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도 강진만도 끌린다… 갈대 따라 두 바퀴

강진·순천=조홍복 기자 이

입력 : 2017.09.25 01:11

[떠나요, 자전거길로] [9] 전남의 갈대군락·갯벌습지

1100종 서식 '강진만 습지' 옆엔 가을 바람 부는 갈대숲 방파제
은륜 끌고 바다 걷는 이색체험도

강청수변공원서 물길 따라가면 순천만 163만평 규모 갈대밭

전남의 3대강으로 꼽히는 탐진강(51.5㎞)은 장흥과 강진을 거쳐 남해로 굽이쳐 흐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진만 최상류엔 갯벌 습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선 붉은발말똥게와 기수갈고둥, 노랑부리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큰 고니(백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9종 등 11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지난 19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강진만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동호회원들.
지난 19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강진만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동호회원들. 생태공원 안에 있는 남포축구장엔 주말(토·일요일)에만 운영되는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이 공원은 110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갈대밭 사잇길로 걸으면 초가을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김영근 기자
강진만 생태공원과 서쪽 도암면 해안에 곧게 뻗은 남포제방 주변엔 66만1100㎡(약 20만평) 규모의 갈대 군락이 있다. 2~3m 높이의 갈대숲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지난 16일 남포교 주차장에서 차에 싣고 온 자전거를 꺼냈다. 갯내 물씬한 가을 바람을 가르며 갈대숲 옆 방파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라이딩하며 야생 동식물 탐방

강진 갈대숲 자전거길은 강진읍내에서 차로 7~8분 떨어진 남포교에서 시작된다. 자전거에 올라 북쪽으로 5분쯤 지나면 길이 2.8㎞ 생태 탐방로가 개설된 강진만생태공원이 나온다.


	강진 갈대밭 자전거길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30분 동안 천천히 목제 데크를 걸으면 갯벌과 주변 물가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만난다. 갯벌에서 꼼지락거리고 놀던 수천 마리의 짱뚱어 떼가 일제히 갯벌 속으로 몸을 숨겼다. 쪼그리고 앉으니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갯벌을 쑤시며 먹이활동을 하는 새들이 지척이다. 자전거를 허리에 붙이고 산책하던 김동섭(57·강진읍)씨는 "갈대숲에서 심호흡을 하고 본격적인 라이딩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 생태공원 일원에선 10월 20~22일 남도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는 '제24회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열린다. 다음 달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는 '제2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가 이어진다.

강진원 군수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순천의 순천만 습지 못지않은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 군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데크·쉼터·탐조대·전망대를 개설했다. 다음 달 축제 전까지 데크를 0.7㎞ 추가하고, 왕복 2차선 진입도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내년 10월까지는 생태공원 입구 옆 3만3000㎡ 부지에 생태체험 휴식 공간을 조성해 명품 갯벌생태공원의 기반을 닦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남포교를 지나 남쪽으로 향했다. 철새 관광지를 들렀다가 해창삼거리에서 다산초당을 거치면 가우도가 나온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오솔길 산책도 라이딩 도중 맛보는 즐거움이다.

해안 자전거길만 이용해 남포교에서 철새 관광지, 가우도 출렁다리까지 내처 달리면 전체 15㎞ 거리를 주파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우도에는 2012년 전국에서 가장 긴(1154m) 해상인도교가 설치됐다. 자전거를 끌고 청자의 비색처럼 빛나는 강진만 바다를 만끽하며 걸어서 섬으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순천만 갈대숲 자전거길


	순천만 갈대밭 자전거길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은 이사천과 만나 대대포구에서 순천만으로 흘러간다. 동천변 자전거길은 물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

서면 강청수변공원에서 페달을 밟아 물의 흐름을 따라가면 동천 강변과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문학관, 순천만습지, 화포해변에 닿는다. 전체 26.6㎞ 거리를 달리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사이엔 자전거도로 옆으로 갈대숲이 우거져 있다. 자전거를 자주 즐긴다는 순천시민 김지훈(46)씨는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떼가 날아가는 장관을 보기도 한다"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의 경쾌한 소리는 잡념을 달아나게 한다"고 했다.

갈대숲을 한참 달리다 보면 순천만문학관이 나타난다. 순천이 낳은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 작가 정채봉의 작품과 세계관, 관련 자료를 살필 수 있다. 순천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안개 낀 도시 '무진'의 배경이다. 대대포구와 순천만 갯벌엔 5.4㎢(163만평)의 광활한 갈대밭이 있다. 순천만 습지에선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습지 탐방로를 걷는 여유를 즐기자. 자전거길은 순천만 서해안 화포해변을 거쳐 뻘배 체험장이 있는 별량면 거차마을과 바로 옆 죽전마을까지 연결된다. 순천만 갈대축제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순천만 습지 일대에서 열린다. 이즈음이면 갈대는 은빛, 금빛으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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