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산 김기환 차장
ghkim@chosun.com
사진·염동우 기자
yeul04@chosun.com
입력 : 2016.01.14 10:22
홍천 대학산 임도 팻바이크 라이딩과 겨울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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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굵은 바퀴를 단 팻바이크는 눈이 쌓인 산길도 쉽게 달릴 수 있다.
겨울은 야외활동이 쉽지 않은 시기다. 낮은 기온도 문제지만 눈이 쌓이면 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설상 레포츠는 인기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빈약한 환경과 인프라 때문에 주말이면 스키장마다 혼잡이 극에 달한다.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즐길 수 있는 겨울 스포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자전거는 날이 추워지면 자연스럽게 시즌이 끝나는 종목이다. 보온장구를 갖추면 한겨울에도 라이딩이 가능하지만 사실 그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찬바람 속에서 속도를 내며 달려야 하기 때문에 늘 고통이 수반된다. 눈이 내리고 바닥까지 얼면 자전거 타기는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팻바이크(Fatbike) 덕분에 겨울철 눈길에서도 자전거 타기가 가능해졌다. 겨울산에서 즐길 수 있는 종목 하나가 늘어난 것이다.
팻바이크를 체험하기 위해 언빌바이크(ANVILBIKE)의 어태범 사장에게 눈길 라이딩에 대한 도움을 구했다. 자전거 마니아인 그는 겨울이 되면 동호인들을 모아 팻바이크를 타며 눈 쌓인 산길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새로운 겨울 레포츠의 장비 공급자인 동시에 전파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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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내륙의 산들이 조망되는 시원한 임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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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구간을 지날 때는 바람마저 포근하게 느껴졌다.
타이어 폭이 넓은 팻바이크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눈길이나 모래밭, 돌밭에서는 뛰어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도로나 자전거길보다는 비포장도로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자전거인 것이다.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어 대표는 눈길 라이딩 코스로 강원도의 높은 고지를 자주 찾고 있다.
“올 겨울은 큰 눈 소식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대관령 일대는 눈이 쌓여 있다고 들었어요. 역시 고도가 높은 강원도 지역이 눈길 라이딩에 적합합니다. 임도가 개설되어 있는 높은 산은 봄까지 눈이 녹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가평군의 연인산도 제가 자주 찾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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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산 라이딩 도중 낙엽송이 둘러싼 공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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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대학산 임도는 가을과 겨울이 공존했다. / 팻바이크를 타고 평탄한 대학산 임도를 유람하고 있다.
12월 초 한 차례 많은 눈이 내리긴 했지만, 올 겨울은 날이 따뜻해 수도권 산에는 당장 팻바이크를 즐길 만큼 눈 쌓인 곳이 없었다. 고속도로 실시간 CCTV를 지역별로 살펴봐도 강원도 쪽으로 넘어가야 하얗게 눈 쌓인 산자락들이 보였다. 눈길에서 팻바이크를 타려면 강원도로 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적설량은 대관령 주변이 많았지만 거리가 멀고 동계캠핑 환경이 좋지 않았다.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겨울에도 운영하는 캠핑장이 많은 홍천 지역의 대학산이었다.
대학산(大學山·876.4m)은 인접한 응봉산(868m)과 함께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산세가 유순하고 수려한 데다 넓고 완만한 임도가 그물망처럼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홍천군은 이 지역의 임도를 산악자전거 코스로 적극 개발해 홍보하고 있다. 언제 어느 때나 눈치 보지 않고 산악자전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생각보다 날이 푸근해서 양지바른 곳은 눈이 하나도 없네요.”
대학산 산악자전거코스 출발지점인 부목재에 차를 세우고 보니 기대했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밤에도 가는 눈발이 날렸지만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면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입구에서 보니 산길 주변의 숲은 늦가을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현장까지 왔으니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음을 다 잡고 자전거를 조립한 뒤 짐을 챙겼다.
임도 입구의 차단기를 지난 뒤 커다란 팻바이크 바퀴를 굴리며 대학산 북사면 임도를 따라 라이딩을 시작했다. 경사가 거의 없이 평탄한 임도에는 잔돌이 깔려 있었다. 모래밭과 눈길도 달리는 팻바이크에게 임도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넓은 바퀴가 부드럽게 바닥을 잡아 주니 훨씬 안정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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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바이크를 타고 계곡의 물을 건넌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참나무 숲을 끼고 천천히 진행하다 보니 굽이진 음지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 되지 않는 적설량이지만 뚱뚱한 바퀴의 성능을 시험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과감하게 페달을 돌리며 임도 위에 수북하게 쌓인 눈을 향해 돌진했다.
“와! 완전히 신세계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인데요.”
눈 위에서 팻바이크는 산악자전거와는 차원이 다른 주행감을 선사했다. 넓은 타이어에 튀어나온 커다란 돌기가 눈을 파고들며 부드럽게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브레이크를 잡아도 거의 미끄러짐이 없었고, 기어를 낮춰 페달을 빠르게 돌리니 추진력도 양호했다. 무엇보다도 눈 위에서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눈길을 달리기 위해 고안된 팻바이크의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부목재에서 시작된 임도는 대학산 북사면을 가로지르며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낙엽이 떨어진 나무 사이로 건너편 응봉산과 공작산 방면의 산줄기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들어 심해진 겨울철 미세먼지 탓에 먼 산의 형태는 희미했다. 그래도 강원 내륙의 깊고 아득한 분위기만큼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강원도 산이 주는 아기자기한 풍광을 감상하며 천천히 진행했다.
고도를 높이며 몇 차례 오르막을 토해 내던 임도가 다시금 평정심을 찾으니 마음도 편해졌다. 음지의 눈길과 양지의 비포장길을 번갈아 달리는 재미가 남달랐다. 특별히 노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뛰어난 팻바이크의 안정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낮은 타이어 공기압 덕분에 튀어나온 돌부리와 바닥에 패인 웅덩이도 부드럽게 타고 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극한의 도전보다는 즐기며 타기 좋은 자전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작산 방면의 전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고갯마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인 다운힐을 시작했다. 산자락의 지형을 따라 굽이치며 돌아가는 임도에서 속도를 냈다. 얼어붙은 산길과 눈길이 번갈아 나타났지만 자전거의 성능을 믿고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신나는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자전거가 빨라지며 커다란 바퀴가 튕겨낸 돌과 진흙이 얼굴로 날아왔다. 등줄기도 튀어오른 물에 젖어 흥건해졌다. 격렬한 속도로 산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널찍한 임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공터의 평상에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팻바이크를 보더니 신기한 듯 말을 걸어왔다.
“산악자전거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퀴가 큰 것은 처음이네요.”
질문에 답을 하는 대신 “한 번 타보시라”며 자전거를 내줬다. 그들은 팻바이크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생각보다 무게가 가벼워서 놀랍다”며 “성능이 좋은 자전거니 값도 비싸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그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임도 사거리에서 대학산 북쪽 골짜기로 이어진 산길을 다운힐 코스로 잡았다. 산 밑의 마을까지 내려서는 길이라 매우 가파르고 구불구불했다. 눈은 없었지만 길이 험해 팻바이크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속도는 조금 덜 났지만 노면에 구애받지 않고 달리는 재미는 산악자전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학산 임도에서 즐긴 팻바이크를 통해 새로운 자전거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홍천 수캠프
팻바이크 라이딩을 위한 베이스캠프
산악자전거 코스가 즐비한 홍천군 내촌면 조용한 물가에 캠핑장 ‘수캠프’가 자리하고 있다. 2015년 여름 개장해 사계절 24시간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겨울 캠핑과 함께 팻바이크를 즐기려는 마니아들의 베이스캠프로 안성맞춤이다. 캠핑장 남쪽 산자락에서 긴 임도가 개설되어 있어 산길 라이딩이 가능하다. 응봉산과 대학산 임도 입구까지 차로 30분이면 접근할 수도 있다.
홍천군 내촌면소재지에서 가까워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식당 등 편의시설 이용이 쉽다.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조용한 것 또한 장점으로, 캠핑장 바로 앞에는 보에 막혀 호수처럼 잔잔한 내촌천이 흐르고 있다. 캠핑장에 준비된 카약을 대여해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캠핑장 앞 개천은 겨울이면 넓은 빙판이 된다. 눈 쌓인 빙판에서 팻바이크를 타는 재미도 남다르다.
수캠프의 캠프사이트는 자연 그대로의 마사토 바닥을 사용한다. 흙은 보기에는 불편할지 몰라도 자연 정화력이 뛰어나 오염에 강하고 위생적이다. 성수기와 주말에 여러 팀이 사용해도 일주일만 지나면 깨끗해진다. 물 빠짐이 좋은 곳이라 눈비가 내려도 문제가 없다. 온수샤워장과 개수대, 현대식 화장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매점도 운영한다. 총 30개 사이트를 갖추고 있으며 홈페이지(카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사이트 이용료(4인 기준)는 전기이용료 포함 3만5,000원. 주소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가래올길 91-17. 문의 010-5499-4299, http://cafe.naver.com/soocamping
팻바이크
팻바이크란 무엇인가?
눈길에서 타기 위해 뚱뚱한 바퀴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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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빌 팻기어 알파’는 크로몰리 프레임에 알루미늄 휠을 달았다. / 2 ‘언빌 팻기어 찰리’는 올 카본 프레임에 카본 휠을 장착한 제품.
산악자전거는 대부분 서스펜션을 장착하지만, 팻바이크 중에는 서스펜션이 없는 경우도 많다. 두툼하고 물렁한 타이어가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악용으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스펜션을 장착한 제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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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타이어몰드 / 2 타이어 크기 / 3 체인 이탈방지 체인가드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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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루미늄 휠 / 5 앞 리지드 포크 렉 마운트 / 6 카본 서스펜션
실용적인 라인 눈길 끄는 국내 브랜드
팻바이크는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이 국내에 출시되고 있다. 아직도 팻바이크는 개발 초기로 매년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국내 브랜드인 언빌바이크(Anvilbike)는 팻바이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직접 디자인한 팻바이크 프레임과 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온 뒤 국내에서 조립해 판매 중이다. 외국 브랜드에 버금가는 성능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업체다.
이번에 취재팀은 크로몰리 소재 프레임인 ‘언빌 팻기어 알파’와 카본 프레임인 ‘언빌 팻기어 찰리’ 두 제품을 대여해 직접 사용했다. 이 중 ‘언빌 팻기어 알파’는 무게는 조금 나가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투어용으로 적합한 제품이고, ‘언빌 팻기어 찰리’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구성한 팻바이크였다. 확실히 산길에서의 퍼포먼스는 카본 제품이 뛰어났다. 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짐받이 장착과 확장성은 크롬몰리 프레임이 우위에 있다. 용도에 따른 장단점이 확실한 모델들이다. 티타늄 소재의 프레임도 갖추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문의 070-8788-8644 언빌바이크. http://www.anvilb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