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자전거 달맞이는 혹독한 여름의 보상!

글·월간산 김기환 차장 ghkim@chosun.com 사진·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이

입력 : 2016.09.12 15:41

군산~부여 금강 종주 자전거길 달리며 한가위 달맞이 여행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부여 강변의 자전거 도로에서 본 시가지 야경. 추석이 되면 금강 변에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사진의 달은 망원렌즈로 촬영한 것을 합성한 것이다.

추석 달맞이 자전거 여행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금강 자전거길은 사막을 방불케 했다. 그늘 하나 없는 강둑 콘크리트 도로에 피어나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모닥불 바로 옆에 서 있는 듯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땀을 식히려면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후텁지근한 바람을 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폭염 속 자전거 타기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며 한가위 달맞이를 즐길 곳으로 금강을 선택했다. 비단처럼 곱고 아름다운 강물 옆에서 보름달을 구경하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 고른 장소다. 금강(錦江)은 전라북도 장수의 신무산(895m) 자락 7부 능선의 뜬봉샘에서 발원해 서해로 흐르는 긴 하천이다. 용담호와 대청호를 거친 뒤 세종시 부근에서 미호천과 합류해 계속 남서쪽으로 흐르며 공주와 부여를 지나 군산에서 바다와 만난다.

충주댐부터 군산까지 조성되어 있는 금강 종주 자전거 도로는 여유로운 자전거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기복이 거의 없고 길도 좋아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전 구간 종주가 가능하다. 강변을 따라 신탄진, 세종, 공주, 부여, 강경, 군산 등 크고 작은 도시가 있어 숙식도 편하다. 강변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식수와 간식을 보충하고, 도심의 음식점에 들러 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큰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도 좋을 곳이 바로 금강 자전거 종주코스다.

금강 달맞이 자전거 여행은 추석 연휴를 멋지게 보낼 수 있는 흠잡을 데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취재팀이 금강을 찾아 간 8월 초에는 폭염이라는 무지막지한 변수가 있었다. 숨을 쉬기 힘들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닌 극한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올 여름의 금강 자전거길은 사하라 사막과 다름없었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강경읍에서 부여로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자전거 통행용 데크길. 나무 그늘이 곳곳에 드리우고 강물이 가까워 견딜 만한 곳이었다.
“오늘도 긴급재난문자 떴다!”

선두에서 천천히 페달을 돌리던 백은식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명 소리를 질렀다.

뙤약볕 밑에서 묵묵하게 전진하던 일행들은 “도저히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멈춰 그대로 그늘 밑에 드러누웠다. 자전거에 달려 있던 수통의 물을 들이켜니 온수기에서 방금 뽑은 것처럼 뜨끈뜨끈했다. 정말 최악의 날씨였다.

“이런 날씨에 계속 자전거 타면 열사병 걸려서 죽어.”

매년 몇 번씩 제주도를 자전거 일주하는 ‘바이크 투어 전문가’ 임연택씨도 금강 자전거길의 뜨거운 맛에 혀를 내둘렀다.

한낮 피해 아침·저녁으로 라이딩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뙤약볕이 내려 쬐는 금강 자전거 도로 중간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취재팀.
더위를 피하려 군산의 캠핑장에서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소용이 없었다. 날이 밝으며 곧바로 하늘과 땅에서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징검다리를 건너듯 그늘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아침·저녁으로 이동했다.

금강 하류는 비교적 풍광이 단조로운 편이다. 강폭이 워낙 넓어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길이 널찍한 강둑으로 이어지는 탓에 그늘이 거의 없었다. 가을이라면 시원한 풍광과 상쾌한 바람을 즐기는 데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철새들까지 늘어나고 보름달까지 뜨면 더욱 멋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정말 괴로운 길이었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금강 자전거길 주변에 설치된 바람개비 조형물 옆을 달리고 있다.
웅포관광지를 지나 곧바로 뻗은 긴 둑길을 통과하니 성당리마을로 들어서는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타났다. 사람 사는 곳이 가까워지니 확실히 그늘과 쉬어갈 공간이 많았다. 도로 옆의 쉼터에 앉아 바람을 쐬며 열을 식혔다. 숲 사이로 이어진 좁은 길을 타고 작은 산을 하나 넘어 성당포구로 내려섰다.

성당포구 마을은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이 있던 곳이다. 이곳의 자전거길 인증센터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곧바로 다리를 건넜다. 발아래 흐르는 금강 지류는 짙은 녹조로 오염되어 있었다. 유속이 느린데다 날씨까지 뜨거워 녹조가 더 심한 듯했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웅포관광지 부근에 조성된 넓은 농지를 둘러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다리를 건너면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긴 둑길이 시작됐다. 이 구간의 강변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갈대밭은 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밭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장소다. 이 갈대밭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바이오 에탄올이나 고체연료 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호수 부여 궁남지의 모습.
갈대밭 옆의 둑길이 끝나는 곳에 젓갈로 유명한 강경읍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젓갈전시관도 있어 이곳의 명물인 젓갈을 쉽게 맛볼 수 있다. 근처 식당에 자전거를 세우고 점심 식사를 주문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며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모두들 최대한 천천히 밥알을 씹으며 시간을 끌었다. 더위가 한창인 시각에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강경읍 앞 황산대교 밑으로 이동해 자리를 펴고 누웠다. 한낮에 자전거 운행은 자살 행위라는 일행들의 공통된 의견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리 밑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그늘진 곳의 평상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억지로 낮잠을 청했지만 도저히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곧바로 짐을 싸서 강경읍내 패스트푸드 매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더위가 한풀 꺾일 때까지 차와 음료를 마시며 버티기로 했다. 극심한 폭염을 피할 방법은 그것 뿐이었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금강 둔치의 나무 밑에서 야영을 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객.
오후 4시 즈음 강경읍을 빠져나와 부여로 이동을 시작했다. 여전히 햇볕은 뜨거웠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길고 지루한 강둑길이 끝나고 산자락을 끼고 이어진 데크길로 들어서니 그늘진 곳이 제법 많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바람이 멈추면 한증막처럼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괴로웠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폭염에 지친 취재팀이 성당리 마을 부근의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군산에서 공주까지 자전거로 가려 했던 계획을 포기하고 부여 시가지에서 가까운 백제교 근처에 캠프를 설치했다. 정식 야영장은 아니지만 넓은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조용히 하룻밤 머물기 좋은 장소였다. 어둠이 내린 뒤 취수대가 가까운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리다 보니 정말 피곤했다.

다음날은 부여 시가지를 돌아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찬바람 부는 추석 즈음이라면 공주를 거쳐 세종시까지 달리는 것도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부여의 백제 문화유적을 구경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안전한 계획이라 판단했다.

한여름이 절정인 궁남지의 연꽃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8월의 궁남지에는 연꽃이 만개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찌감치 텐트를 정리하고 곧바로 부여로 들어갔다. 기온이 올라가기 전 시내 구경을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에서 멀지 않은 궁남지부터 찾았다. 백제 무왕 36년(634년) 조성된 것으로 전하는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이자 인공연못이다. 이곳은 여름 연꽃축제가 열리는데, 마침 연못에 연꽃이 만개한 상태였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거의 없어 조용히 연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널찍한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있는 취재팀.
궁남지 구경을 마치고 정림사지를 거쳐 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소산성은 자전거 출입을 할 수 없는 곳이라 걸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부여·백제문화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매표소를 지나 숲이 우거진 넓은 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을 넘으니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낙화암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산자락 아래 강변에 위치한 고란사까지 구경하고 돌아오니 어느덧 정오가 훌쩍 지났다.

오후가 되면서 다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제 금강 자전거 여행은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었다. 지인의 차를 불러 타고 군산으로 돌아가며 차창 밖으로 본 금강은 아름답게 빛났다. 더위가 꺾이고 보름달이 뜨는 추석이 되면 분명 자전거를 타며 보는 금강은 더욱 멋질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뜨거웠던 여름날의 금강과 이별을 고했다.

금강 자전거길 코스 가이드


	[한가위 보름달맞이 자전거 여행 | 금강 자전거길 르포]
금강 자전거길은 대청댐 하류에만 조성되어 있다. 상류인 옥천, 영동, 무주 방면으로는 길이 없다. 대청댐 물문화관에서 시작되는 금강 자전거길은 세종시를 거쳐 공주, 부여, 강경, 군산, 서천으로 강을 따라 금강하구둑까지 이어진다. 이 강변 자전거길은 총 146km로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하루에도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아름다운 강을 옆에 두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쉬어가며 캠핑을 겸한다면 멋진 자전거 여행이 될 수 있다.

상류인 대청댐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닥이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경부선 신탄진역이다. 열차에서 내려 북쪽으로 도로를 타고 조금만 가면 금강 자전거길과 만난다. 교통은 수시로 버스가 운행하는 대전이 더 편하다.

청주에서 조치원을 거쳐 금강으로 합류되는 미호천을 따라 가는 길도 있다. 대청댐에서 합강공원까지 구간을 생략한다면 이 코스를 이용해도 된다. 공주, 부여는 고속버스를 이용해 접근하면 편리하다. 터미널에서 강변이 지척이다. 강경읍은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군산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열차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금강 자전거길은 이정표가 매우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거리와 위치를 표기한 푸른색 기둥이 곳곳에 나타나고, 길이 꺾이는 곳에는 안내판도 세워 뒀다. 길바닥에도 군산이나 대청댐 기점으로부터의 거리를 표시해 놓아 주행 중에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금강 주변의 명소를 찾아갈 때는 반드시 자신의 위치와 올바른 길을 확인하고 움직이도록 한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이용하면 현 위치와 주변 도로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4대강 이용 도우미’ 홈페이지(www.riverguide.go.kr)에서 지도를 다운받아 미리 길을 확인하면 편하다.

금강 자전거길 접근방법

금강 종주 자전거 코스의 시점인 대청댐은 신탄진이 가장 가깝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무궁화호(06:10~21:15)를 이용하면 신탄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열차는 접이식 자전거만 휴대 가능. 1시간 30분 소요.

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전에서 갑천이나 유등천을 이용해 대청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청주 또는 세종시에서 미호천 강변 자전거길로 합강유원지까지 이동도 가능하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일(06:10~24:10)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대전행 고속버스, 1일(05:40~24:00) 10~2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청주행 고속버스, 1일(06:40~20:30)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조치원공용합버스터미널행 버스를 이용해 접근한다.

종착지인 금강 하구둑에서 군산고속버스터미널은 약 30분 거리에 있다. 서울 센트럴시티행 버스가 1일(06:00~23:00) 수시로 다닌다.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행 1일(07:10~18:30) 11회, 서울 남부터미널행 1일(08:00~18:30) 3회 운행한다.

금강 하류 자전거길 주변 명소

금강은 많은 명소를 품고 있는 강줄기다. 특히 부여와 공주 일대에는 많은 백제 유적이 산재해 있다. 부여 시내에 많은 명소가 있다. 부여의 백제 유물을 볼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041-833-8562, http://buyeo.museum.go.kr)과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별궁 연못인 궁남지, 백제 사비 중심사찰 터인 정림사지, 6~7세기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능산리고분군 등이 있다.

문의 부여군 문화관광과 041-830-2241, www.buyeotour.net

강경포구는 원산항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 2대 포구 중 하나였다. 강과 바다,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금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는 중심지였다. 일제 수탈의 역사와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는 국내 유일의 한식 목조건물인 북옥 감리교회와 구 강경노동조합 건물,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등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이 많다.

강경은 발효 젓갈로도 유명한 곳이다. 큰 젓갈시장이 형성되어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문의 논산시 문화관광과 041-730-3227,  http://tour.nonsan.go.kr

금강의 하류인 군산과 서천 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다. 바다처럼 넓은 강물 위에 펼쳐지는 새들의 군무를 구경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강 주변 습지 곳곳에 철새를 구경할 수 있는 탐조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금강철새조망대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타워가 조성되어 있다.

그밖에 조류공원, 철새신체탐험관, 부화체험관, 식물생태관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문의 금강철새조망대 063-453-7213, www.gm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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