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바이크 고장 공포에서 벗어나기

바이크조선

입력 : 2021.02.10 10:00

고장 걱정에 못 타는 겁쟁이 라이더를 위해

아직도 e바이크는 무겁고 복잡해서 고장 나면 고생할 것 같아 타지 않겠다는 라이더들이 필자 주변에도 많이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e바이크의 성능과 품질이 올라가고 무게와 가격은 충분히 내려갔다. 언젠가 e바이크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고 나면 본인의 무지로 누리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생기지도 않은 고장 걱정 때문에 e바이크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신체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e바이크로 출퇴근하는 도중에 즐기는 여유
e바이크로 출퇴근하는 도중에 즐기는 여유

최근 e바이크는 급속도로 성능과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은 손에 잡힐 만큼 내려갔다. 저가의 질 낮은 제품은 AS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인증을 받고 정식 판매되는 e바이크라면 AS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을 경험하고 모든 e바이크가 비슷할 거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세상에 비싸고도 값어치를 못 하는 e바이크는 있어도 싸고 좋은 e바이크는 못 봤다. e바이크는 가격만큼 성능과 만족도는 비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S사 가전제품 서비스를 모든 제품에 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미흡한 e바이크 AS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 e바이크는 일반 가전제품 수준의 AS를 기대하면 서로가 힘들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웬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고장과 정비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e바이크에 입문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판매점을 찾는 것이 AS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이다. 판매점에서는 어디까지 AS가 가능한지 기술 수준을 알아봐야 한다. e바이크를 선택할 때부터 고장이 적고 AS까지 잘해주는 제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제품은 대부분 신품 가격 대비 중고 값이 비싸다. 제품의 평가는 중고가격이 말해준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면 일단 조금 비싸더라도 중고 값이 비싼 제품을 고르면 기기 변경을 해도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모르고 타다 고생할 것인가, 알고 오래 탈 것인가

6개월 만에 반복된 배터리 고장 사례


허브 모터방식의 e미니벨로로 입문해서 유아용 안장을 장착해 아이의 유치원 등원도 시키고 출퇴근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초보 여성 고객이 있었다.

잘 사용하다가 한 달밖에 안 된 e바이크의 배터리가 고장이라고 수리보다는 교환을 요구해서 교환해 주었다. 그런데 한 달 뒤에 다시 배터리가 고장 났다고 AS가 들어와 배터리를 체크해 보니 또 충·방전이 안 되는 고장이었다. 멀쩡한 배터리를 한 달만 사용하면 고장 내는 특이한 경우라 e바이크 사용조건을 물어봤다. 다리를 다쳐 페달링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할리우드 페달링’에 유아용 안장을 달아서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출퇴근에 사용하는데 집의 위치가 서울에서도 유난히 오르막이 많은 곳이었다. 배터리는 36V 8.7Ah로 소용량이다.


	e바이크는 배터리와 모터가 결합된 프레임에 부품이 이식된다.
e바이크는 배터리와 모터가 결합된 프레임에 부품이 이식된다.

	과부하로 배터리가 연속 고장난 e바이크
과부하로 배터리가 연속 고장난 e바이크
e바이크는 2인승이 아니라 혼자 타야하고 오르막에서는 페달링을 같이 해줘야 한다. 허브 모터는 오르막에서 지속적인 과부하로 사용하면 배터리와 컨트롤러, 모터가 순차적으로 고장 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한 달 만에 또 배터리가 고장 났다. 배터리를 분석해보니 셀은 정상인데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고장으로 충·방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처럼 악조건에서 타려면 e바이크가 아니라 스쿠터를 타야 한다. 겨울에 약해진 배터리 성능에 지속적인 과부하로 운행하면 e바이크는 고장 날 수밖에 없다.

다리를 다쳐 적극적인 페달링을 할 수 없는 상태로 2명이 타고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상황이면 더는 무상 AS를 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바이크는 1인용으로만 이용하고, 오르막에서는 저단 기어로 적극적인 페달링을 병행해서 모터와 배터리의 부하를 줄여줘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배터리 고장을 내지 않으려면 대용량 배터리를 별도로 장착하면 되지만,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컨트롤러가 망가지고 컨트롤러를 보강하면 모터가 망가지게 된다.

이 고객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스쿠터를 타야할 조건이다. e바이크를 스쿠터처럼 편하게 사용하면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8학년 형님의 e바이크 사랑. 하루 300km 라이딩도 성공하고 적산거리는 65668km에 이른다.
8학년 형님의 e바이크 사랑. 하루 300km 라이딩도 성공하고 적산거리는 65668km에 이른다.

	3년만에 새 모터로 바꾸고 환히 웃는 95세 김돈기 옹
3년만에 새 모터로 바꾸고 환히 웃는 95세 김돈기 옹

95세 형님의 고장방지 대책

올해 95세가 되는 e바이크 라이더의 특별한 고장방지 대책이 있어 소개한다. 눈, 비 내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50km 내외를 라이딩하고 2~3천km마다 정기적인 점검을 받으면서 3년 동안 2만km를 탔어도 단 한 번도 고장 없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분이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 유일한 즐거움이 e바이크 라이딩인데 2만km가 넘어가니 혹시나 고장 나서 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까봐 상담을 요청했다. 주기적인 점검을 잘하고 타면 5만km 이상 10만km의 내구성을 가진 중앙구동 모터지만, 모터도 나이가 들고 운행거리가 늘어나면 자동차나 사람처럼 병이 날 것이니 새 모터를 장착해서 걱정 없이 몇 년을 더 타고 싶다고 했다.

평소 주기적인 예방정비와 모터 부하를 최대한 줄여주는 적극적인 변속과 페달링을 열심히 하고 있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고장에 대한 불안을 떨치고 싶다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6·25 참전용사이신 95세 형님의 선택을 존중해서 모터를 교환했다.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최소 2만km는 고장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경험에서 생기는 기대치가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라이딩에 나서는 큰형님의 여유로운 미소가 건강하고 아름답다.


	e바이크 고장 공포에서 벗어나기
고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 보자

장거리 라이딩에서 고장 났을 때 조치법

e바이크 초보 라이더라면 장거리 라이딩 전에 SOS 구조요청이 가능한 e바이크 카페 고수나 제조, 판매사의 전문가를 멘토로 두는 것이 좋다. 해외 라이딩이나 국토종주,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현지에서도 AS가 가능한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바이크는 미리 공부하고 정비를 배워두면 고장이 나도 힘들게 AS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간단한 조치로 해결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장인 줄 알고 방문했는데 본인도 5분 내에 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로 출고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최악의 경우 가족이나 다마스퀵, 콜밴 서비스를 이용해 수리처로 옮겨야 한다.

	계기판에서 에러 코드(고장번호)를 알려준다. 여기에 맞는 조치를 하면 된다.
계기판에서 에러 코드(고장번호)를 알려준다. 여기에 맞는 조치를 하면 된다.


	영하 18.5도에서도 즐기는 필자의 e바이크 자출길
영하 18.5도에서도 즐기는 필자의 e바이크 자출길
계기판 에러 코드를 미리 검색해서 저장해 둔다.

요즘 나오는 e바이크는 계기판에서 고장 코드를 보여주는 제품들이 많다. 에러 코드에 나온 숫자를 토대로 조치법이 나와 있다. 에러 코드에 나온 원인과 간단한 조치법을 알면 AS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해결 가능한 부분도 있다. 미리 고장 코드를 파일이나 사진으로 입력해두면 자신이 수리할 수 있는지, 포기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고장 코드는 회사마다 다르기에 반드시 사용제품의 고장 코드별 원인과 해결법을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아야 한다.

e바이크 고장의 절반은 배터리 문제

필자의 경험으로는 e바이크 고장 원인 중에 절반 정도는 배터리와 배선 문제였다. e바이크 업계는 겨울철이면 홍역을 앓는다. 추위 때문에 반으로 뚝 떨어지는 배터리 용량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빗발치고 또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한기에 라이딩을 하면 몸이 힘든 만큼 배터리도 얼어서 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용량이 반 토막 나게 된다. 용량뿐 아니라 출력도 떨어져 고장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겨울철 저온에서는 효율과 성능 저하가 많이 생기는 것을 감안해서 타야 한다. 그런데 e바이크로 첫겨울을 맞이하는 초보 라이더들은 배터리의 성능 하락을 고장으로 오인하기 쉽다. 다행히 e바이크 배터리는 관리만 잘하면 봄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겨울철 성능 저하 때문에 e바이크를 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기온에 따라서 50%까지도 성능 저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운행하면 된다.

배터리가 반이 남았는데 오르막에서 전기가 꺼진다.

계기판 잔량 표시는 대부분 전압검출 방식이라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이지에 반이 남아도 실제로는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겨울철 오르막에서 과부하가 걸리면 전압하락으로 저전압 차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래된 배터리나 소용량 배터리는 잔량이 반 이하면 모터와 배터리의 부하를 최대한 줄여야 남은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다. 겨울철 오르막에서 풀파워를 사용하면 잔량 게이지는 절반을 가리키고 있어도 전원이 나가는 것은 고장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배터리 충전이 안 된다.

배터리나 충전기 둘 중 하나가 문제다. 배터리와 충전기는 반드시 세트로 점검받아야 한다. 충전이 안 될 때는 충전기 고장이거나 단자 결함, 배터리 BMS 고장인 경우가 많다. 다른 충전기로 충전시켜 보거나 배터리를 바꿔서 테스트해 보면 어느 쪽 고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단자 점검, 충전기 점검, 배터리 전압 점검이고 배터리 수리는 AS센터의 전문가 손을 빌려야 한다.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 방치된 배터리는 실온에서 1시간 두었다가 충전해야 한다.

계기판은 작동되는데 모터가 반응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에러 코드를 점검하고 전원 단자를 검사해본다. 전원 단자에 카본이 많이 끼고 단자의 결속력이 약해지거나, 전원선이 단선되어 몇 가닥만 달랑달랑 붙어 있어 자동차로 치면 연료관이나 연료필터가 막혀 연료공급이 안 되는 상황과 같다.

고장 직전에 심한 과부하 상황이었다면 컨트롤러 고장인 경우가 많다. 먼저 전원선과 연결 잭의 상태와 배터리 전압부터 체크해야 한다. 드물게는 연결 잭이 느슨하게 꽂혀 있거나 빠지기 직전의 상태일 때 이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고장으로 차에 실어서 몇 시간을 소비해 AS센터를 방문했는데 잭을 바로 꽂고 허탈하게 웃으면서 나와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펑크, 변속, 체인, 브레이크 등의 문제는 일반 자전거와 같이 정비하면 된다

e바이크라도 일반 자전거 정비와 별 차이가 없다. e바이크 수리를 거부하는 가게들도 많아서 본인이 직접 수리를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된다. e바이크를 타면서 생기는 문제 중에 일반적인 자전거 문제도 상당히 많다.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기름만 넣고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시로 점검하고 조이고 기름 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펑크는 물론 변속기 조정을 못하는 라이더가 많다. e바이크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전기 부분이 더해질 뿐 전기 파트를 제외한 기본적인 정비는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가 없다. 라이딩 전후로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해서 본인의 안전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국토종주나 해외 원정 라이딩을 꿈꾸면서 자전거 기본정비를 배우기 싫다면 무모한 도전일 뿐이다.

펑크가 났는데 직접 수리를 못한다면 종일 펑크 난 자전거를 끌고 수리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펑크 수리는 20분 내외의 작업이다. 20분에 되는 작업을 하루 일정을 망쳐가면서 남의 손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문제다.

e바이크는 코로나 시대에 안전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어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필요 없다고 2G폰을 고수한 사람들이 뒤늦게 스마트폰을 경험하고 후회하는 오류를 답습하지 말라고 필자는 e바이크를 타야만 하는 수많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보급의 걸림돌이었던 관련 법규가 확정되어 자전거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성능과 가격이 손에 잡히는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전거의 장점을 유지하고 과학의 힘으로 단점을 극복한 e바이크라는 새로운 자전거 세상이 열렸는데 생기지도 않은 ‘고장’ 걱정에 e바이크와 친해지지 못 하는 겁쟁이 라이더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스맨이 조언하는, e바이크의 고장에서 벗어나는 법

➊ ‌고장이 덜 나고 AS가 잘되는 검증된 e바이크를 산다.
➋ ‌e바이크 멘토를 두고 초보 단계를 빨리 벗어난다.
➌ ‌e바이크는 아는 만큼 보인다. 공부해서 고장 나지 않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최대한 가볍고 구름성이 좋은 e바이크를 선택해서 페달링이 주가 되고 모터가 페달링을 도와주는 e바이크를 탄다. 페달을 장식용으로 달아놓은 e바이크는 피해야 한다. 전기장치가 고장 날 경우에도 페달링으로 탈 만한 구름성을 갖추어야 하고,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야 한다.
➍ ‌펑크 수리와 정비를 위한 비상공구를 휴대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비상공구를 가지고 다니면 본인보다 남을 위해 많이 쓰게 된다. e바이크는 자주 타고 친해져야 한다. 잔고장과도 친해진다면 두렵거나 번거롭지 않다.

	e바이크 고장 공포에서 벗어나기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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