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 주행거리, 신은 몰라도 라이더는 알 수 있다

바이크조선

입력 : 2017.12.11 15:39

배터리 잔량과 주행거리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

전기자전거는 물론 전기스쿠터, 전기자동차까지 배터리를 이용하는 탈것은 한번 충전한 배터리로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늘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한다. 이유는 전기자전거에 사용되는 배터리(리튬이온) 충전에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고 완전 방전되면 일반자전거 대비 무겁고 힘든 페달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호에서는 전기자전거의 어렵고도 영원한 숙제인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에 대해 알아본다.

	유로바이크에서의
테스트 라이딩
유로바이크에서의 테스트 라이딩

전기자전거에 처음 입문하면 가장 궁금한 것이 1회 충전해서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남은 배터리 잔량으로 얼마나 더 주행이 가능할까? 과연 제조사가 이야기 하는 주행거리만큼 달릴 수 있을지? 제조사 이야기 믿고 달렸다가 혹시나 돌아올 때 배터리 방전으로 힘든 주행이 되지 않을까?

전기자전거 사용자는 배터리 잔량으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는지 정확한 잔량표시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전기자동차나 전기스쿠터는 절대적인 배터리 힘에 의존하지만,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소모량을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설령 방전이 되어도 자전거 본연의 기능인 페달링 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방전의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바팡 C850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 전용 한글 계기판. 전압과 소비전력, 시계, USB 충전,
비밀번호 설정기능을 갖춘, 전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글전용 계기판이다
바팡 C850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 전용 한글 계기판. 전압과 소비전력, 시계, USB 충전, 비밀번호 설정기능을 갖춘, 전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글전용 계기판이다

정확한 배터리 잔량 표시 왜 어려운가

처음 전기자전거를 접하는 라이더는 배터리 잔량 표시가 정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일단 이 잔량 표시가 정밀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인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잔량 게이지가 사용자 생각대로 주행거리와 딱 맞아 떨어지는 정확한 양산제품은 아직 지구상에 없다. 배터리에 따라 잔량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라이더의 페달링 의지와 효율적인 운영법, 주변여건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는 고무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잔량 게이지 대신 36V 배터리 회복전압(무부하) 기준, 약 37V에서 왔던 길을 돌아가야 무사 귀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 방법이 배터리 방전으로 지옥의 페달링을 피하는 정확도가 계기판 잔량 게이지 대비 훨씬 높다. 이 방법은 계기판에 전압이 표시되는 기능이 있거나 별도로 전압계를 달아야 체크가 가능하다.

10년 전 전기자전거에 처음 입문했던 필자도 정확하지 못한 잔량측정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기에 초보 라이더의 스트레스를 이해는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정확한 잔량게이지는 아직 어느 회사도 내놓지 못했다.

대부분의 전기자전거 배터리 잔량 게이지가 왜 맞지 않는지 변명이 아닌 이유를 알아본다. 처음에 중요한 것 같은 이 문제는 정작 전기자전거 좀 타본 라이더에게는 별로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한번 충전해서 대충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멀리 가면 배터리 하나 더 가지고 가면 되며, 아니면 열심히 페달링해서 모터부하를 줄이면 전기사용량을 최소화해서 원하는 만큼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500Wh(36V 14.5Ah)급 배터리로 처음 시작할 때 라이더에 따라서 50km도 못 달릴수 있지만, 전기자전거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변속과 케이던스 페달링으로 모터 부하를 줄여서 타다 보면 100km를 넘어 150km 이상 달릴 수도 있다.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라이더의 페달링 의지와 능력 등 사용조건에 너무 많은 편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변수를 무시하고 배터리 잔량으로 몇 km를 정확히 갈 수 있는지 예측해서 내놓으라고 하면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다.


	바팡 C963 계기판. 한칸 떨어진 전압이 37.2V로 체감적으로는 절반을 사용한 상태다
바팡 C963 계기판. 한칸 떨어진 전압이 37.2V로 체감적으로는 절반을 사용한 상태다

배터리 방전을 경험해보는 것도 도움된다

일반적인 배터리 잔량표시는 4~5개의 바 형태 그림으로 표시되는데 20km를 달려 한 칸 떨어지고 나면 총 5개의 경우 20% 사용했다고 100km 이상 갈 수 있다고 좋아한다. 전기자전거 카페에 전기자전거 처음 사서 첫주행에서 이런 글이 올라오면 경험자들은 웃는다. 배터리 게이지 믿고 멀리 갔다가 방전되어 지옥의 페달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앞으로 전기자전거를 타야할 많은 날들을 생각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대부분 4~5칸짜리 잔량게이지의 경우 첫 번째 한 칸 떨어질 때 전압이 약 37.2V 부근이다. 이게 배터리의 방전 특성을 보여주는 그래프로는 잔량이 많이 남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준으로 볼 때 37.2V에서 출발지로 기수를 돌려야 그나마 편하게돌아갈 수 있는 상태로, 배터리의 절반(실제로는 60% 잔량) 가까이를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남은 잔량은 그보다 많은 것 같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빨리 떨어지는 방전의 스릴과 공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어느 특정 회사의 한 배터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압만 맞으면 대부분의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기에 전기자전거 계기판에서 모든 배터리의 방전특성 까지 반영할 수는 없다. 정확한 배터리 잔량 측정장치는 태생적인 문제와 사용상의 많은 변수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기술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배터리 잔량을 정확히 측정했다고 가정해도 그 에너지로 전기자전거가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는 페달을 밟고 있는 라이더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1 전기자전거도 운치가 있다. 만추의 전기자전거 2 유로바이크에 선보인,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달리는 장거리용 전기자전거
1 전기자전거도 운치가 있다. 만추의 전기자전거 2 유로바이크에 선보인,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달리는 장거리용 전기자전거

● 전기자전거 배터리 잔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변수를 알아본다.

1. 사용배터리의 종류(납산, 리튬이온, 리튬인산철 등)와 전압에 따라서 배터리 잔량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리튬이온이라도 셀 종류에 따라 방전능력은 물론 제작사에 따라 방전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2. 사용되는 배터리 전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3. 외기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10도에서는 30% 이상 효율이 낮아지고 실제로 체감 50% 하강).

4. 사용하는 출력(A/부하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약한 부하로 살살 달리면 용량이 제대로 나오지만 확 달려서 무리하게 사용하면 500Wh가 400Wh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배터리의 특성을 잘 알고 페달링을 적절히 해서 부하량을 줄이면 배터리 용량을 바닥까지 긁어서 사용할 수 있다.

5. 배터리 열화(사용횟수가 늘어나면 용량과 성능이 떨어짐) 정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6. 라이더의 주행습관에 따라서 부하량이 출렁이기에 연산이 어렵다. 남은 잔량을 계산하는 로직이 부하량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변수를 다 종합해서 정확한 잔량게이지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아직까지 전세계 어느 전기자전거도 한 칸에 딱 얼마를 달릴 수 있다는 정확한 잔량게이지가 달린 계기판을 내놓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라이더가 타는 조건이 다 달라서 잔량에 따라서 주행거리도 천차만별이다.


	20인치 휠세트용 타이어 폭 비교. 왼쪽부터 1.15, 1.35, 2.0인치. 타이어 사이즈와 폭에 따라 주행감도 달라지지만 같은 배터리라도
주행거리가 차이 난다
20인치 휠세트용 타이어 폭 비교. 왼쪽부터 1.15, 1.35, 2.0인치. 타이어 사이즈와 폭에 따라 주행감도 달라지지만 같은 배터리라도 주행거리가 차이 난다

● 배터리 용량으로 얼마를 달릴 수 있을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1. 라이더의 몸무게
2. 모터의 종류(효율)
3. 라이더의 사용습관(급가속, 급출발, 급제동 등)
4. 평균속도
5. 타이어의 폭과 트레드 모양(종류), 공기압
6. 바람의 방향
7. 자전거 전체의 무게
8. 적절한 변속(중앙구동 방식의 경우)
9. 자전거 구동계의 구름성(고급화 정도)
10. 라이더의 다리엔진 성능과 페달링 의지
11. 노면의 마찰계수 등 체중 70kg의 라이더가 평속 20~25km정도로 평지를 달릴 때 1km 주행에 10~12Wh가 필요하다(페달링 없는기준).

배터리 잔량으로 얼마를 달릴지는 신도 알 수 없는 영역으로 경험적으로 자기 전기자전거로 바닥까지 사용해서 컷이 들어가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추후 라이딩 할때 정신건강에 좋다. 자전거용 배터리 잔량 게이지도 휴대폰처럼 정확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일일이 배터리 특성에 대한 자세한 세팅을 해야 하고, 부하량에 대한 연산치가 달라지기에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이 문제도 하나둘 해결이 되겠지만 당장 정답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필자는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 문제는 이 연재 첫번째(2016년 8월호)에서 어렵다고 가장 먼저 언급을 했었다.

좀 더 근접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실시간 사용전력량과 누적사용량을 체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리튬배터리의 특성인 전력사용 강도와 온도 등의 변수가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다.

같은 500Wh급 배터리를 강도 높게 뽑아서 사용하면 400Wh가 될 수도 있고, 살살 무리가 가지 않게 사용하면 다시 500Wh가 나오기도 한다. 외기온도 25℃에서 사용하면 제대로 용량이 나오지만 –10℃ 이하에서 사용하면 체감적으로 용량이 반토막나게 된다. 사용방법이나 온도에 따라서 리튬이온배터리 전체 용량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를 장착한 캐논데일 재킬(남한강 강촌섬)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를 장착한 캐논데일 재킬(남한강 강촌섬)

라이더에 따라 주행거리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전기로 작동되는 다른 탈것들의 주행거리는 절대적으로 전기에너지에 의존하지만, 전기자전거는 페달링으로 움직이는 기본적인 자전거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주행거리는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다.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 모터가 더 이상 지원을 해주지 못해도 본연의 자전거 기능으로 어느 정도 부하는 있지만 주행이 가능하고,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해서 점프가 가능하기에 전기로 작동되는 탈것 중에서 가장 능동적인 주행거리 조절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라이더가 무작정 빠르고 멀리 가기위해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만, 시간이 지나 전기자전거와 친해질수록 배터리 소모량을 줄여 나가게 된다. 배터리를 주렁주렁 달지 않고도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전기자전거는 라이더의 페달링에 전기모터 힘이 도움을 주는 PAS(페달보조) 방식을 기본으로 적절한 페달링이 늘 함께하는 자전거의 한 부류이지 전기힘으로만 달리는 스쿠터가 아니다.

● 전기자전거 어떻게 하면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을까?

1. 효율성을 따지고 자신의 페달링 스타일에 맞는 전기자전거를 선택해야 한다.
2. 자전거는 무조건 가벼워야 유리하다. 전기자전거도 무거우면 효율이 떨어진다.
3. 타이어의 폭과 트레드 모양, 적정 공기압 유지
4. 공기저항과 타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제속도로 주행
5. 모터의 효율적 특성과 배터리의 성능과 용량에 대한 이해
6. 최고의 모터 성능과 효율을 끌어낼 수 있는 라이더의 페달링 테크닉

중앙구동식의 경우 운행목적과 케이던스에 맞는 적절한 체인링의 크기(T수)와 효율적인 변속으로 부하량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기자전거는 한번 충전으로 몇km를 달릴 수 있을까? 사용자의 경험으로 여러 변수들을 잘 요리하고 필요한 거리만큼 적정용량의 배터리를 준비하면,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다. 초보시절에는 페달링 습관이 모터 회전수보다 늦게 뒤따라가는 페달링을 하거나, 센터드라이브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느린 속도에서 고속기어를 넣어 크랭크 회전수가 낮아 과부하 상태로 운행하면, 본인은 열심히 페달링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터와 배터리의 부하를 줄여주지 못한 결과로 배터리 소모량 대비 주행거리가 짧아지게 된다.

전기자전거라고 반드시 모터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필요가 없다. 모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면 오히려 간단하게 공식화된 주행거리가 나올 수 있다. 체중 70kg의 라이더가 평속 25km로 평지를 달리면 1km주행에 약 10~12Wh가 소비된다.

배터리의 용량과 모터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라이더가 모터의 회전수를 앞지르거나 근접해서 빠른 속도로 페달링 한 에너지만큼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어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배터리 방전 시점을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예측 가능하기에 주행거리의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전기 힘으로만 작동하는 스쿠터가 아니라 첨단과학의 힘으로 휴먼 엔진을 보조해서 더 편하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편리한 자전거의 한 장르일 뿐이다.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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