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정장소 외에는 산에서의 취사가 금지되어 추운 계절에는 따뜻한 음식 섭취가 문제가 된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발열팩이다. 발열팩을 음식보온용 보온팩 안에 넣고 사용하면 한층 효율적이고, 설거지거리가 생기지 않으며 짐 부피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자전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설렐 것이다. 자전거 캠핑은 야영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씻을 수 없는 환경일 가능성도 있어서 땀을 적게 흘리는 서늘한 날씨를 선호하게 되는데, 10월 말부터 11월까지야말로 자전거 캠핑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다.

필자가 여태까지 소개해왔던 오프로드 자전거 캠핑, 혹은 바이크패킹에 매력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산은 취사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건조 식량이나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화기 사용이 금지된 산속에서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면 좋은지 알아본다.

웬 비닐봉투가 있다. 이게 뭘까? 이 제품은 발열팩이다. 지퍼백처럼 생긴 비닐의 입구를 열어서, 발열체를 바닥에 깔고 데워먹을 음식을 발열체 위에 넣은 후, 매뉴얼대로 물을 넣고 지퍼백 입구를 닫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음식물을 데워준다.

발열팩 뒤편에 제품의 사용방법이 적혀있다.

발열체를 매뉴얼대로 사용하면 최대 1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한 끼 식사 정도는 쉽게 데울 수 있다. 음식물을 실질적으로 데울 수 있는 열이 유지되는 시간은 25~30분이다.

발열팩뿐만 아니라 발열체를 이용하는 발열 케이스도 있다. 일종의 금속 도시락 위에 반찬통을 닫아서 잠그듯이 사용하는데, 필자의 경우 부피가 커지기도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가급적이면 비닐 지퍼백 형태의 발열팩을 사용한다.

발열팩 앞부분의 일부는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혹은 물이 잘 끓어오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발열팩과 함께 구매할 수 있는 발열체다. 필자는 ‘바로쿡’ 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세트로 구매했는데, 50g짜리여서 원하는 만큼의 열이 안 나와 조금 더 용량의 다른 브랜드제품을 사용한다.

타 브랜드의 발열체다. 용량이 80g인데, 2~3인분까지 데워서 사용하는데 충분했다.

내부에 넣는 투명 비닐을 이용해 뽀글이 방식으로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있지만, 필자는 끓는물에 비닐팩째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애용한다. 육개장, 3분 카레, 3분 미트볼, 3분 짜장, 즉석밥, 냉동 주먹밥(불고기, 김치 치즈, 계란 간장 등등), 강된장 참치, 마파두부, 장조림참치, 닭강정, 냉동 볶음밥(새우, 낙지, 김치 제육 등) 등이 있다. 국물류는 김치찌개, 설렁탕, 부대찌개, 우거지 해장국, 미역국 등이 있고, 팩으로 담겨있는 타입은 김치찜, 햄버그, 돼지갈비, 묵은지 등이 있다. 3분 요리는 필자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요즘은 웬만한 식품들을 모두 비닐팩으로 포장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비닐팩째로 끓는 물에 넣어서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순대, 수육, 보쌈, 오리고기 등등 아주 많다.

이제 조리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발열체의 포장을 뜯어서 발열팩 내부 바닥에 깔아둔다.

끓는 물과 증기로 데울 음식을 포장째로 발열팩 내부에 넣는다.

발열체를 꺼낸 비닐 포장의 외부에 그려진 표시선까지 비닐 포장지를 그릇 삼아 물을 채운다.

발열체 포장지에 채워둔 물을 우선 한번 붓는다.

즉각적으로 발열체가 반응하며 발열팩 내부에서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럼 지퍼백 입구를 닫은 뒤, 잠시 후 제대로 매뉴얼을 참고하여 적정량의 물을 2차로 채운다.

발열팩 비닐 내부에서 물이 끓어오르면서 발열팩 상단에 뚫려 있는 4개의 구멍으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발열팩의 입구가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한 구멍으로 물을 넣은 뒤 발열팩을 뒤집거나 구멍을 막지 않는다).

다 데워진 음식물을 꺼내 먹으면 된다. 생각 이상으로 뜨거우니 조심하자. 단,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익게 되는지 여행지에 가기 전에 미리 집에서 테스트해서 스스로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이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1. 설거지 할 그릇이 없다.
2. 비닐팩째 그릇처럼 쓰기 때문에 짐을 쌀 때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다.
3. 물을 넣어서 끓여 먹는 음식은 매번 식수를 찾아야 하지만, 이 경우 강물이나 냇물을 이용해 발열체를 가열해도 되기에 끓일 물을 현지 조달하기 쉽다.
4. 화기 사용이 금지된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5. 추운 곳에서도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부탄가스나 이소가스는 추우면 얼어붙어서
제 성능이 안나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발열팩 지퍼를 열어두었는데도 아직도 뜨거운 증기가 나올 만큼 발열체가 오랫동안 끓고 있다. 단, 발열체에서 나오는 증기는 사람이 들이마시면 좋지 않으므로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어차피 비닐팩 내부에서 물을 끓이는데 추운 날씨에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할 것이다. 필자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킬 때 음식물을 담아주는 보온팩을 챙겨뒀다가 추운 곳에서 발열팩을 사용할 때 발열팩을 통째로 보온팩 안에 넣어서 쓴다. 사진의 보온팩도 별도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배달 음식을 담았던 것이다. 평소에 챙겨두면 유용하다.

글·사진 김우람(여우의다락방 대표, mechanicfox@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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