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주도하는 안장위의 세계, 팀 리브

바이크조선

입력 : 2016.11.29 16:17

아무리 여성 라이더가 늘었다지만 안장위의 세계는 아직도 남성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 라이더는 남성 라이더들에게 ‘보호’ 받거나, ‘맞춰’ 주는 대상으로 치부되는 이 현실에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팀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느 남성팀 못지않은 조직력과 체계, 그리고 남다른 포부를 품은 ‘팀 리브’를 소개한다


	여성이 주도하는 안장위의 세계, 팀 리브

리브(Liv), 그 탄생의 기원은 자이언트지만 자이언트에 귀속된 여성용 라인업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단일 브랜드다. 이런 태생적 성격만 보더라도 리브는 여성이 주도하는 안장위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브랜드의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 팀 리브는 누군가 개척해 놓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자의 자세로 앞길을 터 나아가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다른 여성 라이더들에게 귀감이 되고파

“귀감이 되고 싶다”는 표현은 팀 리브의 회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여성이 모인 팀들은 그동안 종종 있어왔지만, 주도적으로 라이딩 생태계를 바꿔가는 등의 ‘한 획’을 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훈련중인 팀 리브
훈련중인 팀 리브

팀 리브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열어나가는 라이딩과 다양한 행사를 통해 다른 여성 라이더도  좀 더 주체적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비단 여성 라이더뿐 아니라 모든 라이더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순조로워 보인다. 얼마 전 신입멤버 선발 시 2명을 뽑는데 무려 200여 명이 지원했다니, 그만큼 여성 라이더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직접 주최한 대회 이포보 ITT/TTT

귀감이 되고 싶다는 표현은 적극적인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지난 9월에는 여주 이포보에서 1회성 이벤트로 ITT와 TTT 대회를 직접 주최한 것. 김정숙 팀장이 과거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이번 기회에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일체의 금전적 지원 없이 일부 기념품만을 지원 받은 상태에서도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 부스 준비, 운영 및 치밀한 진행까지 해낸 것을 보면 여느 대회 못지않은 짜임새를 엿볼 수 있다.


	트레이너 훈련 시연중인 김정숙 팀장
트레이너 훈련 시연중인 김정숙 팀장

대회라고는 하지만 이벤트를 통한 친목도모의 성격이 강했는데, 18명의 참가선수와 50여명의 갤러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아직은 참가자가 적고 홍보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 이벤트는 행사 후 곧 SNS와 각종 매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팀 리브의 위상을 드높였다. 1회성 이벤트라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하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팀 리브, 응봉동에 둥지를 틀다

팀 리브는 지금까지 소개한 팀들과는 달리 지역 동호인 팀이 모태가 된 것이 아니기에 멤버들 대다수가 이곳저곳에 넓게 퍼져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서울 응봉동에 자리한 ‘어라운드’와 스폰서십을 맺고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각종 이벤트를 치룰 만한 아지트를 꾸리게 되었다.


	왼쪽부터 김정숙 팀장, 임현주, 김빛나, 안희경, 김예지, 박지현, 김미나 팀원
왼쪽부터 김정숙 팀장, 임현주, 김빛나, 안희경, 김예지, 박지현, 김미나 팀원

어라운드는 응봉동에 새로 오픈한 샵으로 로드바이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로드바이크 유저들에게 훈련공간을 제공하는 별도의 트레이닝 룸을 구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팀 리브는 주 2회 가량 정기적으로 모여 훈련과 라이딩을 진행한다.

팀의 맏언니 김정숙 팀장

김정숙 팀장은 올해 4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활발한 라이딩 활동과 대회를 오가는 현역이다. 그녀는 과거 13년 동안 일본에 거주했는데 그때 무료함을 달래려 시작한 것이 바로 로드바이크. 한때 자이언트 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자이언트와의 인연을 이어와 팀 리브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녀와 팀원들은 하나같이 ‘지킬 건 지키는’ 스타일이다. 김정숙 팀장은 항상 원칙에 의거한 행동양식을 보여준다고. 예를 들면 대회출전 시 보급존을 지키지 않는 것과, 일부 비경쟁 대회에서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추월을 지양한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진행된 팀 회의는 여타 팀보다 훨씬 체계적이었다. 프린트물까지 준비한  모양새를 보니, 팀 리브와 리더의 성향이 훨씬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이포보 대회에서의 팀 리브
이포보 대회에서의 팀 리브

	이포보 대회에서의 팀 리브
이포보 대회에서의 팀 리브

목표는 TDK 스페셜 출전

그간 TDK 스페셜과 각종 MCT 경기에서 여성들의 참여는 종종 있었으나,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단일팀은 없었다. 팀원 중 임현주 씨와 김정숙 팀장은 현재도 MCT 경기에서 종종 포디엄에 오르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TDK 스페셜에 여성팀으로 출전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팀 리브를 후원하는 자이언트도 공격적으로 대회에 참가해 성적을 내는 것보다는, 좀 더 캐주얼하게 라이딩을 즐기길 원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여성 단일팀이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팀들 속에서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훈련 후 간단한 간식과 함께 회의를 진행중이다
훈련 후 간단한 간식과 함께 회의를 진행중이다

이에 김정숙 팀장은 TDK 스페셜에 여성부 대회를 따로 열자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부디 하루 빨리 여성을 위한 대회와 환경이 많이 구축되고, 또 그 중심에 팀 리브가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최웅섭 기자
사진 최웅섭 기자, 사일런스 제공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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