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현주소와 미래

바이크조선

입력 : 2017.11.09 16:46

자전거 역사에서 알루미늄은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인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는 카본에 밀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최상급 자전거는 구경하기 힘들고 티타늄 프레임에 비해서도 아래 등급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알루미늄 자전거는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다수 있다. 알루미늄은 과연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을 것인지 짚어본다.


	알루미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현주소와 미래

알루미늄은 무겁다

이제 고급자전거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아직도 저렴한 모델들은 알루미늄을 택한 자전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자전거는 로드바이크 기준 9~11㎏대로 고급 카본완성차보다 2~3㎏ 이상 무겁다. 알루미늄이 신소재인 카본에 밀리는 아주 원초적인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 알루미늄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먼저 무게를 든다. 과거 70~80년대에 알루미늄 합금이 첨단 경량소재로 주목받았던 시기를 생각하면 현재 소비자들이 카본만을 선호하는 행태는 야속하기마저 하다. 하지만 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기술발전에 따른 시대의 변화다. 물론 더블버티드, 트리플 버티드라고 불리는 경량가공 기법을 통해 어느 정도 무게를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태생적 한계로 카본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알루미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현주소와 미래

알루미늄은 수명이 있다

피로파괴. 흔히들 자전거의 수명을 이야기 할 때 카본은 반영구적이지만 알루미늄은 피로가 누적된다고들 한다. 실제로 그렇게 누적된 피로도는 알루미늄 조직밀도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레 파괴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피로파괴라는 것은 그렇게 생각만큼 빠르고 쉽게 오지 않는다. 한 연구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1200N으로 페달링하면 3만8000회 정도에서 피로파괴가 온다는 결과를 도출한 적이 있다. 이는 순수 페달링을 통해 알루미늄 자전거의 피로파괴를 유도하려면 1년에 1만㎞씩 수년을 타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결론은 알루미늄은 오래타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만들려면 정말 열심히 타야한다.


	알루미늄 프레임이지만 어지간한 카본 정도의 무게를 달성했던 캐논데일 캐드10(Cannondale CAD10) 1100g(위), 프로라이트 쿠네오(Pro-Lite Cuneo) 1161g
알루미늄 프레임이지만 어지간한 카본 정도의 무게를 달성했던 캐논데일 캐드10(Cannondale CAD10) 1100g(위), 프로라이트 쿠네오(Pro-Lite Cuneo) 1161g

성형의 한계

최근 출시되는 카본자전거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형태와 새로운 시도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튜빙의 접합에 의지한 금속제 자전거에 비해 카본은 성형시 몰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형태를 구현해 낼 수 있다.

알루미늄의 튜빙은 기본적으로 원형으로 제작된다. 초창기의 거의 모든 자전거가 그랬듯이 이 원형 튜빙을 서로 접합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던 시절에는 공기저항을 고려해 원형 튜빙을 좀 더 납작하게 만들어 타원형 튜빙을 만들어내는 것도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피로파괴
알루미늄 프레임의 피로파괴

현재의 알루미늄 프레임은 튜빙 내부에 유체를 통해 압력을 주어 성형하는 하이드로포밍 기법으로 형태를 좀 더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성형에 있어 더 큰 벽은 바로 용접이다. 금속제 프레임은 각각의 부위별로 따로 제작되어 지그에 물린 후 용접을 통해 서로 접합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는 용접접합 부위에 비드를 남겨 미관상의 타격을 주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스무드 웰딩 기법을 이용 하기도 하지만 카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자전거 제작용도로 하이드로포밍 처리된 알루미늄 튜빙의 단면들
자전거 제작용도로 하이드로포밍 처리된 알루미늄 튜빙의 단면들

용접에 대한 이슈는 또 있다. 용접을 진행하면 용접부에 엄청난 고열이 발생해서 소재의 성질을 약간이나마 변형시킬 가능성이 있다. 용접으로 인한 변형의 격차는 순수하게 용접공의 실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백에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언딘(Andean). 최근 카본자전거의 디자인은 정말 상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된다. 하지만 사진의 자전거를 알루미늄으로 만든다면? 아마 형태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무게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백에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언딘(Andean). 최근 카본자전거의 디자인은 정말 상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된다. 하지만 사진의 자전거를 알루미늄으로 만든다면? 아마 형태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무게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너무 단점들만 늘어놓았다. 이러고 나니 “정말 못 써먹을 물건이구만!” 라고 생각할 독자들이 생길까 두렵다. 그런데 정말 카본에 비해 장점이 없는 걸까?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카본이 득세하는 지금까지도 알루미늄이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비용의 문제다. 카본은 비싸고 알루미늄은 저렴하다.


	튜빙 내부에 유체의 압력을 넣어 형태를 만든다.
튜빙 내부에 유체의 압력을 넣어 형태를 만든다.

소재의 단가, 공정비용, 인건비 등 모든 면에서 알루미늄이 월등히 낮다. 카본은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거의 모든 공정에 인간의 손이 필요하고 알루미늄에 비해서 산업전반에 기술력의 평준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단가도 저렴한데다가 카본에 비해 많은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이는 경쟁력 측면에서는 너무나도 큰 장점이다.


	하이드로포밍 처리된 튜빙
하이드로포밍 처리된 튜빙

뻔하지만 너무 명확한 장점, 저비용

카본이 저렴해진다면야 위에서 말한 알루미늄의 장점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고 정말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물론 최초보다 지금은 카본제품의 가격이 많이 하락한 편이지만 절대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다. 시마노 105가 장착된 로드바이크 완성차 기준으로 보면, 알루미늄제품은 100만원 초반대, 카본은 딱 두배인 200만원 선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금액이 주는 심리적 저항감은 굉장히 거대하다.

현대의 알루미늄 가공기술은 거의 절정에 이르렀고 최고의 자전거용 알루미늄으로 통하는 6061 합금도 저렴한 편이다.


	용접부위를 매끄럽게 정리한 스무드웰딩 기법
용접부위를 매끄럽게 정리한 스무드웰딩 기법

신장성의 존재

또 한가지 카본에 비해 알루미늄이 우세한 점을 꼽으라면 신장성(伸張性)이 좋다는 것이다. 신장성이란 무르고 늘어나는 정도, 다시 말해 소재의 연성(軟性)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알루미늄 프레임은 카본에 비해 약간 무른 성질을 지녔다. 이는 곧 신장성이 카본에 비해 우수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럴수록 충격이 가해졌을 때 한번에 깨지기보다는 프레임이 먹거나 찌그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건 상당히 야누스적인 장점으로 알루미늄에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카본프레임 유저들이 겪는 크랙이나 사고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알루미늄은 육안으로 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프레임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두 동강나거나 깨지는 것보다는 찌그러지는 형태가 된다. 또 시간의 경과에 따라 프레임 교체시기를 어느정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본은 크랙 혹은 사고가 날 경우 프레임의 튜빙이 그냥 깨져버린다. 당연히 그 위험도는 알루미늄을 훨씬 상회한다.


	스무드웰딩 기법이 적용된 엘파마의 에포카 E5800. 전체적으로 보면 알루미늄 바이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었다.
스무드웰딩 기법이 적용된 엘파마의 에포카 E5800. 전체적으로 보면 알루미늄 바이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었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알루미늄의 장점을 대강 요약해보니 어떠한가? 이런 장점들 때문에 알루미늄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한 독자가 있을까? 아마 드물 것이다. 실제로 이런 장점들이 알루미늄 자전거를 선택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다소 빈약하다. 또 실제 시장상황 역시 그 장점들이 알루미늄의 판매상승을 견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알루미늄 자전거의 생산은 2010년대 들어 꾸준히(완만히) 하락하는데, 카본의 생산량은 해당시기 전후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여전히 가장 많은 자전거의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그 하락세는 뚜렷하다. 아니 그보다는 카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여전히 비싼 것은 맞지만 점차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수요는 많은 공급을, 많은 공급은 가격하락을 불러오는 것이 시장경제의 습성이다. 이렇게 본다면 시장은 앞으로도 점차 카본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아주 오랜 후의 이야기지만 카본완성차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현재 중저가에 포진해있는 알루미늄 시장을 잠식해 알루미늄이 정말로 자전거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


	카본 자전거를 제작중인 인력들 (사진출처 : CYCLINGTIPS)
카본 자전거를 제작중인 인력들 (사진출처 : CYCLINGTIPS)

아직 먼 이야기지만 비중은 분명히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알루미늄의 운명은 카본이 그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진 소재가 더 저렴하게 공급된다면 당연히 열등한 쪽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 개인적으로 결론을 낸다면 알루미늄은 앞으로 자전거 업계에서 그 비중이 상당히 많이 낮아 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카본자전거의 가격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기술개발도 활발히 진행되는데, 알루미늄 기술은 이미 절정에 이르러 정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알루미늄으로 카본의 장점을 모두 갖춘 최첨단 신기술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고 해서 알루미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알루미늄은 표에서도 봤듯이 여전히 전체자전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카본을 제외한다면 최고의 자전거 소재다. 또 자전거시장의 역사를 비추어봤을 때, 소비자들은 현존하는 최첨단기술이 도입된 자전거를 좋아하는 반면 스틸프레임과 크롬몰리 등 과거에 주로 쓰이던 소재에 열광하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특히 크롬몰리 자전거는 아직까지도 신제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해 두 동강 난 카본. 알루미늄이라면 같은 충격을 받았을 때 찌그러지거나 꺾이는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라이더는 그나마 조금 더 안전했을 것
사고로 인해 두 동강 난 카본. 알루미늄이라면 같은 충격을 받았을 때 찌그러지거나 꺾이는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라이더는 그나마 조금 더 안전했을 것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애용하는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기자도 여러 자료를 접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본의 아니게 편파적으로 흘러간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성을 유지하고 자료들을 들여다볼수록 변화는 뚜렷이 보였다.

알루미늄은 분명 좋은 소재다. 하지만 더 좋은 재료가 나타난 것이고 그것은 시대의 흐름일 뿐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아듀! 알루미늄이여!”하고 작별인사를 고하기는 아직 한참 이르다.

최웅섭 팀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11월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작권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바이크조선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Copyrights ⓒ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