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최고봉, 억새풀 능선과 정상 조망 일품

바이크조선

입력 : 2020.01.15 10:00

홍성 · 보령 오서산(791m)
100대 명산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③

충남 서해안에 웅장하게 솟은 오서산은 서해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해안선에서 가까운 저지대에서 솟구쳐 비고가 높고 주능선이 비슷한 높이로 길게 뻗어나 서쪽에서 보면 마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를 닮았다. 주능선까지 임도가 나 있고 마지막 600m의 싱글트랙을 통과하면 정상에 설 수 있다. 바다와 산야를 아우르는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오서산(791m) 정상. 해발은 그리 높지 않으나 바다가 가까워 비고와 덩치가 대단하다. 서해안 최고봉 다운 위용을 보여준다.
오서산(791m) 정상. 해발은 그리 높지 않으나 바다가 가까워 비고와 덩치가 대단하다. 서해안 최고봉 다운 위용을 보여준다.

	상담주차장에서 업힐하면 정암사 삼거리다. 왼쪽 쉰질바위와 내원사 방향으로 간다.
상담주차장에서 업힐하면 정암사 삼거리다. 왼쪽 쉰질바위와 내원사 방향으로 간다.

이번에는 충남 홍성, 보령, 청양에 걸쳐 있는 오서산(791m)이다.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 않으나 바닷가에서 치솟아 실제 산의 덩치와 비고가 대단한 산이다. 서해안 가까운 산 중에서는 가장 높기도 하다.

우리나라 지형은 동고서저(東高西低) 특성이 분명해서 서해안에는 높은 산이 없고 들판과 구릉지가 대부분이다. 그런 저지대에서 791m의 높이로 솟은 오서산은 충남 남서부에서 단연 돋보여서 주위를 압도하는 랜드마크가 된다.

까마귀가 많아서 오서산(烏棲山)이 되었다고 하며, 주능선을 물들이는 억새 군락으로 유명하다. 등산객에게는 꽤 알려진 명산에 든다. 정상부의 주능선이 비슷한 높이로 1.5km 가량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킬리만자로를 꼭 닮아 ‘한국의 킬리만자로’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면이 가파르지만 주능선까지 임도가 나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북쪽에서 본 오서산 등산안내도. 오른쪽 아래 상담주차장에서 출발, 산중턱을 가로질러 쉰질바위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북쪽에서 본 오서산 등산안내도. 오른쪽 아래 상담주차장에서 출발, 산중턱을 가로질러 쉰질바위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쉰질바위부터 주능선까지는 차량통행 금지다.
쉰질바위부터 주능선까지는 차량통행 금지다.
백제 멸망의 전설 어린 쉰질바위

오서산을 오르기 위해 우리 일행 3명은 제천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홍성군 광천읍 오서정 식당이 아침식사 집결지로 우리는 8시에 도착했다. 식당에는 서울, 안산, 나주, 안성, 태백, 군산, 평택, 전주, 익산 등 전국 각지에서 먼저 오신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쳤다.

식후 바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웅장하게 솟은 오서산은 광천읍내에서 지척으로 보인다. 광천읍에서 3.5km 거리의 상담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해 내포 문화숲길 임도로 향했다. 한참 업힐을 해서 정암사를 지나 쉰질바위까지 곧장 직행한다. 쉰질바위가 해발 500m를 넘으니 벌써 6부 능선에 이른 셈이다.

쉰질바위는 높이가 50길이나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쉰질바위 아래에는 ‘복신굴’이 전한다. 660년 백제 멸망후 부흥운동을 이끈 바로 그 복신(福信)이 숨어 지냈다는 곳이다. 복신은 왜국에서 돌아와 즉위한 풍(豊) 왕과 갈등을 겪다 살해당하고 만다. 풍왕과 복신의 전설은 부안 우금산성에 전하지만 백제부흥군의 거점이던 주류성이 여기 오서산 자락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쉰질바위에서 잠시 쉬며 본격적인 업힐을 준비한다. 길이 좋아 여기까지 올라온 자동차도 있다.
쉰질바위에서 잠시 쉬며 본격적인 업힐을 준비한다. 길이 좋아 여기까지 올라온 자동차도 있다.



	백제 부흥군을 이끈 복신의 전설이 어린 쉰질바위
백제 부흥군을 이끈 복신의 전설이 어린 쉰질바위

쉰질바위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업힐

지금까지의 임도는 비단길이다. 10여년 전 청양280랠리 때 타다 끌다 하며 지났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 당시 심한 가뭄 탓에 계곡물도 마르고 어찌나 덥던지,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수없이 자문하기도 했다.

쉰질바위에서  주능선까지도 임도는 나 있기는 한데 노폭이 좁고 돌도 많은데다 경사도 심하다. 그래도 한울 회원님들은 정상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한참을 오르고 나니 오서산 전망대가 나온다.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고 주변 조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늦가을에 날씨가 좋아서인지 등산객들이 무척 많다.

우리 일행은 정상을 향해 싱글길을 타다 끌다 하며 마침내 오서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한 후 돌아선다. 일부 등산객들이 위험하게 산에서 자전거 타고 다닌다며 불평 겸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죄송합니다” 하며 싱글을 달려 전망대에 들렀다가 다시 내원사 방향 임도를 타고 내려온다.

오를 때 힘들었던 만큼 주능선에서 쉰질바위까지의 다운힐은 거침이 없다. 여성 라이더 분들도 100% 타고들 내려오는데 어찌나 잘 타는지 감탄했다.

쉰질바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지인 상담마을 주차장까지 곧장 내려왔다. 짧은 코스였지만 나름 라이딩 재미가 있었고 주능선의 풍경과 조망은 잊을 수가 없다.

매운탕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데 장대비가 쏟아진다. 식사 후 제천으로 오는데 고속도로며 국도, 지방도 전부가 주차장 같다. 모두들 늦가을 주말이라 나들이 하고 귀가하는 차량 같다.

다음 목표는 강원 횡성 태기산(1261m)이다.


	전망대의 표지석. 산이 헌칠하게 높아 예로부터 천수만 뱃길의 등대 역할을 했단다.
전망대의 표지석. 산이 헌칠하게 높아 예로부터 천수만 뱃길의 등대 역할을 했단다.

	정상에서 보령 방면 조망
정상에서 보령 방면 조망
글·사진 이선희(한울타리 자전거여행 클럽)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0월 01월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작권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바이크조선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Copyrights ⓒ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