사카 남부에 반도를 이룬 와카야마현(和歌山縣)에는 일본 최고의 순례길이 있다. 바로 ‘구마노고도(熊野古道) 순례길’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잇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길’로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신비로운 신사와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이 어우러진, 매혹의 땅이다.
구마노고도의 상징 중 하나인 구마노혼구대사로 가는 길에 있는 초대형 도리이. 원래는 도리이 뒤쪽 야산에 구마노혼구대사가 있었으나 19세기말 대홍수로 유실되어 옮겨지었다고 한다.
구마노고도의 상징 중 하나인 구마노혼구대사로 가는 길에 있는 초대형 도리이. 원래는 도리이 뒤쪽 야산에 구마노혼구대사가 있었으나 19세기말 대홍수로 유실되어 옮겨지었다고 한다.

투어 일지

. 일시 : 2015년 2월 25일 ~ 3월 1일(4박5일)
. 동행단체 : 배재고 동문(윤영노, 진근식, 오덕영, 김규용, 강석문, 정기용. 이남철, 전인덕, 박근모)
. 장소 : 일본 와카야마현(니시무로군, 다나베시, 신구시, 히가시무로군)
. 코스
- 1일차 : 항공(인천공항-간사이공항), 버스이동(와카야마시-시라하마)
- 2일차 : 시라하마-가미톤다쵸-나카헤치쵸-혼구쵸 가와유온천(60㎞)
- 3일차 : 가와유온천-구마노혼구대사-구마노강-구마노하야타마대사-구마노나치대사-쿠시모토(105㎞)
- 4일차 : 쿠시모토-아리다-다나미-와부카-에스미-미로즈-스사미-히키-돈다-시라하마(84㎞)
- 5일차 : 버스이동(시라하마-오사카), 항공(간사이공항-인천공항)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처음 축성했다는 와카야마성을 돌아보며. 석벽이 고색창연하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처음 축성했다는 와카야마성을 돌아보며. 석벽이 고색창연하다.

일본 와카야마현(和歌山縣)에는 스페인에서 프랑스를 잇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길’로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마노고도(熊野古道) 순례길’이 있다.

지난 2월말, 4박5일 일정으로 배재고등학교 동문들의 요청으로 이 구마노고도를 다녀왔다. 기이반도(紀伊半島)에 위치한 와카야마현은 오사카, 나라, 미에현과 경계를 이루며, 혼슈 최남단에 있다.

이번 여행은 참배객들의 순례길인 구마노고도의 옛길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도로를 달려 구마노삼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또한 태평양에 접해 있고 레포츠와 해안 암석지대가 유명한 구시모토와 시라하마의 명소도 가보기로 했다.

와카야마현은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간사이공항에서 시라하마까지는 버스로 2시간30분이면 충분하고 JR철도를 이용해도 좋다.

와카야마성에서 함께 한 배재고 동문 일행
와카야마성에서 함께 한 배재고 동문 일행

천년의 숲길 구마노고도(熊野古道)

구마노고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숲길로 와카야마현, 나라현, 미에현 3개의 현에 걸쳐 총 300㎞에 이르는 길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길로서는 스페인에서 프랑스를 잇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구마노고도는 본래 고대로부터 신이 머물던 성스러운 지역이다. 794~1192년에 이르는 헤이안 시대에 불교의 영향을 받아 구마노 지역을 부처가 살던 청정세계인 ‘정토(淨土)’로 정하자는 의견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10세기경부터 천황과 황족, 귀족들이 빈번히 구마노를 순례하기 시작했다. 쉽게 생각해서 일본의 토속종교인 신도와 불교가 절묘하게 조화된 순례길이라고 보면 된다. 그 후 일반 백성들도 개미떼처럼 몰려서 순례를 했다고 해서 ‘개미의 구마노 순례’라고 불릴 정도로 성행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구마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간직하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구마노혼구대사(熊野本宮大社), 구마노하야타마대사(熊野速玉大社), 구마노나치대사(熊野那智大社) 등 세 곳의 신사다. 이것을 합쳐 구마노삼산(熊野三山)이라 부르며, 세이간토지(.岸渡寺), 후다라쿠산지(補陀洛山寺)와 함께 세계유산인 기이산지의 영지와 참배길의 일부가 됐다.

쿠로시오시장에서 하루 3회 공연하는 참치 해체쇼
쿠로시오시장에서 하루 3회 공연하는 참치 해체쇼

1일차 유럽 고성 같은 가와큐호텔에서 숙박

고대로부터 신이 머물던 성스러운 지역으로 가지각색의 신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구마노는 헤이안 시대(794~1192년)에 불교의 영향을 받아, 정토(淨土, 부처가 살던 청정한 세계)로 정하자는 의견이 많아져서 10세기경부터 황족, 귀족들이 빈번히 구마노를 순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순례가 차츰 민간으로 번져 ‘개미의 구마노 순례’라고 불릴 정도로 성행했으며, 그 후로도 구마노 신앙은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현재 일본 전국에 약 3000곳의 구마노 신사가 있다고 한다.

구마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비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구마노혼구대사, 구마노하야타마대사, 구마노나치대사 등 세 곳의 신사다. 이것을 합쳐서 구마노삼산(熊野三山)이라고 한다. 고대의 그윽한 기품을 간직한 구마노 신앙의 총본궁 구마노혼구대사, 그리고 주홍색의 신전이 푸른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두드러지는 구마노하야타마대사, 낙차 133m로 일본 3대 폭포의 하나인 나치폭포를 숭배하는 구마노나치대사 등, 구마노삼산은 각자 개성 있는 경관과 분위기를 자랑한다.

시라하마에 있는 유럽 고성 풍의 카와큐호텔. 1층 로비 천장은 금으로 도금했다.
시라하마에 있는 유럽 고성 풍의 카와큐호텔. 1층 로비 천장은 금으로 도금했다.

구마노삼산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고대로부터의 오래된 길이란 뜻으로 구마노고도(熊野古道)라고 한다. 구마노고도는 나카헤치, 오헤치, 고헤치, 이세지 등 몇 개의 루트로 구분된다.

투어 첫날은 라이딩 없이 관광으로 일정을 잡았다. 숙소가 있는 시라하마로 가는 길에 와카야마시에 들러 와카야마성과 마린시티에 있는 쿠로시오시장에서 참치 해체쇼를 관람했다.

와카야마성은 16세기 후반, 이 지역을 평정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기노강 옆 언덕 위에 축성한 것이 기원이며, 그 후 마지막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에 의해 성곽도시로 정비되었다고 한다. 전후 복원된 와카야마성의 천수각에는 기와와 갑옷 등 당시의 무기나 무구의 전시실이 있는가 하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비가 내리는 속에 우중 라이딩을 감행했다.
비가 내리는 속에 우중 라이딩을 감행했다.

와카야마시 서남부에는 지중해의 포구를 모티브로 한 ‘마리나시티 포르트유럽’이 있다. 요트, 워터슬라이드 등의 오락시설 외에 볼거리가 충실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 옆에는 쿠로시오 수산시장이 있어 화려한 참치 해체쇼를 관람할 수 있다.

시라하마에 도착하자 웅장한 풍채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황금색 건물이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인다. 바로 우리가 숙박할 카와큐호텔이다. 태평양을 마주한 이 호텔은 유럽의 고성처럼 위풍당당하다. 카와큐호텔은 유럽 고성을 테마로 세계 각국의 장인들의 손을 빌려 건축했다고 한다. 외관은 중국 자금성과 같은 느낌으로 장식했고, 로비홀의 황금 천장은 32㎏의 금박을 수작업으로 입혔단다. 로비에는 직경 1.6m에 높이 6m의 대리석 기둥 24개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가장 작은 방이 30평이나 된다. 우리 일행은 2인1실로 40평의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호사를 누렸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서양식 스위트룸을 골라 자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으며, 3000병이 넘는 고급 와인도 갖춘 유명한 호텔이다.

나카헤치조(中.路町) 구리스가와(栗栖川)에 위치한 구마노고도관. 헤이안시대 황족이나 귀족의 순례복장 모형이다.
나카헤치조(中.路町) 구리스가와(栗栖川)에 위치한 구마노고도관. 헤이안시대 황족이나 귀족의 순례복장 모형이다.

2일차 우중 라이딩의 어려움 혹은 낭만

둘째날은 시라하마에서 혼구쵸 가와유온천까지 60㎞의 라이딩이다.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져 그칠 줄을 모른다. 일기예보를 보니 하루 종일 우중라이딩을 해야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시라하마에서 311번 구마노카이도(熊野街道)를 따라 달리는 길은 쏟아지는 폭우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제주도와 위도가 같다고 해도 2월의 찬 비에 체력 저하와 추위로 고생했지만, 다행히 모두 완주를 해냈다.

1 구마노고도관 건너편, 타키지리오지 신사가 있고, 입구에는 세계유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일명 나카헤치 코스의 출발점으로 순례길에는 99개의 신사가 있었으며 신사 명칭 끝에는 ‘오지(王子)’가 붙는다. 2 치카쓰유로 가는 산길. 도중에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1 구마노고도관 건너편, 타키지리오지 신사가 있고, 입구에는 세계유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일명 나카헤치 코스의 출발점으로 순례길에는 99개의 신사가 있었으며 신사 명칭 끝에는 ‘오지(王子)’가 붙는다. 2 치카쓰유로 가는 산길. 도중에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시라하마에서 출발해 3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돈다강(富田川)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 220번과 219번 강변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서 311번 도로만 따라가면 목적지까지 쉽게 갈수 있다. 참고로 311번 도로는 구마노카이도(熊野街道)이며, 구마노고도(熊野古道)는 311번도 일부 포함되지만, 나카헤치쵸부터는 도로를 중심으로 주변 산속에 있는 옛길로 이어져 혼구대사로 연결된다.

구마노고도(古道)는 순례길이어서 이번에는 311번 구마노카이도 위주로 라이딩 했다. 311번 도로를 달리다 나카헤치쵸 구리스가와에 이르면 돈다강 건너로 37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건너편 다리 입구에 구마노고도관(熊野古道館)과 타키지리오지(.尻王子) 신사가 있다.

혼구쵸 가와유온천에 도착해 노천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다이토강과 바로 붙은 노천탕이 이색적이다.
혼구쵸 가와유온천에 도착해 노천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다이토강과 바로 붙은 노천탕이 이색적이다.

시라하마에서 출발해 나카헤치까지 빗속을 달려오면서 체온도 떨어지고 체력도 많이 고갈된 상태여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구마노고도관에 들어섰다. 고도관 안에는 구마노고도 코스를 소개하는 대형 지도와 순례복장을 한 모형, 순례용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전시된 순례복장은 일반인이 아닌 귀족의 복장으로 대체로 가마를 타고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교토에서 구마노삼산을 참배하기 위해 가는 길에는 ‘큐쥬큐오지(九十九王子)’라 불리는 99개의 신사가 있는데, 이는 황족과 귀족, 서민 등의 순례자들이 올 때  길을 안내하기 위해 세워졌다. 오지(王子) 신사는 긴 여행의 피로를 풀고 구마노 순례길을 참배하면서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한다. 구마노고도관 맞은편에는 타키지리오지(.尻王子) 신사가 있는데, 나카헤치 코스의 출발점이다. 오지로 불리는 이 신사는 예전에는 99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1 구마노혼구대사 경내. 구마노삼산 중에서 가장 소박한 모습이다. 2 혼구에서 신구까지는 구마노강을 따라 달리는 강변길이다. 연초록 강물이 특이하다.
1 구마노혼구대사 경내. 구마노삼산 중에서 가장 소박한 모습이다. 2 혼구에서 신구까지는 구마노강을 따라 달리는 강변길이다. 연초록 강물이 특이하다.

나카헤치초의 지카쓰유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자전거에 문제가 있거나 저체온증으로 고생하는 일부 팀원은 차량으로 숙소인 가와유온천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나머지 일행은 계속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지속한다.

점심식사를 했던 지카쓰유에서 5.5㎞를 가면 터널이 나오는데 이번 코스 중 해발고도(530m)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 터널만 지나면 숙소인 가와유온천까지는 계속된 내리막길이다.

2단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오이폭포
2단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오이폭포

원래 계획한 구마노혼구대사까지 가는 일정은 비로 인해 내일로 미루고 바로 가와유온천 미도리야(川湯.泉みどりや)로 향한다. 아늑한 강변의 노천온천이다.

3일차 신비로운 구마노삼산과 일본 최고 폭포

셋째날은 혼구(本宮)에서 구마노강을 따라 신구(新宮)까지, 그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나치가쓰우라(那智勝浦)까지 71㎞를 달리는 코스다. 나치가쓰우라에서 구시모토까지의 약 31㎞는 시간 관계상 JR철도를 이용해 점프하기로 했다.

1 신구시에 있는 구마노하야타마대사는 모든 건물이 주황색으로 칠해져 화려하다. 2 높이 133m로 일본에서 가장 긴 나치폭포와 세이간토지의 삼중탑
1 신구시에 있는 구마노하야타마대사는 모든 건물이 주황색으로 칠해져 화려하다. 2 높이 133m로 일본에서 가장 긴 나치폭포와 세이간토지의 삼중탑

가와유온천에서 4㎞ 거리에 구마노혼구대사(熊野本宮大社)가 있다. 와카야마현 남동부 요시노구마노 국립공원에 속한 구마노혼구대사는 구마노삼산의 하나로 전국에 3000개나 있는 구마노 신사의 총본산이다.

신사의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해태상처럼 신사를 지키는 ‘코마이누’가 좌우에 세워져 있다. 코마이누는 보통 ‘개’라고 하고 ‘사자’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삽살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일본의  신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코마이누는 신의 영역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설치되었고, 좌우 두 마리가 한 쌍으로, 오른쪽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웅케에’, 왼쪽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아케에’라고 한다.

1 구시모토 로얄호텔에서 바라본 하시쿠이이와(橋杭岩) 암석군. 마치 징검다리처럼 일렬로 도열해 있다. 2 해변에서 140m 들어간 바다 중간에 조성된 쿠시모토 해중전망대
1 구시모토 로얄호텔에서 바라본 하시쿠이이와(橋杭岩) 암석군. 마치 징검다리처럼 일렬로 도열해 있다. 2 해변에서 140m 들어간 바다 중간에 조성된 쿠시모토 해중전망대

신사 안에는 ‘삼족오’의 깃발과 석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구마노혼구대사의 상징이 되는 마크다. 삼족오는 고구려에서 유래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상징이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한 계통의 형제간이 틀림없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구마노혼구대사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정문에 해당되는 가미노토(神門)나 하이덴(예배하는 공간), 신들을 모시는 신전 등 고색창연한 조용함이 있으며 구마노삼산의 중심으로 신앙이 두터웠던 때를 연상하게 해준다. 원래 구마노강, 오토나시강, 이와다강의 합류점에 있는 오유노하라에 있었으나 19세기 말 대홍수로 유실되어 현재의 위치에 재건했다고 한다.

1 산단베키(三段壁)는 높이 50m, 길이 2㎞의 장대한 암벽이다. 2 센죠지키(千.敷)는 세토자키 선단부에서 태평양 쪽으로 뻗어 나온 해변에 사암으로 이뤄진 대암반이다.
1 산단베키(三段壁)는 높이 50m, 길이 2㎞의 장대한 암벽이다. 2 센죠지키(千.敷)는 세토자키 선단부에서 태평양 쪽으로 뻗어 나온 해변에 사암으로 이뤄진 대암반이다.

구마노혼구대사에서 구마노강을 따라 168번 강변도로를 33.5㎞ 달리면 구마노강의 하구로 태평양을 접하는 신구시다. 이곳에는 구마노삼산의 두 번째인 ‘구마노하야타마대사(熊野速玉大社)’가 있다. 구마노강이 S자 모양으로 곤겐산을 지나가는 하구에 위치한 구마노하야타마대사는 구마노혼구대사와 달리 모든 건물이 주황색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에 모시는 신은 ‘하야타마노오가미(速玉大神)’와 ‘후스미노오가미(夫須美大神)’로 원래는 근처 가미쿠라신사(神倉神社)에서 모셔지던 신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이곳에서 모시게 되었단다. 그래서 원래 가미쿠라산에 있던 가미쿠라신사를 구궁(.宮), 현재의 신사를 신궁(新宮)이라 부른다. 신사에는 수령 1000년이나 되는 거대한 죽백나무가 있고, 신의 나무라고 해서 소중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 나무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죽백나무인형’은 부부사이를 좋게 하고 이성과의 행복한 만남을 도와준다고 믿어지고 있다.

1 길이 600m의 백사장을 가진 시라라해변. 규산 90%를 함유한 석영모래가 더욱 하얀 빛을 띤다. 2 첫날과 마지막 날 묵은 카와큐호텔 앞에서 필자
1 길이 600m의 백사장을 가진 시라라해변. 규산 90%를 함유한 석영모래가 더욱 하얀 빛을 띤다. 2 첫날과 마지막 날 묵은 카와큐호텔 앞에서 필자

나라시대 말기에 ‘하야타마노오가미’는 중생의 고통과 병을 고치는 약사여래로, 부인인 ‘후스미노오가미’는 현세 이익을 가져다주는 천수관음보살로 불린다. 이때 구마노삼산 신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전국에 수천 개의 구마노신사가 생기게 된다. 또한 황실과 귀족, 무사 중심의 신앙에서 서민신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구마노하야타마대사에서 남쪽으로 1㎞ 떨어진 곤겐산 아래의 가미쿠라신사는 커다란 바위를 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매우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구마노하야타마대사에서 42번 도로를 따라 약 13㎞ 내려오면 나치역이다. 이곳에서 나치산 방향의 43번과 46번 도로를 따라 9㎞ 업힐을 하면 해발 350m에 위치한 ‘구마노나치대사(熊野那智大社)’를 만날 수 있다.

나치산은 와카야마현의 남동부 나치강 상류의 구마노나치대사를 에워싸는 산지의 총칭으로, 이곳 일대는 ‘나치 원시림’으로 불리며, 예로부터 산악신앙 장소로 숭배되어 왔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산 속에는 중요문화재이며 8~10세기의 건축 양식인 ‘구마노곤겐즈쿠리’로 지어진 건축물 다섯 채를 보유한 구마노나치대사와, 나치산의 심볼인 붉은 3층탑이 있는 세이간토지가 있다. 높이 133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일명 ‘나치노타키’로 불리는 나치폭포, 그리고 나치폭포를 신령으로 받드는 히로신사도 있다. 세이간토지에 현존하는 3층탑은 1972년에 재건된 것으로, 3층탑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나치폭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나치산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쿠시모토까지의 라이딩은 어렵다고 판단해 나치역에서 JR을 타고 쿠시모토까지 점프를 했다. 마침 자전거를 포장할 수 있는 소프트케이스를 현지 여행사에서 준비해줘 JR을 탈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포장하지 않으면 열차나 전철을 탈 수 없다(접이식도 마찬가지). 쿠시모토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50분으로 저녁 6시쯤 쿠시모토 로얄호텔에 도착했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4일차 높이 50m, 길이 2㎞의 산단베키 대암벽

넷째날 새벽녘, 쿠시모토 로얄호텔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 환상이다. 바닷가로 점점이 떠 있는 기묘한 암석들이 오시마섬 방향으로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다리를 연상케 한다. 이 암석들이 쿠시모토의 명물인 ‘하시쿠이이와(橋杭岩)’라는 암석이다.

하시쿠이이와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옛날 홍법대사가 기주지방을 여행하던 중에 이 지역에 서서 건너편의 큰 섬으로 건너려고 할 때 아마노자쿠와 흥법대사가 하룻밤 사이 다리를 놓는 내기를 했는데, 이때 아마노자쿠가 너무 힘들어서 닭 우는 소리를 냈더니, 대사도 날이 샌 줄 알고 내기를 멈췄다고 하여 다리를 만드는 교각만이 남았다고 전해진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오늘은 쿠시모토에서 시라하마까지 84㎞의 라이딩으로 대부분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코스다. 쿠시모토에서 시라하마 방향으로 달리는 길은 거의 42번 도로를 달리게 된다. 산악지대 해안도로 특성상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구간이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진 검푸른 태평양을 바라보며 라이딩하는 것은 설렘 가득한 상쾌함이 있어 좋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시오노미사키 곶의 뿌리 부근에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검푸른 해역은 300종류 이상의 풍부한 생물이 서식해서 일본 최초로 지정된 해중공원이다. 바다 안쪽 140m의 해저에 설치된 해중 전망대의 유리창이나 반잠수형 해중 관광선으로 열대어가 헤엄쳐 다니는 바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시라하마는 해운대처럼 관광 휴양지로 유명한 곳으로, 여름이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시라하마는 해안도시로 다양한 자연경관을 경험할 수 있다. 파도가 만들어낸 산단베키 절벽과 센조지키, 엔게츠섬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백사장 주변에 화려한 특급호텔은 없지만, 일본 특유의 온천 호텔이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몇 안 되는 바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이다. 도로 곳곳에서 온천을 볼 수 있고, 태평양의 파도를 맞으며 노천욕을 할 수 있는 온천이 많았다.

산단베키(三段壁)는 센죠지키 남쪽 해안에 솟아있는 높이 50m의 절벽으로 먼 옛날 어부들이 배나 물고기 무리의 이동을 지켜보던 곳으로 ‘미단(見壇)'에 유래했다고 한다. 이 대암벽은 남북 2㎞에 걸쳐 펼쳐져 있어, 밀려오는 구로시오 파도가 암벽을 세차게 치는 광경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산단베키 북쪽에 위치한 센죠지키(千.敷)는 태평양 쪽으로 뻗어 나온 제3기층 사암으로 이루어진 대암반이다. 흰색을 띤 매끄러운 바위는 거센 파도에 의해 침식된 것으로 바위로 만든 넓은 돌계단을 닯은  웅장한 경관이 이색적이다.

시라하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시라라하마(白良浜) 해변은 약 600m의 해변으로 얕은 바다가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규산 90%를 함유했다는 석영모래는 색깔이 흰 백사장을 더욱 눈부시게 한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을 따라 자리잡은 야자나무가 금방이라도 여름을 부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엔게츠토(円月島)’는 린카이우라(臨海浦) 남쪽 바다 위에 떠 있는 동서 35m, 남북 130m, 높이 25m의 작은 섬으로 정식 이름은 ‘다카시마(高島)’라고 부른다. 섬 중앙부에 침식현상으로 보름달 모양으로 뚫린 동굴이 있다고 해서 ‘엔게츠토(圓月島)’라고 한다. 이 섬은 시라하마의 상징으로서 알려져 있는데, 해질 무렵에 특히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첫날 묵었던 카와큐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만찬을 즐기는 시간. 술잔을 기울이며 늦은 밤까지 이어진 화기애애한 대화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개인적으로는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에 방문해 아쉬움이 많았다. 따사로운 햇살과 녹음이 우거진 5월 이후에 갔다면 참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배재고 동문 분들과 함께 구마노고도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되어 즐거웠다.

관련정보

와카야마현 : www.wakayama-kanko.or.jp/world/korea
카와큐호텔 : www.hotel-kawakyu.jp
가와유온천 미도리야 : www.kawayu-midoriya.jp

일본 와카야마현 구마노고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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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길

글·사진 이윤기(자전거 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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