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 비교해 보는 국내 전기자전거법

바이크조선

입력 : 2017.04.07 15:14

전기자전거법 국회 통과, 내년 3월부터 시행

2017년 3월 2일은 전기자전거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도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다. 전기자전거 업계에 몸담은 관계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전기자전거법이 통과되어 그동안 아웃사이더로 치부되던 전기자전거가 법의 테두리 속에 들어가는 역사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


	외국과 비교해 보는 국내 전기자전거법

필자는 유럽·일본·중국 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자전거를 보고 2009년 전기자전거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자전거 법이 만들어지기를 매년 애타게 기다려왔다.

그렇다고 법이 없어서 전기자전거를 못 탄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불법이 아닌 무법상태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이 전기자전거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기자전거, 지금까지는 원동기로 분류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되어 면허증이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고 차도로 달려야 했다. 전기자전거로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는 사실상 무법상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전기자전거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장벽이었다.

전기자전거가 합법적으로 생산되고 판매는 되는데, 운행은 무법인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이런 제도적 여건은 유럽·일본·중국 등 세계 자전거시장이 전기자전거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전거산업을 침체시키는 요인이었다.

전세계 시장의 성장, 우리나라도 서둘러야 한다

전세계가 차세대 친환경 개인이동 수단으로 200년의 역사를 가진 자전거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 작동되는 자전거는 길고 심한 오르막이나 장거리 이동은 체력적인 부담을 가져왔다. 그런데 전기자전거의 등장으로 그동안 자전거 활성화의 걸림돌이 한번에 해결되었다. 오르막을 평지처럼 평소 운행거리의 2~3배를 달릴 수 있고, 편한 만큼 더 자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어 전세계 자전거 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90년대 후반 중국에서는 스로틀 방식의 전기자전거가 생산되어 매연과 소음으로 골칫거리였던 오토바이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전기자전거는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정부지원까지 등에 업고 엄청난 내수시장과 해외수요까지 겹쳐 매년 200% 이상 급성장해서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이 확대되었다. 중국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3400만대나 된다.

하지만 유럽·일본·중국·미국시장에 비해 2016년 대한민국은 2만대 미만으로 전세계 시장의 0.05%에도 미치지 못한다. 뒤집어 보면 대한민국은 엄청난 전기자전거 대기수요가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와 연동가능한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고, 도심지에 인구가 집중된 탓에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생활권내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전기자전거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용은 ‘사람이 페달을 밟아야만 전동기가 작동하는 페달보조방식(PAS), 시속 25㎞ 속도제한, 중량이 30㎏ 미만인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의 범주에 포함, 만 13세 이상, 2018년 3월 시행’

유럽과 영국, 일본이 PAS 방식만 가능하고 최고시속은 24~25㎞ 수준이고 북미(32㎞)와 중국(20㎞)은 스로틀/PAS 겸용이 가능하다.

그럼 각 나라별로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안과 현황을 그럼 각 나라별로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안과 현황을 살펴보자.

JAPAN [일본]

전기자전거의 선구자였던 일본은 1997년 야마하의 PAS 시스템으로 전기자전거 시장을 개척했다. 몇 달 뒤 1997년 중국에서 스로틀 자전거를 내놓으면서 일본의 전기자전거와 함께 매년 200%씩 동반 성장했다.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을 만든 원동력은 일본의 기술력이 베이스가 되었다는 의미다.


	일본의 앞선 기술력은 지금도 전세계 많은 전기자전거 업체들에게 특허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앞선 기술력은 지금도 전세계 많은 전기자전거 업체들에게 특허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전기자전거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안전을 위해 지나치게 엄격한 제한을 두었다. 시속 15㎞까지는 다리힘에 비해 모터파워가 1:1을 넘지 않아야 했다. 이런 지나치게 까다로운 법규가 오히려 전기자전거의 발전과 수출에 걸림돌이 되었고, 또 다른 나라 전기자전거도 일본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실제로 야마하 초창기 모델을 타본 라이더들은 너무 작은 배터리 용량(100Wh급)으로도 장거리를 갈 수 있다는 것에는 놀랐지만, 그만큼 모터가 밀어주는 힘이 미미해서 최첨단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치고 일본 외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멀찌감치 앞서가긴 했지만 까다로운 법규로 인해 약한 전기자전거가 안전하게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멀찌감치 앞서가긴 했지만 까다로운 법규로 인해 약한 전기자전거가 안전하게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2008년에야 시속 10㎞까지는 1:2로 인력보다 모터의 힘을 더 이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지만, 이미 해외 시장은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발전한 타 업체가 선점한 상황이라 명함을 내밀기도 늦어버렸다. 지나친 산업규제는 선진기술을 발전시킬 수는 있어도 이용자들의 요구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다.

CHINA [중국]


	속도제한을 20㎞로 시작해서 15㎞로 낮추기도 했다. 중국시장은 특이하게 오토바이형 전기자전거에 납배터리가 기본인 생활차가 대부분이다. 주행속도를 낮추고 전기소모량이 1㎞ 주행에 12Wh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사진은 도로에 즐비한 전동스쿠터
속도제한을 20㎞로 시작해서 15㎞로 낮추기도 했다. 중국시장은 특이하게 오토바이형 전기자전거에 납배터리가 기본인 생활차가 대부분이다. 주행속도를 낮추고 전기소모량이 1㎞ 주행에 12Wh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사진은 도로에 즐비한 전동스쿠터



	중국 근로자들은 대개 스쿠터 형태의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대부분 납배터리를 사용하는 오토바이형 전기자전거는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중국 근로자들은 대개 스쿠터 형태의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대부분 납배터리를 사용하는 오토바이형 전기자전거는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1993년 일본에서 전기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지만, 중국은 1990년대 후반 엄청난 내수시장과 정부지원에 힘입어 현재 전세계 전기자전거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지원으로 엔진 오토바이 시장을 몰아내고 조용한 전기자전거 세상을 열었다. 중국의 사례로 봤을 때, 오래지 않아 전세계의 소형 오토바이 시장이 전기자전거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EUROPE [유럽]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중에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고급시장이 유럽이다. 노령 인구가 많고 비교적 부유한 나라들이라 전기자전거가 활성화 되었다. 특히 보쉬와 브로제 등 고급 전기자전거 모터시장이 활성화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팡 모터의 65%가 유럽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 보는 국내 전기자전거법

25㎞(영국만 24㎞) 속도제한에 PAS 방식, 별도 면허증 없이 이용가능하고 전기자전거 보급을 위해 구입 시 정부보조금을 주는 나라들도 있어 매년 엄청나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유로바이크 쇼에서 만난 딜러들에 따르면, 고급 일반자전거 시장은 반토막 났지만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성장해서 자전거 업계가 그나마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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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미국]

연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속도 32㎞/h, 모터 출력 750~1000W로 세계적으로 속도와 출력이  가장 높다.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주마다 법이 조금씩 달라서 전기자전거를 운행하지 못하게 하는 주도 있는데, 그런 주 역시 실제로는 운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북미는 고출력 고성능 전기자전거들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가 꼭 필요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전기자전거가 꼭 필요한 나라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와 친숙하게 지내왔다.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오로지 자전거뿐이었다.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미국의 고성능 전기자전거

매연을 풀풀 날리며 거침없이 오르막을 올라가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언젠가는 전기로 매연과 소리 없이 오르막을 올라가는 자전거가 나오기를 꿈꿔 왔다. 이제 그 꿈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충전으로 100㎞를 달릴 수 있고 오르막도 거침없이 올라갈 수 있는 조용한 전기자전거가 등장한 것이다. 필자의 전기자전거에 추가 배터리를 장착하면 서울에서 미시령을 넘어 설악산까지 충전 없이 한 번에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철인경기 참가자 같은 ‘허벅지 엔진’이 필요하지 않다. 70대의 라이더도 도전이 가능하다. 물론 젊은 엔진보다는 출력도 지구력도 약하지만,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극복할 수 있는 낮은 장벽이 되었다.

자전거 활성화의 최대의 걸림돌인 오르막과 노화로 인한 다리엔진의 출력저하는 이제 전기자전거를 더욱 발전하게 만들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강력해져 생활 속 새로운 자전거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 잡아 오래지 않아 일반 자전거만큼 보급되어 지구상 최고의 개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기자전거 카페 서울-속초 왕복 라이딩 중 미시령 휴게소에서. 참가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전기자전거 카페 서울-속초 왕복 라이딩 중 미시령 휴게소에서. 참가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정작 필요한 시기를 따져보면 10년 이상 늦은 2017년 3월 2일 전기자전거 활성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우리는 전기자전거의 핵심이자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첨단 배터리와 세계최고의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산이 많은 지형적인 특성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전기자전거가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외국과 비교해 보는 국내 전기자전거법

늦었지만 불합리한 규제가 풀렸고 전기자전거 시장이 활성화되어 대한민국이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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