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충전하는 전기자전거가 있다?

바이크조선

입력 : 2016.09.29 15:52

에너지 효율과 실효성이 관건

자전거는 인간의 힘과 과학이 적절히 혼합된 결정체다. 최근의 전기자전거는 거기에 과학의 요소를 더욱 강화시킨 산물이다. 자전거라는 요리에 첨가된 전기란 이름의 향신료는 과연 어떤 맛을 내는지, 또 어떤 영양성분을 가졌는지 알아볼 차례다. 특히 전기자전거의 자가발전은 어느 정도의 발전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앞으로는 충전 없이도 가는 전기자전거가 나올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자.

	필자가 장착한, 솔라셀을 적용한 주행중 충전장치. 시간당 20Wh 정도 충전 가능하며 하루에 약 100Wh 충전이 된다. 이 정도 용량으로도 패달링을 열심히해서 살살 다니면 하루 동안 탄소 배출량 0으로 운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약된 전기요금으로 본전 뽑을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필자가 장착한, 솔라셀을 적용한 주행중 충전장치. 시간당 20Wh 정도 충전 가능하며 하루에 약 100Wh 충전이 된다. 이 정도 용량으로도 패달링을 열심히해서 살살 다니면 하루 동안 탄소 배출량 0으로 운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약된 전기요금으로 본전 뽑을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전기자전거는 어떻게 움직이나?

간단하다. 전기의 힘으로 모터를 돌리고 그 모터의 회전력으로 자전거 바퀴가 굴러간다. 즉, 바퀴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해서 생성된 전자석의 자력이 영구자석과의 반발력으로 회전에너지로 바뀌면, 그 회전에너지를 구동부에 전달하여 감속하고 컨트롤 해서 자전거 바퀴를 돌려주는 원리다.


	2013년 상하이바이크쇼에서 공개된 제우스휠. 인공지능으로 알아서 작동한다. 라이더는 그냥 타면 된다. 별도의 충전도 필요 없이 스스로 충전하고 알아서 보조한다. 아쉽게도 시승차가 없었다. 물론 성능검증도 아직 미지수다.
2013년 상하이바이크쇼에서 공개된 제우스휠. 인공지능으로 알아서 작동한다. 라이더는 그냥 타면 된다. 별도의 충전도 필요 없이 스스로 충전하고 알아서 보조한다. 아쉽게도 시승차가 없었다. 물론 성능검증도 아직 미지수다.

전기자전거의 핵심은 모터와 배터리이고 나머지는 그 중간을 이어주는 제어장치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이질감 없이 효율적으로 라이더의 페달링을 도와주는지에 달려있다. 그래서 전기자전거는 철저히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열역학법칙이 충실히 적용된다. 이 과학 원리의 틀을 깨고자 하는 제품들이 있었지만, 영구기관이 개발되지 않는 한, 지금의 기술로는 어렵다.

필자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세상에는 가볍고 힘세고 멀리 가고 디자인도 좋은데 가격까지 착한 전기자전거는 없다. 딱 가격만큼, 투자한 만큼 성능이 나오는 것이 전기자전거다. 간혹 이 틀을 깨고자 하는 제품들은 뛰어난 디자인을 활용해 감성마케팅을 하거나, 판매자의 상술에서 나온 과장 광고일 것이다. 과학의 원리를 적용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우스휠
제우스휠

전기자전거는 달리면서 발전·충전이 가능한가?

전기자전거 업계에 발을 담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지금까지 천번도 더 받았던 질문이고 앞으로도 만 번은 더 받을 것 같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질문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왜 안 되는지 확실하게 짚어보기로 한다. 상식적으로 발명가도 과학자도 아닌 필자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 전문가들은 왜 아직도 바보같이 그런 자전거를 제대로 못 만들었을까? 사실 일부 업체들이 이 장치를 장착한 자전거를 출시하고 있지만 가성비가 나오는 제품은 아직 없다.


	코펜하겐휠. 수년전부터 MIT 공대에서 만들어서 나온다고 한 지가 오래 되었는데 2015년 유로바이크쇼에서 처음 시승차가 등장했다. 올인원 방식에 스마트폰 연동, 인공지능이라 알아서 스스로 컨트롤해준다는데 결과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코펜하겐휠. 수년전부터 MIT 공대에서 만들어서 나온다고 한 지가 오래 되었는데 2015년 유로바이크쇼에서 처음 시승차가 등장했다. 올인원 방식에 스마트폰 연동, 인공지능이라 알아서 스스로 컨트롤해준다는데 결과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달리면서 충전이 왜 필요한가?' 아마 물리학이나 공학 전공자라면 발전·충전에 쓰일 페달링 파워를 그냥 주행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페달링으로 발전한다면 더 멀리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물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영구기관’과 같이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는 실물이 없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바로 먹을 음식을 쓸데없이 냉동실에 넣어 급속냉동 시켰다가 다시 해동시켜 먹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다.

	바이온엑스. 국내에도 수입된다. 위의 두 제품과 달리 올인원 방식은 아니고 별도 배터리가 장착되지만 회생제동과 발전까지 한다는데 효율은 검증해보지 못했다.
바이온엑스. 국내에도 수입된다. 위의 두 제품과 달리 올인원 방식은 아니고 별도 배터리가 장착되지만 회생제동과 발전까지 한다는데 효율은 검증해보지 못했다.

발전기가 달린 자전거가 실제로 판매된다는데?

최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체인 없이 크랭크로(바퀴를 직접 굴리지 않고) 바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해 충전하는 방식이 나왔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인데 최근까지 전세계 자전거 선진국에서 아무도 안 만들었고, 전기자전거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상용화 되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2015 유로바이크에 시승부스를 마련한 바이온엑스
2015 유로바이크에 시승부스를 마련한 바이온엑스

하지만 이 역시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효율은 떨어진다.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발전→충전→방전 으로 이어지면 각 공정별로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페달링으로 100이란 에너지를 두 번에 걸쳐 변환하면, 실제 주행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60~80% 수준으로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열심히 페달링 해서 전기를 많이 생산해봐야 그 에너지로 자전거를 바로 구동하지 못하고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보조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으로 남는다.


	트레일러에 모터를 달아서 자전거에 연결하면 전기자전거가 되는 새로운 컨셉트. 뒤에 실린 사과는 관람객이 먹어도 된다.(팬 서비스)
트레일러에 모터를 달아서 자전거에 연결하면 전기자전거가 되는 새로운 컨셉트. 뒤에 실린 사과는 관람객이 먹어도 된다.(팬 서비스)

주행 중 충전을 하려면 발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무게가 늘어나고, 제어하는 회로나 기타 장비들로 무게와 원가가 동시에 상승한다. 그런데 왜? 이 방식으로 만들어서 시판을 하고 또 일부는 실제 판매가 되고 있을까? 멋있어서? 최초로 발전기가 달려서? 최첨단이니까? 광고를 잘 하니까?

필자 생각으로는 디자인과 감성이 어필한 경우라고 본다. 실제로 동력전달이나 에너지 효율을 따져 그 근본을 추적하면, 공학도의 작품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디자인 때문에 구매하는 감성 소비자들이 있지만, 가성비나 효율을 따지고서 구입하긴 어렵다.


	2015 유로바이크에서는 솔라셀을 적용해서 충전하는 제품도 몇 가지 공개되었다. 효율은?
2015 유로바이크에서는 솔라셀을 적용해서 충전하는 제품도 몇 가지 공개되었다. 효율은?
조만간 시행될 전기자전거 법에 스로틀이 빠지게 되면 체인없이 발전기를 돌려 구동하는 자전거는 출발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무척 궁금하다. 아마도 초기 스타트만 지원해주는 스타트 버튼을 장착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스로틀을 빼야 자전거 지위를 누릴 수 있고, 지금 상황에서 스로틀을 뺄 수 없다면 발전과 충전 시스템을 모두 들어내고 그 공간을 배터리로 채워 주행거리를 많이 늘릴 수 있다면 오히려 현실적인 전기스쿠터 제품이 될지도 모른다.

	엘모토(ELMOTO)의 올인원 모터
엘모토(ELMOTO)의 올인원 모터

그렇다면 충전과 발전이 되는 전기자전거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없나?

사실 이 질문은 효율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달리면서 충전하는 방식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말 효율성과 가성비가 좋다면 수많은 ‘따라쟁이’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자전거 메이저급 업체에서 내놓은 주행 중 충전 제품은 없었다.

주행 중 충전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미시령처럼 긴 내리막에서나 가능하다. 그런데 그 긴 내리막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긴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긴 오르막을 올라갈 때도 발전시스템을 달고 올라가야 하는 맹점이 있다.


	센터방식의 모터를 장착한 친환경 나무 전기자전거
센터방식의 모터를 장착한 친환경 나무 전기자전거

인간의 다리 힘으로 낼 수 있는 상용출력은 150Wh로 전기로 전환하면 약 100Wh이다. 쉬지 않고 한 시간 내내 페달링 했을 때의 기준이다. 이 정도 에너지는 현재기술로 무게 450g의 배터리로 커버가 된다. 두 시간 쉬지 않고 땀 흘리면서 페달링 하면 아마 물을 1리터는 마셔야 하는데 그 에너지 용량만큼 배터리 용량을 올리면 마신 물보다 무게가 가벼울 수도 있다.

자전거에 발전기와 발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제어시스템 등 주행 중 발전에 필요한 장치를 다 들어내고 그 무게와 공간만큼 현재 기술의 리튬이온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원가는 대폭 줄이고 주행거리는 몇 배 늘릴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효율을 이야기하는 포인트다.


	유로바이크에 공개된 독일 스핏징의 전기자전거는 스펙만 봐도 무섭다. 독일에서도 전기자전거 범위를 벗어나 이 정도 스펙이면 스쿠터로 분류된다.
유로바이크에 공개된 독일 스핏징의 전기자전거는 스펙만 봐도 무섭다. 독일에서도 전기자전거 범위를 벗어나 이 정도 스펙이면 스쿠터로 분류된다.

페달링 발전방식 전기자전거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일반인의 2배나 되는 다리힘을 가진 경륜 선수가 페달링 해서 발전한 전력량으로도 자전거는 출발과 연속적인 주행이 어렵다. 효율이 좋다면 체인자전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두 번의 에너지 변환을 해야 하는 현실은 효율이라는 물리학 법칙의 벽에서 좌절하고 만다. 한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페달링 하면 10km 정도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해서 주행거리를 늘릴 수는 있지만, 그 페달링 힘으로 그냥 체인을 돌리면 20km를 달릴 수 있다.


	작년 유로바이크에서 선보인 푸조 전기자전거(업무용 가방 적재공간이 돋보인다.
작년 유로바이크에서 선보인 푸조 전기자전거(업무용 가방 적재공간이 돋보인다.

제동시 발생하는 저항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이는 또 하나의 파생질문이다. 감속이나 브레이크 잡을 때라도 그 힘으로 충전(회생제동장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인데, 이는 참새 한 마리 잡기 위해 새총이나 공기총이 아닌 유도폭탄이나 미사일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회생제동 에너지를 장착한 자전거를 만드는 것은 언제라도 시연이 가능하고 일부는 제품화 되어서 이미 판매되고도 있다. 그런데 회생제동으로 얻어지는 에너지총량은 얼마나 될까?


	보쉬 전동시스템을 장착한 독일의 생활형 자전거
보쉬 전동시스템을 장착한 독일의 생활형 자전거
총중량(라이더 포함 100Kg 내외)이 얼마 안 되는 전기자전거는 회생제동(브레이크 제동력을 이용해서 발전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살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작 그 효율은 미미하다.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비용을 계산해 보면 그냥 배터리 용량을 조금 더 늘려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작년 유로바이크쇼에서 공개된 독일 스핏징(SPITZING)의 고성능 카본 전기자전거
작년 유로바이크쇼에서 공개된 독일 스핏징(SPITZING)의 고성능 카본 전기자전거

다이나모 발전방식은 어떤가?

“자전거에 다이나모(발전기)를 달아서 필요시에 달리면서 충전하면 되지 않나?“ 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이게 가능하다면 아마 전세계 모든 전기자전거에 발전기를 달아서 충전하면서 다닐 텐데 그런 전기자전거는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자전거는 어릴 때 잘 배워야 한다(독일 꼬마아가씨의 조기교육중. 2015 유로바이크)
자전거는 어릴 때 잘 배워야 한다(독일 꼬마아가씨의 조기교육중. 2015 유로바이크)
지금 판매되는 다이나모 발전기를 앞바퀴에 달아서 마찰저항과 구름저항을 늘려가며 힘들게 만들어낸 출력은 고작 10W 내외. 100~700W를 사용하는 전기자전거의 출력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너무도 미미해서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프레임부터 전체 설계가 일반 자전거와 다르다. 배터리 장착이 돋보인다.
전기자전거는 프레임부터 전체 설계가 일반 자전거와 다르다. 배터리 장착이 돋보인다.
회생제동장치는 전기자전거가 아닌 지하철이나 기차와 같이 무게가 엄청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야 하는 장치에 적합한 방식이다.

	1 작년 유로바이크의 LG 배터리 부스 2 2015 유로바이크에서 중앙구동식 스트라다 전기자전거가 공개되었다. 3 솔라셀로 충전하는 전기자전거. 저 정도로 충전하려면 며칠 방치해야 한다.
1 작년 유로바이크의 LG 배터리 부스 2 2015 유로바이크에서 중앙구동식 스트라다 전기자전거가 공개되었다. 3 솔라셀로 충전하는 전기자전거. 저 정도로 충전하려면 며칠 방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자전거처럼 총중량이 100Kg 내외로 가볍고 불규칙한 가속과 감속을 해야 하는 경우, 가성비가 나오는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고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검증이 좀 더 필요하다.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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